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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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과의 결혼을 떼어놓고, 내 아내를 대하는 태도를 떼어놓고, 그 빌어먹을 놈의 증오를 떼어놓고 본다면, 이브는 영리하고 활력 넘치는 여자였네

그 여자가 자기 배역에 푹 빠져 있다는 걸 나한테 알릴 필요는 없었겠지. 반유대주의는 단지 그녀가 연기하는 배역의 일부였어

유대인 증오가 주는 값싼 즐거움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거든. 그런 거 없이도 그럴싸한 비유대인이 될 수 있어.

‘당신은 이미 영화 스타다. 당신의 탁월한 재능에 반유대주의는 필요 없다. 그렇게 연기하는 순간, 당신은 백합에 금칠을 한 셈이 되고, 설득력은 사라진다.

당신은 현실에선 안 통하는 논리에 빠져 있다. 그걸 버려라, 그런 건 필요 없다

처음부터 그가 아웃사이더에게 방약무인하고, 공격적이고, 사악하리만치 거만하다는 걸 알아차렸겠지.

기분 좋게,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게 엘리너 루스벨트의 방식이었지. 넬슨 록펠러도 그랬고, 애버럴 해리먼도 그랬네.

이브는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법을 전혀 몰랐어. 말다툼이나 논쟁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지. 하지만 사람은 저마다 매일같이 반대하고 저항해야 해

겉으로는 우아하고 상냥했지만, 모든 것에 혼란스러워했어. 인생에 치이고, 딸에게 치이고, 자기 자신에게 치이고, 자신의 불안정함과 시시각각 찾아오는 모든 불안에 치여 망가진 여자였어

아이라는 세상 무엇보다 레닌과 스탈린과 조니 오데이 같은 사람이 되길 원했고, 그래서 그녀에게 집착한 거야. 어떤 형태로든 억압받는 자를 보면 가만있지 못했고, 그들의 억압에 꼭 잘못된 방식으로 대응했으니까

"인간에겐 믿을 수 없는 여러 모습이 존재한다는 게 자네 책의 주제 아니었나? 자네 소설에서처럼 인간에게는모든 게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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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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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폈다. 그는 달변과 풍부한 지식으로 우리를 주눅들게도 했지만, 대체로 그의 태도와 자세는 꾸밈이 없었다. 그는 설명하고, 명확히 따지고, 우리를 이해시키는 데 남다른 열정을 보였고, 우리가 어떤 주제를 논하든 칠판에 구문도해를 하듯 그 주제를 주요 성분으로 꼼꼼하게 나누었다.

나는 그 황홀한 모임에 다녀온 뒤 비밀이라면서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얘기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옷을 입어? 무슨 음식을 먹어? 식사할때 무슨 얘기를 해? 거긴어떤 곳이야? 한마디로 눈부셔.

더글러스에게 야유를 퍼붓던 학생 가운데 내가 끼어 있었다는 걸 알아봐서 깜짝 놀라는 바람에, 다소 바보같이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단순한 예의에서가 아니라 더 깊이 자리잡은 어떤 것(야망, 내 도덕적 확신을 칭찬받고 싶다는 야망)에 이끌려 간신히 수줍음을 누르고 그에게 그 야유를 선동한 게 바로 나였다고 말했다

선생님과의 대화에서처럼 그와의 대화에서도 보이지 않는 규범의 선이 무시되었고, 인습적 터부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포츠, 정치, 역사, 문학, 경솔하고 독선적인 주장, 극단적 인용, 이상주의적 감상, 도덕적 청렴 등 어떤 것이든 끼어들 수 있었다.

거기엔 이상한 짜릿함, 색다르고 위험한 세계가 있었다. 남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의무에서 해방된 까칠하고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세계. 그리고 수업에서 해방된 세계. 아이언 린은 그냥 라디오 스타에 불과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하는 교실 밖의 자유인이었다.

나의 이상주의(와 인간관)는 두 개의 선을 따라 나란히 형성되고 있었다. 하나는 승리를 향해 싸우는 과정에서 굴욕을 견뎌야 하고 수많은 패배를 겪지만 끝내 승리하는 야구 챔피언을 그린 소설이었고, 다른 하나는 독재와 불의에 맞서 싸운 영웅적 미국인, 미국과 온 인류의 자유를 지킨 수호자를 그린 소설이었다.

