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루스 서양미술사 - 전7권 세트 (개정판) ㅣ 라루스 서양미술사
자닉 뒤랑 외 지음, 조성애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국내에 출판된 미술사나 미술 관련 서적을 아주 많이 본 건 아니다. 그래도 이건 내가 본 거 중에 최악의 책이 아닐까 싶다. 물론 오래된 책 중에 번역이나 도판, 편집 상태가 영 아닌 게 많긴 하다. 예를 들어 지난번에 리뷰했던 <라파엘전파 - 팀베린저>는 내용은 알차고 편집도 나쁘지 않지만, 도판이 형편없었다. 근데 이 책은 2002년에 나온 책이다. (원서는 1998년) 그러니 10년 전쯤은 인쇄 시스템상 도판의 질이 떨어지는 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별하나 주기도 너무 아까운 책이다.

오늘 소개할 이 <라루스 서양미술사>는 개정판을 기준으로 2006년(초판 2005년)에 나온 책이다. 거기에 떡 하니 미술사책이란 점에서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거기에 더 충격받은 건 이 책을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그냥 대충 훑어봐도 쓰레기 같은 책인데 누구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나만 유독 예민하게 구는 걸까? 왜 내가 이 책을 사지 말자고 하는지 아주 일부만 여기에 포스팅 해본다. 판단은 알아서 하시길…….

최악의 양장 제본, 님 책을 발로 만든거심?
말이 양장이지 이건 완전 걸레 수준이다. 일단 보자 


(사진1) 심각한 제본 상태  

내가 이 책, 7권 중에 가장 먼저 본 것이 첫권 <중세> 편이다. 근데 제본이 개판이기에 나는 이 책이 파본 인 줄 알았다. 혹은 도서관에서 많이 대출이 된 책인가 그런가 했지만 아니다. 책은 아주 깨끗하고 나머지 6권도 제본 상태가 똑같았다. 일단 풀이 떡칠 되어 있는데 위에 (사진1)을 보면 위에는 풀이 떡칠 되어 있고 아래는 갈라졌다. 실밥은 다 보이고 뜯어져 있고 갈라지고 제대로 펴지지 않고 한마디로 이런 책은 옛날에 사기 쳐서 전집 팔아먹는 놈들이 들고 다니는 쓰레기 책 수준이다.
양장 상태가 개판이니 책을 펼칠 때마다 짜악~ 쩌어~ 경쾌한 사운드가 들린다. 이 책은 유리 진열장에 장식품으로써 쓸만한 것 같다. 껍데기는 그런대로 봐줄 만하기 때문이다.

외형에 경악하고 내용을 보면 더 경악한다
.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다. 


(도판1) 라루스 서양미술사 2권 <르네상스> 170p 
도판에 모자이크 처리했냐? 설마 조각이 나체여서 모자이크 크리? 

정말 최악의 도판. 죄송이요~ 윈도우 그림판으로 작업했어요!
이 책에 실린 모든 도판이 최악인 건 아니다. 그러나 상당수 도판이 최악이다. 인쇄 품질이 떨어지는 건 일일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너무 많아서 그건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 왜냐하면, 보다 보면 도트가 깨져 보이는 도판(도판1)부터 흐릿해서 도대체 원본파일을 뭐로 사용했는지 궁금한 도판부터 색감이 가히 경악할만한 도판까지 여러 가지다. 그중에 가장 심각한 사례 딱 두 개만 여기에 올려놓는다. 지면 관계상 두 개만 올려놓는 것이다. 나머지는 알아서 찾아보시길…. 너무 많아서 찾기는 수월할 것이다. 


(도판2) 라루스 서양미술사 3권 <고전주의와 바로크> 116p 

이 (도판2)은 중간에 줄이 가 있다. 내가 진짜 순진하게 원본 그림에 저런 줄이 가 있진 않을까? 웹에서 도판을 찾아봤다.ㅋㅋㅋㅋ 이렇게 상처와 자국이 나 있는 도판이 많다. 도대체 이 출판사 도판을 만들 때 어떤 이미지파일을 사용했을까? 원서도 이런 식일까?
 


(도판3) 라루스 서양미술사 2권 <르네상스> 163p 

이 (도판3)은 가장 놀랐던 사례이다. 밑에 제대로 된 (도판4)을 올려 두니 같이 보기 바란다. 

