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한눈에 보이는 영국 책방 도감 - 개성 넘치고 아름다운 영국 로컬 서점 해부도
시미즈 레이나 지음, 이정미 옮김 / 모두의도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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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영국에 위치한 책방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저널리스트 겸 번역가인데 영국에 거주하면서 만난 책방을 특별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눈에 보이는 공간 분석 일러스트 형식이 바로 그것이다. 표지에서 보는 것과 같이 서점 해부도를 상세한 내부 사진과 함께 수록했다. 사진만 있으면 공간감이 부족해지는데 그걸 보완하는 방식으로 일러스트를 추가한 것으로 보여진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행지에서 서점을 꼭 일정에 넣는다. 유명한 서점이어도 좋고 아담한 동네 서점이라도 좋다. 그 나라 언어로 된 책을 구입하면 아주 훌륭한 기념품이 되기도 한다. 영국에도 유서 깊고 멋진 서점이 많다. 이 책은 영국 책방 가이드북으로 손색이 없다. 직접 가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이렇게 책으로 만나보는 것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P.18
던트 북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점원의 질'과 '독서를 사랑하는 손님에 대한 서비스'다. 입구 부근에는 안목 있는 점원들이 엄선한 문학과 논픽션을 중심으로 신간, 그리고 던트 북스가 추천하는 스테디셀러가 빽빽하게 꽂혀 있다. 독서 마니아인 손님을 위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결혼을 앞둔 커플이 신혼집에 둘 책의 목록을 만들고 친구와 가족이 그 목록에 있는 책을 선물하는 '웨딩 리스트', 사설 도서실을 여는 사람을 위해 책의 선정부터 진열까지 맡아서 해 주는 '라이브러리 빌딩' 등 독자 맞춤 서비스도 특히 인기가 있다.

던트 북스에 가서 책 선물을 고른다면 꽤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특히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선물하기 좋은 ‘웨딩 리스트’ 라니 센스가 돋보이는 서비스다. 그냥 책만 파는 서점은 살아남기 어렵다. 각자의 개성과 특색을 갖춰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P.194
닐은 요즘 영국에서 독립 서점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를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이기에 더욱, 사람들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타인과의 생생한 경험을 원합니다. 서점 중에서도 그런 흐름에 잘 올라탄 곳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독립 서점의 인기는 역시 교류에 있다. 북토크과 독서 모임 등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생명이다. 오프라인 서점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경험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페 앤 닐 서점은 영국 독립 서점 부활의 주역이며 성공 사례의 표본이다.

P.207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궁극의 치유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 B의 독서 스파', 일명 '북 테라피'는 스스로를 '비블리오 테라피스트(책 테라피스트)'로 소개하는 점원과 둘이서 홍차와 맛있는 케이크를 먹으며 좋아하는 책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하는 서비스다. 그리고 대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테라피스트가 책을 처방해 준다. 손님은 탁자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다.

욕조가 있는 책의 전당 미스터 비스 엠포리엄의 북 테라피는 나도 참여하고 싶은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완전 예약제이고 가격은 책값 포함 100파운드가 넘는다는 문턱이 있지만. 9개월 뒤까지 예약이 찰 만큼 인기가 있다고 한다.

책과 여행을 좋아한다면 완전 취향저격인 책일 것이다. 영국 현지 책방을 여행하는 즐거움이 가득 담긴 책이다. 책벌레들이 사랑하는 영국 책방 완전 해부! 영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도 강력 추천한다.



#공간이한눈에보이는영국책방도감 #시미즈레이나 #모두의도감 #영국책방 #런던서점 #책리뷰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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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트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7
문지혁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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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문지혁 작가님 신간을 목빠지게 기다렸다면 믿을까. 그렇게 기다리던 소설이 현대문학 핀 시리즈(057)로 나왔다. 제목은 나이트 트레인(나도 그 기차를 탄 적이 있었지), 여행에 관한 기록이라는 소개에 읽기 전부터 이미 푹 버렸다. 그래 이거지! 내가 기다려온 바로 그 작품이 나온 것이다.

