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 세상이치 - 고대 그리스철학부터 현대입자물리까지, 단 한 권에 펼쳐지는 지혜
김동희 지음 / 빚은책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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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 대학에서 입자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미국 페르미 입자물리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경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 입자물리연구소의 LHC 실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교양 과학 관련의 저작에 힘쓰고, 물리학과 철학 등 다른 분야가 포함된 융합형의 글쓰기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세상이치>를 보겠습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도, 원자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 사실은 각 개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에게 세상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체계적이고 주목할 만한 답을 내놓은 인물이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그리스에서 활동한 사상가 '플라톤'입니다. 플라톤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세상의 이면에는 이에 대응하는, 불변이고 영원한 원본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이데아'라고 했습니다. 플라톤은 이데아는 변하지 않으며 영원하고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아는 세상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데아는 철학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며 사유가 발전하면서 사물에까지 적용됐습니다. 이데아와 현실 세계, 국가, 우주를 살펴보고, 이데아가 추구한 것과 아쉬운 점도 알아봅니다.


자연 현상을 올바로 이해하는 포괄적인 방법을 처음 제시해 근대 과학의 문을 연 인물은 '갈릴레이'입니다. 그는 '실험'과 '관찰'로 기존에 알려진 자연의 여러 물리 법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갈릴레이는 움직이는 것에 대한 속도의 개념을 정립했고, 등속 운동계에서의 물리 현상은 불변임을 발견했습니다. 갈릴레이는 운동의 정체를 파헤치려고 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수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런 혁신은 사고 실험과 실제 실험에서 얻은 것입니다. 또한 물체가 '왜' 운동하는가가 아니고 '어떻게' 운동하는지로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목격하는 자연 현상은 많은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일어나므로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선 자연 현상을 인공적으로 제어하는 능동적인 실험을 해야 합니다. 갈릴레이는 운동을 이해하고자 인위적인 실험 장치를 직접 개발한 최초의 인물이었습니다. 이제 자연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을 발견하거나 검증하려면 인위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실험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따라서 갈릴레이의 관측과 실험은 과거의 과학과 단절을 선언하는 계기였습니다. 갈릴레이의 운동학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물체의 운동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역학이었습니다. 현대 실험물리학과 이론물리학은 갈릴레이의 물체의 낙하운동에 관한 정량적 연구에서 시작됐습니다.


현대 입자물리학은 물질과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알아내고 이들이 어떻게 상호 반응하는지를 밝혀내고 있습니다. 우주의 운동을 지배하는 기본 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중력'과 전자기력' 외에 20세기 들어 발견된 '강력'과 '약력'이 있습니다. 전자와 양성자 간의 전기력이 원자를 구성하게 하지만 핵 안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뭉쳐 있도록 하는 힘은 강력이며, 방사성 원소가 안정화 과정을 거치게 하는 힘은 약력입니다. 중력을 제외한 세 힘을 통합하는 통일장 이론을 구축하는 것이 입자물리학의 목표입니다. 입자물리학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적 사변이 창출된 지 2600여 년 만에 만물을 설명하는 실제 이론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것일 수도 있지만, 깊이 있는 이성이나 관찰로 이루어낸 성과를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치>는 철학과 물리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한 방식을 말하는 책입니다. 철학과 물리학은 얼핏 보기에 다른 분야를 탐구하는 학문 같습니다. 누군가는 세상을 근원 물질로써, 누군가는 숫자로 이해하려 했고, 누군가는 관찰로, 누군가는 치열한 사고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다르게 보일지라도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방법의 차이였을 뿐입니다. 결국 세상의 진리를 추구하려 한 것입니다. 방식에서 차이를 보일 뿐, 관점 면에서 철학과 과학은 같습니다. 앞선 사람의 생각이 있고 그것을 발전시킨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사상부터 순차적으로 살펴봅니다. 엄청나게 발전된 지금의 기술을 생각하면 고대 그리스의 사상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대 입자물리학에서 소립자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보면 플라톤의 기본 생각과 많이 닮아 있음을 배우게 됩니다. <세상이치>를 읽고 나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바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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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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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는 2008년 단편소설 "좋은 친구"로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 신인상을 수상하며 미스터리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장편소설 "라일락 붉게 피던 집", "달리는 조사관", "검은 개가 온다", "대나무가 우는 섬"을 발표했고, 단편집으로는 "아이의 뼈"가 있습니다. 태국과 프랑스에 작품이 번역, 소개되었으며 다수의 작품이 영상화 계약을 맺었습니다. "달리는 조사관"은 2019년 OCN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7년 만에 발표하는 후속작 <구하는 조사관>을 보겠습니다.