(도판4) 웹에서 검색해 내려받은 도판  

성모 머리 위에 푸른색은 스캐너의 문제가 아니라 도판이 그렇다. 이건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 이런 도판 많다. 일단 그림이 좌우가 바꿨다. 본문에선 도판이 좌우가 바뀐 지도 모르고 왼쪽에 기둥이 어쩌고저쩌고 설명하고 있다. 이 그림을 또 자세히 살펴보면 도판이 크롭된 걸 알 수 있다. 즉 왼쪽에 허벅지를 들어내는 천사가 많이 잘렸다. 또 성모의 발 하나도 잘렸고 뒤에 남자도 발목이 잘렸다.
아니 파르미자니노가 무슨 드가냐? 인물을 프레임 밖으로 내몰게? 이건 진짜 아니지 않으냐? 미술사 도판은 전체를 다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려면 도대체 도판을 왜 수록한 것인가? 
(앞서 말했지만, 다시 강조하자면 이 두 개의 도판은 빙산의 일각이다.) 

문제는 이 책이 미술사 책이라는 점이다. 미술사 책은 도판이 꼼꼼해야 한다. 적어도 좌우가 바꿔서는 안 된다. 좌우가 바뀐 도판이 이거 하나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보다가 눈에 띄어서 찾아낸 거고, 꼼꼼하게 찾아보진 않았다. 어쨌든 미술사 책에서 도판은 생명인데 해도 해도 너무하다. 

그럼 도판은 그냥 넘어간다고 치자. 그럼 우리 인간적으로 편집만은…. 좀 편집만은 제대로 하자. 
중세를 읽다가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도대체 본문과 도판이 따로 놀아서 도판을 찾을 수가 없다. 심지어 본문과 별 관련이 없는 도판도 막 넣어져 있다. 왜 그런 걸 넣었을까? 여백이 남는데 그냥 두기 아까워서 넣었을까? 무슨 미술사 도판이 짤방이냐? 기본적으로 도판이 나오는 책은 도판에 고유번호를 매긴다. 그리고 읽는 사람을 위해 그 도판 번호를 본문에서 설명할 때 기재해줘서 도판을 찾아보기 쉽게 해놓는다. 이게 미술책의 기본 편집이다. 근데 이 책은 그런 아주 기본적인 편집 원칙도 지키지 않고 있다.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면 그나마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도판을 찾기가 성가시다.또 본문에서 중요하게 다룬 그림의 도판은 어디로 가셨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도판이 마구 등장하며 본문에서 언급한 도판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글을 읽다가 막 찾아야 한다.
그러니 내가 최근에 출판된 미술책을 읽고 도판이 한두 페이지 정도 뒤에 가 있으면 왜 이렇게 편집했느냐고 불평한 것은 정말 행복에 겨워 배부른 소리를 하는 거다. 이 책을 보면 진짜 편집자를 이 책 7권으로 후려치고 싶어진다. 그나마 바로크부턴 좀 보기 수월하다.

이 책의 쌍팔년대 복고풍의 제본 상태, 짜증 나는 편집, 다수의 쓰레기 도판을 포함하고 있는데도 관련 검색에 걸린 신문기사들은 이 책의 원서를 만든 곳이 세계 3대 미술 출판사로 꼽히며 전문 미술가들의 집필이 어쩌고 하면서 엄청나게 찬양하고 있다. 더 웃긴 것은 '크고 화려한 도판을 풍부하게 곁들여 있어서 보는 재미가 더한다.'라고까지 한다. 그리고 이 책이 미술사 책의 신약성서라고까지 극찬한다. 기자들이야 잘 알아보지도 않고 뻘글 쓰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책의 광고에서 전부 극찬을 하면 미술가. 미술교수, 미술비평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내용이 뮝미?
<중세>편을 읽다가 짜증 났던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이 책은 미술을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무슨 미대 입시생을 위한 교과서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교양서로써 미술을 이해하려면 도판 중심으로 편안하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 도판이 없는 건 설명을 하지 않는 다라는 게 요즘 제대로 된 미술책의 기본 원칙이다. 근데 이놈의 미술사 책은 쓸데없는 작품 나열을 마구 하신다. 화가와 주요작품을 도판 없이 마구 끊임없이 나열해서 지면을 낭비하는 짓은 왜 하는 건인가? 내가 중세 미술을 이해하는데 양식 따위나 화가의 스승이 누구고 주요작품이 어떻고 따위를 알아야 하겠는가? 그게 중요한가?

