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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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시가미는 좌절했던 삶을 한 순간에 구원해 준 그녀. 야스코에게서 삶의 희망과 동시에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날 그녀에게 전 남편인 도미가시 신지가 찾아와 항상 그렇듯이 딸을 빌미로 협박하며 그녀에게서 돈을 가져갑니다. 계속되는 고통에 참지 못한 모녀는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해버리게 됩니다. 어쩔 줄 모르는 그녀의 집 안에 무표정한 얼굴의 이시가미가 들어와서 말합니다.
 "나를 믿어주세요. 나의 논리적 사고를 믿고 그냥 맡겨주세요."

 한, 일 양국에서 영화화 될 정도로 유명한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의 대표작이지만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미스터리 유명 작가'라는 것에 큰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 고리타분하고 복잡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얼마 전에 그를 처음 접하게 만든 매스커레이드 호텔(マスカレ-ド.ホテル)을 통해 그의 대중성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マスカレ-ド.ホテル)에서는 형사와 범인이 등장하지만 추리 소설이라기보다 복잡하지 않은 재미 위주의 엔터테인먼트 휴먼 드라마를 그려냈고 그 후에 읽게 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ナミヤ雜貨店の奇蹟)에서는 추리 작가라고 믿기지 않을 새로운 시도를 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했죠. 사실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하면 현재 일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 용의자 X의 헌신(容疑者Xの獻身)은 과연 유명세에 걸맞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マスカレ-ド.ホテル)처럼 겉으로는 범인을 찾아내는 형사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결코 고리타분한 경찰 소설이나 정통 추리물이 아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법한 대중성을 담았습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벼운(내용이 가볍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엔터테인먼트에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의 소설이 항상 그렇듯이 감동을 전해주는 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マスカレ-ド.ホテル)에서는 프로페셔널한 호텔리어가 된 듯, 이번 용의자 X의 헌신(容疑者Xの獻身)에서는 한 명의 수학교사가 된 듯. 작품마다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이 놀랍하기도 하고 재미있습니다.

 그래도 좋다. 사람은 때로 튼실하게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 다른 사람을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이다.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는 주인공인 이시가미의 모습을 뚱뚱하고, 머리가 벗겨져있으며, 항상 무표정하고, 가늘게 눈을 뜬 모습으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진범인 야스코는 자신이 일으킨 살인을 숨겨주는 그의 모습에 처음에는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점점 집착과 공포, 억압을 느끼게 됩니다. 그 모습에 독자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시가미를 마치 스토커인양 생각하게 되지만 결국 모두 읽고 나서는 순수한, 깊은 사랑을 느끼게 만드는 작가의 테크닉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자네는 먼저 답을 제시했어. 다음은 남이 낸 답을 들어줄 차례야."

 이야기의 진행 역시 대단히 독특하고 신선합니다.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 마나부가 등장하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에 포함되는 용의자 X의 헌신(容疑者Xの獻身)인만큼 이 작품에도 형사인 구사나기와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가 등장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들보다 이시가미와 야스코의 이야기에 조명이 맞춰져있습니다. 형사와 천재 물리학자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시가미이 논리적 사고에서 만들어진 트릭에 이기지 못합니다. 경찰은 계속해서 엉뚱한 곳을 조사할 뿐이고, 천재 물리학자는 마지막에 진실을 알게 되지만 진실을 깨닫고 나서도 무너뜨릴 수 없는 트릭에 좌절합니다.

