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나의 종교 - 세기말, 츠바이크가 사랑한 벗들의 기록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오지원 옮김 / 유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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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한 사람이 동시에 시인, 역사학자, 사회학자, 음악학자로서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느냐고. 20세기 들어 세계가 점차 세분화되면서 보편이 지배하던 시대의 백과사전형 인간은 확실히 드물어졌다.

대학 시절부터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롤랑은 매일 밤 4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일거리가 많은 날에는 20시간씩 독서와 집필과 연구를 하면서도 절대 지치지 않고 환히 깨어 있었다

내면에는 박명이라든지 먼지 쌓이고 그늘진 것, 무질서와 혼란은 존재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이렇게 늘 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은총과 다름없다

한편으로 이것은 고통이기도 한데, 이 잊어버릴 수 없음, 하나의 기억에서 바로 다른 기억으로 이동하는 기억력은 한 사람의 인생을 지나치게 밝은 빛으로 완전히 연소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삼십 권은 족히 되는 그의 저술도 그 자신에게는 미완성으로 여겨질 뿐이다

내면의 움직임이란 결국 외부의 활동성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는 바, 동시대 사람들 중 그만큼 다양하고 먼 곳까지(먼 나라 일본과 불교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지적인 관심을 펼친 이는 없을 것이다.

그의 위대함은 내면에 있지 않고 세계성에 있으며, 머물러 있음에 있지 않고 솟구쳐 흐름에 있다.

톨스토이가 고골처럼 중요한 창작의 시기를 세상의 기준으로는 무의미하다 평가받는 종교적인 사색에 빠져 낭비해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투르게네프를 덮쳐 왔다

누구보다 감각적인 것을 많이 보고 체험했던, 지상의 인간이자 세속적 인간이었던 그는 이전에는 한 번도 형이상학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다

"삶이 갑자기 멈추어 서더니 섬뜩한 것이 되었다."

삶의 역겨움, 생의 권태가 그를 엄습했고, 그는 절망에 빠져 스스로에게 사용하지 않도록 사냥총을 장롱에 넣고 자물쇠를 채웠다.

그의 미래에 기대할 것이라고는 고통, 죽음, 영원한 허무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그렇게는 살 수 없다고 결심했다

삶의 의미를 찾거나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를 쏴 버려야만 했다.

호화로움을 누리는 자들과 빈곤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 사이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사는가?
어떤 이유로 나와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는가?
나와 다른 사람들이 현존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의 분열은 무엇을 의미하며 그것은 어째서 존재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죽음이란 무엇인가?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구원해야 하는가?

"오늘날 소유는 모든 악의 뿌리이다. 그것은 소유한 자들에게도 소유하지 못한 자들에게도 고통의 원인일 뿐이다.

"내 삶의 시간적, 인과적, 공간적 의미는 무엇인가?

정직한 사람은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고찰한다.

"어쩌면 나는 내가 살았어야 하는 방식으로 살아오지 않은 것일지도 몰라.

가장 끔찍하고 타락한 국가의 행태는 바로 현 세기 초에 도입된 일반 병역의무였다.

"내 삶에서 잘못된 것은 무엇인가?"가 "우리 모두의 삶에서 잘못된 것은 무엇인가?"라는 일반론적인 질문으로 확장하며 시대에 대한 비판, 현재에 대한 비판이 되었다

국가의 명령에 따라 처음 보는 사람을 죽이려고 살인 병기를 손에 들고 무작위의 구호(조국, 자유, 국가 같은)를 외치는 것은 톨스토이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 구호들이란 자신의 것도 아닌 소유물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 소유의 개념을 억지로 더 고귀하고 도덕적인 것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 삶의 이유는 무엇이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전쟁에 수반되는 모든 손실, 절도, 방탕함, 강도, 살인 등이 어쩔 수 없었다거나 당연한 것이었다는 거짓된 정당화

100년 동안 광기에 사로잡힌 개개인이 저지르는 정도의 숫자인 100만이 훌쩍 넘는 강도, 방화, 살인 행위가 단 1년 안에 벌어지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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