아래 본문에서 발췌한 문장을 하나 보자.

그의 엉뚱한 창조물들은 섬세한 터치로 그려져 미묘하게 룸바르디아적인 투명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쇠퇴해가는 고딕식 조각보다는 오히려 민감하고 외부에 열려 있는 예술인 채색술과 연관돼 있었다. 그리고 특히. 그는 정신 분석적인 해석이 필요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종교적 모티프들 깊이 내면화했다.
라루스 서양미술사 2권 <르네상스> 145p

이것은 보스에 대한 설명 글인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룸바르디아적인 투명성이란 게 뭔 말인지...ㅋㅋㅋ 한마디로 교양서 집필은 자기가 뭘 알고 있다는 걸 뽐내며 자뻑해서는 안된다. 나는 이런 비효율적인 문장과 '쉽게 얘기해서'라는 단어를 난발하는 필자를 무척 싫어한다. 이런 문장이 원서가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나…. 아무튼, 전반적으로 고리타분한 서술 방식이다. 요즘에 교양서는 이렇게 쓰지 않는다. 2006년이 그렇게 옛날도 아닌데. 왜 이렇게 꼰대 냄새가 나는 걸까? 솔직히 르네상스 이후엔 읽어보고 싶지 않아서 대충 보다 말았다. 이 책을 다 읽는 것조차 고문이다. 그나마 꼼꼼하게 읽은건 아니지만 <낭만주의> 이후부턴 가독성이 조금 좋아진다.

이런 리뷰를 시간을 허비하며 쓰는 것조차 너무 아깝다. 이런 책은 돈 주고 사지 말자. 돈도 아까울뿐더러 이런 책이 무슨 미술사 추천 도서에 오르고 추천받고 이러면 정말 비극적인 일이 될 거다. 이 책의 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원서는 좋은데 번역되면서 엉망이 되는 사례가 참 많지 않았던가? 이런 책은 권당 4천원씩 팔아도 살 만한 책이 아니다. 그런데 정가는 10만원이 넘어간다. 물론 할인판매해서 6만원에 팔고 있지만, 절대 사지 마라. 그 돈이면 곰브리치 교수가 쓴 미술사 책을 사고 나머지 돈으로 과자 사먹길 바란다.^^

예전에 어느 일본의 덕후가 만화책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처녀성을 잃었다고 만화책을 찢어 출판사로 보낸 일화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라이트 노벨 소설을 화형에 처하는 동영상인지 사진인지를 블로그에 올려서 논란이 된 적도 있지만, 진짜 이런 책은 불태워서 출판사로 보내주고 싶다. 다만, 산 책이 아녀서, 또 책을 불태우고 훼손하는 건 왠지 맘에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좋아 보이진 않아 좀 과하긴 해도 이런 책은 그런 대우를 받을 만 하다. 책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만은 이 정도 수준의 책은 한 20년 전에나 나올법한 책이다. 제발 출판사 정신 좀 챙기자. 

덧. <생각의 나무>, 이 출판사 뭔가 좀 이상하다. 저번에 나도 <고흐>를 이 출판사에서 낸 걸 샀는데 반값에 사고 포인트로 사서 그럭저럭 봐줄 만했는데 이 미술사 책을 보니 출판사가 도대체 제정신으로 이런 책을 만들어 파는지 상도덕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곰브리치 교수의 <서양미술사>의 서문을 보면 저자가 내용과 함께 도판을 더 많이 수록하고 고쳤다고 밝힌다. 그만큼 저자가 도판을 꼼꼼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거다. 또 본문에서 도판의 크기가 작아서 제대로 그림을 감상하지 못할 거라는 걱정이 몇 번씩 나온다. 정말 비교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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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0-11-2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걸리면.. 정말..
하여튼 억울하겠습니다.

