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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다 리셋 2 - NT Novel
코노 유타카 지음, 이형진 옮김, 시이나 유우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아사이 케이는 초등학교 6학년의 어린 나이에 전철을 타고서 무작정 어딘가로 떠난다. 사쿠라다에 도착하기 직전의 열차 안에서 그런 케이의 옆에 어떠한 노인이 앉아 전화기를 건네준다. 전화기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만난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목소리. 이름도 없이 마녀라고만 자신을 지칭하는 여성. ㅡ "그래. 사쿠라다는 너를 붙잡고 놔주지 않아. 결코 다시 지금 세계로 돌아갈 수 없게 돼. 아사이 케이. 지금 네가 있는 세계를 사랑한다면 다음 역에서 전철에서 내려."
"그러면, 내가, 나를 배신한거네."
사쿠라다에서 가장 강력한 능력. 그 능력 탓에 감정을 버리고, 이름을 버리고, 창문 하나 없는 방에 30년 가까이 갇혀서 단순한 도구로서 사쿠라다의 미래를 감시하며 살고있는 '마녀'와 폴라로이드 사진을 찢으면 그 과거의 순간으로 10분동안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노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2권이다.
전권에서 너무나 단권으로서의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보여줬기에 후권이 어떻게 이어질지 걱정이 없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1권보다 더욱 재미있고, 감동을 안겨준 2권의 이야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이번 권 역시 단순히 '마녀 이야기'로서, 단권으로서의 완성도와 감동도 높지만,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소재를 통하여 다음 이야기로 전개되는, 큰 흐름을 꿰뚫는 탄탄한 이야기 구성이었다. 이런 전개는 시작부터 결말까지 탄탄한 플룻이 짜여져있지 않으면 불가능 한 일인데, 대단하다.
이 얼나마 기분 좋은 연결 방식일까. 케이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얼마나 잔혹한 연결 방식인지.
오카 에리의 일은 뒤로 돌리면서까지 이 연결 방식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것은 언젠가 버려야 할 것이라는 사실도 이해하고 있다. 좀 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두 사람이 서로 납득한 후에.
분명 그것은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 사쿠라다 리셋(サクラダリセット)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은 기본적으로 담백하다. 감정을 절제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감정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등장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어찌나 이렇게 자연스럽게 독자를 몰입시켜 감정을 뒤흔드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담백한 캐릭터 조형은 심지어 아름답기까지하다. 설정 자체는 능력자들이 다수 등장하는 폐쇄형 이능력자물이지만, 이 책의 주제는 그런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세계를 리셋하는 능력, 기억을 유지하는 능력, 미래를 읽는 능력,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 지정한 것이 신체에 닿으면 사라지게 만드는 능력... 그 많은 능력들을 절묘하게 이어나가 상상하지도 못할 마무리를 낳는다. 무거운 주제를 라이트노벨에 담아 장르적인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이번 권에서는 사랑, 존재론, 본질에 대한 철학적인 의문을 은유적으로 던진다. '스웜프 맨'이라는 이야기를 통하여 독자에게 존재론과 본질에 대한 철학적인 사색을 던진다. 만약 누군가가 죽는다면. 그리고 그 직후에 죽은 인물과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은 모습과 똑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 존재는 이전에 죽은 사람과 같다고 할 수 있는가? ㅡ 이 의문은 이번 권에서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와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여자'가 합쳐져서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주제'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마녀 이야기'라는 단권으로서의 완성도만 높은 줄 알았더니 마지막까지 이 철학적인 사색을 끌고나가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큰 흐름을 만들어내는 코노 유타카(河野裕) 작가의 역량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통해서 10분동안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기억도, 행동도, 능력도 똑같은 사람은 현재의 사람과 같은 사람인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사람은 죽기 전의 사람과 같은 사람일까?
마녀는 처음 미소라를 만났을 때에 묻는다. "너는 돌을 사랑할 수가 있어?" 그리고 마지막에 케이를 만났을 때에 묻는다. "너는 돌을 사랑할 수가 있어?" 마녀와 만나는 것으로 시작하여 마녀와 만나는 것으로 끝나는 이번 이야기는 그 탄탄한 구성만으로도 감탄스럽지만, 그것에 답하는 미소라와 케이의 모습을 통하여 드러내는 사랑에 대한 철학은 놀랍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몸이 사라지고, 기억과 추억만을 가진 돌이 되었다. 그 돌을 사랑할 수 있는가? 부디 이 책을 읽고나서 깊이 사색해보시길.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