 '당신이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나의 노력은 모두 무의미하게 되고 말 것이므로.'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장면과 그것을 은폐하는 이시가미의 모습을 모두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범인을 독자의 눈앞에 들이밀어 버립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었지만 특별한 충격은 없을 줄 알았던 소설은 마지막에 가서야 본 모습을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마침내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도 미스터리 소설로서도 부족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침표를 찍습니다.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는 이 책으로 제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다른 갈릴레오 시리즈도 빨리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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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엔젤 1 블랙 로맨스 클럽
주예은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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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은 사람을 치유한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양쪽 모두를.
  - 칼 메닝거

 황금가지 출판사의 브랜드. 블랙 로맨스 클럽의 책을 간보기 위해 구매했던 주예은 작가의 데미엔젤입니다. 이 데미엔젤은 주예은 작가의 처녀작이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판타지 로맨스. 이 1권을 모두 읽은 제게 이만큼이나 다가오는 단어도 없을 것 같네요. 블랙 로맨스 클럽에서는 천편일률적인 로맨스에서 벗어나 특별하고 재미있는 소재에 로맨스라는 양념을 더한 소설을 출판한다고 말했지만 천사와 인간 소녀에게 헌신적이면서도 희생적인 외길 사랑을 보여주고,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사랑해주는 천사의 모습에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과거의 상처를 회복해가는 이야기는 10대 초반에 읽었던 틴에이저 인터넷 소설과 그리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더 성숙한 분위기일 뿐). 절대 모습을 드러내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결국 허무하게 모습을 드러낸 후(이럴거면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내 도움을 주던지) 고가의 선물을 안겨주고 여주인공이 다니는 학교에 찾아와 멋진 외모를 뽐내며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행동을 하는 장면 등. 치밀하지 못한 짜임새 역시 인터넷 소설과 특별히 다를 게 없더군요.

 이 책은 여성이 '로맨틱'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요소(어찌보면 굉장히 유치한)를 포함하는 전형적인 소녀 소설이기도 합니다. 환장할 정도로 멋진 외모의 주인공들, 선택받은 영혼, 특별한 능력,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헌신적인 사랑, 길거리에서 갑자기 멋진 남자를 만나 키스를 당하고 부와 사랑을 얻는 대리만족이 깔린 신데렐라형 이야기. 그야말로 소녀 취향의 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이것이 악마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의 방식이다.
 ......나는 끝까지, 철저하게 파괴되어야 한다.
 한 줌의 재가 될 몸을 그녀를 위해 태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뇌리 한편에서는 유치하고 모순이 느껴지는, 짜임새가 부족한 이야기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책 한권을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특히 주예은 작가의 글솜씨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독자를 순식간에 몰입시키는 흡입력. 외국의 거리와 잿빛 풍경을 묘사하는 그 묘사. 유치하고 전형적인 이야기임에도 유치하지 않게 만드는 분위기. 그야말로 감탄했습니다.

 "오. 준아...... 상처받지 않으려 애쓰는 것보다 힘든 일은 없단다."

 이야기 자체는 판타지 로맨스지만, 이 글의 주제는 여주인공 준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학대받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회복해가는 과정입니다. 주인공 준(June)의 학대받던 어린시절, 상처받은 과거를 세세하게 잘 묘사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June, I'll burn the rest of my life in Hell."(준, 이제 난 내 남은 생명을 지옥에서 보낼 작정이야.)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아주 조금만, 아주 약간만 치밀한 이야기가 들어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대단한 명작이 탄생했을텐데 말이죠. 이 작품 자체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보다도 저는 이 책에서 주예은 작가의 미래를 봤습니다. 다음 권을 구매하기는 조금 망설임이 느껴지는 당장의 이 '데미엔젤'보다도 다음에 낼 주예은 작가의 책이 너무나 기대됩니다.

 전형적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유치함도 느껴지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틴에이저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 심리가 가득 들어있기 때문에 여성 독자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저는 데미엔젤 2권의 구매는 조금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재미있었지만 역시 스토리 때문에 약간의 망설임이 느껴지네요.