헐 ㅋㅋㅋ 2012-05-1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 감사합니다 ㅋㅋㅋ 저 이 책 50퍼센트 할인하길래 사려고 들어왔다가 님 리뷰보고 그냥 곰브리치 사기로 했어요 ㅋㅋㅋ 감사해요 ㅋㅋ

양파 2013-02-0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려고 검색 중이었는데 감사합니다...이 회사 책들이 사진자료가 조금 그런데...ㅠㅠ 이 책은 더 심하네요...ㅠㅠ
 
세상을 비추는 거울, 미술 - 동서양을 넘나들며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을 매혹한 세계미술사
줄리언 벨 지음, 신혜연 옮김 / 예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가 흔히 책을 소설과 비소설로 나누는데, 읽는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소설은 이해를 요구한다기보단 공감을 요구한다.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사건과 인물을 이해하는 것을 뛰어넘어 공감해야 그 소설을 완전히 받아 드릴 수 있으며 그 안에서 감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소설에서 특히나 그것이 교양서라면 공감보다는 이해해야 한다. 즉 여러분이 A라는 영화를 봤다고 치자. 친구한테 전화 걸어서 A란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할 때 친구가 A라는 영화를 봤다면 소설처럼 이야기해야 하고 보지 않았다면 비소설처럼 얘기해야 한다. 즉 그 친구가 영화를 봤다면 그 장면 좋지 않았느냐? 난 그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느낀 것 같아. 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내겠지만 보지 않은 친구에게는 그런 공감보다는 그 영화가 뭔지 이해시켜야 한다.

이런 장황한 얘기를 왜 하느냐 하면 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는 나를 이해시키기보단 동등한 혹은 얼추 비슷한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책을 읽으며 공감을 이끌어 내려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은 <미술, 세상에 홀리다-줄리언 스팰딩>를 읽었을 때와 비슷하다.) 이 부분이 이 책을 읽는데 가장 힘들게 했던 부분이다. 그러니깐 미술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혹은 아는 게 많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이 읽기에는 좀 어렵다.

또 이런 서술 방식에 더해서 이 책이 다루는 미술사는 동서양 전체를 포괄하고 있으며
(내 생각엔 그래도 서양을 더 많이 다룬다.) 그 서술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보다는 핵심만 짚고 넘어가는 식이다. 물론 이 책이 미술사 특강 요점정리 같은 성격은 아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술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지인들과 커피숍에 둘러앉아 미술 전반에 관해 좀 더 사적이고 폭넓은 수다를 떠는 느낌이다. 그러니 그 수다에 끼려면 좀 아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은 미술 자체가 아닌 미술가의 사적이 이야기도 꽤 많이 나온다. 예를 드러나는 카라바조가 좀 별난 인물이란 건 알았지만 한 남자를 살해하고 도망 다녔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아무래도 처음 읽은 서양미술사에서 곰브리치 교수는 그림 자체에만 집중해서 설명하기 때문에 이런 미술 외적인 이야기는 잘 몰랐다. 사실, 또 별로 알고 싶지는 않다. 나는 미술관에 미술을 감상할 때 해설을 듣지 않는 편이다. 그런 해설이 내가 미술 작품을 보는데 어떤 편견을 줄까 봐 겁이 나서다. 대신 그 작품이나 화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예습하고 간다. 아마도 곰브리치 교수의 <서양미술사>에서 이런 미술 외적인 사건을 전혀 언급 안 한 것은 불필요하기도 하고 또 그것으로 어떤 편견이 생겨 미술작품을 대하는 관람자의 태도에 변화가 생길까 봐 우려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예술가 중에 별난 사람이 참 많아서 그의 사적인 정보가 두터운 편견으로 자리 잡을 때가 잦다. 사실 그런 태도는 좋은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순수하게 어떤 한 예술가의 결과물만 가지고 평가하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반대의 역효과도 종종 자아낸다. 즉 한 인물의 사적인 선행이나 좋은 이미지가 그의 작품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아무튼 이 부분은 좀 주의를 해야 한다.

두 번째 선택한 미술사 책이 좀 버거웠던 것 같다. 하지만, 읽으면서 나도 약간은 동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걸 보니 아주 조금은 나도 미술사를 아는 걸까? 어쨌든 당연한 결론이겠지만 입문서로는 이 책은 좀 어렵게 느껴질 것 같다. 이 책 뒤에 참고 문헌 목록을 보면 저자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언급하면서 추천해주고 있다. 입문서로 아주 좋다는 말이다. 이 책은 좀 더 미술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가진 사람에게 좀 더 수월할 것 같다. 나도 나중에 좀 더 지식이 많아지고서 다시 읽어보면 더 많은 부분이 공감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벌써 세 번째 미술사 책을 빌렸다.ㅎㅎㅎ
 