실물 책을 받아든 순간 또 반해 버렸다. 어쩜 이리도 설렘을 주는 표지란 말인가! 당장이라도 밤 기차를 타고 싶게 만들잖아. 연두연두한 필사 카드, 이 색감 어쩔거야~ 읽기도 전에 애정이 한가득 쏟아진다.

이야기는 아버지가 보내온 소포 속 필름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1999년 유럽 여행에서 찍은 추억의 사진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작가님이랑 난 같은 시기에 유럽에 있었다. 21일 유럽 호텔팩, 런던 인 파리 아웃, 시계방향으로 한 일정, 심지어 여행의 시작점이 빈이라는 것까지도.(이유는 다르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추억이 덧입혀지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고 떠났던 이 여행을 애도의 시간이라고 서술한다. 상처와 아픔에는 애도의 기간이 필요한 법이다. 훌쩍 떠나는 여행만큼 좋은 약도 없다. 사람마다 치유의 방법은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그렇다.

여행자들은 ‘비포 선라이즈’를 보면서 여행지에서의 로맨스를 꿈꾼다. (작품속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빈은 찰나의 인연이 스치는 장소라 애틋하게 그려진다. 사랑과 낭만의 빈을 이 소설에서는 사랑을 끝내기 위해 찾는다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일행의 불평이 쏟아진다. “이게 뭔 호텔팩이고, 야간열차팩이지.”(p.96) 이 작품의 제목 <나이트 트레인>은 야간열차를 의미하지만 주인공이 여행을 하면서 소설을 습작하는데 쓰기의 연속/글쓰기 훈련 ‘write train’의 유음 이의어일 수 있다.(p.195)

여행의 목적을 이뤘을까? 결말을 보니 목적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 모든 여행에는 여행자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고(p.26) 마르틴 부버가 말했다. 어떤 목적을 갖고 떠나든 여행은 성장의 동력이 될거라 믿는다.

이것은 여행에 관한 기록이다.(p.11) 이 소설은 1999년 유럽 여행의 기록이며 사랑의 끝과 시작을 통과하는 청춘 열차다. 엊그제 일은 생각나지 않는데 99년 덜컹이는 야간열차의 추억은 너무나 생생해서 놀라울 정도다. 분명 고된 여정이었지만 낭만으로 기억되니 지나고 보면 모든 여행은 달콤함만 남는 듯하다. 추억 소환이 된 <나이트 트레인> 기대하며 기다린 보람이 있는 작품이다.

1999년 그해 여름 야간열차를 타고 유럽을 누빈 사람 또 어디 없나?



🔖p.26
여행에는 목적이 있을까?
일찍이 마르틴 부버는 말했다. 모든 여행에는 여행자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고.

🔖p.109
기억을 가까스로 재구성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어쩌면 전수진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인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일부의 사실과 일부의 거짓, 혹은 과장이나 왜곡이나 편집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부분 그렇듯 우리는 자신의 삶을 서사화하고 그 속에서 특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통해 이 무의미한 삶을 어떻게는 견뎌내려고 하니까.

🔖p.128
그들은 자신의 여행을 말할 때 수줍어하기도 하고 머뭇거리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했다. 분명한 건 그들 모두에게서 어떤 마음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무엇으로도 결코 훼손하거나 왜곡되거나 사라질 수 없는 마음.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연약하고 변하기 쉬우며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마음. 각자의 여행을 시작하게 했고 여전히 지니고 있으며 아마도 여행을 마칠 때는 이전과 같지 않을 마음. 우리가 우리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믿으며 바라는 마음.



#나이트트레인 #문지혁 #현대문학 #핀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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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생긴 일
파트리시아 코크 무뇨스 지음, 카리나 코크 무뇨스 그림, 문주선 옮김 / 다그림책(키다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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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책을 읽기 위해 가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 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양한 것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 도서관만 해도 전시실이 있어 매달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고 음악이나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카페도 있어 멀리 나갈 필요도 없이 도서관 안에서 오래 머물기 좋다.

