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바퀴가 수렁에 푹 빠지면, 반대쪽 바퀴는 공중으로 뜨고, 그러면 트렁크가 다리에 ‘쾅’ 부딪히고…… 다음에는 옆구리, 또 다음에는 다른 곳에 부딪힌다. 이번에는 몸이 앞으로 쏠렸다가 뒤로 쏠리고…… 하늘에서는 이슬비가 내리고, 뼛속까지 시려 온다. 음울하게 찌푸린 9월 중순에 엄동설한처럼 사람이 들판에서 동사(凍死)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연 믿어야 하는가?
그때 나는 자신의 관습적인 행동을 무시했다. 나는 사무실이 아닌 부엌 한구석에 다리를 꼬며 쪼그리고 앉아 마치 조로아스터 교도라도 된 것처럼 아궁이 속에서 활활 타는 자작나무 장작을 열심히 뒤적이고 있었다.
문제는 긴장된 상태에서 삶이 나에게 요구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수행했다는 데 있었다
나는 보조 의사라도 좋으니 큰 도시로 가고 싶다고 했었지. 하지만 거절당했어.
탈장 환자가 와도? 설명해 보세요, 내가 어떻게 탈장 환자에 익숙해진다는 말입니까? 더구나 내 손길이 닿는 곳마다 탈장 환자가 느낄 고통은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곪아 터진 맹장염은? 아! 더구나 디프테리아에 걸린 시골 아이들은? 기관 절개 수술은 언제 하지? 기관 절개 수술 말고도 어려운 일들이 닥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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