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울에서 태어나 해남, 제주, 홍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저자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장편소설 "플라멩코 추는 남자"로 

제1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정 많고 강인한 제주 사람들과 제주의 여름을 회상한 저자의 <하쿠다 사진관>을 보겠습니다.



남의 행복을 지켜보는 건 힘들다며 제비는 사진관을 그만뒀습니다. 

귀여운 아기를 안고 오는 젊은 부부를 볼 때마다 우울했고, 

상급자나 되는 양 이것저것 지시하는 사진사도 기분 나빴습니다. 

내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제주 여름을 보내러 온 제비, 

그 한 달이 거의 끝날 무렵에 대책 없는 환상에 빠져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서울로 올라가서 다시 취직할 곳은 없고, 부모님은 어려서 이혼한 뒤 

소식이 끊겼고, 키워준 할머니는 지난겨울 돌아가셨습니다. 

숙식을 제공하는 일터가 있기를 바라며 정처 없이 걷고 있는데 

'대왕물꾸럭마을'이란 곳에 이릅니다. 

시커멓게 놓인 석상이 문어이고 입에 손을 넣고 소원일 빌면 

이뤄진다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제비는 한번 해봤습니다. 그리고 다시 길을 걷다 하얀색 건물을 발견합니다. 

카페인 줄 알았는데 '하쿠다 사진관'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주인을 기다렸는데 사람은 안 보이고 위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가게 한쪽에 계단으로 올라가니 키가 큰 남자가 아기를 달래고, 

젊은 부부가 쩔쩔매고 있고, 얼룩무늬 강아지가 짖으며 주위를 깡충거립니다. 

키 큰 남자가 제비를 보며 촬영 중이라 잠시 기다려달라고 합니다. 

제비는 기다렸으나 아기의 울음소리는 더 크게 나고 다시 올라가 

아기의 불편함 점을 대처해 주고 달랬더니 아기는 울음을 그칩니다. 

다시 100일 사진을 찍고 젊은 부부는 나갔습니다. 

사진사는 고마워하며 고장 난 휴대폰을 대신할 노트북을 빌려줍니다. 

그러면서 직원을 구한다는 종이를 사진관 출입문에 부칩니다. 

그것을 보고 제비가 일을 하겠다고 합니다.


사진사는 이석영이고 첫 달 숙박비를 대신 내줄 테니 자신이 아는 숙소를 소개합니다. 

사진관은 원래 펜션이었는데 경매로 나왔고, 

손수 고쳐서 1층은 카페로, 2층은 사진공간으로 만들었답니다. 

그러면서 손님들이 여기 전시된 사진을 구경하고, 멋진 사진도 찍고, 

그걸 보며 대화를 하면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고, 그 파티를 또 사진으로 찍을 계획이랍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사진을 찍으러 오는 손님이 없어서 

파리만 날리는 형편이라 제비는 SNS 홍보를 합니다. 

자신의 소중한 월급을 받기 위해서 말이죠. 

사진전 수상 작가인 석영의 당선 기사와 작품 사진을 캡처해 SNS에 올렸고, 사진관에도 걸었습니다. 

그러다 10대 넘는 오토바이가 사진관에 음료를 마시러 왔고, 

카페 안의 사진을 구경하다가 오토바이 타고 달리는 사진을 의뢰합니다. 

그렇게 2시간이 넘게 사진을 찍고, 라이더들은 저녁을 먹은 뒤에 다시 사진관에 오기로 했습니다.

 제비가 기지를 발휘해, 신선한 해산물과 술을 마시며 인화된 사진을 프로젝터로 보는 

'포토 뷰 파티'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다시 온 라이더들이 사진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그 모습을 제비가 찍고, 

나중에 알려준 주소로 모든 사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번 일을 하며 제비는 석영에게 여행 스냅사진을 전문적으로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 사실을 SNS에 알렸고, 웨딩 스냅 사진 예약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대왕물꾸럭마을의 축제도 열리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또 있는지 <하쿠다 사진관>에서 확인하세요.




<하쿠다 사진관>의 '하쿠다'는 제주 방언으로 '뭔가를 하겠다, 할 것입니다'란 뜻입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will do'와 같습니다. 