인권증진위원회 부지훈 사무관과 한윤서 조사관은 국제연합 사무소가 있는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인권회의에 참석합니다. 3일간 열리는 유엔 기업과 인권 포럼에 전 세계 정부 관계자, 기업인, 인권단체 활동가가 수천 명이 모여들고, 대한민국 국가인권기구를 대표하여 지훈과 윤서가 이곳에 왔습니다. 한윤서는 인권위에 들어온 이래 진정사건을 조사하는 조사국에만 있었고, 부지훈은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로 정책국에 특별 채용된 인권정책 담당 사무관입니다. 둘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와 관련된 사건에서 조사국과 정책국 합동팀을 이뤄 일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개회식을 보고 아시아 세션에서 세계적 기업이 된 오성전자 이국재 이사가 연설자로 나오는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이국재 이사는 말단 무역직 직원으로 시작해 임원까지 오른 인물로 이곳엔 한국 기업 최초로 참석하는 거랍니다. 그의 연설을 듣고 객석의 질문을 받고 답변도 들었습니다. 피곤한 윤서는 그대로 호텔에 들어가고 지훈 혼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이국재 이사 일행을 만나 동석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구내식당 중간에 비치된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커피를 뽑아 자리로 오는데, 이국재 이사는 조금 전 그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오성전자가 세운 현지 회사에서 보인 차별 형태를 항의하는 사람들의 말을 그는 묵묵히 들어주고 명함을 받으며 본사에서 알아보겠다고 진지하게 답변합니다. 좋은 인상을 심어준 그가 그날 저녁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손주아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로 범인에게 폭행당한 후 약간의 의식이 남아 있을 때 112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은 발신번호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했고, 마지막 통신 신호가 잡힌 장소로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서 출동 지령을 내렸습니다. 평소 손주아의 허위 신고 전화에 이골이 난 지구대 경찰은 순찰차로 주변만 둘러보고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했습니다. 피해자의 마지막 구조 요청을 묵살한 경찰에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그녀가 정신질환자임이 밝혀지면서, 정신질환자의 위치를 범죄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습니다. 피해자 손주아가 2년 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했다가 인권위의 권고로 퇴원한 뒤 혼자 살았다는 게 드러나면서 비난의 화살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무턱대로 사회로 내보낸 인권위로 돌아갔습니다. 조사를 시작한 인권위 윤서는 경찰과 함께 쌍으로 욕을 먹으며 경찰을 조사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7년 전 열한 명의 가출 소녀를 유인해 살해하고 토막 내서 자택 정원에 묻은 희대의 연쇄살인마 최철수는 체포될 때부터 간암을 앓고 있었습니다. 재판에서 사형이 확정될 때까지 피해자 중 한 명은 시신이 있으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고, 또 한 명의 피해자는 이하선이라는 이름의 열여섯 살 소녀라는 게 알려졌으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여서 시신을 찾고, 신원을 찾는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철수는 입을 다물었으나 재작년 최철수를 면담한 배홍태 조사관의 제보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신 쪽의 신원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하선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은 채 연쇄살인범은 감옥에서 죽었습니다. 최철수는 면담 당시 배홍태에게 죽기 전 편지를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배홍태 조사관에게 죽은 사람으로부터 편지가 왔습니다.


