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
장장년.장영진 지음, 김숙향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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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은 <세계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이지만 사실 비밀이랄 것 까지야, 싶은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제목을 너무 광의한 주제를 포괄하도록 설정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뒤따른다. 그런 것들만 제외한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 책의 효용성을 말할 수 있으리라.
 

 특히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루이14세 재위 기간에 있었던 일인 철가면의 사나이였다. 이 책을 읽다 말고 <아이언 마스크>를 찾아 볼 정도로 구미가 당겼고, 또 흥미진진했다. 그 외에도 십자가가 기독교의 상징이기 이전부터 각종 미신에서 숭배의 대상이었다는 점이나 퀴리 부인의 애국심, 파라오 람세스2세의 미라에 대한 이야기 등 다채로운 소재를 대상으로 하여, 앎의 즐거움을 크게 만들었다. 또, 덕분에 루브르라던가 예루살렘, 폼페이 등 가보고 싶은 유적지와 여행지가 하나하나 늘어가 난감하기도 했다. 허나 세계사로 분류하기 보다는 교양 상식으로 삼기에 적당할 듯 보인다.

 

 저자가 10여년 동안이나 모았다는 일화는 흥미진진하고, 놓치기 아까운 부분들이 많아 금세 읽힌다. 하지만 한꺼번에 몰아서 읽을 성질의 책은 아닌 것 같다. 짬짬이 시간 날 때마다 한 두 챕터씩 숨을 몰아가며 읽는다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책 제목 외에도 안타까운 점은 삽화가 많긴 했으나 컬러가 아니어서 흑백의 음영만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사진도 있었다는 것과 주석이 잘못 달린 것들이 있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런 점은 출판사에서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 본다.

 

 알고 보아야 더 재미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 점에서 이 책은 그런 지식을 습득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었던 것 같다. 역사소설 한 권을 읽더라도 진짜 역사를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읽는 것은 다르고, 유적지 한 곳을 둘러 보더라도 유적지와 얽힌 역사와 설화 등을 알고 감상하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나온 폼페이를 둘러 보는데, 천여년 동안 화산재에 감춰져 있던 도시라는 것을 모르고 둘러 본다면 재미가 덜하지 않겠는가. 또 다른 예로 타지마할이 무덤인지도 모르고 둘러 보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역사의 뒤안길에 감춰진 이야기가 역사가의 구미에 맞는 내용은 아니겠지만, 일반 독자들이나 여행객에게는 분명 흥미진진하다. 나 또한 경주박물관에 있는 에밀레종을 볼 때, 어린 마음에 에밀레종의 설화를 얼마나 가슴 아프게 기억했던가. 그렇기에 에밀레종을 보던 때의 감동이 더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세계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에서 정말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익히 알려고 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들을 재미있게 구성하여 알려주고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물론 이 책조차 제대로 된 역사를 알고 읽지 않는다면, 별 재미가 없을 것이다.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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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6
알레산드라 프레골렌트 지음, 임동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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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질난다. <루브르 박물관>을 다 보고 나서야 든 생각이었다. 이 책만 가지고 당연히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쩌면 직접 루브르에 가서 보더라도 대만족하지는 못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에 손꼽히는 프랑스, 프랑스하면 파리가 생각나고, 파리하면 루브르가 생각난다. 아니, 루브르 때문에 프랑스 파리가 가보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그런 내게 루브르의 반의 반도 못 보여준 이런 작은 책으로 만족하라는 것은 너무 힘겨운 부탁이다. 덕분에 루브르에 가보고 싶은 나의 욕망만 한층 더 커졌다.

 

 폴 세잔은 루브르에는 "모든 것이 있으며,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그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사랑 할 수 있다"고 했다. 루브르에 모든 것이 있다는 말은 그만큼 오래되고 다양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직접 루브르에 간 감상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영감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 역대 프랑스 왕들의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게 보인다. 특히나 <아이언 마스크>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관심이 가던 루이 14세는 물론, 루이 13세, 프랑수아 1세의 소장품들이 다량 있다고 하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질은 물론 양에서도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루브르, 이 책을 읽기 전은 물론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관심 1위 박물관이다. 더불어 레오밍 페이의 유리 피라미드를 꼭 보고 싶은 소망이다. <다빈치 코드> 이후 더욱 유명해진 유리 피라미드, 직접 본다면 굉장히 아름다울 것 같아 벌써부터 설레인다. 루이 14세 이전에 왕궁이었던 루브르 궁 자체도 얼마나 아름다울지.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유별나다. 그렇기에 옛 작품들까지 모은 미술관, 박물관 등이 생긴 것이리라. 그것들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옛것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아름다움을 향한 오매불망한 사랑이 총집결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바로 그 열망 때문에 아름다움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리라.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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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행복하라 -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
박준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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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두꺼운 책 한 권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간단하다. 진짜 뉴욕을 보고 싶다면 가이드북을 버리라는 것이 첫째요, 뉴욕 토박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 둘째다. 특히 뉴욕 토박이가 거의 없다는 말은 뉴요커의 대부분이 어쩔 수 없이 뉴요커인 것이 아니라, 뉴요커가 되기를 원해서 뉴요커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열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모두가 제 꿈을 찾아 선택한 곳이 바로 뉴욕이기 때문에. 제목도 <네 멋대로 행복하라>이지 않은가.