사진관의 사장이자 사진사인 석영은 어떤 사진이든 열심히 찍겠다는 각오로 

제주 대왕물꾸럭마을에서 삽니다. 

모델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찍은 사진을 프로젝트로 보면서 

이런 표정이 있었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모르고 살아갑니다. 

사진을 찍을 땐 원하는 표정을 지어내기 때문에 온전한 자신의 모습이 아니죠. 

그렇기에 나도 모르게 찍힌 자신의 모습이 어색합니다. 

이렇게 내가 찡그리고 있었나, 이렇게 내가 화를 내고 있었나, 

이렇게 내가 환하게 웃고 있었나 하면서요. 

하쿠다 사진관에서 찍은 모습은 물론 예쁠 것입니다. 전문가의 손길이니까요. 

하지만 그 모습이 그곳에서만 나올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그때그때의 찬란한 순간을 오롯이 느끼고 즐기는 내가 되길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0년대 학급문고에서 스릴러와 호러, 순정만화를 주로 읽으며 자란 저자는 

하이텔부터 인터넷까지, 지금도 이곳저곳을 떠돌며 

다양한 장르 소설을 읽고 쓰는 중입니다. 

늑골(rib), 폐(lung), 심장(heart)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를 한 조각씩 떼어 와 

지은 필명이며 '어떤 식으로든 가슴에 닿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담았습니다. 

'제1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를 보겠습니다.


주인공 서주는 친척도 아니고 지금까지 키워준 할머니가 내준 등록금으로 

대학을 합격했으나 아직 졸업을 못 했고, 장학금을 못 받아 휴학 중이며, 

오후 3시부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 늦게 버스 타고 집에 옵니다. 

서주를 키운 할머니의 주 수입원은 커다란 단독주택 빈방들입니다. 

세월이 지난 지금은 사연 있는 흉가를 목전에 둔 꼴입니다. 

나무 문짝들도 조금씩 휘었고, 곰팡이가 많고, 습하고, 서늘하고, 덥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오래 묵은 세입자들이 돈을 모아 떠났고, 

월세를 낮춰도 새 세입자는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할머니가 지옥이랑 계약을 했답니다. 

지옥이 리모델링하느라 죄인들 둘 데가 모자란대서 빈방이랑 남는 공간을 빌려줬대요. 

죄인들이 복도를 한 번씩 오가고, 

빈방을 함부로 열면 험한 꼴 볼 수 있다고 주의를 줍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분간을 못한 서주는 임차인으로 

세상에 나타난 '지옥'을 만나게 됩니다.


이 집에 들어오기도 전인 아주 옛날, 경찰이 할머니의 장남을 끌고 나갔다고 합니다. 

출소 후 할머니를 볼 면목이 없었는지 집에 돌아오지 않고 떠돌다 

교통사고 자해공갈 실패로 죽었답니다. 

지금은 없는 세입자들을 통해 단편적으로 들었던 이야기로 

그 때문에 할머니는 경찰을 두려워합니다. 

둘째 아들은 매번 돈을 돌라고 하다가 

몇 년 전 절대로 돌아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쫓겨났습니다. 

하지만 서주가 일하는 주변 식당에서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자를 목격했다는 소리를 듣고 불안해합니다.


서주는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 생들과 일 마치고 술을 먹고 

12시를 넘겨 집에 돌아왔습니다. 

대문이 잠겨있어 담을 넘고, 현관문까지 잠겨 있어서 살펴보는데, 

반지하로 통하는 작은 철문이 있습니다. 

잠겨 있지 않아 문을 열자 방치된 연탄이 쌓여 있고 

집으로 통하는 길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때 작은 문이 보여서 문을 열였더니 작은방으로 연결됩니다. 

불빛은 부드러웠지만 어둠 속에서 나온 터라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고, 

인기척이 들려서 집주인 손녀인데, 현관문이 잠겨 있어서 

창고 문으로 들어왔다며 사과를 했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지나가라고 합니다. 

서주는 눈을 천천히 떴고 위아래가 붙은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자신을 보고 방긋 웃습니다. 

손에 쇠꼬챙이를 들고, 이 남자 뒤에 의자에 묶인 채 발버둥 치는 또 다른 남자가 있습니다. 

작업복을 입은 남자의 머리카락 사이로 엄지손가락만 한 뿔 두 개가 보여서 

악마냐고 물었더니 인사를 합니다. 