죽은 연쇄살인범이 남긴 편지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한윤서, 배홍태, 부지훈, 이달숙 인권위 조사관들의 활약을 <구하는 조사관>에서 확인하세요.




<구하는 조사관>은 경찰도 탐정도 아닌 인권증진위원회 우유부단 베테랑 한윤서, 자타공인 공감요정 이달숙, 막무가내 오지라퍼 배홍태, 자만과 자신이 과한 부지훈 조사관이 범인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전작에 등장한 연쇄살인범은 시신을 찾을 수 없는 피해자의 행방을 알리는 듯한 편지를 죽기 전 배홍태 조사관에게 보냈습니다. 그 편지를 받은 배홍태는 연쇄살인범이 남긴 단서를 찾기 위해 조사를 하면서 인권위에 들어온 사건들도 함께 조사합니다.


그전까지 인권위라는 기관은 부당하게 침해된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구나 정도로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남자들의 저열한 성의식이 만들어낸 버려진 현지처와 자식들의 문제, 가족에게도 사회에게도 버려진 정신질환자의 실태, 자식의 정신질환 증세를 인정하지 않고 병원이나 심리상담소 대신 잘못된 믿음에 기대 병을 더 키운 상황, 코로나 바이러스로 코호트 격리된 채 인권이 더욱 보호받지 못한 정신병원의 실태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 있어서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내 눈에 보이지 않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눈에 보이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권 유린이 있었는지를 저자의 필력으로 느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권은 민족, 국가, 인종 등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그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사람이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거죠. (p.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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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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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릿쿄대학교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대학 졸업 후 5년 동안 회사원 생활을 하다가 1991년 도쿄소겐샤의 신작 시리즈 '황금 13'의 한 권으로 출간된 연작단편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으로 데뷔했습니다. 이 작품은 1992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에 선정되었습니다. 2013년 "어두운 범람"으로 제6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단편 부문을 수상했고,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하자키 시리즈'로 유명합니다.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된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보겠습니다.



건설 컨설턴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와카타케 나나미는 회사에서 사내보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연 12회에 특집호 1회를 합쳐 총 13회, 분량은 48쪽, 2000 부를 찍어서 배포한답니다. 얼마 전 회의에서 업무나 훈화 같은 딱딱한 내용을 피하고 오락성을 강조해 소설을 넣으라는 의견이 나왔답니다. 프로 작가에게 의뢰할 만한 예산이 안 되고, 소설을 쓴다는 회사 사람을 찾아내 소설을 맡았더니 딱딱한 순수문학이고, 가까이에서 적당한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소설을 쓰고 있는 대학교 선배 사타케 노부히로에게 한 달에 한 편씩, 원고지 30~40매쯤 되는 단편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답장으로 자신은 힘들지만 친구 중에 미스터리풍 이야기를 쓰고 단편을 좋아하는 사람을 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며 작가의 신원, 이름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지요. 그렇게 사내보는 4월 호를 창간호로 시작합니다.


4월 호에 실린 소설은 '벚꽃이 싫어'입니다. 나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벚꽃을 싫어하고 벚꽃놀이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쩌다 보니 대학 선배의 친구인 아시바 도코가 주최한 벚꽃놀이에 끼여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들뜬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해 조금 떨어진 벚나무 밑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도코가 옵니다. 그녀가 나처럼 벚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며 이야기를 해줍니다. 작은 편집 회사의 부도로 일자리가 없어진 도코는 신문 구인난을 보며 집에 있었습니다. 도코가 사는 벚나무 연립은 이곳 일대의 명물인 거대한 벚나무가 있습니다. 평소엔 철문을 닫지만 벚꽃이 피는 계절엔 주인이 철문을 열어두면 동네 사람들이 이곳을 통과하며 벚나무를 감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이 났다는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립니다. 도코는 뛰쳐나가 주인집 1층 통로 옆에 있는 소화기를 들고 불이 난 6호로 갑니다. 맨 처음 화재를 알린 남자와 집주인 아저씨, 그 외에 두세 명이 소화기를 들고 6호로 뛰어갔습니다. 다행히 6호에 사는 사람은 집을 비운 상태여서 인명피해는 없었고, 주민들이 불을 껐습니다. 경찰들이 조사하고, 그날 저녁 불을 처음 발견한 요시모토 시게루와 1호에 사는 스즈키 게이지, 3호에 사는 도코가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요시모토 시게루는 주인과 아는 사이라 이곳에 방문한 참이었고, 자신이 벚꽃을 싫어하게 된 일을 말합니다. 도코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누가 무슨 이유로 불을 질렀는지 밝힙니다.