도서관에서 생긴 일? 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는 건지 제목에서부터 먼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 그림책은 도서관 사서 알레한드리아에 대한 헌사로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칠레 그림책으로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는 서로 자매다. 글은 언니가 그림은 동생이 맡았고 둘은 출판사를 함께 운영중이다.

이야기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알렉산드리아(알레한드리아의 영어식 표기) 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전개된다. 아이의 시점에서 본 사서는 어떤 모습일까? 하루 온종일 책을 정리하고 빌려주는 일만 하는 게 무척 지루해 보인다고 묘사하고 있다. 선생님의 특징이라면 안경을 늘 쓴다는 점인데 심지어 비가 올 때도 선글라스를 쓴다.

흥미로운 점은 책 속에서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도해>라는 책이 등장하는데 ‘어린이를 위해 만든 최초의 그림책‘이란 걸 역자 주를 통해 알게 됐다. 체코 교육자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가 쓰고 1658년에 독일에서 출판된 교과서라고 알려져 있다. 또 한 권은 <화씨 451>로 몇 문장이 수록되어 있다. 책과 생각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문장들이다.

알렉산드리아 선생님이 도서관에 온 뒤로부터 도서관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이 되었다, 특히 그림자 극장을 여는 날은 설레고 기대되는 날이다. 도서관과 책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모습이 여러 장을 통해 전달된다. 그러던 어느날 낯선 남자들이 들이닥치고 도서관은 더이상 문을 열 수 없게 된다.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도서관이 닫힌 모습은 안타깝게 다가왔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읽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자라나는 곳이고 어른들에게도 쉼터 같은 공간이다. 그런 공간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해야할 일이다. 도서관을 애정하는 독자로서 결말이 너무 마음 아팠지만 선생님이 남겨준 작고 소중한 것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음을 믿고 있다. 귀한 메시지를 담은 칠레 그림책을 만날 수 있어 행운이라 생각한다.




#도서관에서생긴일 #다그림책 #파트리시아코크무뇨스 #카리나코크무뇨스 #칠레그림책 #도서관 #책리뷰 #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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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알고리즘
디에이치 지음 / 부크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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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요즘 연애를 안하는 청춘들이 많다고 한다.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에 연애를 포기하며 산다니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연애가 또 어디 쉬운가! 연애를 시작하면 더 많은 고민과 함께 살아가야 하니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연애를 책으로 배웠다는 농담이 있다. 실전에서 부딪히며 경험을 쌓으면 가장 좋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먼저 책으로라도 배워야 한다. 유튜브 누적 조회 수 2천만, 연애 상담 1만 회 이상인 전문가 디데이치가 분석한 <연애 알고리즘>에 연애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연애는 일종의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연애 알고리즘을 파악하고 균형 잡힌 연애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온 책이다. 이 책은 만남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들, 현명한 이별을 하는 방법까지 안내한다. 한마디로 연애 가이드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연애라는 관계 시스템을 이해해야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애 처방전 같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연애는 다분히 주관적인 관계다. 내 입장만 생각하기에 실수와 실패가 거듭되는 게 아닐까 싶다. 객관적이고 냉정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훨씬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나와 잘 맞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모든 면에서 딱 맞는 상대를 만나는 건 어렵지만 고려하면 좋은 전제 조건이 있다. 저자가 말하는 건 웃음 포인트와 가치관이다. 이 두 가지가 맞으면 다른 건 조율하면서 맞춰갈 수 있어 연애를 시작할 최초 조건이 된다.

연애 지침서 <연애 알고리즘>엔 수많은 질문과 대답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유용한 내용이지만, 연애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역시나 마음가짐이다. 저자도 강조한다. 삶의 태도, 가치관, 상대에 대한 진정성 같은 게 더 중요하다고.

