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죽어가는 짐승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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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도 뇌만큼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에드나 오브라이언

머리는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손질을 많이 한 거야. 안색은 창백하고, 입은 활 모양이지만 입술은 도톰하고, 둥그런 이마는 브란쿠시*의 조각처럼 매끈하고 우아해서 은은하게 빛을 발해. 이 아이는 쿠바계야.

아이가 자신의 힘을 의식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그 힘을 어떻게 이용할지, 그 힘으로 무엇을 할지, 심지어 그 힘을 얼마나 원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른다는 것이 파악이 돼.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놀랍고 새로운 감각,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감정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다가 오지 않으면, 도저히 올 것 같지 않으면, 자신이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자책해

천재의 무대에는 막이 내려져 있어 시야가 막히기 때문에 약간 거리를 두고 숭배할 수밖에 없어

그 나름의 아릿한 매력이 없지 않아. 선한 마음, 예쁜 얼굴, 잡아끌면서도 거리를 두는 눈길, 멋진 젖가슴. 여자로서 갓 부화했기에 그 달걀 모양의 이마에 깨진 껍질 몇 조각이 붙어 있다 해도 놀라지 않았을 거야.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읽고 있는 것, 듣고 있는 것, 찾아가본 전시회 이야기를 해?보통 나이든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잘 드러내지 않고 친구들하고 있을 때도 반드시 드러내지는 않는 열의를 드러내는 거야

어느 해엔가 시계 속에 들어가 숨은 동화 속의 염소와 비슷한 짓을 한 학생이 가장 웃겼지.

그 아이가 나의 삶, 나의 일관되고 차분한 문화적 삶의 모습에 큰 경이?그 아이의 표현?를 느낀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어.

자기 조국을 무척 사랑하죠. 가슴속에 있는 거예요. 피에 흐르는 거죠. 쿠바에서도 그랬어요."

왜 이런 짓을 할까? 글쎄, 뭔가는 해야 하니까. 이건 춤의 베일이야. 유혹과 혼동하지 마. 이건 유혹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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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소립자 열린책들 세계문학 34
미셸 우엘벡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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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상냥한 사람의 몸을 만지고 싶은 욕구, 상냥한 사람의 품에 안기고 싶은 욕구였다. 다정함은 성적인 매력에 앞선다. 그래서 철저히 절망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이다.

플레와 빌마르는 물론이고 가장 악랄한 브라쇠르조차도 근처에 여학생이 있을 때는 하급생을 때리거나 모욕하는 것을 삼가고 있었다.

브뤼노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엄청나게 행복했던 그 몇 초와 카롤린 예세얀이 가만히 손을 밀어냈던 그 순간을 두고두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잡지들은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반(反)자본주의를 표명하고 있었지만, 유대`기독교적 가치를 파괴하고 젊음과 개인의 자유를 예찬한다는 점에서 오락 산업과 한통속이었다.

그를 몇 년 동안 괴롭혔던 난폭한 놈들이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농촌 인구가 도시로 몰리고 촌락 공동체가 사라짐으로써 장래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범위가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확장되었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젊은이들의 갈구는 더욱 깊어 갔다(

자기들 주위에서 너무나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던 그 순진한 여자들은 그 모델을 따르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아나벨은 열세 살 때부터 난소에서 분비된 황체 호르몬과 에스트라디올의 영향으로 가슴과 엉덩이에 피하 지방이 붙기 시작했다. 여성의 이 두 기관은 완전하게 발육이 되면 좌우의 균형이 잘 맞고 실팍하고 동그스름한 모습을 띠게 된다.

아름다움을 갖추지 못한 처녀는 불행하다. 사랑받을 가능성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내들 중에서 가장 비루한 것들이 그녀들의 처녀성이라는 보물을 얻는다. 그리고 이것이 그녀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영락(零落)의 첫걸음이 된다.

쥐의 수컷은 새끼 시절에 어미와 신체적으로 접촉하지 못하면 구애 행동의 억제라는 대단히 심각한 성행동 장애를 보인다.

개와 고양이, 쥐, 기니피그, 붉은털원숭이(마카카 물라타)의 경우에는 조기에 종의 다른 구성원들과 신체 접촉을 갖는 것이 성행동 발현에 필수적인 듯하다

세월이 가져다 주는 손상에 맞서 싸우거나 생래적인 불완전함을 바로잡으려는 일부 부유층 여자들의 욕망 덕분에 먹고사는 셈이었다.

그 무렵에 브뤼노는 카프카를 읽기 시작했다. 카프카를 처음 읽었을 때, 그는 살얼음이 깔리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 『심판』을 읽었을 때는 다 읽고 나서 몇 시간이 지난 뒤에도 멍하고 노곤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존재와 존재가 별들 사이의 텅 빈 공간만큼이나 막막하고 허허로운 공간에서 마주치기만 할 뿐 그들 사이에 어떤 관계도 맺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세계,

마치 가족 해체의 비천한 상징을 보는 듯했다.

그 애 역시 천륜을 저버린 어미의 희생자라는 게 할머니의 생각이었다(거칠고 피상적이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그리하여 브뤼노는 목요일 오후면 으레 미셸을 보러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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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국의 목가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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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자 부러움의 상징인 인기있는 동네의 스타인 시모어 레보브의 삶을 네이선 주커먼이라는 작가의 삶을 사는 화자가 써내려가는 책이다.
미인대회 출신의 아내와 귀여운 딸
행복한 삶이 절망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들을 제 삼자인 화자가 절실하게 드러내며 표현한다.