12월 호에 실린 소설은 '소심한 크리스마스 케이크'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나는 집 근처에 있는 자연식품 전문 카페에서 친구 사타케와 아라이와 함께 있습니다. 올해 직장을 그만두고 5개월쯤 쉬었는데, 휴양 중에 식물 사진을 찍고, 옛 친구들과 만나 회포를 풀고, 이웃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습니다. 또한 식생활 개선으로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일식과 채소를 많이 먹고 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돌아보고 있는데 아라이가 생각난 게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2년 전 오쿠타마에 아라이의 부모, 외할머니, 첫째인 유키코와 남편 마스오 씨, 둘째인 아라이, 그리고 불도그 다케시 군 등 일곱 식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라이네 집 오른쪽에 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친다는 뚱뚱한 남자의 가족이 이사 왔는데, 그 집 외아들 사카이 유스케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유스케는 식물, 광물, 천체에 흥미가 있고, 그의 방에는 현미경과 천체망원경, 광물 표본과 식물도감 등이 쌓여 있었습니다. 아라이는 유스케의 방에서 놀기를 좋아했고, 아라이가 놀러 갈 때마다 케이크 만들기라는 특이한 취미를 가진 유스케는 신기한 간식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라이는 가족 파티를 즐겼는데, 굴을 잘못 먹고 배탈이 나서 밤새 끙끙 앓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옆집 유스케 군이 과일 케이크를 구웠다며 유키코가 가지고 옵니다. 여느 때라면 아라이가 먹었지만 배가 아프니 유키코에게 양보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몸이 회복되어 저녁에 아라이는 다케시 군과 산책을 나갔다 왔더니 구급차에 유키코가 실리고 있습니다. 놀래서 멍하니 서 있자 유스케가 크리스마스 케이크 먹었는지를 물어봅니다. 아라이는 유키코가 다 먹었다고 말하자 유스케는 깜짝 놀라 아라이를 보더니 몸을 돌려 집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다행히 임신 중이었던 유키코는 유산하지 않았고 5개월 뒤에 출산했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른 채 아라이는 유스케와 소원해졌고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다시 유스케를 만났습니다. 유스케는 유키코 씨에게 죄지은 게 있다며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시클라멘 뿌리를 넣었다고 고백합니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고 다음에 만나자며 헤어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유스케가 그렇게 한 이유에 대해 밝힙니다.


임시 증간호 '조금 긴 듯한 편집 후기'에서 와카타케 나나미가 익명의 소설가를 만나러 갑니다. 4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실린 열두 편의 미스터리 소설이 각각의 이야기가 아닌 주인공 나한테 벌어진 이야기이며 그 속에 감춰진 비밀을 추리하고 소설가에게 그 사실을 밝히는 와카타케 나나미. 과연 그녀가 추리한 내용은 무엇이며, 제대로 추리했는지,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에서 확인하세요.