자신이 할머니와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가능한 조용히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불편사항이 있다면 쪽지를 남기라고 합니다. 

이후에도 미숫가루를 타주고, 맥주도 주고, 할머니 몰래 문도 열어주며 

서주에게 악마는 잘해줍니다. 

왜 그런지를 물었더니 악마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좋아한다며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그것을 줄 수 있으며, 

인간은 행복해지는 것을 보고 유치한 전능감을 느낀답니다. 

자신은 서주가 좋아하는 것을, 서주를 웃게 할 수 있는 걸 전부 할 거라고 합니다. 

그것이 그녀를 파멸로 몰아간다고 해도, 원치 않아도요.


악마와 서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에서 확인하세요.




나쁜 짓을 하면 지옥에 간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래서 지옥을 상상하는 이야기와 그림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옥을 직접 본 사람은 없기에 보통 사람들은 지옥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지옥이 눈앞에 있다면, 그것도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산다면 어떨까요.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의 죄인들처럼 벌을 받으며 복도를 다니고, 

닫힌 문에서 비명 소리와 잘못했다는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요. 

만약 지옥에 끌려갔을 때 나는 무고한 인간이라며 악마를 설득할 자신은 없습니다. 

게으름 피운 자, 욕설을 한 자,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받은 자, 거짓말을 한 자 등등 

그 모두에게 맞춤형 지옥이 준비되어 있다면, 대체 이 세상에 사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지옥을 피할 수 있을까요. 

지옥에게 임대를 내준 할머니는 우리 사는 데가 다 지옥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명줄 두고 버티려면 돈으로 디딤돌을 쌓아 계속 뛰어야 하는 꼴이 

지옥이랑 다를 바가 없다고요. 

어지간해서는 비틀어지지 않는 지옥 같은 일상을 

그래도 조금은 괜찮다고 느끼며 살기 위해 인간들은 오늘도 용을 씁니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온 자신을 칭찬하고 위로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 - 스파르타쿠스는 어쩌다 손흥민이 되었나 건들건들 컬렉션
하마모토 다카시 외 지음, 노경아 옮김 / 레드리버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하마모토 다카시는 일본 가가와현에서 태어나 

지겐 대학에서 유럽문화권과 비교문화론을 공부했습니다. 

긴사이 대학 문화부 교수를 거쳐 현재는 명예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저자 스가노 미치나리는 일본 후쿠야마현에서 태어나 

만하임 대학에서 결투문화사와 독일어권 사회문화사를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교토 외국어 대학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두 명의 저자가 쓴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를 보겠습니다.



