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다 리셋 3 - Memory in Children, NT Novel
코노 유타카 지음, 이형진 옮김, 시이나 유우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 중에 안드로이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름의 끝을 향해 가며 세 사람은 계속 생각한다. 안드로이드는 누구? 가장 인간에게서 동떨어진 것은 누구―?


 '정말 정교하다.'

 1권에서도, 2권에서도 느낀 감상이었지만, 3권에서는 단권으로서의 완성도는 여전히 높을 뿐만 아니라 이전의 복선을 대부분 회수하며 충격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전 권들도 재미있었지만 이번 권은 정말로 재미있다. 몰입도가 굉장히 높아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한테 뭔가를 강요할 권리는 없어."

 아니다. 강요라거나 권리라거나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네 앞에 있던 상자 색이, 모양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이었다고 말해준다면 그걸로 좋아.


 2권의 충격적인 마무리에서 이어져서 케이와 미소라는 2년 전, 중학생 시절을 회상한다. 스미레와 미소라와 케이가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 능력으로 만들어진 아이를 구원하며 흔들리는 미소라와, 그녀에게 감정을 찾아주려는 케이, 그리고 그것을 조용히 지켜보는 스미레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권에서도 역시 철학적인 사고 실험이 등장한다. '선과 위악.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위악인가.'라는 케이와 미소라의 내면을 관통하는 질문에 이어서 '안드로이드'. 과연 안드로이드는 누구인가? 가장 인간에게서 동떨어진 것은 누구인가? 이 질문은 중학생이던 미소라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단순히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2년 후의, 소마 스미레와 그녀를 되살리려는 케이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런 철학적인 사고가 단순히 한 이야기에서 완결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스토리의 큰 흐름을 생각하며 제대로 된 복선으로 활용되고 작중 등장인물들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코노 유타카(河野裕) 작가의 내공은 높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그녀는 지금 내가 아는 한 가장 이기적이고 가장 아름다운 능력의 영향하에 있어."


 1권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능력. 작품을 모두 읽고는 분위기를 파악하며 이 '목소리를 전달할 뿐일 능력'이 언젠가 중요한 능력이 될거라고 예상했는데 결국 3권에 와서야 이 단순하게 느껴지는 사소한 능력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단순히 과거. 중학생 2학년 때에 벌어지는 사건의 해답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2년 후. 다시 살아날 소마 스미레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되는 이 능력, 그리고 2권에서도 등장했었던 '스웜프 맨'이라는 철학적인 사고, ㅡ '과거에 죽었던 내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것은 과거의 자신일까?'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그 불안감을 버리지 못하고 메시지를 남기는 캐릭터의 심리를 복잡한 복선을 통하여 놀라운 결말로 소름끼치게 표현해냈다. 이미 이 테크닉은 차라리 경이에 가까웠다. 마지막까지 모두 읽고 느껴지는 짜릿한 소름과 감동에 책을 한동안 덮지 못했을 정도다.


 코노 유타카 작가는 이번 권에서 그동안의 복선들을 하나로 합치며 그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어째서 1권에서 '맥거핀'이라는 의미만 있고 사용할 수 없는 검은 돌을 배치했는가, 어째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 '지정한 물건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능력', '목소리를 전달하는 능력', '세계를 리셋할 수 있는 능력', '기억을 잊지 않는 능력'... 이 모든 능력을 판타지적인 설정 안에 배치해놨는가. 이야기를 예상해보려고 했지만 끝까지 모두 읽고 나니 작가에게 졌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최적인 미래로 이어지는 엄밀한 루트.

 소마 스미레는 그 루트에서 어긋나는 법이 없다. 루트에서 어긋나면 그 앞에는 바라는 미래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소마의 이성이 다른 선택의 여지를 고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완전한 프로그램으로 통제되는 것처럼. 미래시라는 능력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소마 스미레의 행동을 지배한다.

 안드로이드는, 누구?

 가장 인간으로부터 동떨어진 것은 대체 누구?


 자신의 감정을 되찾아가며 '규칙'을 만들어내는 미소라의 모습도, 과거를 회상하며 '리셋'이라는 능력을 원한 케이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이번 권의 주인공은 미래시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안해하며 '안드로이드'라는 질문을 던지고 케이에 대한 연정에 고통스러워하는 스미레였다. 과연 내가 미래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미래를 모두 안다는 것은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모든 고민과,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굳이 돌아가는 방법으로 살고 있는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대단히 아름답다. 다음 권이 더욱 기대된다.


 ㅡ 그저 예정을 실행해갈 뿐인 나는, 인간인가?


PS. 이번 권에서 머리가 길었을 때의 미소라가 등장하는데 너무 이쁘다. 작가가 단발을 좋아하는지 단숨에 잘라버렸지만. 제기랄. 케이 왜 그랬어. 정말 왜 그랬어. 이해할 수가 없네. 다른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정말 알 수가 없네...ㅠㅠ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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