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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의 문장 1,2 세트 - 전2권 - Novel Engine
스기하라 토모노리 지음, 한신남 옮김, 3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3년 2월
평점 :
작년 10월에 12권까지 발매된 스기하라 토모나리(杉原智則)의 장편 판타지 소설. 낙인의 문장(烙印の紋章)이 정발되어 구매해 읽었습니다. 뻔한 구식 판타지 스토리임에도 장편 연재되었다는 점에 끌리기도 했지만 국내 판타지 소설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그림자 황자 이야기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용과 에테르가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에서 10년 동안 전쟁을 계속해온 양국 메피우스와 가베라가 왕족간의 정략결혼으로 화평을 맺게되는 세계관에서 어린 시절 전쟁 탓에 가족을 잃어버리고 검투사로서 살아온 주인공 오르바가 외모가 같다는 이유로 한 순간에 황태자가 되어버린다는 고전적인 판타지 이야기입니다.
'나는 누구지?'
심장의 고동에 맞추듯이 거친 발소리를 뚜벅뚜벅 날카롭게 새기면서 오르바는 뒤늦게 스스로에게 사납게 따지고 물었다.
'검투사로서는 공주와 친구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노예로서는 공주가 노예의 처지를 아는 것처럼 말하는 걸 참지 못하고.'
'황자로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오르바 한 명의 희생따윈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냐, 넌."
거듭 중얼거린 말은 곧 공기중에 녹아 사라졌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소설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볼까 합니다.
이런 그림자 황자 이야기가 옛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유는 하찮은 신분이던 주인공이 한 순간에 신분상승을 이룬다는 점에서의 대리만족과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고도의 책략을 통하여 적을 속여넘기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통쾌한 진행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낙인의 문장(烙印の紋章)의 짜임새는 생각보다 허술했습니다. 황태자를 통하여 나라를 손에 넣으려는 책략을 짜내고 황태자의 정체가 들키면 자신의 목이 날라감에도 불구하고 황태자를 통제하지 못하며 주인공을 황태자로 만든 후 순식간에 쩌리 캐릭터가 되어버리는 페돔 오린, 황태자가 되자마자 자신의 정체가 들키면 안된다는 위기의식 없이 검투사들을 불러 모으고 대놓고 활개치며 영웅이 되어가는 주인공 오르바. 놀랄 정도로 순식간에 무너지는 바보같은 적들, '신의 손'만큼이나 적재적소에 나타나 주인공을 위기에서 탈출시키는 도구... 솔직히 '치밀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인물 반전의 묘미와 자신의 힘을 숨기던 주인공이 힘들 드러내며 호쾌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게 되는 그림자 황자 이야기에서 속도감이나 재미가 부족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2권 마지막 부분에서는 통쾌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오르바가 인상깊기도 했습니다.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반적인 라이트노벨과 다르게 유치하지 않고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했기 때문에 나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구매할 정도로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다음 권을 계속해서 구매하기에는 망설여집니다. 솔직히 비슷한 소재에 더욱 재미있는 소설은 국내 판타지 소설 쪽에도 수없이 많이 읽어봤기 때문에 더욱 아쉬웠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