2020년인 지금도 일부 학생들이 진검 결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독일 학생의 결투인 멘주어는 약 90센티미터의 예리한 진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며 마주 선 상대의 얼굴과 머리를 공격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상대의 공격을 피하려고 발을 움직이거나 얼굴을 젖히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습니다. 불과 1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꼿꼿하게 마주 서서 오로지 칼만 휘둘러야 하니 그 공포심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멘주어는 중세의 결투처럼 원한을 갚거나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고 용감하고 정정당당하게 싸울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싸움이라 결투가 끝난 후 두 결투자는 동료가 됩니다. 도대체 멘주어가 남성에게 사랑받으며 오늘날까지 중요한 전통으로 남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인류 역사상 첫 결투는 언제였을까요. 유럽에서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카인과 아벨의 대결을 유럽에서는 결투의 기원으로 여깁니다. 진검을 쓰는 결투의 기원은 고대 로마 및 고대 게르만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검을 글라디우스라고 하고, 검투사를 글라디아토르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글래디에이터는 이를 영어 발음으로 읽은 것입니다. 이들은 대중의 눈앞에서 목숨을 걸고 무기를 휘두르며 싸웠던 노예 검투사였습니다. 고대 게르만 사회는 개인과 씨족의 손상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사적 결투인 '페데'를 인정했습니다. 기독교 출현 이전의 고대인은 신이 수복, 물, 불, 성별된 음식으로 선악을 판단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중세 이후 기독교 사상과 융합해 신명 재판이 됩니다. 신명 재판은 불 재판, 물 재판, 음식 재판, 제비뽑기 재판 등으로 나뉘며, 결투 재판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십자군 전쟁으로 기사 계급은 기독교와 결부되었고, 기사단도 존경받는 집단으로 변해갔습니다. 기사도가 생겨났고 명예 결투란 것도 나타났습니다. 영국에서는 스포츠와 신사도가 보급되어 결투를 칭송하는 분위기가 사라졌으나 남유럽 사람들은 결투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유럽의 결투 금지령과 근대 계몽사상과 합리주의의 대두로 재판도 대두되었습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결투가 살아남았는데요, 그 이유를 역사와 더불어 설명합니다. 결투가 스포츠로 변해가는 과정을 살펴보자면, 사회 집단에서 생겨난 알력이 결투가 되고, 이것이 신명 재판, 페데, 결투 재판을 걸쳐 진검(권총) 결투로 변했고 펜싱으로 바꿨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으나, 결국 결투의 뿌리는 인규의 근원적인 생존 본능, 경쟁심, 명예심일 것입니다. 유럽의 스포츠는 왕과 귀족이 즐겼던 기마 창 시합이나 사냥에서 유래한 승마, 펜싱, 양궁, 사격 등의 종목과, 민간의 민속 행사나 축제, 또는 단체, 협회, 클럽의 오락에서 출발한 크리켓, 골프, 테니스, 축구 등으로 나뉩니다. 그러나 테니스와 축구는 근대 공립학교의 체육이나 클럽의 오락에서 유래했습니다. 근대 스포츠는 영국에서 시작된 것이 많은데, 자본주의가 영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식민주의의 대표 주자였던 영국은, 7개의 바다를 지배하며 자국의 스포츠 문화를 급속히 보급했습니다. 식민지의 민심을 장악하는 데 스포츠가 제공하는 오락만큼 효과적인 도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는 감동적인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스포츠에 열중했을 때 발생하는 카타르시스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건전한 사회적 카타르시스는 비일상 공간을 만들어 일상의 스트레스나 우울함을 발산하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스포츠에 열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강력한 감정은 정치와 결부되면 큰 반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나치 전당 대회 같은 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스포츠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현장에서 감정이 폭주할 때도 있습니다. 또한 국가주의를 초래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특정 인종의 선수를 향한 인종 차별로 발전하기 쉽습니다. 단 이런 국가주의와 인종주의는 감정적인 반응이라 경기가 종료되자마자 확 줄어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스포츠에서 발생한 감정을 일부러 정치와 결부시키는 사람들입니다. 스포츠는 공평한 규칙에 기초한 인간의 도전입니다. 다만 이것은 원래 선수의 출신이나 인종을 따지지 않는 개인 간의 경쟁을 의미하는 개념이었습니다. 오늘날 패럴림픽 정신은 우리에게 스포츠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결투에는 선악 판단, 명예 회복, 투쟁심 해소, 신명 재판 등 다양한 개인적, 사회적 의미가 포함됩니다. 그래서 결투 안에 종교, 정치, 사회 규범 등이 깊이 개입해 있습니다. 그러나 근대가 되자 결투는 과거의 유산이 되었고, 그 역할을 법적 재판과 스포츠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스포츠가 사람들의 투쟁심과 승부욕을 흡수했기 때문에 결투는 분해되고 해체되어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에서 결투가 스포츠로 변하는 역사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만적인 결투가 소멸했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분쟁이 재판이나 스포츠로 대체되고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분쟁 해결의 수단으로 전쟁은 여전히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없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진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66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2년 "아일랜드의 장미"로 데뷔했습니다. 

2003년 발표한 "달의 문"이 일본추리작가협회상에 노미네이트되어 

누계 1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2005년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제6회 본격미스터리대상 후보로 선정되었고, 

2006년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는 드라마로 제작되어 2008년 인기리에 방영되었습니다. 

술과 음식을 나누는 세 친구의 모임과 그들의 사연 뒤에 숨은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나가에의 심리상담소"의 속편인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을 보겠습니다.



후유키 나쓰미(나)와 나가에 다카아키, 나가에 나기사는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셋은 술을 무척 좋아해 대학 졸업 후 취직해서도 틈만 나면 같이 모여 술을 마셨습니다. 

나쓰미가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 겐타까지 무리에 끼어 즐겁게 지내곤 했습니다. 

