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죄와 벌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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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관심은 의혹이 되고, 불신이 되어서, 마침내는 두려움으로까지 변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을 연구해야 할 의무가 있고, 또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인간의 본성을 연구할 기회를 가진 사람으로서 정말 너는, 이런 자료를 보고도 그 니꼴라이라는 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자가 어떤 본성을 가진 사람인지를 모르겠다는 거야?

그는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고 위엄을 부리는 중년의 신사로서 조심스럽고 까다로워 보이는 외모를 하고 있었다.

호기심을 가지고 여태까지 바라보던 벽지의 꽃무늬에서 돌아누운 그의 얼굴은 극도로 창백했고, 이제 막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았거나, 고문에서 풀려 난 사람처럼 대단히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약 자기가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일을 저지를 리가 없지 않느냐!〉라는 거지. 바로 이게 큰 문제야. 이것 때문에 내가 화가 나는 거야!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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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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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는 시간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그냥 그곳에 가만히 앉아서 바닥을 바라봤다. 윤희는 주희가 누구를 기다리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일을 두고 내내 가책할 것을 알지 못한 채로. 십 년도 더 지난 잠이 오지 않는 밤, 만이천 킬로미터 떨어진 땅의 한구석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그때, 고작 열여덟이었던 주희의 외로움을 그렇게 외면한 자신을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 채로

왜 병든 사람들이 가족을 만드는 걸까.

그저 실망스러운 어른들의 실망스러운 행동일 뿐. 아니, 실망스럽지도 않은 불행한 인간들의 가학 취미일 뿐이었으니까.

사람에게 연연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상하고 망가지고 비뚤어진다고 생각했으니까.

구질구질하고 비뚤어진 인간이 되느니 차라리 초연하고 외로운 인간이 되는 편을 선택하고 싶었다.

공무가 관계의 지속을 바라는 마음을 유치하다 비웃는 것 같다고 그때의 나는 생각했다.

나도 미래가 환상일 뿐이라는 거 알아. 우리는 현재만을 살 뿐이고, 모든 일의 끝을 어림하는 게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도 알아. 그렇지만.

감정 쓰레기통으로 살지 않을 거야."

공무에 관해서라면 나는 언제나 애틋함을 느낀다. 처음 그애의 글을 읽었을 때부터

실제로 얼굴을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애에게 기대하고 실망과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애틋함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다.

애쓰고 애쓰고 또 애써온 시간이 그애의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 나도 그애를 대할 때는 불성실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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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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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으로 동요될 만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덤덤한 모습이 그랬고, 윤희가 말을 할 때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모습이 그랬다.

"윤희야, 엄마 양말 좀 벗겨줘. 엄마는 있잖아, 우리 똥강아지들이 너무 좋아."

주희는 일주일간 유기정학을 당하고 학교 청소를 하는 벌을 받았고, 윤희는 처벌의 수준에 감사해야 했다.

주희는 피하지 않았다.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들을 맞으며 울고 있었다.

나도 알아, 그 마음. 윤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혼자를 견디지 못하고 사람을 찾게 될 때가 있잖아.

알면서도 왜 네가 그러고 지내는 모습을 견디기 힘들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주희는 윤희에게도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가위로 오려 만든 종이 인형은 드레스를 입고 파티를 다녔다

요술 본드를 작은 빨대에 묻혀 후 불면 투명한 공을 만들 수 있었다

심심해서 불던 리코더에서는 침이 똑똑 떨어졌고,

백원짜리 쌍쌍바는 늘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은 다른 밀도의 시간 같다고 윤희는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함께 살고 사랑을 나눈 사람과는 그 이후 아무리 오랜 시간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끝끝내 이어져 있기 마련이었다

기다림은 언제나 가슴이 뻐근할 만큼 고통스러운 즐거움이었다.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그 기도들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그 기도들은 기도 나름대로 계속 자기 길을 가는 거지, 세상을 벗어나서. 그게 어디든 그냥 자기들끼리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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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피라미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4
윌리엄 골딩 지음, 안지현 옮김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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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음산한 표정으로 내 머리 위로 방을 가로질러 보는 남자의 사진이었다.

연주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잔인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그 연주자에게 잔인해질 필요가 있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자세만큼 잔인한 건 없다

천상을 향한 악기 소리만이 그 자세를 정당화할 수 있다.

나는 그대로 벽에 붙어 있었고, 어두움과 외딴 곳의 얼음장 같은 차가움이 내 살갗과 머리칼에 들러붙었다.

그동안 바운스는 진정한 음악가로서 젊은 시절 자신의 고난과 나의 자유분방한 삶을 대비하면서 나를 민망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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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피라미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4
윌리엄 골딩 지음, 안지현 옮김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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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사람들 가운데 있다면 자신을 위해
마음의 시작이자 끝인 사랑을 창조하라

계속해서 내리는 빗물에 초록 잎들이 떨어져 웅덩이 여기저기 떠다니고 있었다.

가끔씩 나를 내 의식 바깥으로 끄집어낸 것은 오직 창가에 물이 자갈처럼 날아와 부딪히는 갑작스러운 소리뿐이었다.

필요한 모든 힘이 있고 아무런 방어막이 없다.

내가 뭔가를 했어야만 했다. 이제는 이미 늦었다.

나는 어떤 핑계를 대고 이비가 일하고 있을 접수실 사이로 들어갈 수 있을지 문 옆 벽에 기대어 궁리했다.

소문이 무성한 허리띠 그리고 내가 그로부터 그녀를 구해 줄 수 있는 기회를 떠올렸을 때 긴장감과 흥분 사이에서 숭고한 동정심이 조금 들기까지 했다.

비상사태였다. 이비가 귀가하기 전에 그녀를 만나야만 했다.

진부한 질문을 처음으로 탐색하게 되자 난 움찔했다. 어떻게 그런 아버지에게 저런 딸이 태어났을까?

그들은 나란히 길을 걸어갔고 부인은 딸의 어깨에 온갖 잔소리를 퍼부었다.

다리란 땅에 충분히 닿기만 하면 됐지, 또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난 단지 그가 다니는 기숙학교와 그가 장래가 유망한 크랜웰 대학 입학생이란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빨간색 오토바이가 부러웠을 뿐이다.

이완 선생님의 아들이 배버컴 중사의 딸을 아버지 차에 태워 데리고 갈 수 없다는 것은 이해했다.

이비는 그녀의 금 십자가를 원했다. 나는 이비를 원했다

우리의 유기된 역사의 잔재인 수많은 기타 직종을 맡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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