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여자아이 기억
아니 에르노 지음, 백수린 옮김 / 레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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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겐 더 이상 생각할 대상이 없고, 그녀는 신비로움과 흥취가 사라진 세계에 놓여 있다

나의 의지, 읽기와 쓰기 수업을 준비하고, 눈 덮인 산장과 순록 그림을 그려가며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짓는 나의 노력과 상관없이 내비쳐지는 진실. 내가 선택한 이 진로에서 내가 형편없고 부족하다는, 이 진실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존재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기서사가 추구하는, 지배적인 진실을 드러내는 과정에는 언제나 이런 점들이 빠져 있다. 경험하는 순간 경험한 것에 대한 우리의 몰이해. 모든 문장, 모든 단언에 구멍을 뚫어야만 하는 현재의 불투명함

내가 자각하는 건, 내가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치 다른 존재들을 거리를 두고 보게끔 내 마음이 얼어붙어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인생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의 우리 모두는먹고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을, 그리고 결국에 가서는 있어야 할 그곳에 자신이 있다는 혹은 있지 않다는 느낌을 어떻게 감당해나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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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갈라테아 2.2 을유세계문학전집 108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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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려운 질문은 없었다. 다른 질문도 없었다. 시냅스를 통해 세상을 알 수 있는 거라면, 시냅스 자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스스로를 알고자 할 정도로 복잡한 두뇌는, 분명히 너무 복잡해서 알기 힘든 두뇌다. 또한 망가뜨리지 않고는 접근할 수 없는 것의 작동 방식을 연구하기는 어렵다

기본 논쟁 자체가 신경을 거슬렀다. 한쪽에서는 철학자들이 개념의 감옥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는 내관(introspection)이라고 주장했다

두뇌는 하늘보다 넓다,
둘을, 나란히 놓으면,
하나에 다른 하나가 쉽게 들어앉고
그 옆에 당신도 들어갈 테니.

두뇌는 바다보다 깊다,
그들을, 푸른 것끼리 담아 보라,
하나가 다른 하나를 흡수할 것이다,
스펀지가 양동이 물을 흡수하듯.

두뇌는 바로 신의 무게다,
그들을, 같은 무게로 달아 보라,

나는 서른다섯 번째 해를 잃어버렸다. 언어는 낯설고 관공서는 불친절했던 어느 혼잡한 외국 도시에서 우리는 서로를 잃어버렸다

매해가 소꿉장난을 하면서 시시각각 자기가 참을 수 있는 일과 참을 수 없는 일이 뭔지 선언해 대는 힘겨운 연인이다.

내 서른다섯 번째 해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내가 금방 돌아오겠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았다.
서른다섯 번째 해는 그때까지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는 부끄러운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다른 해들마저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U는 처음으로 그림이 정치를 담아내는 것을 봤고, 소타나 곡이 살아 있는 층위처럼 겹겹이 쌓이는 것을 들었고, 문장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느꼈던 곳이다. U에서 나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 몸의 촉촉한 피부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고작 4년 뒤 이곳에서 용해되고, 승화되고, 증발된 내 첫사랑

밤은 이곳에 끝없는 광활함을 가져다주었다. 책상 위 기계에 연결된 동축 케이블 토끼 굴을 타고 내려가, 나는 그 어떤 포트로도 사라질 수 있었다. 외부 발신은 가능하지만 절대로 울리지 않는 전화도 있었다.

역사의 끝자락에서 사라져 가는 방랑자들에 대한 쓸데없이 화려하고 숨 막히는 알레고리를 제정신으로 읽을 사람이 있을지 자문해 보았다.

구세군 상점에서부터 다섯 블록을 머리 위에 짊어지고 가져온 중고 매트리스를 마룻바닥에 깔고, 그 위에서 잤다. 담요는 보풀이 일어나는 갈색 모직 양탄자였고, 우린 그걸 곰이라고 불렀다.

최대치였을 때도 라디에이터는 벽돌과 회벽 사이를 파고드는 차가운 어둠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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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열린책들 세계문학 19
루이스 캐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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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더 좋은 것〉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어.」 왕이 대꾸했다. 「나는 건초 〈같은〉 것이 없다고 했어.」 앨리스는 이 말을 감히 부인할 수 없었다.

「〈그게〉 귓속말이냐?」 가엾은 왕은 펄쩍 뛰어 몸을 부르르 떨며 외쳤다. 「한 번만 더 이따위로 하면 버터를 발라 버릴 테다! 머리가 울려 무슨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군!」

「만약 네가 날 믿으면 나도 네가 있다는 걸 믿어 주지.

부드럽고 푸른 눈, 상냥한 웃음. 머리털 사이로 태양이 빛났고 갑옷에 반사된 빛에 눈이 부시던 기억, 목 위로 고삐를 늘어뜨린 채 천천히 움직이며 앨리스 발치의 풀을 뜯던 말, 뒤쪽 숲 속의 짙은 그늘

「어떻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것이 머리에 〈있을 수 있지〉?」 머리에 있는 게 무엇인지 보려고 그것을 벗어 무릎에 올려놓으며 앨리스가 말했다.
그것은 황금 왕관이었다.

둘은 잎사귀 다발로 앨리스가 자기 머리털이 너무 날리니 이제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앨리스에게 부채질을 했다.

