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카의 괴조학 1 - Extreme Novel
아키라 지음, 인단비 옮김, 에나미 카츠미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아키라(日日日)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하여 신인상 5관왕을 휩쓰는 화려한 경력과 라이트노벨에 한정되지 않는 집필욕에 이끌려 접하게 된 작가의 <소녀, 아득히 먼 곳으로(ち?ちゃんは悠久の向こう)>라는 쥬브나일 호러 작품을 읽었을때의 감상은 '미숙하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작가'였다. 그러나 그런 그의 최신작을 읽어보고 싶어 구매한 <안다카의 괴조학(アンダカの怪造學)>을 읽은 감상은 '처참하다'로 일축할 수 있겠다.


 끝없이 멀고도 가까운 이계(異界) 안다카. 이것은 암흑에 서식하는 몬스터를 이쪽 세계로 소환하는 ‘괴조(怪造)’가 일반적인 일이 된 시대의 이야기다. 

 괴조생물과 공존할 수 있는 세계를 꿈꾸는 소녀 스카이 이요리는 희망을 품고 코코로 괴조고등학교에 입학한다. 꿈을 이룰 길이 열린 것에 기뻐하며 입학하지만, 그녀의 실습담당 선생님이 소환한 괴조생물 때문에 말도 안 되는 대사건에 휘말려드는데…?!


 읽는 내내 어릴적 열광했던 '포켓몬스터'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단순히 괴조 생물(포켓몬)을 소환하여 다루는 괴조 학자(트레이너)라는 눈에 보이는 설정 때문에 포켓몬이 연상되었던 것은 아니다. 비슷한 소재의 책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어릴적 한창 포켓몬스터를 재미있게 보던 도중 쓰러진 포켓몬을 부여잡고 울면서 눈물을 한방울 떨어뜨리자 그 쓰러진 포켓몬이 다시 살아나는 장면이 있었다. 어린 시절임에도 어이 없는 마음을 참을 수 없었던 재미있는 장면인데, 이 책에서 나온 괴조 생물과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는 공상과 꿈에 가득 찬, 현실적이지 못하며 곤란한 상황이 오면 일단 울고보는, 꿈과 다르게 유약한 소녀 스카이 이요리라는 주인공과 마지막에 가서는 분노에 불타오르면 어떤 강대한 적이라도 물리치고 눈물만 흘리면 죽었던 친구도 살아난다는 안일한 설정이 이 장면에서 느꼈던 유치함과 다를바 없었다. 만약 눈물을 떨궈서 죽은 사람을 살아나게 할 수 있다면 백만번도 더 울고 분노로 모든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천만번도 더 화를 냈을 것이다. 판타지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너무나 현실성이 결여된 유치한 이야기에 어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미숙하고 무언가 부족한 아쉬운 글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번에 보여준 아키라(日日日)의 글은 너무나 처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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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룡 사건 - Faust Novel 카도노 코헤이의 사건 시리즈 1
카도노 코헤이 지음, 문정훈 옮김, 카네코 카즈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최근 빠져있는 사토 유야(佐藤友哉) 뿐만 아니라 지금이야 그의 글에 실망해 싫어하는 지경까지 왔지만 <헛소리 시리즈>나 <데스노트>을 출판하던 시절만 하더라도 굉장히 좋아하던 니시오 이신(西尾維新), 이 외에도 나스 키노코(奈須きのこ) 등의 유명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며 라이트노벨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 그의 글은 매번 읽고 싶었었지만 항상 '오래된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해-최근에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나로서는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 유명하다는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데뷔작인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ブギ?ポップは笑わない)>조차 읽지 않았으니 말 다했다. 그러던 도중 최근 파우스트 박스의 소설들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사건 시리즈>가 정발 된것을 보게되었고 딱 보기에도 명확하게 구시대적인 표지 디자인과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구매해 읽게 되었다.(역시나 고단샤 노벨즈 작품)



