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김의경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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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부동산 앤솔러지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는 5개의 단편과 작가 노트가 담겨진 소설집이다. 부동산 이야기는 끝없이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누울 집 하나 마련하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시대 부동산의 민낯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책이다.

김의경 <애완동물 사육 불가>는 유일하게 반려견을 흔쾌히 가족으로 인정해준 단 한 명의 집주인에게 전하는 안부 인사 같은 작품이다. 전월세 살면서 캣맘을 하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은 꽤나 눈치 보이는 일이다. 주인공인 자매는 어린 시절 자신들이 버려진 고양이 같다고 느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자매는 그들을 외면하기 어렵다. 캣맘으로서의 고충과 내집 없는 설움이 녹아든 단편이다.

장강명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를 통해 마빈 히메이어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개인과 지방정부의 갈등 끝에 장갑 불도저로 도시를 파괴한 비극적 복수극이다.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마주한다. 전세사기는 피해자가 오롯이 떠안아야하는 문제로 해결책이 묘연하다.

정명섭 <평수의 그림자>는 엉뚱한 설정을 가지고 부동산을 풍자한 작품이다. 은행원 김 대리는 어느 날 타인의 그림자에서 그 사람이 사는 곳을 보게 된다. 그림자가 크고 진할수록 존경심이, 작고 희미할수록 무시하는 마음이 생긴다. 인간의 속물적 특성을 잘 꼬집어낸 단편이다.

정진영 <밀어내기>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집주인이 세입자를, 경매 낙찰자가 거주자를. 현 부동산 대책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며 작가는 열변을 토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최유안 <베이트 볼>은 집이 단순 거주지가 아니라 투자처가 되어버린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어떤 정책도 인간의 욕망을 막을 수 없다. 막는다고 막아졌으면 지금처럼 됐을리 없지 않은가!

문학을 왜 읽어야 하느냐? 작가들이 종종 받는 질문이다. 문학에 힘이 있는가? 장강명 작가는 힘 있는 문학으로 존 스타인백의 ‘분노의 포도’를 떠올린다. 정직하게 쓴 소설은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진단이나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더라도 현상을 관찰하려고 노력하는 게 작가의 일이다. 정명섭 작가는 문학이 우리 사회의 가장 낮고 어두운 곳을 비추는 등불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소설집은 그런 문학의 역할을 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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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빛 Dear 그림책
문지나 지음 / 사계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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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어느 순간 계절에 맞는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예전엔 몰랐는데 의외로 계절 관련 책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올 겨울에도 그렇게 또 하나의 계절 그림책을 만났다. 어쩜 표지처럼 첫눈 오는 날 운명처럼 다가왔다. 이런 작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책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지 모르겠다.

문지나 작가는 2023년 <여름빛>을 출간했고 올해 드디어 <겨울빛>을 선보였다. 왠지 빛 시리즈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긴 했는데 2년이나 기다려야했다. 여름과 겨울이 나왔으니 봄빛과 가을빛도 기다려진달까.(꼭 내주세요~)

겨울은 좋아하는 계절이 아니다. 일단 추위에 너무 취약하고 다양하게 물들이던 색깔이 사라져 세상이 너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을 찾는다면 하얗게 내리는 눈 정도랄까. 그것도 자주 내리는 것이 아니니 확실히 겨울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겨울빛>을 넘기면서 새삼 깨달은 게 있다. 겨울이기에 빛이 더 반짝이고 따사롭다는 걸. 환하게 쏟아지는 햇빛에 열광하게 되는 건 겨울이니까 가능한 일, 여름엔 피해다니기 바쁘다. 전구 하나를 밝혀도 따스한 분위기가 나는 건 겨울이기에 느낄 수 있는 것. 페이지를 넘길수록 겨울빛이 차갑다는 편견이 사라진다.

이 그림책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눈으로 가득하다. 눈이야말로 겨울이 주는 가장 귀한 선물이 아닌가 싶다. 극적인 서사는 없고 겨울이 주는 감각에 집중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내리는 눈처럼 쌓인다. 그렇게 우리의 겨울 풍경이 시처럼 그려진다.

<겨울빛>이 정감있게 느껴지는 건 그림체 덕분이다.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주로 사용했고 내리는 눈은 물감으로 콕콕 찍어 표현했다. 노랑, 빨강 등 원색을 적절히 써서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겨울 빛깔과 색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겨울빛>이 겨울이 차갑기만 한 무채색 계절이 아니란 걸 다시금 일깨워준다.

겨울에 딱 맞는 그림책을 찾고 있다면 <겨울빛>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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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선물 최고의 선물
파울로 코엘료 지음, 김이랑 그림, 최정수 옮김 / 북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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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문호 파울로 코엘료가 전하는 ‘사랑의 연금술‘이라니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최고의 선물은 과연 뭘 말하는 걸까? 이 책은 헨리 드러먼드의 저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에서 영감을 받아 쓰여진 에세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고린도전서 13장 “사랑이 제일이다”라는 말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책이다.

고린도전서 13장은 사랑을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며 태도로 정의한다. 사랑은 아홉 가지 요소—인내, 온유, 관대, 겸손, 예의, 이타, 좋은 성품, 정직, 진실—로 이루어져 있다. 파울로 코엘료는 이 모든 것이 최고의 선물이며, 최고의 선물은 숨결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p.34
그것은 그 자체로 선물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하루를 구성하는 말과 행동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선물입니다.

최고의 선물은 사계의 정원(봄의 정원, 여름의 정원, 가을의 정원, 겨울의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이 정원이란 이름 붙여 있듯이 페이지마다 꽃 이미지가 가득하다. 게절에 맞게 꽃을 배치하고 이름과 꽃말을 함께 적었다.

