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강화 범우문고 129
이태준 지음 / 범우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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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시의성이 그닥 중요치 않은 글이 있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도 그 중 하나이다. 이미 반 세기가 훨씬 지난 탓에 그가 인용한 글들의 예스러운 문체가 아쉬운 점이기는 하나, 그것이 정제된 우리말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크게 지적할만한 사항은 아닌 줄로 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작문 관련 서적 중에 <문장강화>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있을까. 나 또한 마찬가지라서 그의 글을 인용할 일이 있는 바람에 <문장강화>를 들춰 본 적이 있으나, 이제사 정독하게 된 것은 참으로 유감이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 허나 안타까운 점은 범우문고판으로 소장하는 바람에 몇 항목이 빠져 있어, 완전하지 못 하다는 점이다. 전문이 아닌 축약본이라는 점을 알지 못했던 것이 두 벌 일을 하게 된 낭패의 원인이었다. 허나 일이 귀찮게 되었다고 해서 전문을 새로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에는 다름이 없다.

 

 각설하고, <문장강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삼는 점을 꼽아 본다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첫째로 말짓기요, 둘재로 개인 본위요, 셋째로 새로움이다. 글짓기가 아닌 말짓기를 주안점으로 삼은 까닭은 우리가 표현하려는 것이 마음이요 생각이요 감정인 탓이다.

 

 첫째, 말짓기란 글을 죽이더라도 말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하려는 본래의 뜻과 가까운 것은 글보다 말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서 말하는 것과 같이 쓰는 것은 곤란하다. 낭독을 위한 글이나 비문과 속어 등을 사용한 글은 이미 문장으로써의 자격을 상실하는 탓이다.

 

 둘째, 개인 본위의 문장작법을 내세운 것은 현대 문화 만반에 있어 개인적인 것을 강렬히 요구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문장이나 사상을 널리 또 정확하게 표현하기에 문장만한 것이 또 있을까. 따라서 개인적인 것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방식을 연구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새로운 문장을 위한 작법을 주요히 여긴 것은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새롭다는 의미에서다. 즉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까닭은, '오늘'이 '어제'를 향해 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향해 흘러가기 때문이다. 호적(胡適)의 <문학개량추의(文學改良芻議)>에서 전고(典故)를 일삼지 말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문장 본연의 임무인 표현을 위해 말짓기를 주요히 삼고, 개인적인 것을 새롭게 쓰는 것은 이치에 타당하게 보인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것이며, 다른 것과 같을 수 없으니 새로운 문장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다면 참신함의 지향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의 것을 온전히 전할 수 없다는 문제가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말과 글이지만, 이와 같은 유의점을 염두에 두고 쓴다면 새롭고 훌륭한 글이 될 만하다.

 

 이렇게 하여, 완성된 글을 다듬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글이라도 보고 또 보고, 다듬고 또 다듬는 것이 퇴고이며, 퇴고란 글을 따져보고 내놓는 것이다. 만족할 수 있을만큼 퇴고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된 글이라 하겠다. 이를 소홀히 하면,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하여도 본래 뜻을 온전히 전하기 어려울 것은 당연지사다.

 

 이태준은 <문장강화>에서 그것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받아 들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반 세기가 넘도록 표표히 유영하는 그의 글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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