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에리얼포스 1 - J Novel
스기이 히카루 지음, 루로 그림 / 서울문화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라이트노블 사상 가장 아름답고 충격적인, 전쟁이야기'라는 문구와 단권이라는 말에 끌려서 구매한 책이지만, 미묘하다고 할까, 솔직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책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두 나라로 갈라지게 된 일본에서 벌어진 전쟁, 그 전쟁에서 가족을 잃고 전쟁고아가 된 주인공이지만 벚나무와 링크하게 된 아홉명 중 한명이 되어 징집당해 특수한 전투기를 타고 전쟁에 참여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기이 히카루(杉井光) 작가 하면 모두가 알겠지만, 원래 조금 뭉뚱그리는 경향이 있다고 할까, 원래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나 풍경을 애매모호하게 그려내는 작풍을 보여준다. 공중전투물인듯 하면서도 아니고, 청춘물인듯 하면서도 아니고, Boy Meets Girl 스토리인듯 하면서도 아니고, 학원물인듯 하면서도 아니다. 이 책은 정말 애매하다.


 소재 자체도 애매하기 그지없다. 전쟁에서 벚나무와 링크해서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게 된 9명 중 한명이라니. 마치 몇몇 대표적 공중전투물 라노베에서 소재를 따와 짬뽕시킨 듯한 느낌이다. 양국이 전쟁중인데 이런 비현실적인(신사에 아홉 벚나무가 시간이 정지된 듯 멈춰있고 그것들과 링크된 등장인물들이 한명씩 있으며, 그들은 몇일 훈련받지 않고서도 바로 전투기에 탑승하여 벚나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적을 침몰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얻게되는) 무기가 뜬금없이 한 나라에서만 개발된다는 점이나, 징집하듯이 데려와놓고는 주인공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전쟁에 참여하기 싫다면 언제든지 거절하고 떠날 수 있다는 점(심지어 전쟁이나 살육, 죽음에 대한 주인공의 심리는 거의 묘사되지 않으며 떠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전쟁에서 패전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멀쩡하게 학교를 다니며 후반으로 가기 전까지 학원물의 분위기를 풍기는 등 논리적이지 못한 이야기 전개와 허술한 소재를 한껏 보여준다. 이렇게 허술하기도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


 하필 아홉 벚나무가 위치해있는 신사가 '야스쿠니 신사'라는 점이 대단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는데, 작품 내에서 꼭 그런 의미로 쓰인 것도 아니라 작가는 그런 의도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특히 최근에 여러가지로 문제가 되고있는만큼 찝찝하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이야기가 도대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고 그저 여러 비슷한 소재를 사용했던 과거의 라이트노벨들의 내용을 짬뽕시켜놓은 느낌이라 지루함만을 느꼈다. 벚꽃의 피고 지는 모습을 전쟁 상황과 함께 묘사하며 슬픈 감성을 곁들인 부분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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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타임 1 - Extreme Novel
타케미야 유유코 지음, 코마츠 에이지 그림, 김지현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한 때, 러브 코미디계를 휩쓸었었던 '토라도라!'를 쓴 타케미야 유유코(竹宮ゆゆこ) 작가의 신작 시리즈지만, 개인적으로 토라도라를 재미있게 읽지 못했었기 때문에 이 골든 타임(ゴ-ルデンタイム)에는 관심조차 두고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국 이렇게 읽게 된 것은 왠만하면 책을 구매하기 전에 타인의 감상을 접하지 않는 나에게도 호평이 들려올 정도로 평가가 좋았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트노벨답지 않은 감성적인 작품'이라는 평이 많아 결국에는 손에 쥐게되었다.


 하지만 이 책이 어째서 '라이트노벨답지 않다.'라는 평가를 얻게 된 것일까?


