[전자책] 여름의 끝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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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응접실 카펫 위에서 아기가 그녀를 향해 기어왔다.
그곳에는 나무블록도 있었고 구석 벽장에는 인형이나
장난감 병정도 보관되어 있으며 헝겊으로 만든책과 숫자놀이판도 있었다.
엘리 딜러한 인생의은밀한 사랑이 큰 응접실을 뒤덮었고,
나중에는코널티 양 자신이 어린 시절 좋아했던 스냅과 루도 카드게임이나 핀볼게임 등도 나타났다. - P331

들리는 것은 엔진 소리뿐, 바다는 고요하고가을 아침의 싸늘한 기운이 남아 있다. 무엇을기억하게 될지 너는 안다,
그는 생각에 잠긴다.
허술한 기억이 무엇을 간직하게 할지 너는 안다.
다시 열쇠가 판석 위로 떨어진다. 다시 길에서
그녀의 발소리가 들린다.
아일랜드의 마지막 모습이 그에게서 멀어진다.
그곳의 바위와 가시금작화 덤불과 작은 항구와 멀리 선 등대까지. 그는 육지가 사라지고 바다 위에 춤추는 햇살만 남을 때까지 그곳을 계속바라본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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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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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은 캄캄한, 지하실에 갇힌 채 잊혀 버린작은 동물처럼 언제나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추운 날 나오는 입김처럼 당신의 목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그것은 가끔은 너무 조그맣고,
또 가끔은 너무 크다.
정확하게 딱 맞는 적은 한 번도 없다.
그것을 벗어던진 뒤에야 당신은 그것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고, 마치 극복한 병처럼 그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어른들 대부분은 자신의 어린 시절이 행복했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그들 자신은 정말로 그렇게 믿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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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여름의 끝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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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가 그녀에게 미소 짓는모습을 그렇게 좋아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가 치킨햄 페이스트를 찾는다고 말했을 때 안내해주겠다고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는 알지도못하는 낯선 사람과 캐시앤드캐리 매장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이름도 알려주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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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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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냄새처럼 몸에 달라붙는다.
당신은 다른 아이들에게서 그것을 감지한다.
각각의 유년기는 특유의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냄새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우리는 때때로 자신에게서 남들보다 나쁜냄새가 날까 봐 두려워한다.
당신이 어딘가에 서서 석탄과 재 냄새가 나는 시절을 보내고 있는 소녀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소녀가 당신의 삶이 풍기는 끔찍한 악취를 알아차리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다.
그렇게, 은밀하게, 당신은 어린 시절을 내면에 품고 사는 어른들도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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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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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고,
마찬가지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달을 향해 걷는 것처럼 희망의 방향만찾을 수 있다면,

"이를 응시하는 우리 앞에는 우리의 삶과는 다른 삶이, 우리자신들 그리고 다른 것으로 이뤄져 있는 또다른 삶이 응집되고해체된다.
완전히 통찰하는 견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무의식적이지도 않은 잠자는 사람은 이상한 동물, 기이한 식물,
끔찍하기도 하고 기분좋기도 한 유령들, 유충들, 가면들, 형상들, 히드라, 혼란, 달이 없는 달빛, 경이로움의 어두운 해체, 커지고 작아지며 동요하는 두꺼운 층, 어둠 속에서 떠다니는 형태들,
우리가 몽상이라고 부르는, 보이지 않는 실재에 접근할 수 있는통로라 할 수 있는 이 모든 신비를 언뜻 본다. 꿈은 밤의 수족관이다."

지구의 나이 사십육억 년을 일 년으로 치면 한 달은 약 사억 년,
하루는 천삼백만 년, 한 시간은 오십오만 년이 된다.
그런 식으로 따져보면 공룡은 12월 11일에 나타나 16일에 사라졌고, 인류는12월 31일 저녁 여덟시에 처음 등장해 열한시 삼십분이 되어서야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대문명은 자정 이 초 전에 시작됐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바얀자그에서 본 것의 의미를 알게 됐다.
그건 시간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부서진 돌처럼 흩어져 내린, 깊은 시간의 눈으로 보면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공룡의 사체였다.

새벽별처럼 짧은 시간 동안 지구에서 살다가
마치 원래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사라졌다.
분명 서로의 육체에 가닿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시절이 두 사람에게도 있었건만,
그리고 그때는 거기 정미가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모든 게 의심스러워졌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른 모든 생명들에게 그랬듯 그들의 인생에도 시간의 폭풍이 불어닥쳤고, 그렇게 그들은 겹겹이 쌓인 깊은 시간의 지층 속으로 파묻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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