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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2 - Ash to Wish
아사이 라보 지음, 이형진 옮김, 미야기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사이 라보(淺井 ラボ)의 대표작답게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されど罪人は龍と踊る)> 시리즈는 그로테스크한 소재와 발 아래에 암운이 깔리는 듯 한 어두운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이번 권은 전권보다 한층 어둡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았다. 독재자에게 눈 앞에서 사랑하는 이를 능욕당하고 동료가 하나하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미쳐가는 비운의 천재 레메디우스의 이야기는 처절하다 못해 안타깝고 그 모습을 서술하는 센텐스에서는 광기까지 느껴진다.
물리법칙을 변이시키는 주식을 사용하는 공성주식사인 가유스와 기기나는 오늘도 가혹한 에리다나 거리에서 살아간다. 경찰에게서 사악한 ‘다른 차원으로부터의 침입자’에 의한 연쇄 살인사건의 해결을 의뢰받고 마지못해 사업상 라이벌인 랄곤킨 주식사 사무소와 공동으로 전투를 하게 된다. 그리고 거대 주식기업 라즈엘 사로부터는 반정부 조직의 인질이 된 레메디우스 박사와 거액의 몸값 교환에 입회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상관이 없는 줄 알았던 두 가지 사건은 에리다나 거리를 무대로 하여 광기의 유희가 되어간다. 라이트노벨 사상 최악의 수수께끼와 비극이 교차하는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시리즈 제2권. 눈을 크게 뜨고 보시라!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されど罪人は龍と踊る)>는 항상 선,악의 애매함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부분이 인상깊다. 이번 이야기의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레메디우스의 입장에서 보면 독재자는 적이고, 주인공인 가유스와 기기나의 입장에서 보면 레메디우스는 적이며, 그 모두에게 몰딘과 제노비아는 적이다. 하지만 글에서는 독재자의 광기에 찬 눈 속에 담긴 슬픔과 웃으면서 우는듯한 비탄의 표정을 서술한다. 독재자는 레메디우스에게 묻는다. "그러면 어떻게 이 우르문의 문제를 해결하지?". 레메디우스는 대답하지 못한다. 광기에 빠진 레메디우스는 가유스와 기기나에게 묻는다. "어떤 방법이라면 우르문의 민중을 구할 수 있지?". 가유스와 기기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제노비아는 '50명을 위해서는 49명을 죽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독재 정치에 힘겨워하는 '우르문'이라는 나라를 중심에 두고 독재 정치에 힘들어하는 우르문의 민중을 구하기 위해 반란을 획책하는 비운의 천재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동반한 싸움을 하는 공성주식사들, 그리고 자신의 나라를 위하여 일종의 자괴감을 느끼며 거대한 정지적 음모를 꾸미는 삐뚫어진 두뇌를 가진 정치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전에도 정치적 음모와 그것을 풀어나가는 주인공들의 추리 요소가 들어갔었지만 주된 주제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용의 복수라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독재자에 대항하는 천재의 비극이 어루어져 전권보다 한층 스릴있었다. 그곳에 더해 기기나와 가유스의 대단한 점도 부각되고, 주인공들은 '공성주식사끼리는 모두 적이다'라며 틱틱대지만 사실은 아버지처럼 존경하고 있는 랄곤킨과의 우정, 상처투성이인 기기나와 가유스의 과거도 살짝 보여줘 실로 만족스러운 한권이다.
매 권마다 4~500페이지라는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기 때문에 내용면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굉장히 무겁지만, 어둡고 일그러진 세계관에 판타지 액션과 미스테리한 요소, 재미가 섞여 스스로도 놀랄만큼 순식간에 읽어나갔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무거운 글 속에 지루함을 담지 않는다는 것이 아사이 라보(淺井 ラボ)의 대단한 점이다. 주인공인 가유스와 기기나가 심각한 이야기 속에서도 발휘하는 하이센스의 유머는 감탄스럽다.
어두운 세계관에 판타지 액션, 그리고 매 권마다 무거운 단편적인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에서 이전에 읽었었던 야마가타 이시오(山形石雄)가 쓴 <싸우는 사서와 사랑하는 폭탄(戰う司書と戀する爆彈)>와 많은 공통점이 느껴진다.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것까지 비슷한 부분이다. 다만 <싸우는 사서> 시리즈가 단편적인 이야기에 집중한 나머지 주인공의 이야기를 조금도 다루지 못하여 지루함에 손에서 놨던것과 달리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されど罪人は龍と踊る)>은 몇가지의 이야기가 섞인 주제와 함께 주인공의 이야기와 세계관을 중심으로 다룬 거대한 흐름을 제대로 써낸다.
어째서 이렇게나 재미있는 책이 인기가 없는지 안타깝다.
두께에 비해 너무나 적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일러스트는 아쉬웠던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