 책을 모두 읽었지만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라이트노벨답지 않기는 커녕, 일반적인 러브코미디 라이트노벨 그 자체다.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습격하는 미모의 여성, 심하게 허둥지둥대는 인간관계와 너무나 과장된 이벤트, 일상 속에서 은근슬쩍 비추는 진지한 주제. 뭐야 이건 그냥 라이트노벨이잖아? 독특한 점이었다고 한다면 미모의 여성이 주인공 자신을 습격하는 것이 아니라 막 사귀게 된 친구를 습격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이차원을 사랑하는 오타쿠 캐릭터의 등장이나, 신흥종교의 이야기 등, 라이트노벨에서 벗어난다고 할만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일반적인 라이트노벨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문장만 제대로 이루어져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이 책의 치명적인 결함은 문장을 읽기 힘들다는 것. 묘사나 전개를 이루는 문장이 너무나 난잡하여 정말 '잡문'이라고 평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난잡한 문장으로  비약되는 인간관계(등장 인물들의 감성을 따라가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주인공의 심한 자기 혐오나, 미세한 행동에도 예민하고 과장되게 반응하는 등)나 (재미도 없으면서)심하게 과장되는 에피소드들은 물론 한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에 다른 이의 심리묘사가 혼재되는 등, 전체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 문장인지 알기 힘들때가 많았다.


 내용 자체도 지루한 초반부와 대학 생활을 다룬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방정맞고 혼란스러운 분위기, 전체적으로 담백함이 결여되어있는 러브코미디라는 느낌이라 취향에 맞지 않았다. 캐릭터들도 독특한 것에 비해 매력적이지 못하다.


 재미없다는 것을 떠나 읽는 것 자체가 고통인 책은 오랜만이라 당황했다. 가독성이 너무나 낮은 이 책을 어떻게 끝까지 읽었는지 스스로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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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다 리셋 1 - Cat, Ghost and Revolution Sunday, NT Novel
코노 유타카 지음, 이형진 옮김, 시이나 유우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리셋은 항상 그런 성질을 지닌다. 뭔가 슬픈 일이 있고, 의뢰를 받아 리셋한다. 그리고 슬픈 일이 일어나는 것보다 먼저 문제를 해결한다. 의뢰인은 자기가 도움받은 사실도 눈치채지 못한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행복을 받아들인다. 물론 케이에게 감사하는 자는 없다.

 너무한 이야기다. 하루키는 그렇게 생각한다.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풍경, 찾지 못한 무지개.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케이는 무엇을 위해서 의뢰를 받는 걸까?


 반 이상의 인구가 능력자인 '사쿠라다'라는 동네에서 '기억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 아사이 케이와 '세계를 3일치 리셋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하루키 미소라. 설정만 보자면 라이트노벨의 소재로는 흔한 폐쇄공간형 초능력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순수하게 깜짝놀랐다. 괜히 이곳 저곳에서 추천하는 작품이 아니구나. 하고 감탄했다. 예전부터 이곳저곳에서 말이 많던 작품이라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런 걸작을 건지다니...


 일상을 살짝 뒤튼, 비일상적 요소로서 오랜 세월동안 라이트노벨의 소재로서 사용되어온 일정 지역에 등장하는 이능력자라는 설정을 보면 특수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 화려한 액션을 펼치는 '이능력배틀'물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쿠라다 리셋(サクラダリセット)은 그런 작품이 아니다. 이능물이라고 하더라도 화려한 전투가 펼쳐지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등장 인물들이 가지는 이능력은 고양이와 교감하는 능력, 목소리를 타인에게 전해주는 능력 등 전투와는 별 상관없는 소소한 능력들이 대부분이다. 짐작했듯이 내용도 굉장히 담백하게 진행된다. 노을이 지고 안개가 끼는 마을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그려내는 고요하면서도 잔잔한 작품이라고 말하고싶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용은 오묘한 미스터리가 가미된 판타지라고 할까.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도 '능력'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십분 발휘한 훌륭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감탄한 부분은 주인공인 케이가 다른 인물에게 은유를 통해 묻는 질문 등에서 드러나는 철학적인 무언가(항상 내가 좋아하는 글의 냄새)를 안겨주는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미안해. 깜빡 잊었어."