봄의 정원에서는 사랑의 아홉 가지 요소를 설명하고, 여름의 정원에서는 하나하나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가을과 겨울의 정원에서는 사랑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다.

p.77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이 세상에서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인생은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배움의 장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사랑은 음악이나 미술처럼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지만 설교 말씀처럼 들리기도 한다.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을 삶의 중심 가치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종교 여부와 상관없이 의미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남는다. 나는 사랑을 제대로 아는가?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파울로 코엘료가 남긴 질문들을 가슴에 새겨본다. 고린도전서 13장은 단순한 말씀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메시지임을 깨닫게 된다.



#최고의선물 #파울로코엘료 #북다 #사랑 #에세이 #책소개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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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클래식이라는 습관 - 어려운 클래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조현영 지음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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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365일 클래식이라는 습관
✍️조현영
🏚현대지성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어렵다고 느끼는 건 낯설기 때문이 아닐까? 익숙해지면 쉬워질까? 음악에 쉽고 어려움이 존재하는가? 우리는 익숙한 것을 쉽게 느끼고 낯선 것을 어렵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난이도 때문이 아니라 경험의 빈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은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것이 들린다.

클래식의 아름다움은 설명이 없어도 느낄 수 있지만 그 내용을 알면 더 깊어지는 음악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아니 아는 만큼 들린다. 매일 클래식을 들으며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지만 지속하지 못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더 수월하리라 생각하는데 <365일 클래식이라는 습관>이 내 클래식 메이트가 되어주었다.

매일 뭔가 꾸준히 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나를 이끌어줄 가이드가 필요했다. 이 책은 하루 한 곡 부담없이 들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2015년 KBS 클래식 FM 선정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전곡이 의미 있는 날에 배치되었다. 전체 순위는 맨 뒤 부록1에서 확인할 수 있다. 1위는 전혀 예상치 못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Op.18’이다. (4월1일에 들어볼 수 있다)

부록2에는 작곡가별 작품 목록이 나온다. 가르델, 구노, 글린카, 김효근 등은 1곡씩 포함된 반면 드보르자크, 라흐마니노프, 리스트,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 등은 꽤 많은 곡이 수록되어 있다. 익숙한 곡은 늘 반갑고 편안하지만, 낯선 곡을 만날 때는 또 다른 세상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365일 클래식이라는 습관>은 소설과 달리 처음부터 읽는 책이 아니다. 날짜에 맞춰 따라가면 된다. 모든 곡들은 QR코드가 있어 바로 감상이 가능하다.(QR 밑에 순위가 표기되어 있다) 시각적 재미를 위해 이미지가 들어 있는데, 분위기에 맞는 명화가 삽입된 건 완전 취향저격이라 하겠다.

11월19일부터 클래식 습관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슈베르트 교향곡에 얽힌 일화도 흥미롭고, 20일 쇼팽의 <이별의 곡>은 최애곡이다. 오늘은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기타곡으로 들으며 호아킨 소로야의 그림<알함브라>를 감상했다. 이렇게 클래식이 내 삶에 스며들고 있다.

클래식 입문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하루 한 곡만 도전해 보자. 클래식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플레이리스트. 내가 일일이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책장만 넘기면 되니 이 얼마나 간편한가! 듣는 습관이 하루를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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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현대지성출판사의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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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 하다 앤솔러지 4
김엄지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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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는 동사<하다:걷다,묻다,보다,듣다,안다>를 주제로 한 단편소설집이다. <걷다>를 시작으로 4번째 시리즈 <듣다>가 나왔다. 최근 눈여겨 봤던 김혜진 작가의 단편이 포함되어 있다.

‘듣다’라는 동사로 다섯 명의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지 기대가 되었다. 어떤 소리와 말을 듣게 될까. 어쩌면 ‘듣다’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 역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첫 단편 김엄지의 <사송>에서 L이 진정 듣고 싶었던 건 바람 소리가 아니라 그의 마음 아니었을까. 오래된 연인은 서로 듣고 싶은 대답은 하나도 듣지 못하고 결국 헤어지고 만다. 소통의 부재야말로 더이상 관계를 이어갈 수 없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대화가 원활히 오간다고 그걸 진정한 소통이라 부를 수 있을까? 김혜진의 <하루치의 말>에서 애실은 현서와의 대화에서 오랜만에 위로와 위안을 느꼈다. 속을 완전히 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그러나 이 관계에 반전이 있었으니……. 애실은 그제야 깨닫게 된다. 말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는 결코 가닿지 않는, 마음 사이의 깊이를.

전쟁은 나라 밖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사실 집안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때론 말이 무기가 되어 가족에게 상처를 입힌다. 서이제의 <폭음이 들려오면>에서 연우의 엄마가 그런 인물로 그려진다. 아들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귀 기울이는 일이 서툴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단편 최재훈의 <전래되지 않는 동화>는 제목처럼 동화 같은 이야기다. 유머러스한 내용이지만 가볍지 않고 심오한 메시지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왕국, 그들은 어떻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말이 사라져도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표현의 도구가 없으면 인간은 새로운 방식을 찾는다. 작은 배려로, 세심한 관심으로, 살뜰한 보살핌으로, 따뜻한 눈길로, 정다운 미소로, 넉넉한 포옹으로, 애틋한 눈물로, 말 없는 희생으로, 너그러운 이해로, 무조건적인 지지로, 웅숭깊은 용서로, 함께 꾸는 꿈으로(p.194)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는다. 사랑이라는 말이 사라져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가? 단어가 사라져야 비로소 보이는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앤솔러지는 한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내어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여러 작가의 문체와 세계관을 한 번에 접할 수 있어 흥미롭다. 생소한 작가를 만나면서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 마지막 <안다> 시리즈도 기대하며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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