용이 살고 있는 도시, 로미아잘스. 그곳에서 일어난 전쟁을 조정하기 위하여 캇타타 국의 레제 리스캇세 대위와 칠해연합의 히스로우 크리스토프 소령, 그리고 전지조정사(戰地調停士) ED가 로미아잘스에 파견된다. 
그러나 도착한 시가지는 예상 외로 고요하고 전쟁 중이라는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용의 수호를 받고 있다는 이 도시만의 특수성 때문일까 하고 의아해하는 리스캇세 대위와 히스로우 소령에게 ED는 용을 만나러 가 보자며 제안한다. 그렇게 용이 있는 동굴에 도착한 그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건의 현장이었다. 다름 아닌 불사신인 용이 죽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금속 막대기에 찔린 채. 

일국의 군대로도 전혀 상대할 수 없는 존재인 용이, 결계로 인해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동굴, 즉 밀실에서 살해된 사실에 아연실색한 리스캇세, 히스로우, 그리고 ED. 마침 그때 로미아잘스의 수령이 나타나고 용의 죽음을 확인한 수령은 셋을 범인으로 의심한다.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그때, 전지조정사 ED가 범인을 잡아 오겠다며 모두의 앞에서 호언한다. 수령은 한 달이라는 시간 안에 범인을 찾아오지 못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저주를 ED에게 걸고, ED는 리스캇세 대위, 히스로우 소령과 함께 용의 죽음에 관련된 용의자 6명을 만나러 혼돈의 세계로 떠나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구시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표지와 달리 글은 정말 순수하게 재미있었다. 등장 인물들을 이용한 깊이있는 이야기에는 정말 깜짝 놀랐지만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도 이야기 자체가 정말 순수하게 재미있다. 실제로 2000년에 출판된 책이라 '구시대적'이라고 말할것도 없이 구시대의 책이지만 이런 책은 세월을 타지 않는다. 그가 만들어낸 나라간의 대립과 용에 관련된 세계관은 흥미진진했고 용을 살해한 범인을 찾기위해 최근 용을 만난 용의자들을 찾아다니며 만들어낸 각각의 사건과 그곳에서 드러나는 깊이있는 이야기는 과연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라고 할만했다.
 사실 이 책은 미스테리적 요소는 그리 높지 않다. 전지조정사 ED와 그 동료들은 용을 살해한 용의자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한달동안 세계일주를 하는 엄청난 여행을 하게되지만 정작 마지막의 결말은 그리 큰 반전을 보여주지 않은, 솔직히 맥을 빠지게 만든 미스테리 추리물 답지 못한 해답. 거칠게 말하자면 어처구니가 없는, 납득할 수 없는 해답이라 이 책은 미스테리물로서는 만족스러운 재미를 주지 못했다. 오히려 이 책에 반하게 된 부분은 미스테리도, 그렇다고 판타지도 아닌 문장으로 표현하기는 조금 애매한(사실 문장이란것은 지금이라도 쓰러질듯한 허약체질 같은 것이다) 각 등장인물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깊이있는 내면 묘사라던지, 속내라던지 그런 잡힐듯 하면서 잡히지 않는 두리뭉실한 것이다.
 <살룡사건(殺?事件)>은 '리제 리스캇세'라는 여성 화자의 시점으로 서술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전지조정사인 ED이다. '나'라는 2인칭 화자를 통하여 이야기를 진행하면서도 ED의 알 듯, 모를 듯한 속내를 표현한것이 놀랍고 재미있다. 정작 세계에 23명밖에 없다는 전지조정사인 ED지만 실제 이 책에서 드러난 ED는 전투능력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캐릭터인 것도 마음에 든다.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워낙 특이한 작가들인지라 읽기 전에는 엄청난 괴작이나 싸이코같은 소설을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평범하고 순수한 판타지 노벨이었다.(역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되는 것인지...)
 살룡사건(殺?事件)이라는 책만 보자면 그리 특별한 요소는 없는 판타지 소설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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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아득히 먼 곳으로
아키라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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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번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아키라(日日日)라는 작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다. 고등학생 시절 데뷔하자마자 신인상 5관왕을 휩쓸고 17살에 17개의 장편을 완성했다나... 나는 17살에 뭘 하고 있었지? 음... 떠올리지 말자. 무엇보다 라이트노벨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책 <소녀, 아득히 먼 곳으로(ち?ちゃんは悠久の向こう)>는 벚꽃잎으로 둘러쌓인 공간에 아름다운 표정을 짓고있는 핑크빛의 상큼한 표지와는 다르게 순정물이 아닌 쥬브나일 호러 작품이다.