연애하면서 상담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혼자 끙끙대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보자. 이 책이 그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연애알고리즘 #디에이치 #부크럼 #출판사 #에세이추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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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메뉴판 - 한 장의 메뉴에 담긴 시대의 취향, 계층, 문화 이야기
나탈리 쿡 지음, 정영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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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메뉴판은 기본적으로 음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가게의 성격을 드러내고 나아가 고객의 선택을 직접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메뉴판에 대해 심도있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이제껏 메뉴판은 그저 선택을 위한 도구였을 뿐이었다.

<미식가의 메뉴판>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요즘 음식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 나탈리 쿡은 영문학 교수인데 식문화에 대해 탐구하며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한 장의 메뉴판에 담긴 시대의 취향, 계층, 문화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메뉴판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19세기 중반 무렵으로 기록된다. 당시 유럽의 식사 문화는 여러 요리를 한꺼번에 차려놓고 먹던 프랑스식 서빙 방법에서 순차적으로 내놓는 러시아식 서빙으로 바뀌고 있었다. 메뉴판은 손님에게 예고편처럼 미리 보여줌으로써 식욕을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

이 책에는 다양한 메뉴판이 등장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메뉴판에는 그 시대의 인식과 시각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가 권하고 싶은 건 ‘상상의 도약‘으로 역사 속 특정한 순간으로 돌아가 그 시절 식탁에 앉아 그들의 눈으로 메뉴와 음식을 경험해보자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데 필요한 건 상상력이다.

메뉴판이 대중화된 건 인쇄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각 식당만의 개성과 분위기를 담은 메뉴판이 탄생했다. 메뉴판에 실린 삽화는 거의 예술 작품에 가깝다. 툴루즈 로트렉이 메뉴판 삽화까지 그렸다는 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메뉴판은 식문화의 발전과 변천사를 엿볼 수 있는 가히 기록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메뉴판이 실용적 역할을 너머 기념품이 되기도 했다. 왕실 금박 문장이 선명히 찍힌 메뉴판부터 고유 인증번호를 넣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메뉴판까지 형태는 다양하다. 뉴욕시 상하이 로열 레스토랑은 우편으로 발송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소장 가치를 높인 메뉴판이 등장하면서 수집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경험을 기록하고 간직하고 공유하고 싶어한다.

세계박람회에서 선보인 메뉴판은 각국 음식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고, 어린이 메뉴판은 귀여운 형태만으로도 소장하고 싶어진다. 또한 최근 메뉴판엔 건강을 위한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저염식, 저지방을 비롯해 우리나라 제로 슈거, 저탄고지, 식물성 단백질 같은 문구가 마케팅 전략이 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가장 충격적인 음식 사진이 있는데 심장 퓌레와 장기 기증 카드라는 컨셉의 요리다. 식당에서는 장기 기증 카드를 내어 참여를 독려한다는 취지라는데 과연 성공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특별해야 살아남는 건 알겠지만 이건 너무 파격적이란 느낌이 든다.

호화 열차의 코스 요리와 감옥의 식단까지 다양한 음식 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그야말로 메뉴판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사철 제본으로 되어 있어 메뉴판처럼 활짝 펼쳐지는 점도 맘에 든다. 역사 속 입맛, 권력, 유행을 보여주는 <미식가의 메뉴판>, 호기심을 채워주며 미식의 세계로 이끈 책이다.


P.19
메뉴판은 그것이 사용될 당시의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보여줄 뿐 아니라 그 시대의 대중 예술과 인쇄 기법, 나아가 소통 기술의 변화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메뉴판은 사회• 정치• 문화•의학• 상업 • 요리 역사의 흐름 속에 나타난 결정적인 변화의 순간과 끈질기게 이어진 연속성도 담고 있다.

P.31
메뉴판은 다양한 음식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가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이며, 시대마다 달라지는 전통과 취향의 변화를 기록한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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