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피, 열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작가의 놀라운 데뷔작이라는 문구는 일단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하다. 정여울 작가의 강력 추천을 비롯 수많은 찬사가 쏟아졌고 오프라 윈프리 월간지에 추천 도서로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솔직히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여러 매체의 찬사는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해서 살짝 의구심이 들기도 한 게 사실이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렇게 감탄을 자아내는 것인지 호기심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은 11편의 단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처음 나오는 표제작 <우유, 피, 열>은 그야말로 오싹했다. 이처럼 섬세한 묘사라니 마치 내가 직접 눈으로 보는 듯 생생하다. 강렬하면서도 냉정한 시선이 작품 전체에 흐른다.

인명과 지명이 아니면 우리나라 소설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랬나 싶기도 한데, 무엇보다 번역이 압권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번역 그 자체로 예술이다.

모든 단편에서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느껴진다. 나이, 직업, 성격, 상황 등은 제각각이지만 이 시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픔을 관통하면서 공감을 일으키고 마침내 연대를 이루게 한다.

깊은 사유와 통찰이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단편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 가상 공간 속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너와 나, 바로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빠져들어 읽을 거라고 생각한다.



p.72
제이는 그 마을 사람들, 그들의 귓속말, 매정한 규범, 편협한 시선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철저히 소외시켜 여자의 빛을 꺼뜨리려고 공모했던 그들을.



p.143
이 모든 것에 마고는 화가 났다. 엄마는 무언가를 원했으면서도 그것을 손에 넣지 않았고 결과는 늘 그대로였으니까.



p.247
만일 여자들에게 궁금해할 자유가 더 많이 허락되었더라면 세상은 지금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p.329
"네 자신으로 있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살다 죽는 거고. 간단해."


#우유피열 #소설추천 #책서평 #도서서평 #미스터리소설 #단편 #현대문학 #여성문학 #단편소설 #영미소설 #모니즈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사나운 애착>이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면 이번 신작은 뉴욕이란 도시에서 관계 맺은 우정을 되짚어보는 에세이다. 이 책은 <사나운 애착>후 30여 년 만에 나온 회고록이라고 하겠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 후 고닉은 완벽한 짝을 찾겠다는 열망을 뒤로 하고 자기 최선의 자아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왜 사랑이 아니라 우정일까?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이 책에서는 친구와의 우정만을 다룬 건 아니다. 엄마를 비롯해 이웃들, 작가들, 거리의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우정을 탐색한다. 게이 친구와 나눈 대화는 블랙코미디 연극을 보는 기분마저 든다.



짝 없는 여자 고닉이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찾아낸 우정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사랑이 주지 못한 만족감을 우정에서 찾았을까? 나이가 들수록 대화가 통하는 만남이 간절해지기 마련이다.



p.7
우리가 각자 살면서 나눠본 대화 중에 가장 흡족한 대화를 나누고, 우리 둘 다 그걸 단 일주일이라도 포기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토록 강렬하게 이끌리는 대화를 나눈다는 것, 그게 우리가 우리 자신을 느끼는 방식이니까.



남녀 간의 특히 부부 간에 이런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커플이 얼마나 될까? 남편 또는 아내와 강렬하게 이끌리는 대화를 자주 나누시나요?



p.28
자기 최선의 자아. 이는 몇백 년간 우정의 본질을 정의할 때면 반드시 전제되는 핵심 개념이었다. 친구란 자기 내면의 선량함에 말을 건네는 선량한 존재라는 것.



그렇다고 사랑이 필요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기 최선의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우정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말일 테다. 대화의 깊이와 폭을 넓히려면 다양한 만남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p.127
좋은 대화란 공통된 이해관계나 계급의식이나 공유된 이상 따위보다는 기질에 달린 문제다. "그게 대체 뭔 소린데?"라고 따지기보다는 "뭔 말인지 딱 알지."하며 자기도 모르게 반색하게 되는 기질. 그런 공통의 기질이 있으면 대화를 자유로우면서도 거침없는 흐름을 어지간해선 잃지 않는다.