 일그러진 세계관에 싸이코틱한 캐릭터, 그리고 반전과 호러를 담은 미스테리한 이야기. 그 모든것이 나를 매력적으로 끌어당겨 손에 잡게 된 책이었으나 작가의 화려한 경력과는 다르게 다소 실망스러웠다. 완전히 재미없어서 벽에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의 저질스러운 책은 아니었고 젊은 작가의 나이와 다작과 속필을 하는 작가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놀라운 책이었으나 역시 젊은 나이라서 그런지 글 속에 무게라던지 미스테리물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의미심장함이 담겨있지 않아 유치하고 가벼워보였다. 특히 이 책의 소재인 '유령'같은 오컬트 요소와 그 유령을 볼 수 있게된 '치짱'이라는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서술한 세계관등을 이야기할 때 이 유치함을 느꼈다. 이 장르에서는 너무나 흔한 이야기 패턴이라 식상했고. 마지막의 반전과 결말은 싱거웠다.

 그래.
 취향에는 맞았지만 그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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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 피아노 - 카가미 소지가 되돌리는 범죄
사토 유야 지음,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최근 흠뻑 빠져있는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ガ)> 시리즈는 일그러진 세계관과 폭력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묘사. 미스테리한 이야기와 반전. 그리고 정신병자같은 등장 인물들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이 싸이코같은 글이 취향에 맞았는지 어릴적 읽었던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데뷔작인 <플리커 스타일(フリッカ?式)>에서 그 넘치는 에너지와 방향성 없는 무조건적인 증오에 충격을 받았고 얼마 전에 읽게 되었던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エナメルを塗った魂の比重)>에서는 흐트러져 있던 이야기들이 뭉쳐서 만들어 낸 반전과 알 듯 모를 듯 느껴지던 미스테리하고 감각적인 묘사에 담긴 이야기를 깨달았을 때의 쾌감과 놀라움이 독서욕에 불을 지폈다.


 끝을 알 수 없는 수면 아래로 서서히 잠겨가는 절망적이고 충격적인 세상! 세 명의 ‘내’가 1인칭 시점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 독특한 작품. 세 이야기에 등장하는 ‘나’는 모두 나이도 다르고 살아가는 환경도 다르다. 비슷한 점은 모두 홋카이도에 살고 있다는 것 말고는 없다. 세 이야기 속의 ‘나’는 모두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망가져 버린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채팅으로 알게 된 소녀에게 집착하는 ‘나’, 가족들의 욕심으로 인해 뇌가 망가진 여동생에 의해 죽어가는 ‘나’, 그리고 동급생 소녀를 불행하게 만드는 ‘놈’을 없애기 위해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나’. 작가는 이렇게 비상식적인 주인공들의 불행과 광기 어린 모습을 이야기의 주축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암울하며 어딘가 불안한 분위기를 풍긴다. 『플리커 스타일』,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에 이어 사토 유야가 그려나가는 카가미 가(家) 7남매들의 연작 스토리 중 세 번째 이야기.


