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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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마찬가지로 죽음 또한 자신만의 간주곡과 계절을 지니고 성장해간다

네 죽음은 내 안의 모든 걸 산산이 부서뜨렸다.

마음만 남기고.

사랑한다. 그것 외에 무슨 말을 쓸 수 있을까. 써야 할 문장은 이뿐인데. 이 문장을 쓰도록 알려준 사람은 너였다.

음절 하나하나를 떼어 한없이 느리게,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를 만큼 느리게 천천히 말해야 한다는 걸 알려준 사람은 바로 너였다.

사랑한다. 수백 년 동안 언급되어도 모자란 가장 신비스러운 이 말. 입술을 달싹여 내뱉을 때 느껴지는 감미로움.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 또한 자신만의 간주곡과 계절을 지니고 성장해간다

네 죽음은 내 안의 모든 걸 산산이 부서뜨렸다.

마음만 남기고.

사랑한다. 그것 외에 무슨 말을 쓸 수 있을까. 써야 할 문장은 이뿐인데. 이 문장을 쓰도록 알려준 사람은 너였다.

음절 하나하나를 떼어 한없이 느리게,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를 만큼 느리게 천천히 말해야 한다는 걸 알려준 사람은 바로 너였다.

사랑한다. 수백 년 동안 언급되어도 모자란 가장 신비스러운 이 말. 입술을 달싹여 내뱉을 때 느껴지는 감미로움.

피는 죽은 자들의 혈관에서 더는 흐르지 않으므로, 피를 잃은 자는 죽은 자 주변의 살아 있는 자들이다.

너는 아플 시간도 갖지 못했다. 죽음은 바르바라가 노래한 「검은 독수리」처럼 예고 없이 네 위로 내려앉았다.

죽음을 말할 때는 사랑을 이야기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열정 어린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죽음의 고유한 특성과 사랑의 감미로움에 어울리는 세밀한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있어서도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아야 하며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안다고 믿는 모든 것과, 고통에 대한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필연성에 대한 진부한 모든 말들을 전염병처럼 피해야만 한다는 것을

화가 난 아이는 죽기 위해 보름의 시간이 필요했다.

너의 죽음에서 내가 알 수 없던 것들은 네가 살아 있는 동안에도 알 수 없던 것들이었다

죽음은 마침내 해독할 수 있는 텍스트가 담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나는 너를 빛 속으로 달아나는 심장을 가진, 반항적이고 잡히지 않는 사람으로밖에는 상상할 수 없다.

나는 네가 바로 옆에 있을 때조차 다가갈 수 없는 존재라고 늘 생각했다. 그걸 알면서도 너를 사랑했다.

죽음은 예측할 수 없고, 어디에서든 불쑥 나타나 우리에게 다가온다

네 죽음의 소식은 단속적인 작은 음들로 내게 전해졌다.

너는 눈이 되었고, 라일락이 되었고, 태양이 되었다. 거기서 너를 다시 보게 되어 슬프면서도 행복했다.

첫눈을 보게 되어 기뻤다. 행복하기도 했고 불행하기도 했다. 나는네가 이제는 결코 할 수 없는 것들을 열거해보았다. 너는 이제 더는 결코 눈을 보지 못한다. 너는 이제 더는 결코 라일락을 보지 못한다. 너는 이제 더는 결코 태양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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