범죄나 추리가 작은 소도시나 마을에서 이루어지며, 전문 형사나 탐정이 아닌 아마추어 주인공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가볍고 편안한 장르소설을 '코지 미스터리'라고 합니다. 본격 미스터리나 사회파 미스터리와는 다른 '일상의 수수께끼'를 다루고 있어 추리 자체보다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1991년 발표된 작가의 데뷔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새로 창간하는 회사 사내보에 단편소설을 실으라는 지시를 받은 와카타케 나나미가 익명의 작가를 섭외해서 그가 보내오는 단편을 4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실은 이야기입니다. 익명의 작가가 보낸 열두 편의 이야기는 1인칭으로 서술되며, 벚꽃,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등의 계절감을 넣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상의 수수께끼는 몰라도 상관없고 의식하지 못한 채로 지나가는 일도 많지만 일단 의식하기 시작하면 궁금하고, 알면 기쁜,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진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봐도 악당 같아 보이는 사람이 아닌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 얼핏 드러내는 악의가 더욱 무섭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일상적인 소재로 오싹한 느낌을 주는 열두 편입니다. 그해 출간된 후속작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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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죽은 남자 목요일 살인 클럽
리처드 오스먼 지음, 공보경 옮김 / 살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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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이라고 하면 예상되는 클리셰가 있습니다. 범인과 형사의 심리와 추격전이나, 형사는 아니지만 전문가, 탐정과 범인의 대결이 예상되지요. 그런데 "목요일 살인 클럽 시리즈"는 예상하지 못한 등장인물들이 나옵니다. 실버타운에 입주한 70대의 노인들입니다. 노인들과 살인사건이라니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라 생각이 들지만, 목요일 살인 클럽의 멤버들은 하나같이 범상치가 않습니다. 형사나 요원 쪽 일을 했다고 짐작되는 엘리자베스, 정신과 의사였던 이브라임, 유명한 노동조합장이었던 론, 전직 간호사인 조이스로 이들이 모여 전편에서도 사건을 멋지게 해결했습니다. 이번 <두 번 죽은 남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내용을 보겠습니다.



전편에서 도움을 서로 주고받았던 도나 순경과 크리스 경감은 잠복근무 중입니다. 코니 존슨은 이 동네 마약상으로 수년간 이곳에서 마약 거래를 쥐락펴락한 세인트 레오나즈 안토니오 형제가 작년쯤 실종되더니 새롭게 등장한 인물입니다. 도나와 크리스는 코니 존슨의 차고를 드나드는 인물들을 며칠 동안 감시하고 있습니다. 저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뒤를 밟으며 사업 내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방에 무너뜨리려면 증거를 충분히 모아야 합니다. 아직까지 마약 거래만 하는지 형제의 실종에 관여를 했는지는 미지수지만, 코니 존슨이 그들에게 다가와 커피와 빵을 건네며 인사를 합니다. 서로가 주시하는 것을 아니 다음번에 아는 척하자고요. 크게 한 방 얻어맞은 도나와 크리스.


엘리자베스는 죽은 마커스 카마이클이 보낸 편지를 받고 적힌 장소로 갑니다. 마커스 카마이클은 엘리자베스가 만들어낸 허구의 요원으로 러시아인들에게 가짜 비밀을 넘기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 죽은 남자였는데, 약속 장소에 가니 전 남편이자 요원인 더글러스 미들미스와 조력자인 신입 요원 퍼피가 안가에 있습니다. 마틴 로맥스는 범죄 조직을 위한 은행 역할을 하는데, 중개인으로 양쪽 거래가 끝날 때까지 계약금 혹은 현물을 맡았다가 거래가 성사되면 돌려주거나 잘못되면 손실 보상금으로 지급을 합니다. 마틴 로맥스의 집에 몰래 들어가 현금과 귀중품을 확인했는데 이틀 뒤에 집 주인으로부터 집에 있던 2000만 파운드어치의 다이아몬드가 없어졌다며 항의가 들어옵니다. 그래서 그 집에 들어간 M15(영국의 국내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보안국) 요원들이 소환되었으나 확인할 길은 없고 마틴은 맡긴 다이아몬드의 원주인에게 더글러스가 훔쳤다고 말할 거라고 선언합니다. 뉴욕 마피아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더글러스는 엘리자베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 것입니다.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된 엘리자베스는 조이스, 이브라힘, 론과 팀을 꾸려 사건 조사를 시작합니다. 안가에서 안전하게 있을 줄 알았던 더글러스와 퍼피는 괴한의 총에 맞아 죽습니다. 다이아몬드의 행방과 누가 요원을 죽었는지, <두 번 죽은 남자>에서 확인하세요.





