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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루경 사건 - Faust Novel
카도노 코헤이 지음, 문정훈 옮김, 카네코 카즈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사건 시리즈 4권인 금루경 사건(禁淚境事件)을 읽었습니다. 이걸로 정발된 사건 시리즈는 모두 구매해 읽었군요. 일본에서는 2009년 3월에 5권인 잔혹호 사건(残酷号事件)도 출판되었지만 판권만 사놓고 팔리지 않으면 관리하지 않는 출판사의 특성상 정발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시작부터 '모든 것을 맛에 비유하는 진지 조정사'나 '니가스앵거' 등 자칫 잊어버릴 뻔 했었던 전권의 등장인물들을 다시 등장시켜 독자들에게 감탄과 몰입을 이끌어내는군요. 심지어 뒤에 가면 자해성 사건(紫骸城事件)의 주인공인 미랄 키랄이나 해적섬 사건(海賊島事件)과의 연관성도 생깁니다.
사건 시리즈는 항상 정치적 중립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게 인상적인데 이번에도 역시 '금루경'이라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중립 도시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괴인 잔혹호에 의해 파괴당한 금루경에 찾아온 ED와 그를 쫓아 온 바람의 기사 히스와 레제. 그곳에서 과거에 일어났었던 금루경의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풀어내가며 결국 답에 도달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입니다. 파괴당한 금루경에서 30년 넘게 일해온 경호관 마제프에게 ED가 과거에 일어났던 미스테리한 사건을 듣는 형식으로 '희망가의 살인', '행운가의 참극', '무용가의 항쟁'. 이 세가지 단편이 녹아들어가있습니다.
1장인 희망가의 살인은 희망가에서 살해당한 매춘부의 이야기인데 너무 예상 가능한 결말과 이야기만 듣고 짜맞추듯 추리해내는 ED의 모습에 억지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항상 사건 시리즈를 읽을때마다 느끼지만 『사태가 부조리 할수록 해결은 논리적이어야 한다』라는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말과 다르게 미스테리의 해결 방법이 터무니 없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독자가 납득할 수 없을텐데 말이죠.
2장인 행운가의 참극에서는 ED와 히스의 어린시절 과거가 등장합니다. 웃는 표정으로 오피온의 표식을 눈에 새기는 어린 ED의 모습이 굉장히 멋있습니다. 다만 어린 ED가 지나가는 인물의 표정만 보고 범인을 찾아냈다는 마무리가 1장보다 더 심합니다.
3장인 무용가의 항쟁까지 과거 회상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마치고 마지막 장인 '천칭탑 밑에서'에서는 모든 사건이 하나로 모이며 비밀이 풀리고 범인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역시나 미스테리의 해결은 억지스러웠습니다. 루쉐무지타가 실제로 그런 심리로 연쇄 살인 사건을 일으켰다고 치더라도 그걸 ED가 마치 눈 앞에서 본듯이 어떻게 예측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말로 상대를 무릎 꿇리는 처절하면서도 멋있는 ED의 마지막 모습이나 상처투성이 ED의 과거가 더욱 궁금해지기는 했지만 이번 이야기는 사건 시리즈 중 가장 재미없었습니다. 미스테리의 해결이 사건 시리즈 중 가장 터무니 없었던 것도 있었고 그동안 미스테리와 판타지의 밸런스를 생각하며 사건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를 이어가던것에 비해 이번 이야기에는 변신 괴인인 '잔혹호'가 등장하는 등 조금 더 전기적인 분위기 쪽에 비중이 실려 사건 시리즈만의 매력을 잃어버린 느낌도 들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이 미스테리 요소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사건 시리즈의 가장 큰 문제군요.
다음권은 제목만 보더라도 이번권에서 살짝 등장했던 괴인 잔혹호에 대해서 다룰 것 같은데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 궁금하군요. 미랄키랄의 보고서대로 진행될 것 같은데 그 사이에서 ED가 어떻게 미랄키랄을 농락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갈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읽은 사건 시리즈의 재미는 자해성 > 해적섬 > 살룡 > 금루경입니다. 흥미로만 따지면 해적섬이 자해성보다 재미있었지만 자해성에 담긴 철학을 이해하고 느꼈던 전율이 잊히지 않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