 

- 당신은 당신일 뿐이야. 어떤 일을 하며 살겠다고 결정하는 건 당장 죽을지 살지를 결정하는 건 아니잖아. 그런데 그걸 왜 그렇게 어려워하지? (195쪽)

 

 모두들 그런 마음가짐으로 뉴욕에 온 것이다. 책의 2/3를 차지하는 뉴요커 인터뷰는 그런 사람들로 모여 있다.

 

- 당신 인생은 오로지 당신 것이다. 변하지 않는 행복과 안정된 삶은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데서 온다. 가슴 안에 품었던 뜨거운 불덩어리 같은 열정을 기억하는가? 청춘은 나이와 상관없다. 얼마 살지도 않는 삶, 당신의 길을 가라. (388쪽)

 

 박준이 이야기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몇 개월을 뉴욕에서 지냈을 뿐이지만, 그 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꿈과 열정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것이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열정이 있지 않았던가. 나의 길을 가리라, 다짐했지만 어느샌가 세상에 타협하고 있지 않았던가. 오롯이 나의 것인 삶, 그것을 타협하려 하지 않았던가. 문득 부끄러움이 떠올랐다.

 

 <네 멋대로 행복하라>에는 아름다운 관광지나 둘러 보지 말고, 뉴욕의 진짜 삶을 보라고 한다. 비슷한 질문을 비슷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슷하게 읊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이 뉴요커의 삶이라 말한다.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그 곳에 가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다. 하지만 이 곳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이 그 곳에서는 이루어지리라 생각치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서 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싶다. 손에 잡히는 대로 흘러가는 삶이 아닌, 내가 개척하는 삶에서 주인공이 되고자 한다. 뉴욕은 다만 하나의 표상일 뿐이다. 그 곳에서는 노력하는 자들에게 그에 걸맞는 보상이 주어진다고들 말하고 있지만, 뉴욕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다면 그것을 바꾸는 것 또한 멋진 일이 아닐까. 내가 그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지나친 꿈이라 생각하지 않으련다. 나에게 달렸다는 것을, 잊지 않으련다.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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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올바른 베드타임 스토리
제임스 핀 가너 지음, 김석희 옮김 / 실천문학사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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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적당한 예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최근 탐독한 은희경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 「날씨와 생활」이라는 단편을 보면 좀 황당한 인물이 나온다. 황당하다고는 하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동화 속에 빠져 왕자님이 자신을 성으로 데려 가거나 막대한 유산을 받게 해줄 진짜 가족을 만날 것이라고 꿈꾸는 소녀B가 그 주인공이다. 그렇게 되면 어차피 살던 곳을 떠날 것이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에게 정을 붙이지 않고 홀로 동화에만 빠져 있는 것이다.
 

 <세라 이야기>나 <세드릭 이야기>, <신데렐라>적인 이러한 사고는 어린이라 할지라도 길러 주어서는 안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커가면서야 비로소 하게 되었다. 하지만 각 방송사마다 이러한 사고방식에 입각한 드라마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된다. 동화는 물론 좋은 것이지만 이런 의존적인 사고는 분명 문제가 있다. 제임스 핀 가너는 이것을 바로 잡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치적으로 올바른 베드타임 스토리>를 써낸 것이다.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PC동화집을 써내었다고 말하는 그는 '마이너리티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은 '다원문화적인'과도 일맥상통한다. 동화 속에 숨겨진 남성중심적, 백인중심적, 부르주아중심적, 유럽중심적인 사고방식, 다시 말해 종차별적,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계급차별적, 문화차별적 편견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독자들이 이러한 차별과 편견에서 해방되길 바라는 마음에 동화를 각색했다. 물론 이것은 어린이의 '베드타임'에 바로 들려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동화적 상상력의 저해에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각 단어에 대한 이해력이나 배경지식이 모자라는 탓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나같은 성인에게 차별과 편견에 대한 옳고 그름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고 있으며, 이것을 어린이에게 설명해 줄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책 속의 문장들은 말장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PC(Politically correct)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어, 애매한 문장을 피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굳이 설명하려 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꽤 해학적이며,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코미디이다. 허나, 이 해학을 단순한 소극(笑劇)으로만 이해하면 곤란하다. 의표를 찌르는 풍자적 해학이라는 것을 충분히 주지해야 할 것이다.