 황금가지 출판사의 '블랙 로맨스 클럽' 역시 이 책을 통해서 기대 이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음 블랙 로맨스 클럽의 작품은 리사 프라이스(Lissa Price)의 처녀작인 스타터스(STARTERS)를 읽어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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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데라
사토 유야 지음, 임정은 옮김 / 학고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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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아무 생각 없이(정말로) 북스토어 검색란에 '사토 유야'를 검색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놀랍게도 학고재라는 기대하지 않았던 출판사에서 1월 20일에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소설이 정발되었더군요.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子供たち怒る怒る怒る) 이후 2년 반만의 정발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ーガ) 시리즈로 많이 다뤄왔던 사토 유야(佐藤友哉)는 고교 졸업 후인 2001년 카가미가 사가 시리즈의 시작인 플리커 스타일(フリッカー式)로 제21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하며 데뷔합니다. 넘치는 에너지와 방향성 없는 독기에 극찬받으며 데뷔한 사토 유야는 이후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エナメルを塗った魂の比重), 수몰피아노(水没ピアノ) 등 카가미가 사가 시리즈를 계속해서 출판하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세일즈 면에서 대실패. 지금까지 낸 책이 한번도 중판되지 않아 '중판동정'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사토 유야는 결국 크리스마스 테롤(クリスマス・テロル)이라는 작품을 통해 비평가와 독자들에게 독기를 한껏 내뿜으며(삐짐) 이 책을 마지막으로 작품 활동을 접겠다고 선언하지만, 이후 중판동정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작품 활동을 재개. 2007년에는 1000의 소설과 요괴라는 작품으로 역대 최연소 제20회 미시마 유키오 상 수상자가 되며 인생의 황금기를 맞게 됩니다. 다행히도 중간에 끊길 뻔 했던 카가미가 사가 시리즈 역시 계속해서 무사히 출판되며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학잡지 신초 2009년 1월호에 실린 이 덴데라(デンデラ)는 2011년에는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소설이라지만 그의 근원인 신본격이나 신청춘 엔터테인먼트 소설에서 벗어나 최근 순문학쪽으로 가고있는 사토 유야 소설의 방향성과, 그리고 문학잡지 신초에 게제된 글이라는 것을 고려해 그리 재미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모두 읽고 난 지금에도 생각하지만 정말 재미는 없는 책이더군요. 순문학 쪽을 많이 접해본 분들께는 모르겠지만요.

 우리나라에도 '고려장'이라는 풍습으로 알려진 70세가 된 노인을 산에 버리는 풍습이 있는 '마을'. 그리고 올해 70세가 되어 아들의 등에 엎혀 '산맞이'를 하러 산에 올라가게 된 주인공 사이토 가유. 하지만 눈을 맞으며 기대해왔던 죽음. 그리고 죽음 후의 극락정토는 오지 않고 산 너머 마을 반대쪽에 살고있던 '산맞이'를 당한 노인들에게 구출당해 '덴데라'라는 버림받은 노파들의 마을에서 살게됩니다. 그리고 습격하는 곰과 싸우고, 전염병과 싸우며 극락정토만을 바라던 사이토 가유는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의 주장을 가지게 되는 사이토 가유가 선택한 것은......

 곰과 싸우고, 전염병과 싸우는 전혀 노인답지 못한 쉰명의 등장 인물들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에서는 희망적이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해방감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느끼지 못했다는 느낌일까요. 분명 사토 유야(佐藤友哉) 작가만의 맛은 이번에도 있었습니다. 순문학지에 실렸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이야기, 칠십 이상의 노인들이 펼치는 서바이벌 액션, 버림받은 노인이 곰과 싸우고 전염병과 싸우는 이야기를 사토 유야가 아니면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전에 좋아하던 사토 유야만의 독기와, 그로테스크와, 엔터테인먼트는 부족했습니다.