정부의 연구 기관에서 근무하던 나가에는 나가시와 결혼하 뒤 

미국의 대학으로 직장을 옮겼고, 나기사도 다니던 식품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갔습니다. 

현지에서 딸 사키가 태어나 계속 미국에서 지낼 줄 알았는데, 

모교의 대학교수로 10년 만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재회한 이들은 오랜만에 모여 

예전처럼 술과 음식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산 넘어 산'은 미국에서 돌아온 나가에 부부의 집에 초대받아 함께하는 이야기입니다. 

음식 솜씨가 좋은 겐타가 만들어온 로스트비프를 먹기 좋게 자르려고 하니 

스테이크 나이프로도, 식칼로도 식당에 나오는 것처럼 얇게 썰기가 힘듭니다.

 나가에 부부와 겐타가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조리에 신경 쓰느라 구운 뒤의 과정까지 생각을 못 했다고 겐타는 말합니다. 

그러자 산 넘어 산과 같은 상황이라고 공감을 하자, 

난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다이가 유치원일 때의 학부모 이야기를 꺼냅니다.


두 번째 '하루씩 차이 난다'는 나가에 부부가 

자신의 집에 초대받아 함께하는 이야기입니다. 

쌀소주와 연어 술지게미 절임을 함께 먹으며 안주 먹는 방식을 말합니다. 

한쪽이 하루 뒤에 움직이는 나가에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아들 초등학교에서 다이의 짝꿍이 된 교코와 쌍둥이 게이코가 떠오릅니다. 

쌍둥이가 하루씩 차이 나게 행동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여섯 번째 '문어 안 든 다코야키'는 다코야키 기계로 

다코야키를 먹으며 맥주를 마시면서 함께하는 이야기입니다. 

다코야키 안에 든 문어가 없거나 작으면 씹는 맛이 없어서 이상하다며 

나가에는 크게 썰어 다코야키 안에 넣습니다. 

역시 먹어보니 큰 문어가 든 쪽이 풍미가 좋습니다. 

그러면서 난 문어 안 든 다코야키 같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이야기를 이들에게 말합니다.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에는 일곱 가지 술과 일곱 가지 안주가 나옵니다. 

나파밸리 와인, 쌀소주, 사케, 사오싱주, 샤르도네 와인, 맥주, 시드로처럼 

일본 술부터 외국 술까지 다양하게 등장하고, 안주도 다코야키, 

연어 술지게미 절임과 로스트비프, 삼겹살 구이 등 다양하게 즐깁니다. 

술과 함께 먹는 맛있는 안주에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죠. 

함께 모인 네 명 중 세 명은 대학시절부터 친구였고, 그중 두 명이 부부가 되었고, 

남은 한 명은 결혼해서 자신의 남편을 소개해 함께 합니다. 

그렇게 네 명이자 부부 2팀은 술과 안주를 곁들여 이야기를 하며 

그 이야기에 숨은 미스터리를 푸는 즐거운 시간을 가집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일에 담긴 미스터리를 푸는 나가에라는 남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소한 위화감을 짚어내 그로부터 진실을 밝힙니다. 

물론 그 이야기가 100% 진실이라고는 당사자로부터 들은 것이 아니어서 추측할 뿐이지만, 

만약 당사자의 의도가 맞는다면 그 사실을 알아내는 나가에라는 남자의 통찰력은 대단합니다. 

이야기에 숨은 의도를 짐작하고 알아채는 능력은 누구나 필요한 것이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나가에가 추리하는 과정이 놀랍고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타인이 전해주는 몇 마디 들은 말로 이야기 주인공의 상황을 파악하고 

의도까지 알아내는 능력은 뛰어난 탐정이 갖춰야 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술자리에서 나온 평범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숨은 반전이라 더욱 뜻밖이고, 

괜히 주변을 둘러보게 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인의 목격자
E. V. 애덤슨 지음, 신혜연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가이며 전기 작가,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애거사 크리스티를 탐정으로 그린 

소설 네 편과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실비아 플라스, 알렉산더 맥퀸, 해럴드 로빈슨의 전기 및 

타이타닉 생존자들의 집단 전기를 집필했습니다. 

