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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오' 히카루가 지구에 있었을 무렵... 2 - Extreme Novel
노무라 미즈키 지음, 타케오카 미호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노무라 미즈키(野村美月) - 유가오(夕顔) ★★★☆☆
문학소녀(文学少女) 시리즈를 만들었었던 노무라 미즈키(野村美月) 작가와 타케오카 미호(竹岡美穂) 일러스트레이터의 신작. 히카루가 지구에 있었을 무렵…(ヒカルが地球にいたころ……) 시리즈의 1권이었던 아오이(葵)에서 노무라 미즈키 작가의 서정적인 글 솜씨와 필력에 감탄하면서도 한을 품은 유령이 찾아온다는 소재에서는 마치 처녀귀신이 사또를 찾아오던 시절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식상함을 느껴 아쉽기도 했습니다.
2권까지 지켜보자는 생각에 히카루가 지구에 있었을 무렵…(ヒカルが地球にいたころ……) 시리즈 2권인 유가오(夕顔)를 손에 쥐었습니다. 이번 권에서는 '유가오(박꽃)'을 연상하게 하는 히로인. 유우가 사건의 중심 인물로 등장합니다. 1년 전 따돌림을 당하고 집 안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된 소녀와 히카루의 부탁으로 그녀의 집에 찾아가게 된 주인공. 코레미츠가 만나게 되면서 그녀와 관계된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책 자체는 여전히 볼만했습니다. 사건을 파헤치다 어느새 눈을 빛내며 남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열혈을 보여주는 주인공 코레미츠의 모습이나, 전권에서부터 이어지는 호노카와 코레미츠의 관계에 더해 새로운 등장인물인 유우와의 사랑, 심지어는 1권의 히로인이던 아오이까지 후반부에 코레미츠를 연모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더욱 복잡하게 꼬이는 관계가 흥미를 돋굽니다.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문장과 등장인물의 내면을 묘사하는 테크닉은 대단히 감탄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기대보다 1권의 재미가 미묘하여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에 읽은 2권이지만 오히려 1권보다 실망스럽다고 느껴졌습니다. 아쉬움을 느꼈던 여러 부분 중에서도 특히 유우를 괴롭힌 여학생들의 심리가 대단히 유치했다는 게 몰입도를 떨어뜨리는데 한 몫 했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이 학원에 다닌 학생을 '귀족'으로 취급한다는 것, 중학생부터 들어온 유우가 감히 '귀족'과 어울리는 게 꼴 보기 싫었다는 것. 이 부분을 읽고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쩍하고 벌려 다물지 못했습니다. 일종의 인터넷 소설이나 레이디스 노벨에서나 나올법한 스토리에 진지한 분위기가 망가지고 기가 막히더군요.
유우가 방 안에 틀어박히게 된 계기인 '원령 사건'에도 대단히 큰 모순점이 존재하비다. 이에 대해서는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깊게 말하지는 않겠지만, 모두 읽고 나니 애초에 사건을 오해받게 만든 원흉이 된 주모자가 "그건 내가 한거야."라고 말하는 게 어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상황과 성격의 등장인물로 묘사가 되는데도 이야기를 억지로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전 감상에서도 언급했듯이 노무라 미즈키 작가와 타케오카 미호 일러스트레이터 콤비가 선보이는 히카루 시리즈는 일본 최초의 산문 소설인 '겐지 이야기(源氏物語)'를 바탕으로 쓰여져있습니다. 1권의 제목인 아오이(葵)는 겐지가 사랑했던 여자 중 한명인 아오이노우에(葵上), 2권인 유가오(夕顔), 이어지는 와카무라사키(若紫), 오보로즈키요(朧月夜), 스에츠무하나(末摘花) 역시 일본의 카사노바로 통하는 겐지가 사랑했던 여성들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이 겐지는 이 이야기에서 유령이 되어서 코레미츠에데 들러붙은 히카루에게 투영됩니다.
이 때문인지 히카루는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만인의 연인', 혹은 '하렘 황태자' 정도로 묘사되며 가벼운 분위기를 풍기는데, 오히려 이것이 작품의 분위기를 망치는 면이 있어서 전권에서도 느꼈었지만, 이번 권에서는 한층 아쉬웠습니다. 전권에서 전홍자에 대한 마음으로 안타까움을 안겨줬었던 히카루가 이번 권에서 새로운 여성과의 '약속'을 말하며 해결해달라는 부분에서는 실망스러웠고, 전권의 사건도 그렇지만, 애초에 이런 사건이 일어난 부분에는 히카루의 태도에 많은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꽃을 거절할 수는 없다.'며 가벼운 행실을 보여부는 면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흐리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권에서도 그렇고, 아무래도 소재를 잘못 선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러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고, 후반에 살짝 밝혀진 오미 히이나의 정체와 다음 권을 기대하게 만드는 마무리는 역시 좋았지만, 정작 이야기의 진행이 논리적이지 못했고, 지나치게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소재는 아쉬웠습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