그는 완전히 혼자 행동했다. 패스트가 반항적인 독립정신과 개인적 불행이 낳은 고독한 삶을 비정하게 묘사하긴 했지만, 페인이 완전히 혼자였다는 점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었다

페인은 심지어 생을 마감할 때도 혼자였다. 말년에 그는 늙고, 병들고, 비참하고, 외롭고, 추방당하고, 배신당했으며, 다른 건 모두 고사하고라도 자신의 신념을 마지막으로 밝힌 〈이성의 시대〉에 다음과 같이 썼다는 이유로 멸시당했다

"나는 유대교회, 로마교회, 그리스정교회, 터키정교회, 개신교회를 비롯해 내가 아는 어떤 교회가 공언하는 어떤 교의도 믿지 않는다. 나 자신의 정신이 나의 교회다

"‘다수의 힘이 곧 혁명인데도, 신기하게 인류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수천 년 동안 노예로 살아왔다.’"

‘내가 작은 책을 쓴 것은 사람들이 무엇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지 알길 원했기 때문이다.’"

‘행여 내가 주정뱅이에 멍청하고 완고하고 무가치한 짐승 같은 자에게 충성을 맹세해 내 영혼의 매춘부가 된다면, 지옥의 형벌을 받을 것이다.’"

내가 말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영혼을 매춘부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내 영혼의 매춘부’는 무얼의미하는 걸까?"
"그걸 판다는 거예요. 자신의 영혼을 판다는 거요." 내가 대답했다.

그는 대담한 사람이야. 토머스 페인은 대담해. 하지만 그걸로 충분할까? 그건 단지 공식의 일부야. 대담함에는 목적이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값싸고 안이하고 저속해질 뿐이야. 토머스 페인은 왜 대담할까?"
"자신의 신념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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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휴먼 스테인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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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면 당신이 항상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뜻이다

그것은 낙인인데, 심지어 사실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 평온하다

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면 당신이 항상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뜻이다. 갑자기 당신의 전 생애가 인종차별주의로 얼룩지는 것이다.

나는 그를 이처럼 평온하게 만들 수 있고, 그는 나를 이처럼 평온하게 해줄 수 있다

그녀의 수업에는 추종자들이 있는데, 인문학자족은 그녀의 추종자들을 일종의 유행 현상으로 보고 경멸한다.

때때로 그녀는 자신이 밀란 쿤데라를 배신하고 있다고 느끼기까지 한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면 조용히 심안으로 쿤데라를 떠올리며 그에게 말을 걸고 용서를 구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만큼 돈이 넉넉하지 않고 근거 있는 추측을 할 수 있을 만큼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실, 즉 시장에 대해 정통하지 못하다는 현실을 그가 잘 모른다고. 그녀는 그에게 해석해준다

지적이고 자신감 넘치고 박식하고 세상 물정에 밝은 남자와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 기쁘기 때문이다.

"너무 구시대적이잖아. 완전 시몬 드 보부아르 패러디야"라고 말했다는 걸 전해듣기도 했다.

그 여자는, 보부아르가 사르트르 때문에 신념을 저버렸다고, 대단히 지적인 여성이었지만 결국 사르트르의 노예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미 충분히 그녀를 멸시하고 있고,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아는 것처럼 보이며, 언제나 그녀의 동기와 목적에 의혹의 시선을 던지기 때문이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집과 모국에서도 벗어나 완전히 혼자다. 타향살이. 자유롭기는 하나 대개는 몹시 쓸쓸한 타향살이. 야심만만하다고? 공교롭게도 그녀가 철저히 독립적인 저 페미니스트들을 모두 합쳐놓은 것보다도 야망이 큰 건 사실이다.

