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료샤와 이반은 서로 다른 방을 얻어 살고 있었다.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아버지 표도르 빠블로비치의 빈 집에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알료샤가 미쨔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읍내의 다른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곧바로 스메르쟈꼬프를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것에 이반은 매우 놀랐다.
요점은 그분이 그 신호법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 며칠 동안 의혹과 분노가 점점 누적되었을 때 신호법을 사용해 집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야 자명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어요. 저는 그분이 그렇게 해주시기를 기대했었죠.」
역시 도련님은 모든 사람들에게 죄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도련님께서 살인이 일어날 것이란 사실을 알고 계셨을 뿐만 아니라, 저를 교사했으며,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떠나 버리셨기 때문이죠
「이봐…… 난 아직도 너한테 질문할 것이 많지만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구나……. 종종 잊어버리고 또 혼란스러워져서 말이야……. 그래! 이것 한 가지만 말해 봐. 넌 왜 봉투를 찢은 다음 마룻바닥에 흘려 놓은 거지? 어째서 봉투를 가져가지 않은 거냐고…….
왜냐하면 그분은 상습적인 도둑도 아니고 또 남의 돈을 훔친 적도 없는 귀족 출신이니까요. 그래서 이제 돈을 훔치기로 결심했다 하더라도 그건 돈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돈을 되찾으러 간 일이 되겠지요
만일 영원한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선행도 존재하지 않으며, 또 그럴 필요도 전혀 없다고 말입니다. 도련님 말씀이 옳습니다. 저도 그렇게 판단했거든요.」
명예도 좋아하시죠. 자부심이 강하시니까요. 여자의 매력도 상당히 좋아하시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평화로운 만족 속에서 사는 걸 좋아하시죠,
그는 〈육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모양이군〉 하고 생각하면서 웃었다. 그의 영혼에서는 어떤 유쾌함 같은 것이 샘솟았다. 마음속에서는 무한한 결단력을 느꼈다.
자기 방으로 들어섰을 때 그의 심장에 얼음처럼 차가운 것이 문득 와닿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은 물론 예전부터 존재했던 고통스럽고 적개심에 넘치는 그 무엇에 대한 추억이었다.
용감하고 결단력 있게 〈스스로 자신의 정당성을 밝힐 수 있는〉 의사를 표명해야 할, 자기 생애에 밀어닥친 그 운명적인 순간을 목전에 둔 시점에 병을 앓는다는 사실이 정말 혐오스러웠던 것이다
〈쉰 살이 다 된qui frisait la cinquantaine〉 사람이었고 상당히 길고 숱이 많은 검은 머리와 뾰족하게 자른 턱수염에는 새치가 꽤나 섞여 있었다. 그는 뛰어난 재단사가 만든 것이 분명한 갈색 양복을 입고 있었으나 그 옷은 너무 낡았고, 3년 전에 재봉한 것으로 유행이 지나서 상류 계층의 돈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미 2년 전부터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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