 하지만 이 3권인 <수몰피아노(水?ピアノ)>를 읽고는 어느정도 실망을 하게된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정상적인 소설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야기 구성 자체나 흥미, 재미, 그리고 반전을 깨닫는 쾌감에 대해 말하자면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エナメルを塗った魂の比重)> 쪽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사토 유야(佐藤友哉) 특유의 일그러진 이야기는 여전했지만 이전의 에나멜이나 플리커에 비하면 너무나 평범하고 정상적인 이야기와 반전이 너무나 아쉬웠다. <플리커 스타일(フリッカ?式)> 때에도 어느정도 상식인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번에 제대로 다뤄진 카가미 소지는 생각보다 더 멀쩡한 등장 인물이었다. 나락을 향해 달려가는 집안에 환멸을 느끼고 도망쳐 나와 큰아버지의 집에서 살아가고, 친구들이 많으며, 술을 잘 마시고, 서양 음악을 듣고, 패션숍을 쇼핑하는 카가미 소지는 약간 삐뚤어졌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잘 노는 사회인 그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이 조차도 작가가 의도한 바였겠지만 읽는 내내 소지에 대한 호감도는 떨어져 나중에는 카가미 가문 사람들 중 가장 바닥을 치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아는 지인은 "왜 정상적인 등장 인물을 그렇게 혐오하냐"고 말했지만......

 이번 이야기도 역시 여러 시점에서 서술되던 세 이야기가 나중에 하나의 큰 흐름으로 합쳐져 반전을 드러내는 사토 유야(佐藤友哉) 특유의 진행 방식을 따르고 있다. 여동생에게 한명씩 차례로 살해당하는 가족의 이야기. 악의에 둘러쌓인 소녀를 지키기 위한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 세상에 패배하여 무력하게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 소녀를 지키기 위한 소년의 이야기. '코우'의 이야기는 그 비정상적임과 반전에 재미있게 읽었지만 나머지 두 이야기는 마지막의 반전을 위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만 있을 뿐 한마디로 너무나 싱거웠다.

 <수몰피아노(水?ピアノ)>가 지금까지 읽었었던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ガ)> 시리즈 중 가장 정상적인 이야기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그 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다가왔다. 마치 사토 유야(佐藤友哉)가 대중에 타협하고 일반인의 시각으로 다운그레이드 시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권들에서 느껴지던 엄청난 에너지는 느껴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무력한 문장만 이어졌다.(이야기 자체가 '무력감'이라는 소재에 집중해있는 탓도 있겠지만.)

 기대보다 실망스러웠지만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ガ)> 시리즈를 손에서 놓을 생각은 없다. 책의 띠지를 보니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ガ)> 4권인 <카가미 자매의 나는 교실(鏡姉妹の飛ぶ?室)>가 '곧 정발된다'라고 쓰여져 있었지만 2008년에 정발되었던 <수몰피아노(水?ピアノ)> 이후 몇년이나 지났는가. <카가미 자매의 나는 교실(鏡姉妹の飛ぶ?室)>은 원서로 구매해서 읽어야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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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2 - Ash to Wish
아사이 라보 지음, 이형진 옮김, 미야기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사이 라보(淺井 ラボ)의 대표작답게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されど罪人は龍と踊る)> 시리즈는 그로테스크한 소재와 발 아래에 암운이 깔리는 듯 한 어두운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이번 권은 전권보다 한층 어둡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았다. 독재자에게 눈 앞에서 사랑하는 이를 능욕당하고 동료가 하나하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미쳐가는 비운의 천재 레메디우스의 이야기는 처절하다 못해 안타깝고 그 모습을 서술하는 센텐스에서는 광기까지 느껴진다.