한 가지 더 추가할 것은 아쉬운 점인데 이 책의 도판은 요즘 나오는 책 답게 아주 좋다. 단정적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사실 옛날에 나온 미술책과 비교하면 요즘 미술책 도판이 아주 좋다. 문제는 꽤 다수의 도판이 흑백이다. 처음엔 그게 원래 흑백인가 싶었다. 원본이 소실돼서 흑백사진이나 판화 같은 걸로만 남아있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깐, 근데 웹에서 찾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저자는 책 안에서 색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근데 왜 흑백 도판을 실었을까? 좀 의아하다. 그거 빼곤 도판의 상태는 아주 좋고 책 제본도 무척 튼튼하다. 종이질도 아주 고급 같은데 너무 질 좋고 두꺼운 종이라 텍스트를 보기엔 눈이 좀 아프다. 아마도 도판 때문에 그런 종이를 선택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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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작은 지배자, 개미
로랑 켈러, 엘리자베스 고르동 지음, 양진성 옮김, 최재천 감수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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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친구 녀석이 왜 그렇게 동물학 책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적당한 대답을 못했다. 그냥 좋아한다고만 했는데, 생각해보니 어떤 학문이든 이해를 하는 것인데 동물학은 그 이해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한 학문이다. 왜 그런고 하니 우리가 우리를 이해하는 것도 무척 힘든데 전혀 다른 종의 생활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더 힘들기 때문이다. 낯설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신기하고 재미난 것 같다.

뭐 어쨌든 그래 봐야 우리 출판시장에 동물학 책은 가뭄에 콩 나듯 나온다. 여태 지켜보니 쓸만한 동물학 책은 일 년에 한 권 나와도 얼씨구 감사할 정도다. 나머지는 애들이 보는 것이거나 <TV 동물 농장> 분위기가 충만한 것이다. 그런 것은 너무 흥미 위주라서 내용이 빈약하거나 동물의 삶이 아닌 인간에 의해서 변형된 독특한 동물을 보여주는 것이라 도대체가 가십거리 밖에 되질 않는다.

이 책은 되게 이상적인 게 일단 저자가 개미 전문가다. 개미를 다년간 연구한 과학자여서 책 내용은 참 알차다. 거기에 따분하지 않게 과학 전문 기자와 공저를 했다. 중간마다 농담도 나오고 읽을 만하다. 거기에 번역은 전문번역가가 하고 감수를 개미에 정통한 생물학 박사가 했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조합인가. 번역이 엉망인 지뢰밭 같은 전문서적에 비해 정말 다행이다. 일 년에 몇 권 나오지도 않는 동물학 책이 번역이 엉망이면 참 서글플 거다.

일단 책의 내용은 굉장히 포괄적이다. 먼저 개미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로 처음에 시작한다. 그리고 독특한 개미에 대한 소개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또 동식물과 공생관계를 다룬 장도 무척 놀랍고 흥미롭다. 약간 어려운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마지막으로 개미를 이용하는 산업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짓고 있다. 이 책의 단점이 두 개인데. 하나는 이런 굉장히 포괄적인 이야기를 짧게 하고 마는 게 너무 아쉽다. 그러니깐 흥미가 좀 생겨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할 때쯤 이야기는 끝나고 마는 거다. 당연히도 지면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자세히 다루면 일반 독자에게 자칫 지루하게 다가갈 위험도 있기에 좀 더 대중적인 성격으로 쓰인 책이라 그런 것 같다. 두 번째는 이 책이 후반부에 약간 어려운 이야기가 슬쩍슬쩍 나오는데 글쎄 이건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달라서 딱히 단점은 안될 것 같다. 역시 너무 아쉬운 건 도판도 좀 많고 좀 더 세세한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하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읽을 수 있는 몇 종 되지 않는 개미에 관한 책이다. 그것도 2006년, 비교적 최근에 쓰인 책이라서 최신 정보가 많이 담겨 있다. 즉 개미에 대해 우리가 가진 오해와 상식을 보완해줄 만한 책이다. 

개미에 대해 알고 싶다면 무조건 추천해주고 싶다. 거참 개미란 녀석들은 참 독특하다. 농사짓는 개미는 얘기는 듣긴 했지만 경작지를 만들고 그렇게 정교하게 농사를 짓는지는 몰랐다. 행군만 하는 개미가 있는가 하면 베를 짜는 녀석들도 있고 불필요한 식물을 없애버리는 고엽제 개미도 있고 시체를 쌓아서 묘지를 만드는 놈들이 있지 않나……. 별의별 개미가 다 있다. 각각의 개미마다 상세히 다룬 책이 앞으로 나와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동물학 책이 너무 나오지 않으니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나와줬으면 좋겠다. 간만에 읽은 동물학 책이라 너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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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박물학자
로버트 헉슬리 지음, 곽명단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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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눈팅하고 너무 근사한 책이라 읽고 싶었지만 사서 읽기엔 좀 그렇고, 굳이 가격의 문제는 아니었다. 소장하고 읽을 정도로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어서 도서관에 신청해서 빌려 읽었다.