2007년도에 출간된 첫 소설 "거짓말하는 혀"로 젤프 퍼스트 노벨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아름다운 그림자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삶"으로 2003년 람다 문학상과 

2004년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5인의 목격자>를 보겠습니다.



주인공 젠(제니퍼 헌터)은 절친 벡스(레베카)를 

밸런타인데이 오후 1시경에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가서 친구를 기다리며 주위 풍경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벤치에 앉아 있던 20대 커플과 다른 벤치에 앉아 있던 남자 커플, 

벤치에 앉아서 헤드폰을 쓴 채 눈을 감고 있는 젊은 인도 여자, 

안내도 앞에 10대 소년도 있었고, 회색 운동복 차림으로 숨을 고른 채 있는 백인 여자, 

검정 후드티가 달린 모자를 뒤집어쓴 남자가 조깅을 하며 백인 여성을 지나갑니다. 

그때 병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비명이 들렸습니다.

돌아보니 20대 커플 남자 대니얼 올리버가 깨진 샴페인 병을 

여자의 목에 가져다 대며 욕을 합니다. 

피가 배어 나왔고, 빅토리아 다 실바의 입에선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주위 사람들이 말리려고 했으나 남자는 막무가내였고, 몸싸움을 하며 깨진 병을 빼앗습니다. 

어느 정도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느끼고 한숨 돌리려던 찰나 

남자가 손에 칼을 들고 여자에게 칼을 들이댑니다. 

가까이 오지 말라며 주위 사람들을 협박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자의 목을 그었습니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남자는 자신의 목을 깊숙이 그어 버렸습니다.


벡스는 친구 젠이 힘들 때마다 도움을 주었습니다. 

젠은 얼마 전 언론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칼럼 쓰는 일에 해고를 당했고, 

5년간 사귀었던 로렌스와 헤어져서 그 집을 나와야 했습니다. 

그 아픔을 겨우 이겨내는 것 같았는데, 눈앞에서 끔찍한 일을 목격했고, 

그 사건으로 인해 또다시 무너져버릴까 걱정스럽습니다.


젠은 선배 언론인이자 집주인 페넬로페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목격한 밸런타인데이의 사건을 기고했습니다. 

그 기사를 보고 트위터에서 사람들의 리트윗과 응원의 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젠헌터당신을지켜보고있어'란 계정으로 

현장을 봤다고 써 놨던데 진짜 본 거 맞는지 개인 메시지로 보냈습니다. 

계정을 차단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 질문이 마음에 걸려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대니얼 올리버는 빅토리아 다 실바를 죽이지 않았다고 보냅니다. 

무언가 있다고 생각한 젠은 자신과 함께 사건을 본 목격자들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냈습니다. 

젠은 현장에 있었고, 그들도 그곳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범죄 현장을 직접 본, 이른바 목격자들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무엇이 보였는지 궁금했습니다.


살해 현장에 있었던 5인의 목격자, 눈앞에서 칼로 찌른 범인이 

진짜 범인이 아니라는 말에 흔들리기 시작하는 주인공. 

그 사건의 진실은 <5인의 목격자>에서 확인하세요.




내가 본 것은 진짜 내가 본 것이 맞을까요. 

범죄수사에서 목격자의 진술은 

용의자의 검거나 형량 부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범죄심리학 분야에서 목격자의 진술이 맞는지를 실험했습니다. 

목격자는 작은 세부 사항에 있어 오류를 범하는 것부터 

아예 발생하지도 않은 사건을 존재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그래서 목격자가 법정에서 재판을 할 때, 

일반적으로 그의 증언이 과장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신뢰하면서도 전적으로 목격자의 증언에만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처럼 내가 본 것을 두고 

그게 진실이냐고 의문을 제기하면 흔들릴 것 같습니다. 

이렇게 주위 사람들의 말 등의 다양한 오정보에 노출되면서 

목격자들의 기억이 오염되는 것을 오정보 효과라고 합니다. 

이후에도 많은 연구들이 목격자의 기억이 오염될 수 있음을 밝혀 왔고, 

기억의 오염의 범위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작은 것에서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건물을 기억하는 것까지 광범위합니다. 

우리의 기억은 진실일까요, 우리가 본 것은 진실일까요. 

그 이면에 숨겨진 무엇인가를 말하는 <5인의 목격자들>, 반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