 

- 모두 제 마누라 탓입니다. 마누라가 임신했는데, 마님의 싱싱한 상추를 먹고 싶어서 못견디겠다지 뭡니까. 제발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물론 결손 가정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죽으면 앞으로 태어날 제 아이는 안정된 구존(具存) 가정에서 자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제발 저를 죽이지 마세요. 제 아이한테서 안정된 가족 구성을 빼앗지 말아 주세요. (「라푼첼」, 52쪽)

 

 마녀의 밭에 심겨진 상추를 도둑질하다가 들킨 땜장이는 이렇게 하소연한다. 또 라푼첼의 머리카락을 타고 몰래 올라가 그를 만난 왕자는 라푼첼을 자본주의체계의 흐름에 편입시키려 한다. 갑자기 등장한 마녀가 왕자를 죽이려 들지만, 왕자는 마녀에게 매니저 직을 줄테니 라푼첼의 노래를 팔자며 꼬인다. 마녀가 이에 넘어가자, 화가 난 라푼첼은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도중 몰래 성을 탈출해서 도시로 간다.

 

- 그후 그녀는 '음악의 무료 보급을 위한 기금'이라는 비영리재단을 설립하고, 머리카락을 잘라서 기금 모금을 위한 경매에 내놓았습니다. 그녀는 평생 동안 카페와 갤러리에서 무보수로 노래를 불렀고, 그녀의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짓은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라푼첼」, 60쪽)

 

 PC동화 라푼첼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자본주의에 대한 맹렬한 일갈을 퍼붓는 것이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다른 이야기들도 이런 식으로 풀어 나간다. 가너는 이 책이 다른 작가들의 올바른 상상력에 자극제가 되고,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허나 빠뜨린 것이 하나 있다. 이 책은 분명 작가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되리라.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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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강화 범우문고 129
이태준 지음 / 범우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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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시의성이 그닥 중요치 않은 글이 있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도 그 중 하나이다. 이미 반 세기가 훨씬 지난 탓에 그가 인용한 글들의 예스러운 문체가 아쉬운 점이기는 하나, 그것이 정제된 우리말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크게 지적할만한 사항은 아닌 줄로 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작문 관련 서적 중에 <문장강화>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있을까. 나 또한 마찬가지라서 그의 글을 인용할 일이 있는 바람에 <문장강화>를 들춰 본 적이 있으나, 이제사 정독하게 된 것은 참으로 유감이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 허나 안타까운 점은 범우문고판으로 소장하는 바람에 몇 항목이 빠져 있어, 완전하지 못 하다는 점이다. 전문이 아닌 축약본이라는 점을 알지 못했던 것이 두 벌 일을 하게 된 낭패의 원인이었다. 허나 일이 귀찮게 되었다고 해서 전문을 새로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에는 다름이 없다.

 

 각설하고, <문장강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삼는 점을 꼽아 본다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첫째로 말짓기요, 둘재로 개인 본위요, 셋째로 새로움이다. 글짓기가 아닌 말짓기를 주안점으로 삼은 까닭은 우리가 표현하려는 것이 마음이요 생각이요 감정인 탓이다.

 

 첫째, 말짓기란 글을 죽이더라도 말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하려는 본래의 뜻과 가까운 것은 글보다 말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서 말하는 것과 같이 쓰는 것은 곤란하다. 낭독을 위한 글이나 비문과 속어 등을 사용한 글은 이미 문장으로써의 자격을 상실하는 탓이다.

 

 둘째, 개인 본위의 문장작법을 내세운 것은 현대 문화 만반에 있어 개인적인 것을 강렬히 요구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문장이나 사상을 널리 또 정확하게 표현하기에 문장만한 것이 또 있을까. 따라서 개인적인 것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방식을 연구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새로운 문장을 위한 작법을 주요히 여긴 것은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새롭다는 의미에서다. 즉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까닭은, '오늘'이 '어제'를 향해 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향해 흘러가기 때문이다. 호적(胡適)의 <문학개량추의(文學改良芻議)>에서 전고(典故)를 일삼지 말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문장 본연의 임무인 표현을 위해 말짓기를 주요히 삼고, 개인적인 것을 새롭게 쓰는 것은 이치에 타당하게 보인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것이며, 다른 것과 같을 수 없으니 새로운 문장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다면 참신함의 지향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의 것을 온전히 전할 수 없다는 문제가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말과 글이지만, 이와 같은 유의점을 염두에 두고 쓴다면 새롭고 훌륭한 글이 될 만하다.

 

 이렇게 하여, 완성된 글을 다듬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글이라도 보고 또 보고, 다듬고 또 다듬는 것이 퇴고이며, 퇴고란 글을 따져보고 내놓는 것이다. 만족할 수 있을만큼 퇴고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된 글이라 하겠다. 이를 소홀히 하면,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하여도 본래 뜻을 온전히 전하기 어려울 것은 당연지사다.

 

 이태준은 <문장강화>에서 그것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받아 들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반 세기가 넘도록 표표히 유영하는 그의 글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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