붉은 왕비는 몸을 꼿꼿이 세우고 도도하게 말했다. 「왕비는 흥정을 하지 않아.」
〈질문도 안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앨리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하룻밤보다 다섯 밤이 더 따뜻한가요?」 앨리스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당연히 다섯 배 더 따뜻하지

「다섯 배 더 따뜻하고, 〈그리고〉 다섯 배 더 춥지. 내가 너보다 다섯 배 더 부자이고, 〈그리고〉 다섯 배 더 똑똑한 것처럼 말이야!」
앨리스는 한숨을 쉬며 포기했다. 〈답 없는 수수께끼를 푸는 거 같아!〉 앨리스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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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눈꽃 에디션)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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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시작되는 글을 읽어 가면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건가 의아해했다.
책을 내고 아팠다 했기에.. 악몽이 시작되었다 했기에..
읽으면서 아 그냥 1인칭인거구나 했더랬다.

한겨울 새벽의 서늘함을 어둠을 닮은거 같다고
읽는 내내 느꼈다.
그만큼 가슴에 차가운 고드름이 박힌거마냥 내 시리고 아픈 책이다.

소년이 온다는 여름을 느끼게 했는데..
무더위와 습한 한낮에도 무언가 한기가 드는 그런 서글픔이라 해야할까 그런책

이책 초반..손가락이 잘려 다시 신경이 되살리려면 3분에 한번씩 바늘로 찔러 피를 내고 고통을 느껴야 한다는 친구의 부탁으로
새장에 홀로 남은 새의 밥을 주기위해 폭설이 내린 제주 산간을
찾아가는 화자를 나는 내심 재촉했다.
되돌아갈까 생각할땐 안된다고 조바심치며
늘 달고 지낸다는 위경련이 찾아오려는 조짐에서는 더는 지체말고 얼른 찾아가라고...
제발 살아있어줬으면 했다.
책 내용이 무엇을 다루는지 어떤 사실을 담고 있는지는 사전에 알지도 못했고 그저 한강이라는 작가가 책을 냈다는 알림에 구입을 했을뿐인지라..
새가 살았으면 했다.

새는 작은 위와 채액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날기위해 뼈에 구멍이 숭숭 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래서 하루라도 굶으면 ..
물이 없으면 죽는다는 것도...
아마라는 새가 살았으면 하고 빌며 읽었다.
고양이를 키워선지 동물이야기나 조류든 사람이 아닌 생명이 깃든 것에 진심이 된다.
어느순간..
아미라는 새가 죽었을때를 얘기하는 친구의 말에 공감이 갔다.
새는 아픈걸 감춘다고.. 떨어지는 순간 이미 죽은거라며..
그래..아니.. 라는 말을 할줄 아는 아미가 왜 아픈걸 숨겼는지 내가 천적이 아닌데 라며 얘기할때...
나는 떠나보낸 고양이들을 떠올렸다.

범백을 앓다 떠난 콩순이
수술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던 애니
장폐색으로 급작스레 떠난 유월
역시 증상 없다가 갑자기 떠나버린 떼루
당뇨였던 가을 ..
적혈구에 기생하는 진드기로수혈을 계속 받아야했던 포동
폐렴으로 떠난 문순
상부호흡기감염이던 곰돌이
유기되어 아팠던 생명들 ..
끝내 살리지 못했던 그때..

그때 나도 그랬었다.
아프다고 앵기지..
참지 말고.. 아프다하지
장례를 치르면서.. 묻어주면서
그랬더랬어서 공감갔었다.
새도 그러는구나...

조바심 내던 내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가던 내용은
어느새 병원에 있던 친구 엄마의 어릴때 이야기로 이어진다.
따라오려던 8살 막내 동생을 언니들 귀찮게 말라는
엄마의 만류로 언니와 둘이서만 다녀온 그길에
운동회가 있던 그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널부러져 있던 수많은 사람들
피로 뒤덤벅 되어 쓰러진 사람들을
엄마의 언니가 피로 물든 얼굴을 닦으면 당시 13살이던 그 친구의 엄마는 가족인지 얼굴 확인을 했더라고..

그래도 막내동생이 안보여 설마하고 찾아간 집마당에
처음엔 빨간 헝겁조각인줄 알았다 했다.
몸과 턱에 총을 맞은 8살 아이가 피를 쏟으며
기어오면서 그 공포와 통증을 마주하며 어떤 생각이였을까
언니들이 돌아와 자기를 도와줄꺼란 기대감에 기다렸을꺼라는 글에서 나도 모르게 얼마나 울었던지...

제주 4.3사건은 그저 객관적으로 있었다더란 역사적 얘기에서 누군가의 가족이 어린생명들이
보통의 사람들이..
그저 아이였을뿐이던 생명만 1500명
그리고 수만명의 민간인이 단지 남한 단독정부수립을 제주에서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의 협력아래 빨갱이들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와 사람들을
심지어 갓난아이를 안고 있던 여인들까지도
총살로 몰살해버린 4.3사건을 한줄 요약이 아닌
그 상황으로 그 마음들을 들여다볼수 있게 해주는
아린 책이다.
읽고 나서도 내내 마음이 저리고 아프다.
그당시에 어린 생명들이 안쓰럽고 안타까워서...
아무 죄없이 죽어간 생명들이 슬퍼서..
남겨진 가족들의 마음들이 아파서...

아직도 지구상에선 아무 죄없는 어린 생명들이 겪고 있을 공포와 고통의 전쟁...
아이들과 동물들에게 공포스런 고통은 없었으면 좋겠다...
한동안 이 감정에 메여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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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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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예약한 날짜가 토요일, 그러니까 자살하기 하루 전날이라는 사실이었다. 다이어리에 따르면 그는 사람들도 만나고 점심도 먹고 미용실에도 다녀오고 테니스도 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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