 하루키는 뭔가 반론하고 싶은 것 같았으나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표정을 바꾸었다.


 코노 유타카(河野裕) 작가의 필력에는 여러 부분에서 놀랐다. 등장 인물의 모습을 이곳저곳 해체하여 허약하고 긴 문장으로 페이지를 반 넘게 잡아먹는 구구절절한 묘사를 해대는 것은 작가가 아닌 나라도 시간만 들이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하루키의 복잡한 내면과 케이의 능력에 대한 언급을 단순히 '하루키는 뭔가 반론하고 싶은 것 같았으나'라는 문장으로 함축해버린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이런것을 말한다.


 후권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단순히 이 1권만을 봤을때는 장편 시리즈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권으로서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 어찌보면 담백하고, 무난한 스토리 플룻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 안에 충실하게 내용을 담아낸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성이 놀랍다. 


 다른 라이트노벨처럼 노골적인 썸씽이나 시끌벅적한 이벤트, 화려한 액션이나 배틀은 없지만 캐릭터 조형이 대단히 아름다워 라이트노벨로서의 요소도 놓치지 않는다. 자신만의 신념을 지니고 그것을 똑바로 관철해나가는 주인공 케이와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복잡한 마음을 내비치는 히로인 미소라는 정말로 매력적이다. 


 일반적인 라이트노벨이나 시끌벅적한 하렘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라이트노벨은 아니다.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용히 감상하고, 그 안에 담긴 미세하지만 분명한 감정과 분위기를 읽어내고, 철학적인 부분을 고심하며 책을 한껏 음미할 수 있는, 활자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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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1 - 정의의 사자를 쓰러뜨리려면, Novel Engine
이즈미 니시키 지음, 송덕영 옮김, 시라하네 나오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디묘님께서 일러스트를 담당하기도 한 VS!!(버서스!!)―정의의 사자를 쓰러뜨리려면(正義の味方を倒すには)이 국내 정식 발매되었다. 주인공이 악의 조직의 일원이라는 소재가 마음에 들어서인지, 표지를 보자마자 필이 꽂혀서는 냅다 구매해서 읽었는데, 이게 의외로 재미있다. 라이트노벨의 가벼움을 담으면서도 소년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열혈과 빤하지만 무겁고 진지하고 비장한 주제를 담아놓은 소설이다.


 언뜻 처음 보면 이 책은 동심의 시절 TV 앞에 앉아서 보던 파워레☆저같은 흔한 전대물을 표방한다. 악의 조직인 알스마그나는 세계 정복을 위하여 레코드 스피어라는 물건을 노리고, 정의의 편인 히어로들 역시 알스마그나를 쳐부수며 레코드 스피어라는 물건을 얻어 파괴하려한다. 검은 타이츠를 입은 말단 전투원들이 히어로에게 순식간에 쓰러지고 괴인 역시 힘겨운 전투를 이어가다가 거대화하는 약을 먹고는 거대화하지만 결국에는 히어로에게 패해버리는 빤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ㅡ 단. 주인공이 악의 조직의 말단 전투원이라는 것이 다르다.


 주인공이자 말단 전투원인 니이치(21호라서)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전투원들과는 사고방식이 다른 괴짜다. '언젠가는 히어로를 이기겠다!'라며 오늘도 죽고 죽는 싸움을 이어가며 평균 3회의 전투를 넘지 못하고 소멸되는 다른 전투원들과 다르게 니이치는 13회 이상의 전투에서 생존해왔다. '이길 수 있을리가 없잖아'라며 쿨하고, 시니컬하고, 드라이한, 심지어 장난끼까지 많은 성격을 보여준다. 키키키하고 웃으며 장난을 치는 주인공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패배. 패배. 매번 똑같이 지는 싸움.

 별것 아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악의 조직의 일상이다.

