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작은 지배자, 개미
로랑 켈러, 엘리자베스 고르동 지음, 양진성 옮김, 최재천 감수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친구 녀석이 왜 그렇게 동물학 책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적당한 대답을 못했다. 그냥 좋아한다고만 했는데, 생각해보니 어떤 학문이든 이해를 하는 것인데 동물학은 그 이해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한 학문이다. 왜 그런고 하니 우리가 우리를 이해하는 것도 무척 힘든데 전혀 다른 종의 생활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더 힘들기 때문이다. 낯설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신기하고 재미난 것 같다.

뭐 어쨌든 그래 봐야 우리 출판시장에 동물학 책은 가뭄에 콩 나듯 나온다. 여태 지켜보니 쓸만한 동물학 책은 일 년에 한 권 나와도 얼씨구 감사할 정도다. 나머지는 애들이 보는 것이거나 <TV 동물 농장> 분위기가 충만한 것이다. 그런 것은 너무 흥미 위주라서 내용이 빈약하거나 동물의 삶이 아닌 인간에 의해서 변형된 독특한 동물을 보여주는 것이라 도대체가 가십거리 밖에 되질 않는다.

이 책은 되게 이상적인 게 일단 저자가 개미 전문가다. 개미를 다년간 연구한 과학자여서 책 내용은 참 알차다. 거기에 따분하지 않게 과학 전문 기자와 공저를 했다. 중간마다 농담도 나오고 읽을 만하다. 거기에 번역은 전문번역가가 하고 감수를 개미에 정통한 생물학 박사가 했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조합인가. 번역이 엉망인 지뢰밭 같은 전문서적에 비해 정말 다행이다. 일 년에 몇 권 나오지도 않는 동물학 책이 번역이 엉망이면 참 서글플 거다.

일단 책의 내용은 굉장히 포괄적이다. 먼저 개미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로 처음에 시작한다. 그리고 독특한 개미에 대한 소개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또 동식물과 공생관계를 다룬 장도 무척 놀랍고 흥미롭다. 약간 어려운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마지막으로 개미를 이용하는 산업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짓고 있다. 이 책의 단점이 두 개인데. 하나는 이런 굉장히 포괄적인 이야기를 짧게 하고 마는 게 너무 아쉽다. 그러니깐 흥미가 좀 생겨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할 때쯤 이야기는 끝나고 마는 거다. 당연히도 지면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자세히 다루면 일반 독자에게 자칫 지루하게 다가갈 위험도 있기에 좀 더 대중적인 성격으로 쓰인 책이라 그런 것 같다. 두 번째는 이 책이 후반부에 약간 어려운 이야기가 슬쩍슬쩍 나오는데 글쎄 이건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달라서 딱히 단점은 안될 것 같다. 역시 너무 아쉬운 건 도판도 좀 많고 좀 더 세세한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하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읽을 수 있는 몇 종 되지 않는 개미에 관한 책이다. 그것도 2006년, 비교적 최근에 쓰인 책이라서 최신 정보가 많이 담겨 있다. 즉 개미에 대해 우리가 가진 오해와 상식을 보완해줄 만한 책이다. 

개미에 대해 알고 싶다면 무조건 추천해주고 싶다. 거참 개미란 녀석들은 참 독특하다. 농사짓는 개미는 얘기는 듣긴 했지만 경작지를 만들고 그렇게 정교하게 농사를 짓는지는 몰랐다. 행군만 하는 개미가 있는가 하면 베를 짜는 녀석들도 있고 불필요한 식물을 없애버리는 고엽제 개미도 있고 시체를 쌓아서 묘지를 만드는 놈들이 있지 않나……. 별의별 개미가 다 있다. 각각의 개미마다 상세히 다룬 책이 앞으로 나와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동물학 책이 너무 나오지 않으니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나와줬으면 좋겠다. 간만에 읽은 동물학 책이라 너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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