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1 - 정의의 사자를 쓰러뜨리려면, Novel Engine
이즈미 니시키 지음, 송덕영 옮김, 시라하네 나오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디묘님께서 일러스트를 담당하기도 한 VS!!(버서스!!)―정의의 사자를 쓰러뜨리려면(正義の味方を倒すには)이 국내 정식 발매되었다. 주인공이 악의 조직의 일원이라는 소재가 마음에 들어서인지, 표지를 보자마자 필이 꽂혀서는 냅다 구매해서 읽었는데, 이게 의외로 재미있다. 라이트노벨의 가벼움을 담으면서도 소년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열혈과 빤하지만 무겁고 진지하고 비장한 주제를 담아놓은 소설이다.


 언뜻 처음 보면 이 책은 동심의 시절 TV 앞에 앉아서 보던 파워레☆저같은 흔한 전대물을 표방한다. 악의 조직인 알스마그나는 세계 정복을 위하여 레코드 스피어라는 물건을 노리고, 정의의 편인 히어로들 역시 알스마그나를 쳐부수며 레코드 스피어라는 물건을 얻어 파괴하려한다. 검은 타이츠를 입은 말단 전투원들이 히어로에게 순식간에 쓰러지고 괴인 역시 힘겨운 전투를 이어가다가 거대화하는 약을 먹고는 거대화하지만 결국에는 히어로에게 패해버리는 빤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ㅡ 단. 주인공이 악의 조직의 말단 전투원이라는 것이 다르다.


 주인공이자 말단 전투원인 니이치(21호라서)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전투원들과는 사고방식이 다른 괴짜다. '언젠가는 히어로를 이기겠다!'라며 오늘도 죽고 죽는 싸움을 이어가며 평균 3회의 전투를 넘지 못하고 소멸되는 다른 전투원들과 다르게 니이치는 13회 이상의 전투에서 생존해왔다. '이길 수 있을리가 없잖아'라며 쿨하고, 시니컬하고, 드라이한, 심지어 장난끼까지 많은 성격을 보여준다. 키키키하고 웃으며 장난을 치는 주인공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패배. 패배. 매번 똑같이 지는 싸움.

 별것 아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악의 조직의 일상이다.

 21호는 생각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이런 하잘것없는 일상이, 자신이 죽을 때까지 몇 번이고 질리지도 않고 반복될 것이라고


 ㅡ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드라이하던 니이치는 새로 개발된, 사상 최강의 괴인 자바워크와 만나게 되면서 심경의 변화가 생긴다. 히어로들은 흠잡을데 없는 존재들이다. 유전자적으로 선택받아(작가는 이 부분을 몇번이고 강조한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히어로 특유의 슈츠를 사용할 수 있는, 정의의 편, 항상 이겨온 히어로. 그리고 니이치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히어로에게서 말단 전투원은 전혀 염두에도 두지 않고 괴인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분노한다. 그것에 겹쳐서 필요없는 말단 전투원을 폐지한다는 상층부의 말에 비장한 각오를 새긴다.


 사실 요즘 시대에 악의 입장에서 작품을 재해석하는 소설은 드물지 않고 자신의 존재유무를 근원부터 부정하는 세계에 분노하여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모습 역시 흔하지만, 소년만화에서나 볼법한 돌직구의 열혈에 불타올라서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존재를 새기기 위하여 싸우는 모습에서 냉혹한 현실에 상처받아온 사람들이라면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주제를 가진 좋은 소설이기도 하다.


 단순히 히어로와의 전투나 드라마틱한 주제뿐만 아니라 자바워크나 지지, 그 외의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인기가 많은 것이 이해가 될 정도로 쿨하고, 드라이하면서도 속은 누구보다도 뜨거운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유머러스하여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당장 이번 1권보다도 다음권의 전개가 어떻게 진행될지, 특히 히어로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가 너무나 궁금한 작품이다. 3권으로 완결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었다.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담아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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