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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평점 :

서울에서 태어나 해남, 제주, 홍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저자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장편소설 "플라멩코 추는 남자"로
제1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정 많고 강인한 제주 사람들과 제주의 여름을 회상한 저자의 <하쿠다 사진관>을 보겠습니다.

남의 행복을 지켜보는 건 힘들다며 제비는 사진관을 그만뒀습니다.
귀여운 아기를 안고 오는 젊은 부부를 볼 때마다 우울했고,
상급자나 되는 양 이것저것 지시하는 사진사도 기분 나빴습니다.
내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제주 여름을 보내러 온 제비,
그 한 달이 거의 끝날 무렵에 대책 없는 환상에 빠져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서울로 올라가서 다시 취직할 곳은 없고, 부모님은 어려서 이혼한 뒤
소식이 끊겼고, 키워준 할머니는 지난겨울 돌아가셨습니다.
숙식을 제공하는 일터가 있기를 바라며 정처 없이 걷고 있는데
'대왕물꾸럭마을'이란 곳에 이릅니다.
시커멓게 놓인 석상이 문어이고 입에 손을 넣고 소원일 빌면
이뤄진다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제비는 한번 해봤습니다. 그리고 다시 길을 걷다 하얀색 건물을 발견합니다.
카페인 줄 알았는데 '하쿠다 사진관'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주인을 기다렸는데 사람은 안 보이고 위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가게 한쪽에 계단으로 올라가니 키가 큰 남자가 아기를 달래고,
젊은 부부가 쩔쩔매고 있고, 얼룩무늬 강아지가 짖으며 주위를 깡충거립니다.
키 큰 남자가 제비를 보며 촬영 중이라 잠시 기다려달라고 합니다.
제비는 기다렸으나 아기의 울음소리는 더 크게 나고 다시 올라가
아기의 불편함 점을 대처해 주고 달랬더니 아기는 울음을 그칩니다.
다시 100일 사진을 찍고 젊은 부부는 나갔습니다.
사진사는 고마워하며 고장 난 휴대폰을 대신할 노트북을 빌려줍니다.
그러면서 직원을 구한다는 종이를 사진관 출입문에 부칩니다.
그것을 보고 제비가 일을 하겠다고 합니다.
사진사는 이석영이고 첫 달 숙박비를 대신 내줄 테니 자신이 아는 숙소를 소개합니다.
사진관은 원래 펜션이었는데 경매로 나왔고,
손수 고쳐서 1층은 카페로, 2층은 사진공간으로 만들었답니다.
그러면서 손님들이 여기 전시된 사진을 구경하고, 멋진 사진도 찍고,
그걸 보며 대화를 하면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고, 그 파티를 또 사진으로 찍을 계획이랍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사진을 찍으러 오는 손님이 없어서
파리만 날리는 형편이라 제비는 SNS 홍보를 합니다.
자신의 소중한 월급을 받기 위해서 말이죠.
사진전 수상 작가인 석영의 당선 기사와 작품 사진을 캡처해 SNS에 올렸고, 사진관에도 걸었습니다.
그러다 10대 넘는 오토바이가 사진관에 음료를 마시러 왔고,
카페 안의 사진을 구경하다가 오토바이 타고 달리는 사진을 의뢰합니다.
그렇게 2시간이 넘게 사진을 찍고, 라이더들은 저녁을 먹은 뒤에 다시 사진관에 오기로 했습니다.
제비가 기지를 발휘해, 신선한 해산물과 술을 마시며 인화된 사진을 프로젝터로 보는
'포토 뷰 파티'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다시 온 라이더들이 사진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그 모습을 제비가 찍고,
나중에 알려준 주소로 모든 사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번 일을 하며 제비는 석영에게 여행 스냅사진을 전문적으로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 사실을 SNS에 알렸고, 웨딩 스냅 사진 예약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대왕물꾸럭마을의 축제도 열리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또 있는지 <하쿠다 사진관>에서 확인하세요.
<하쿠다 사진관>의 '하쿠다'는 제주 방언으로 '뭔가를 하겠다, 할 것입니다'란 뜻입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will do'와 같습니다.
사진관의 사장이자 사진사인 석영은 어떤 사진이든 열심히 찍겠다는 각오로
제주 대왕물꾸럭마을에서 삽니다.
모델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찍은 사진을 프로젝트로 보면서
이런 표정이 있었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모르고 살아갑니다.
사진을 찍을 땐 원하는 표정을 지어내기 때문에 온전한 자신의 모습이 아니죠.
그렇기에 나도 모르게 찍힌 자신의 모습이 어색합니다.
이렇게 내가 찡그리고 있었나, 이렇게 내가 화를 내고 있었나,
이렇게 내가 환하게 웃고 있었나 하면서요.
하쿠다 사진관에서 찍은 모습은 물론 예쁠 것입니다. 전문가의 손길이니까요.
하지만 그 모습이 그곳에서만 나올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그때그때의 찬란한 순간을 오롯이 느끼고 즐기는 내가 되길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