 21호는 생각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이런 하잘것없는 일상이, 자신이 죽을 때까지 몇 번이고 질리지도 않고 반복될 것이라고


 ㅡ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드라이하던 니이치는 새로 개발된, 사상 최강의 괴인 자바워크와 만나게 되면서 심경의 변화가 생긴다. 히어로들은 흠잡을데 없는 존재들이다. 유전자적으로 선택받아(작가는 이 부분을 몇번이고 강조한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히어로 특유의 슈츠를 사용할 수 있는, 정의의 편, 항상 이겨온 히어로. 그리고 니이치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히어로에게서 말단 전투원은 전혀 염두에도 두지 않고 괴인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분노한다. 그것에 겹쳐서 필요없는 말단 전투원을 폐지한다는 상층부의 말에 비장한 각오를 새긴다.


 사실 요즘 시대에 악의 입장에서 작품을 재해석하는 소설은 드물지 않고 자신의 존재유무를 근원부터 부정하는 세계에 분노하여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모습 역시 흔하지만, 소년만화에서나 볼법한 돌직구의 열혈에 불타올라서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존재를 새기기 위하여 싸우는 모습에서 냉혹한 현실에 상처받아온 사람들이라면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주제를 가진 좋은 소설이기도 하다.


 단순히 히어로와의 전투나 드라마틱한 주제뿐만 아니라 자바워크나 지지, 그 외의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인기가 많은 것이 이해가 될 정도로 쿨하고, 드라이하면서도 속은 누구보다도 뜨거운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유머러스하여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당장 이번 1권보다도 다음권의 전개가 어떻게 진행될지, 특히 히어로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가 너무나 궁금한 작품이다. 3권으로 완결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었다.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담아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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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9 - Be on the Next Victim, NT Novel
아사이 라보 지음, 김정규 옮김, 미야기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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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두에 실린 센스있는 등장 인물 소개에 책을 펼치자마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나피야 사건은 마무리 되었지만, 가유스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다. 지브와 헤어진 가유스와 유라뷔카라는 강적을 잃고 헤메는 기기나 앞에 나타난 최악의 살인자 집단 '자하드의 사도'의 일원이자 '금강석의 살인자'라 불리는 안헬리오와 '자하드의 사도'들이 등장하여 에리다나 거리에서 살육을 벌이고 가유스를 노린다. 그리고 에리다나 4대 공성주식사 중 한명인 판하이마가 등장하여 일반인의 희생은 생각하지도 않고 길거리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심지어 '자하드'를 잡았다는 로렌조와 하라일까지 등장하여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그 사이에서 춤추는 가유스와 기기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금까지 읽었던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されど罪人は龍と踊る) 시리즈의 어느 사건보다도 스케일이 크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최근에서야 발매된 12권까지 이 '사도 이야기'가 진행되어 평소 두권정도로 마무리되던 사건들과 다르게 네권에 걸쳐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아사이 라보(淺井ラボ) 작가는 12권으로 '1부 완결'이라고 하던데 그러면 2부는 언제...!


 라이트노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잔인하고,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시리즈지만, 이 처절한 이야기에도 '지브냐'라고 하는 희망이 분명 존재했다. 책의 진히로인이자 가유스의 연인, 위대한 영혼, 항상 정의롭고 아름다운 여인. 가유스는 그녀와 과거의 여인들을 '아름답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두고는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7,8권에서 살짝 드러난 가유스의 과거와 아나피야 사건은 가유스와 지브냐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고 두 사람은 그대로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상처입고 괴로워하던 가유스는 자신을 감싸주는 체레시아라는 여성과 사귀게 된다.


 검은 눈에는 사랑과 고백.

 "여자는 성인의 고귀함을 동경하거나 선망하기는 해도 사랑하지는 않아. 현자의 지혜나 영웅의 힘도 사랑하지 못해. 인간을, 사람만을 사랑하는 거야."

 언젠가 봤던 눈빛의 정체를 알았다. 체레시아의 얼굴에 또 다시 아레시엘, 쿠에로, 지브냐, 아나피야의 얼굴이 겹쳐진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들을 닮았다. 나를 사랑해주는 여자들도 닮았다. 모두가 사람을 깊이 사랑하는 여자들이었다.