일찍이 앨리스가 그림 없는 책은 시시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 말은 진리다. 물론 그림 없는 책 중에 시시하지 않은 것도 많긴 해도 말이다. 하지만, 도판이 화려한 책은 정말 볼거리가 많지 않은가? 그 도판이 그림일수록 우리의 눈은 정말 즐겁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다윈까지 기원전부터 19세기까지의 유명한 박물학자에 대한 기록이다. 좀 훑어 보면 그 내용이 다소 단조로운 건 사실이다. 꼭 무슨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 같은 분위기랄까. 각각의 위인들이 양력과 주요 업적들을 요약해놓은 식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많이 따분했던 게 이런 방식의 단조로운 내용 구성 때문이다. 물론 중간마다 흥미로운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특히 정규교육을 안 받았지만, 오늘날 사용하는 일반적인 현미경을 개발한 인물이나 여성으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지만, 박물학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던가 흥미로운 이야기도 다수 존재하지만 말 그대로 이 책의 내용은 좀 지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점에 가서 이 책을 펼쳐보면 놀라울 정도로 멋진 도판이 가득 실려 있어서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거다. 나도 그랬으니깐…. 역시 도감은 사진보다는 세밀화가 오억 만 배 예쁘고 탐난다. 그러니 그 옛날에도 그 도감이 어려운 내용을 담았음에도 잘 팔리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미각의 역사>를 만든 출판사 책인데, 한가지 칭찬할만한 것은 책값이 비싸긴 하지만 양장이 아주 튼튼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화려한 도판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지 책도 180도로 쫙쫙 펴지고 양장 방식도 튼튼하고 꼼꼼하다. 요즘에 말이 양장이지 정말 허접스럽기 짝이 없는 양장도 많은데 이 녀석은 정말 튼튼하다.

큼직한 도판을 시원스럽게 실은 것도 좋았다. 도판의 인쇄상태도 내가 뭐 이런 걸 전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내 눈에는 색감이나 인쇄질이 아주 맘에 들었다. 또 옛날 책 느낌이 나게 세심하게 편집한 것도 이 책의 가치를 높인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좀 더 박물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책을 채웠더라면 덜 지루했을 것이다.


개양귀비 P.52
이 그림은 ‘레온하르트 폭스’가 16세기에 출간한 <식물 탐구에 관한 주목할 만한 논평>에 실린 목판화 도판 중 하나이다. 도판에 수작업으로 색칠한 것으로 주로 품삯이 싼 어린아이나 여성이 채색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 그림은 책에서 스캔한 것은 아니며 웹에서 내려받았다.

 
이 그림도 역시 웹에서 내려받았다. 17세기 곤충학자이자 박물학자인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 그린 수채화 중 하나이다.

서양의 문화, 예술, 정치, 경제, 사회 등등 인간의 삶과 밀접한 모든 것을 다룬 책을 읽다 보면 하나의 공통 요소가 나오는데 그것은 종교이다. 이것은 동양과 서양의 뚜렷한 차이점이기도 하다. 이 박물학자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종교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서양사람의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느냐 부정적으로 작용했느냐 요런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그건 단순하게 이러쿵저러쿵 섣불리 결론지을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박물학에서 종교는 성서를 과학서쯤으로 올려놓음으로써 그 발전을 가로막았던 건 사실인 것 같다. 오늘날에도 맹목적인 종교의 믿음은 사람을 얼마나 아둔하게 만드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마디로 서양의 문화에서 종교는 빛이면서 어둠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두운 면이 두 개 더 있었다. 하나는 대부분의 박물학자가 활동했던 시기가 제국주시대였고 몇몇 박물학자는 노예제도와 착취를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그들의 박물학 유산은 그 착취를 통해 얻어진 부산물인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는 오늘날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박물학의 대중적 인기는 무분별한 포획을 성행시켰고 그로 말미암아 멸종한 종을 우리는 겨우 사진과 그림을 통해서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오늘날의 멸종은 환경오염과 포획때문이다.