나는 좋은 기질을 가진 친구인가 되묻게 된다. 따지기보다 반색하는 기질! 우리가 지금 갖추어야할 기질은 비판이나 판단보다는 공감인 것이다. 맞장구치며 이야기 나눌 친구와의 시간이 이 순간 너무 그립다.


#짝없는여자와도시 #비비언고닉 #글항아리 #문학동네 #에세이 #회고록 #우정 #친구 #뉴욕 #책소개 #책리뷰 #서평단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켄슈타인 에디터스 컬렉션 15
메리 셸리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읽었다고 착각하는 작품이 있다. 영화나 뮤지컬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접했거나 어릴 적 동화로 맛을 본 경우가 이에 속할 것이다. 대강의 줄거리를 알고 다른 매체를 통해 봤는데 굳이 이 소설 읽어야할까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이 작품의 진가를 알기 전에는.



최근 ‘알쓸인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언급해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여러 출판사 버전이 있는데 문예출판사 에디터스 컬렉션을 선택했다. 아름답고 독창적인 펜화 45점이 수록되어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한 글자나 판형이 내가 선호하는 사이즈다. 작품해설이 포함된 것도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소설은 우연한 계기로 쓰여진다. 1816년 여행하던 중에 제네바 호수 근처에 머물던 바이런을 만난다. 괴담을 한 편씩 써보자는 제안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이듬해 장편소설을 완성하고, 1818년 익명으로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를 출간한다. 이 소설이 여성 작가의 작품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나?



새로운 장르의 과학소설, 19세기 고딕소설의 걸작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런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이 소설을 다시 읽어야하는 이유가 있다. 이 작품은 사회 지배적 가치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비판하는데 어릴 땐 이런 게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명작은 텀을 두고 몇 번이고 다시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삼중 액자식 구성이다. 월턴 선장, 프랑켄슈타인, 괴물이 이야기 속 이야기로 등장한다. 이 이야기가 어찌나 흥미진진하던지 한 번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 프랑켄슈타인이 이런 소설이었나 싶을 정도다. 재미는 재미대로 갖고 가고 성, 소수자, 계급 등 다양한 시선으로 심오한 의미를 던져주는 소설이다.



프랑켄슈타인을 읽고자 맘 먹었다면 버니 라이트슨의 삽화가 수록된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흡입력도 훌륭하지만 펜화를 보는 맛도 정말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전과 다르게 괴물로 일컫는 피조물에 감정이입이 되는 색다른 경험도 하게 된다. 어릴 때 읽었더라도 다시 읽어야 하는 결정적 이유다.



p.86
내 가르침이 싫다면, 적어도 본보기가 되는 나를 보고 배우기를. 또한 지식을 얻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자기 역량 이상으로 더 위대해지려고 열망하는 사람보다 자기 고향이 세상 전부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더 행복한지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



p.91
성숙한 인간이라면 항상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절대 열정이나 일시적인 욕망 때문에 평정심을 깨서는 안 된다. 나는 지식의 추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p.385
아아! 삶이란 몹시 질겨 가장 증오할 때 가장 집요하게 들러붙는 법이다.



#프랑켄슈타인 #메리셸리 #문예출판사 #에디터스컬렉션 #버니라이트슨 #삽화 #일러스트 #명작 #고전소설 #고딕소설 #책리뷰 #책추천 #책소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컬러 오브 아트 - 80점의 명화로 보는 색의 미술사
클로이 애슈비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색으로 알아보는 미술사라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한 번도 색을 중점으로 미술사를 알아본 적은 없는 듯하다. 저자가 선택한 80점의 명화도 궁금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작품 중에 과연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을까. 매력적이고 때로는 과감한 색채를 보여준 명화로 선정했다는데 그걸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 되어준 책이다.



색을 빼놓고 그림을 말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색의 다양성을 포착하고 그 아름다움을 찬양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더불어 색의 흐름과 의미를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최초의 색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수만 년 전 예술가들은 광물에서 색을 만들었다. 땅을 파고 광물을 추출한 후 가루로 만들어 사용했다. 선사 시대 동물 벽화를 보면 색의 기원을 알 수 있다.