 물리법칙을 변이시키는 주식을 사용하는 공성주식사인 가유스와 기기나는 오늘도 가혹한 에리다나 거리에서 살아간다. 경찰에게서 사악한 ‘다른 차원으로부터의 침입자’에 의한 연쇄 살인사건의 해결을 의뢰받고 마지못해 사업상 라이벌인 랄곤킨 주식사 사무소와 공동으로 전투를 하게 된다. 그리고 거대 주식기업 라즈엘 사로부터는 반정부 조직의 인질이 된 레메디우스 박사와 거액의 몸값 교환에 입회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상관이 없는 줄 알았던 두 가지 사건은 에리다나 거리를 무대로 하여 광기의 유희가 되어간다. 라이트노벨 사상 최악의 수수께끼와 비극이 교차하는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시리즈 제2권. 눈을 크게 뜨고 보시라!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されど罪人は龍と踊る)>는 항상 선,악의 애매함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부분이 인상깊다. 이번 이야기의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레메디우스의 입장에서 보면 독재자는 적이고, 주인공인 가유스와 기기나의 입장에서 보면 레메디우스는 적이며, 그 모두에게 몰딘과 제노비아는 적이다. 하지만 글에서는 독재자의 광기에 찬 눈 속에 담긴 슬픔과 웃으면서 우는듯한 비탄의 표정을 서술한다. 독재자는 레메디우스에게 묻는다. "그러면 어떻게 이 우르문의 문제를 해결하지?". 레메디우스는 대답하지 못한다. 광기에 빠진 레메디우스는 가유스와 기기나에게 묻는다. "어떤 방법이라면 우르문의 민중을 구할 수 있지?". 가유스와 기기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제노비아는 '50명을 위해서는 49명을 죽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독재 정치에 힘겨워하는 '우르문'이라는 나라를 중심에 두고 독재 정치에 힘들어하는 우르문의 민중을 구하기 위해 반란을 획책하는 비운의 천재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동반한 싸움을 하는 공성주식사들, 그리고 자신의 나라를 위하여 일종의 자괴감을 느끼며 거대한 정지적 음모를 꾸미는 삐뚫어진 두뇌를 가진 정치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전에도 정치적 음모와 그것을 풀어나가는 주인공들의 추리 요소가 들어갔었지만 주된 주제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용의 복수라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독재자에 대항하는 천재의 비극이 어루어져 전권보다 한층 스릴있었다. 그곳에 더해 기기나와 가유스의 대단한 점도 부각되고, 주인공들은 '공성주식사끼리는 모두 적이다'라며 틱틱대지만 사실은 아버지처럼 존경하고 있는 랄곤킨과의 우정, 상처투성이인 기기나와 가유스의 과거도 살짝 보여줘 실로 만족스러운 한권이다.

 매 권마다 4~500페이지라는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기 때문에 내용면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굉장히 무겁지만, 어둡고 일그러진 세계관에 판타지 액션과 미스테리한 요소, 재미가 섞여 스스로도 놀랄만큼 순식간에 읽어나갔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무거운 글 속에 지루함을 담지 않는다는 것이 아사이 라보(淺井 ラボ)의 대단한 점이다. 주인공인 가유스와 기기나가 심각한 이야기 속에서도 발휘하는 하이센스의 유머는 감탄스럽다.

 어두운 세계관에 판타지 액션, 그리고 매 권마다 무거운 단편적인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에서 이전에 읽었었던 야마가타 이시오(山形石雄)가 쓴 <싸우는 사서와 사랑하는 폭탄(戰う司書と戀する爆彈)>와 많은 공통점이 느껴진다.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것까지 비슷한 부분이다. 다만 <싸우는 사서> 시리즈가 단편적인 이야기에 집중한 나머지 주인공의 이야기를 조금도 다루지 못하여 지루함에 손에서 놨던것과 달리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されど罪人は龍と踊る)>은 몇가지의 이야기가 섞인 주제와 함께 주인공의 이야기와 세계관을 중심으로 다룬 거대한 흐름을 제대로 써낸다.

 어째서 이렇게나 재미있는 책이 인기가 없는지 안타깝다.
 두께에 비해 너무나 적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일러스트는 아쉬웠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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