액션 영화처럼 쫓고 쫓기며 숨 막힐 듯한 긴장의 연속은 아니지만, 잔잔하면서도 섬뜩한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두 번 죽은 남자>. 등장인물이 실버타운에 사는 노인들이라서 긴박함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지만, 사건이 벌어지고 추리하면서 긴장이 다시금 조여듭니다. 전작 "목요일 살인 클럽"에 이어 2권도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데, 그 이유는 읽으면서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에서 영화화 판권을 구매해 제작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영상으로도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네요. "목요일 살인 클럽" 시리즈는 4권까지 예정되어 있고 올 하반기에 영국 현지에서 3권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곧 나올 3권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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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 베이식 아트 2.0
알렉산드라 콜로사 지음, 김율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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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트리어에서 미술사와 독일 문학, 경영학을 공부하여 2003년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독일 뒤렌에서 자유기고가이자 현대미술 전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베이식 아트 시리즈'는 1985년 피카소 작품집을 시작으로 베스트셀러 아트북 컬렉션으로 거듭났습니다. 그 이후 간결하고 얇은 작가별 도서는 200여 종이 넘게 제작되었고, 20여 개 국어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럼, 타센 베이식 아트 시리즈 <키스 해링>을 보겠습니다.



키스 해링은 1958년 5월 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리딩에서 4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을 보였고 아버지가 지지하고 후원했습니다. 워싱턴의 허시온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 연작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은 키스 해링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모님의 조언에 따라 아이비 전문 미술학교에 진학해 상업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2학기를 마친 후,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추구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었고 1978년 19세의 나이로 피츠버그 미술공예센터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였습니다. 뉴욕으로 이주해 시각예술 학교에 등록해 비디오 아트, 설치, 콜라주를 발전시켰습니다. 초기에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장소인 거리와 클럽에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대중과 더욱 가깝게 만나려 노력했습니다.


1980년 뉴욕 지하철역의 기한을 넘긴 광고 포스터들로 비어 있는 공간을 발견하고는 초크 지하철 드로잉으로 그 공간을 채웠습니다. 해링의 표현에 의하면, 지하철은 곧 그의 '실험실'이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선명한 선과 관련된 실험들을 행했습니다. 1980년 가을, 시각예술 학교의 겨울 학기에 등록하지 않고 학교를 떠났고, 이후 그룹 전시회를 기획했고 전시했습니다. 이때부터 작품 판매로 이익을 얻기 시작했고, 해링의 다양한 표상이 등장하는 30초짜리 애니메이션이 뉴욕 타임스 스퀘어의 스펙태컬러 광고판에서 한 달간 매일 20분씩 상영되어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작품들이 유럽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해외 전시도 하고, 해외여행을 갔습니다. 1985년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해링의 예술 세계에서 에이즈는 더 중요한 주제가 되었습니다. 1988년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알았지만, 예술적 에너지는 오히려 더욱 강화됩니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려는 것처럼 그는 쉬지 않고 작업했습니다. 사망 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재단을 설립하고 비서에게 재단의 운영을 맡깁니다. 재단의 목표는 어린이 자선사업의 후원과 에이즈와 싸우는 단체의 지원입니다. 1990년 2월 16일, 31세의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일생과 그의 작품들을 <키스 해링>에서 자세히 만날 수 있습니다.




키스 해링의 작품을 한번 보면 그 특이함에 눈길이 갑니다. 저도 이름은 몰랐지만 작품을 보고 난 뒤 누가 그렸나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키스 해링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예술의 힘과 능력을 항상 믿었고, 예술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회화로 표현된 동시대의 역사로서, 몇몇 작품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면서 당대의 관심사를 반영합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해링의 티셔츠를 입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의 양식적 특징을 인지했습니다. 그가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키스 해링>에 실린 작품들과 글을 보며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다른 작가들에 의해 볼 수 있는데요, 여전히 예술계에 영향을 끼치는 그의 짧은 인생이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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