인류 최초로 인공 안료를 만든 것은 이집트인들이다. 이때가 청동기 시대라고 하니 감탄할 수밖에. 최초의 인공 안료인 이집션 블루는 준보석인 라피스 라줄리에서 추출했기에 아주 비쌌다. 한동안 파란색은 부유한 후원자들의 의뢰를 받은 성공한 화가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당시 새로운 색은 지위의 표시나 마찬가지였다. 그걸 알고 보니 그림 속 파란색이 달리 보인다.



최초의 근대 합성 안료인 프러시안 블루가 1710년 파리에 알려지면서 회화에 혁명을 일으키게 된다. 이젠 누구나 쉽게 하늘과 바다의 색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확실히 그 이후로 파란 하늘이 그림에 자주 나타나게 된다. 그걸 캐치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색의 역사를 배우며 그림을 색 위주로 살펴보니 색다른 재미가 있다.



화가가 목숨을 건 직업이라고? 유독성 안료 때문에 화가들은 여러 피해를 입곤 했다. 세잔은 당뇨병을 모네는 시력을 잃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즐겨 사용했던 크롬 엘로우는 납 성분이 들어 있었다. 그당시 화가들이 여러 병을 얻게 된 건 안료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고 보니 생명을 건 작업이었다는 게 과언은 아닌 듯하다.



근대 화학의 발전이 화가들에겐 다양한 색을 선물하는 역할을 했다. 과학자들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고 이 원소들을 결합하여 다양한 안료를 개발했다. 1801년 프랑스는 국가산업으로 안료의 대량 생산을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새로운 합성 안료가 등장함에 따라 물감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업체들도 생겨났고 색의 역사에서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이로인해 인상주의가 꽃을 피우게 된다.



이 책은 색의 변천사를 알아가는 데 큰 몫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술사의 흐름을 잡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들을 만나는 기쁨도 크다. 여성 화가의 작품도 다수 실려 있는데 그것도 의미있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미술사에서 색이 변화하는 과정을 알고 싶다는 이 책 추천하고 싶다. 어렵지 않고 시대별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 만족스런 책이다.





#컬러오브아트 #클로이애슈비 #아르카디아 #미술사 #명화 #색채 #색 #컬러 #미술 #아트 #책리뷰 #책추천 #책소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슌킨 이야기 에디터스 컬렉션 14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얼마 전에 <슌킨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던 터라 작가의 다른 단편도 궁금했다. 이 책은 <슌킨 이야기>를 포함해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에디터스 컬렉션이다. 탐미파라고 불리는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던 작가다.

1886년 도쿄 출생,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퇴학당한다. 1915년 시인인 친구가 그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자 아내를 양도하겠다는 합의문을 아사히신문에 실어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세설>로 널리 알려진 작가인데 탐미주의 작가답게 여기 실린 단편들은 말 그대로 '탐미적'이다.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추구하려는 작가의 정신이 모든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100년도 더 된 소설이라 그런지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마저 든다. 장면 묘사를 어찌나 섬세하게 해놨는지 마치 당시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하다. 이런 게 옛 소설을 읽는 맛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전혀 올드하지 않다. 오히려 파격적이라고 할 만하다.

표제작 <슌킨 이야기>는 사스케의 슌킨을 향한 지독히도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고 있다. 영원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 슌킨. 그런 슌킨을 위해 자신의 눈을 찔려 실명한 사스케. 이런 사랑이 가능하다고? 이건 사랑이 아니라 숭배에 가깝다.

소설은 허구라지만 작가의 삶이 알게 모르게 반영되기도 한다. 작품 해설을 읽어보니 다니자키 준이치로도 상당 부분 그렇다. 삶이 작품이 되고 작품이 삶이 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삶을 살다간 작가라고 할 수 있다.

7편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다. 다양한 소재로 뻔하지 않은 전개가 좋았고 무엇보다 인간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숨겨진 욕망을 들춰내고 흥미롭게 풀어낼 줄 아는 작가의 능력에 살포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슌킨이야기 #다니자키준이치로 #문예출판사 #일본소설 #탐미문학 #에디터스컬렉션 #책소개 #책리뷰 #책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문신 #호칸 #소년 #비밀 #길위에서 #갈대베는남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