 "그래, 사람뿐이야. 다른 여자는 몰라. 하지만 난 당신의 사람다운 점만을 사랑해. 강하지 않은 사람의 상냥함과 용기, 그 약한 점만을 사랑해."


 고급 창부인 체레시아 역시 좋은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상처입은 가유스를 감싸주고, 가유스와 장난을 치고, 데이트를 하며 감정적인 고백을 한다. 특정 인물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들고 최악의 결말을 안겨줘 독기를 뿜어내는 아사이 라보 작가 특유의 테크닉이라는 것은 알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감과 경계심이 몰아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랑스러운 등장 인물에게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게 슬프다. 분명 결말은 뻔한데도... 작품 전체에서 지브냐가 가유스를 생각하며 고민하는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후반에는 판하이마 주식사무소의 인원들에게 맞서며 정의감을 내세우는 장면까지 그려낸다. 작가가 지브냐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은... 12권까지 갈 필요도 없이 체레시아의 명복을 빌어주자. ㅠㅠ 지못미.


 니시오 이신이 "이 캐릭터 정말 마음에 드는데? ㅡ 죽어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사이 라보는 가유스와 특정 등장인물의 연애 장면을 정말 상세하게 묘사해서 독자들을 몰입시켜놓고 "이 캐릭터 정말 아름답지? 키키키... 곧 죽는다!"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고의성'이라는 부분에서 후자가 전자에 비해서 몇백배 악질이다. 이건 이미 살인자다.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자하드의 사도랑 다를 게 없다. 자하드는 어쩌면 작가 본인의 모습일지도 몰라. 무섭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5권 쯤부터 떡밥이 뿌려졌었던 '자하드의 사도'에 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자하드가 살짝 등장하기도 한다. 4권까지의 전반부는 주로 몰딘의 세력과 그들을 필두로한 정치적 책략을 주요 이야기로 그려냈는데 5,6권의 단편 이후부터는 자하드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등장하고 몰딘은 콧털조차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아사이 라보 작가의 이야기 구성력으로 볼 때 이 두 이야기가 따로 놀리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자하드의 정체가 몰딘의 익장 중 한명이 아닐까 예상중이다. 3권 쯤이었던가? 몰딘이 자신의 익장 중 한명이 감옥에 갇혀있다고 은근슬쩍 떡밥을 흘린 부분도 있었고, 아마 이번 사건에서 자하드의 정체가 짠!하고 밝혀지고 뒤에서 몰딘이 익장들을 끌고나와 가유스와 기기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기기나는 웃으면서 '네 불운은 최고다.'라고 칭송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브냐와 체레시아와의 사랑, 갈등, 그리고 가유스의 과거, 작가의 인생관과 철학, 이전 이야기들을 뛰어넘는 화려한 판타지 액션과 스케일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흥분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다음 권이 너무나 기대된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번역자가 이형진 역자님에서 김정규 역자님으로 바뀌었다. 일반적인 라이트노벨보다 글씨 크기가 2포인트 정도 작고, 500페이지가 넘는 묵직한 작품이라(거짓말이 아니라 겉으로든 내용적으로든 묵직하다.) 번역하기 정말 어려운 작품이었을텐데 빨리 번역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사랑합니다! 정말로요! 근데 여전히 원 의미를 알기 힘든 한자 기술명 번역은 아쉽게 느껴진다.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されど罪人は龍と踊る) 시리즈는 최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이트노벨로서 라이트노벨답지 않은 무거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성적인 소재,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 화려하면서도 스릴있는 판타지 액션, 어두움 속에 담긴 블랙코미디, 그리고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사랑과 갈등.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길. 다만, 노약자와 임산부에게는 절대 권하지 않는다.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라 그런지 감상이라기보다 그냥 신나게 떠들었다는 기분이 든다. 다음권... 빨리 다음권이 필요해. 엉엉.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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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헬리오 2013-10-0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번역자 바뀐건 전번역자가 더 이상 번역 못하겠다고 거부해서 그렇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