쓰다 보니 결론이 이상해졌다.ㅎㅎㅎ 어쨌든 박물학 책을 읽다 보니 우리 시대는 박물학이 아니라 자연을 보전하는, 더 나아가 복원하는 학문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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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역사
폴 프리드먼 지음, 주민아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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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서점에서 봤을 때, 그 화려한 도판에 맘이 뺏겼다. 또 대충 훑어보면서 이 책은 음식을 통한 인문학을 다루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음식사를 통한 인문학은 아니었다. 책의 제목 그대로 미각, 즉 보편적이기보다는 미식가들의 역사를 더 중점적으로 다뤘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선사시대 때 우리는 무엇을 먹었나? 하는 흥미로운 주제로 시작하지만, 곧 그리스시대와 로마시대 중세와 르네상스 이후를 거쳐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온갖 화려한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로 미식가도 아니면 미각에 대한 특별히 경외감이나 관심이 부족한 나로선 이른바 돈 있는 놈들의 돈 지랄이라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 그래서 대단히 아쉽게도 이 책은 음식 문화를 소재로 이야기하는 인문학 책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한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책의 목차 뒤에 실린 이 그림은 15세기 말에 그려진 작가 미상의 <귀부인과 유니콘 태피스트리> 연작의 한 작품이다. 책을 펼쳤을 때, 이 신비롭고 화려한 그림은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이 그림과는 다르지만 똑같은 연작 작품 중 하나는 유명한 책인 <미술, 세상에 홀리다>의 표지로 쓰였다.)

미식과 미각을 부자들의 돈 지랄로 취급한다면 대단히 편견에 휩싸인 아둔한 주장이 될 수도 있겠다. 세상에는 그리 비싸지 않은 맛있은 음식이 많기 때문이고 미식가들이나 식도락가들이 전부 부자도 아니며 건전한 취미생활의 하나인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귀족과 사회 엘리트 집단의 음식 문화가 많이 소개되어 있다. 그것이 거부감이 든다기보단 별다를 흥미를 끌지 못했다고 봐야 하겠다. 책을 쓰는 양식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과거엔 어떤 주제를 다룰 때 대다수 민중보다는 특정한 계층의 문화를 주로 다뤘다. 분명히 거기에는 평범한 사람이 소수의 엘리트 계층의 문화를 흉내 내려는 심리와 욕망이 표출된 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그 양상은 조금 변했다. 여전히 우리는 역사책에서 영웅이나 귀족을 공부하고 있지만, 더 다양한 역사책에선 좀 더 보편적인 사람들이나 소수자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책을 읽은 사람 대다수가 보통사람이고 그들은 보통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싶은 것이기도 하며 또 어떤 특정한 문화가 소수 사람에 의해 발전하고 유지되었던 것은 과거 지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죄부처럼 이 책의 제목은 <미각의 역사>라고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책 제목이 <음식의 역사>정도만 됐어도 뭔가 부당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다루는 영역이 전부 특정 계층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적어도 보통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도 다루고 있다. 사실 이 책은 한 챕터를 중국의 음식 문화 (대략 명에서 청나라까지)를 제한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 깊이는 그다지 깊은 인상은 받지 못했다. 그래서 서양 음식사라고 해도 다름이 없겠다.
서양음식, 즉 프랑스 음식이 세계 곳곳에 전파된 건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우리 음식을 먹고 있다. 그 이유가 책에서는 다른 문화권의 음식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그 말이 맞는다고 해도 우리 입맛에 잘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이 책의 장점은 풍부한 도판은 책을 읽을 때 흥미를 부여하고 텍스트를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 도판도 많지만, 그에 비해 본문과 별 상관없는 도판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약간 아쉬움을 남긴다. 또 몇몇 글에선 지나치게 전문용어를 마구 쏟아내서 도대체 이게 일반 대중이 읽을 수 있는 글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거기에 글이 전체적으로 명료하고 깔끔하다기보다 약간 산만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한 저자가 쓴 것이 아니라 여러 저자가 쓴 것을 엮은 것이라 그런 것 같다. 흥미로운 책은 틀림없으나 좀 더 포괄적인 음식 문화사를 다룬 책이 아니라서 아쉽긴 해도 우리가 지금 흔하게 먹고 마시는 음식의 기원이나 음식과 관련된 외식문화가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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