미국의 목가래서 좋은 내용의 책이려나 했다.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딸의 테러 그리고 도주
아내의 절망감을 위해 정신적치료를 위해
원하는 성형을 해주는 시모어
자신의 외도 믿었던 아내의 외도
그리고 결국 찾아낸 딸이 당한 두번의 강간
그것들은 성공적인 삶을 살던 중산층의 행복한 가정이 붕괴되고 파괴되는 과정들이 들어나는 절망적인 책이다.

필립로스에게 반하게 되는 매력적인 책
주위에도 추천해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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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3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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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방금 까프까즈의 독수리처럼 잔인하고 민첩했는가 하면, 다음 순간에는 곧 가련한 두더지처럼 눈먼 겁쟁이로 변해 버렸습니다.

연민이나 선량한 감정이 일어날 여지가 있었다는 것은 그전에 양심에 부끄러운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만일 봉투가 없었더라면, 만일 그 봉투를 강탈자가 가지고 달아나다가 증거물을 방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그 봉투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 속에 돈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고, 따라서 그 돈이 피고에게 강탈당했는지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돈이 없는데 강탈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만일 봉투가 방바닥에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그 속에 돈이 들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면, 그 반대로 봉투가 방바닥에 뒹굴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그 속에 돈이 없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돈의 출처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그날 밤까지 그가 땡전 한푼 없는 빈털터리였다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니냐〉 하고 여러분들은 말씀하실지도 모릅니다.

사실 막시모프 같은 증인은 피고가 2만 루블이나 갖고 있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보십시오,

심리 분석이란 양날을 가진 도끼인 것입니다. 자, 보십시오. 내가 그 도끼 날의 반대쪽을 살펴서, 어떤 결론이 날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확실히 돈을 내주었을 때의 굴욕과 모멸을 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 입으로 까라마조프에게서는 두 개의 심연을 동시에 볼 수 있다고 목청을 높이지 않았습니까?

〈나는 비열한 인간이긴 하지만, 도둑놈은 아니다〉

〈만일 이 돈을 까쩨리나에게 돌려주면 그루셴까는 어떻게 데려간단 말인가?〉 피고가 한 달 동안 그토록 무절제하게 술을 들이키고, 술집을 전전했던 것은 어쩌면 그런 괴로움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 결국 그 두 가지 문제가 점점 더 첨예해지고 마침내 그를 절망으로 몰아넣게 된 것입니다

그날 밤 피고는 자신의 동생과 이야기한 뒤에 그 숙명적인 편지를 썼습니다. 결국은 그 편지가 피고의 죄상을 밝히는 가장 중요하고도 유력한 증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일을 계획하고 있는 인간은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가 남의 이목을 끌지 않도록 몸을 숨겼을 것이고, 〈가능한 한 사람들이 자신을 잊게 하려고〉 애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계산적이라기보다는 본능적인 것입니다.

〈들어간 이상, 살인을 저지른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비록 〈들어갔다〉 하더라도, 그 사실이 분명, 살인을 저지른 것이 〈틀림없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사실과 사실 사이의 일치가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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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3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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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료샤와 이반은 서로 다른 방을 얻어 살고 있었다.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아버지 표도르 빠블로비치의 빈 집에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알료샤가 미쨔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읍내의 다른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곧바로 스메르쟈꼬프를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것에 이반은 매우 놀랐다.

요점은 그분이 그 신호법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 며칠 동안 의혹과 분노가 점점 누적되었을 때 신호법을 사용해 집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야 자명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어요. 저는 그분이 그렇게 해주시기를 기대했었죠.」

역시 도련님은 모든 사람들에게 죄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도련님께서 살인이 일어날 것이란 사실을 알고 계셨을 뿐만 아니라, 저를 교사했으며,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떠나 버리셨기 때문이죠

「이봐…… 난 아직도 너한테 질문할 것이 많지만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구나……. 종종 잊어버리고 또 혼란스러워져서 말이야……. 그래! 이것 한 가지만 말해 봐. 넌 왜 봉투를 찢은 다음 마룻바닥에 흘려 놓은 거지? 어째서 봉투를 가져가지 않은 거냐고…….

왜냐하면 그분은 상습적인 도둑도 아니고 또 남의 돈을 훔친 적도 없는 귀족 출신이니까요. 그래서 이제 돈을 훔치기로 결심했다 하더라도 그건 돈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돈을 되찾으러 간 일이 되겠지요

만일 영원한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선행도 존재하지 않으며, 또 그럴 필요도 전혀 없다고 말입니다. 도련님 말씀이 옳습니다. 저도 그렇게 판단했거든요.」

명예도 좋아하시죠. 자부심이 강하시니까요. 여자의 매력도 상당히 좋아하시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평화로운 만족 속에서 사는 걸 좋아하시죠,

그는 〈육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모양이군〉 하고 생각하면서 웃었다. 그의 영혼에서는 어떤 유쾌함 같은 것이 샘솟았다. 마음속에서는 무한한 결단력을 느꼈다.

자기 방으로 들어섰을 때 그의 심장에 얼음처럼 차가운 것이 문득 와닿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은 물론 예전부터 존재했던 고통스럽고 적개심에 넘치는 그 무엇에 대한 추억이었다.

용감하고 결단력 있게 〈스스로 자신의 정당성을 밝힐 수 있는〉 의사를 표명해야 할, 자기 생애에 밀어닥친 그 운명적인 순간을 목전에 둔 시점에 병을 앓는다는 사실이 정말 혐오스러웠던 것이다

〈쉰 살이 다 된qui frisait la cinquantaine〉 사람이었고 상당히 길고 숱이 많은 검은 머리와 뾰족하게 자른 턱수염에는 새치가 꽤나 섞여 있었다. 그는 뛰어난 재단사가 만든 것이 분명한 갈색 양복을 입고 있었으나 그 옷은 너무 낡았고, 3년 전에 재봉한 것으로 유행이 지나서 상류 계층의 돈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미 2년 전부터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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