"뭐, 그 여자를 추종하는 학생들이 생겨난 건 당연히 그 여자의 상호텍스트적 매력 때문이지. 그 여자와 현상학의 관계 말이야. 그 여자대단한 현상학자거든

결국 인식의 문제다. 그들이 빈정대는 투로 ‘같잖은 프랑스적 아우라’라고 부르는 것을 남자 종신교수들에게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 델핀에 대한 그들의 시선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결사대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유혹을, 그들에게 자신도 프랑스적 아우라를싫어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난 가문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통념을 벗어나 스스로를 세워나갈 거야. 너무도 당연시되는, 한계까지 치닫는 열정적인 주관주의, 절정에 이른 개인주의에 맞서 싸울 거야.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델핀을 싫어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델핀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델핀은그들이 못 견디게 싫다. 어쩌다 그녀는 이렇게중간에 끼어버렸을까?

야망. 모험. 매혹.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에의 매혹. 우월 의식. 떠남이라는 행위에서 오는 우월 의식. 언젠가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는 기쁨을 위해, 야망을 이루고 의기양양하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쁨을 위해 떠나왔는데.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그런 말을 듣고 싶어서 떠나왔는데. 무슨 말을 듣고 싶었느냐고? "그애가 해냈어. 그애가 해냈다고. 그런 일을 해냈으니 앞으로 걘 뭐든 해낼 수 있을 거야

그런 모든 가문들,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생겼으며, 숨막힐 듯 답답한 똑같은 가치들과 숨막힐 듯 답답한 똑같은 종교적 규칙을 공유하는 순혈의 오래된 지방귀족들을 몹시 증오했다

그의 눈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뜨면, 이번에는 그녀가 저지른 일과 거기 쏟아질 조롱들이 눈에 비친다. 눈을 뜨면 자신의 치욕이, 눈을 감으면 그가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아른거려서, 밤새 그녀는 고통이라는 진자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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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휴먼 스테인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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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는 인간들 본전 챙겨주자고 상대한테 맞아주라고? 열다섯번째 줄에 앉은 누군지도 모를 재수 없는 새끼 기분까지 헤아리라고? 내가 139파운드에 5피트 8인치 반이고, 상대는 145파운드에 5피트 10인치나 되는데 밀리는 척하느라 머리에 네 번, 다섯 번, 열 번, 공매를 맞아주라고? 그런 쇼는 너나 해라, 자식아.

뉴욕대에서 고전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 수석 졸업생이고, 안경사에 식당차 웨이터에 아마추어 언어학자 겸 문법학자 겸 규율가 겸 셰익스피어 학도였던 고故 클레런스 실크의 아들인 그가 대답했다.

머리를 좌우로 홱홱 틀며 주변을 살피는 폼은 또 어떻고. 아, 정말 끝내주는 녀석들. 최고다. 까옥거리는 소리. 시끄러운 까옥 소리. 들어봐. 한번 들어보라구. 아, 난 저 소리를 사랑한다.

하기야 나는 까마귀 둥지 옆에 사는 것뿐이지 둥지 안에 사는 건 아니니까. 나도 둥지 안에 살 수 있으면. 까마귀로 살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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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휴먼 스테인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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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가 그를 위해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거의 명령조였다. 그가 그 터무니없는 사건에 대해 쓴다면, 전혀 보태거나 빼지 않고 그대로 쓰더라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내 편이 되어달라고 찾아갔을 때 그 친구가 한 말이네. 그것도 내 면전에서.저는 저 사람들 편에 서야만 합니다. 저 사람들이라니!

무관심. 오만. 냉담. 개인적 고민. 뭔지 누가 알겠소?’ 그자들이 물었지. ‘그러면 그런 요인들에 비추어 이 학생에게 어떤 긍정적 충고를 해주셨나요?’ ‘충고 같은 걸 할 수 없었소. 한 번도 그 학생을 본 적이 없으니까.

아직도 충분히 생기 넘치는 인간의 내면을 계속 갉아먹는 굴욕적인 불명예

그건 뭐랄까, 샌클러멘티에 웅크리고 있는 닉슨을 찾아갔을 때, 목수가 되는 것으로 자신의 패배에 대한 속죄를 시작하기 전에 조지아에 있던 지미 카터를 찾아갔을 때 볼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고는 그 이상하고 평온한 만족감 속에서 그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타고난 섬세함의 상당 부분을 쾌락을 손에 넣어 소중히 다루는 데 써버렸던 멋진 지난날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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