 사토 유야(佐藤友哉) 작가의 초기작. 특히 저처럼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ーガ) 시리즈의 독기와 재미를 좋아해 그만큼의 재미를 기대하고 그의 책을 구매하시려는 분들이라면 붙잡고 말리고 싶습니다. 이건 그런 책이 아닙니다. 재미를 위한 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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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의 문장 1,2 세트 - 전2권 - Novel Engine
스기하라 토모노리 지음, 한신남 옮김, 3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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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0월에 12권까지 발매된 스기하라 토모나리(杉原智則)의 장편 판타지 소설. 낙인의 문장(烙印の紋章)이 정발되어 구매해 읽었습니다. 뻔한 구식 판타지 스토리임에도 장편 연재되었다는 점에 끌리기도 했지만 국내 판타지 소설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그림자 황자 이야기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용과 에테르가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에서 10년 동안 전쟁을 계속해온 양국 메피우스와 가베라가 왕족간의 정략결혼으로 화평을 맺게되는 세계관에서 어린 시절 전쟁 탓에 가족을 잃어버리고 검투사로서 살아온 주인공 오르바가 외모가 같다는 이유로 한 순간에 황태자가 되어버린다는 고전적인 판타지 이야기입니다.  

 '나는 누구지?'
 심장의 고동에 맞추듯이 거친 발소리를 뚜벅뚜벅 날카롭게 새기면서 오르바는 뒤늦게 스스로에게 사납게 따지고 물었다.
 '검투사로서는 공주와 친구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노예로서는 공주가 노예의 처지를 아는 것처럼 말하는 걸 참지 못하고.'
 '황자로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오르바 한 명의 희생따윈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냐, 넌."
 거듭 중얼거린 말은 곧 공기중에 녹아 사라졌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소설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볼까 합니다.

 이런 그림자 황자 이야기가 옛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유는 하찮은 신분이던 주인공이 한 순간에 신분상승을 이룬다는 점에서의 대리만족과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고도의 책략을 통하여 적을 속여넘기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통쾌한 진행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낙인의 문장(烙印の紋章)의 짜임새는 생각보다 허술했습니다. 황태자를 통하여 나라를 손에 넣으려는 책략을 짜내고 황태자의 정체가 들키면 자신의 목이 날라감에도 불구하고 황태자를 통제하지 못하며 주인공을 황태자로 만든 후 순식간에 쩌리 캐릭터가 되어버리는 페돔 오린,  황태자가 되자마자 자신의 정체가 들키면 안된다는 위기의식 없이 검투사들을 불러 모으고 대놓고 활개치며 영웅이 되어가는 주인공 오르바. 놀랄 정도로 순식간에 무너지는 바보같은 적들, '신의 손'만큼이나 적재적소에 나타나 주인공을 위기에서 탈출시키는 도구... 솔직히 '치밀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인물 반전의 묘미와 자신의 힘을 숨기던 주인공이 힘들 드러내며 호쾌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게 되는 그림자 황자 이야기에서 속도감이나 재미가 부족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2권 마지막 부분에서는 통쾌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오르바가 인상깊기도 했습니다.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반적인 라이트노벨과 다르게 유치하지 않고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했기 때문에 나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구매할 정도로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다음 권을 계속해서 구매하기에는 망설여집니다. 솔직히 비슷한 소재에 더욱 재미있는 소설은 국내 판타지 소설 쪽에도 수없이 많이 읽어봤기 때문에 더욱 아쉬웠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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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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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계단으로 제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다카노 카즈아키(高野和明)의 제노사이드(ジェノサイド)를 읽었습니다. 사실 1월에 손에 쥐었던 책이지만 600페이지가 넘는 대볼륨과 다른 책들보다 작은 폰트 크기의 글씨에 일단 미뤄두고 2월에 들어서서야 마음을 다잡고 모두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카노 카즈아키(高野和明)가 6년만에 내놓은 신작. 제노사이드(ジェノサイド)는 일본 서점 대상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 제6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 제2회 야마다 후타로상 수상 등 출간과 동시에 엄청난 성적을 보이며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습니다. 덕분에 읽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했었죠.

 제노사이드(ジェノサイド)는 인류에 위협이 되는 진화된 신인류가 등장하면서 시작됩니다. 콩고에서 보고된 일반적인 인간과는 다른 존재는 이미 30년 전 '하이즈먼 리포트'를 통해서 이미 경고되었던 내용으로 '하이즈먼 리포트'에서는 인류멸망의 위험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4차원의 복잡한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며, 6감의 획득, 무한히 발달한 도덕의식과 정신적 특질을 보유한 독특한 존재가 세계의 오지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신인류의 등장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 번즈 정권은 이 정체불명의 존재를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용병들을 고용하고 신인류를 말살하는 '네메시스' 작전을 실시합니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아들을 위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용병. 조너선 예거와 세계의 어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불치병의 치료약을 개발하는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던 점은 '공정성'이었다. 여러 제노사이드를 작품에 서그리면서 일본인의 과거에만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그려야만 했다." - 다카노 카즈아키(高野和明)

 작가인 다카노 카즈아키는 이 책에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제노사이드(대량학살)을 묘사하며 과거와 현재의 사회를 비판하고 신중한 역사 의식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비단 세계에 대한 비판 뿐만 아니라 작가의 조국인 일본도 피해갈 수 없어 일본인이 저지른 제노사이드인 '관동대지진 학살'을 작품내에서 비판해 일본 사회에서도 많은 논쟁이 되었습니다.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도덕, 이성, 인격과 같은 '인간적인 부분'입니다. 어느정도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 '제노사이드'라는 책 안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제노사이드가 일어납니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세계의 많은 인류를 죽여나갑니다. 인간의 가장 큰 적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약자들을 처절하고 잔인하게 짓밟아 나갑니다. 그 와중에 '네메시스'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중 생각이 열려있는 몇몇 사람들이 이 신인류에 대한 제노사이드를 막기 위하여 행동하고 자신의 위험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세계의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하여 불치병의 치료약을 개발하는 고가 겐토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엄청난 '모순'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격을 중요시하고 인간 안에 내포된 '선'을 강조하는 이 제노사이드라는 작품 안에서 '현생 인류를 뛰어넘는 무한히 발달한 도덕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묘사한 신인류인 '누스(Nous)'는 자신의 안전과 생존을 위하여 맞는 조건의 용병(조서넌 예거)이 네메시스 작전에 투입되기 전에 선택된 용병들을 세계 흐름을 조종하여 죽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해 투입된 전투기를 조종하여 조종사를 탈출할 수 없게 만들어 죽이기도 합니다. 작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세계를 구하기 위하여 바이러스 보유자를 죽이는 정도로 알고있던 용병과 조종사들을 무참히 죽이면서 '무한히 발달한 도덕의식'을 묘사하고 인도를 논하는 게 이야기를 읽어 갈수록 자꾸만 신경을 건들이는 스토리상의 '옥의 티'라고 할만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엄청난 전문 지식과 역사적 사실들은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이야기의 신빙성을 더해주며 탄탄한 구성을 만들어냈지만 정작 너무 세세한 전문 지식들이 독자를 이야기에 몰입시키기 힘들게 하기도 했습니다. 세세히 읽으면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나 유전자, 약학 부분의 전문 지식에 너무 많은 전문성을 제시한 나머지 볼륨면 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조금 버겁고 어려운 소설이 되지않았나 싶더군요. 개인적으로 생명공학 전공인 저로서는 그런 부분이 재미있기도 했지만요.

 일본 사회를 뒤흔들며 온갖 상을 휩쓴 책 치고는 재미는 그저 그랬습니다. 인격, 인도 등에 대해 생각할 거리는 많이 주어졌지만 600페이지가 넘는 대볼륨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엄청나게 재미있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하여 불치병의 약을 만드는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의 모습 등에 감동과 여운을 얻기도 했지만 스케일에 비해 너무 무난하고 밋밋한 이야기가 아쉬웠습니다. 무난한 소설이라고는 말할 수 있지만 유명세만큼 재미있냐고 말하면 단언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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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하이드 2013-02-0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이 그저 그러셨다면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으신지 궁금하네요. 저는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최근 10년간 읽은 소설들 중에서 재미로는 상위 5% 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미정 2013-02-08 19:32   좋아요 0 | URL
모두들 재미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아쉽게도 제 취향에 맞는 소설은 아니었는지 저는 조금 싱겁다고 느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