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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 세상이치 - 고대 그리스철학부터 현대입자물리까지, 단 한 권에 펼쳐지는 지혜
김동희 지음 / 빚은책들 / 2022년 9월
평점 :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 대학에서 입자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미국 페르미 입자물리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경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 입자물리연구소의 LHC 실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교양 과학 관련의 저작에 힘쓰고, 물리학과 철학 등 다른 분야가 포함된 융합형의 글쓰기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세상이치>를 보겠습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도, 원자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 사실은 각 개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에게 세상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체계적이고 주목할 만한 답을 내놓은 인물이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그리스에서 활동한 사상가 '플라톤'입니다. 플라톤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세상의 이면에는 이에 대응하는, 불변이고 영원한 원본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이데아'라고 했습니다. 플라톤은 이데아는 변하지 않으며 영원하고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아는 세상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데아는 철학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며 사유가 발전하면서 사물에까지 적용됐습니다. 이데아와 현실 세계, 국가, 우주를 살펴보고, 이데아가 추구한 것과 아쉬운 점도 알아봅니다.
자연 현상을 올바로 이해하는 포괄적인 방법을 처음 제시해 근대 과학의 문을 연 인물은 '갈릴레이'입니다. 그는 '실험'과 '관찰'로 기존에 알려진 자연의 여러 물리 법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갈릴레이는 움직이는 것에 대한 속도의 개념을 정립했고, 등속 운동계에서의 물리 현상은 불변임을 발견했습니다. 갈릴레이는 운동의 정체를 파헤치려고 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수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런 혁신은 사고 실험과 실제 실험에서 얻은 것입니다. 또한 물체가 '왜' 운동하는가가 아니고 '어떻게' 운동하는지로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목격하는 자연 현상은 많은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일어나므로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선 자연 현상을 인공적으로 제어하는 능동적인 실험을 해야 합니다. 갈릴레이는 운동을 이해하고자 인위적인 실험 장치를 직접 개발한 최초의 인물이었습니다. 이제 자연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을 발견하거나 검증하려면 인위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실험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따라서 갈릴레이의 관측과 실험은 과거의 과학과 단절을 선언하는 계기였습니다. 갈릴레이의 운동학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물체의 운동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역학이었습니다. 현대 실험물리학과 이론물리학은 갈릴레이의 물체의 낙하운동에 관한 정량적 연구에서 시작됐습니다.
현대 입자물리학은 물질과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알아내고 이들이 어떻게 상호 반응하는지를 밝혀내고 있습니다. 우주의 운동을 지배하는 기본 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중력'과 전자기력' 외에 20세기 들어 발견된 '강력'과 '약력'이 있습니다. 전자와 양성자 간의 전기력이 원자를 구성하게 하지만 핵 안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뭉쳐 있도록 하는 힘은 강력이며, 방사성 원소가 안정화 과정을 거치게 하는 힘은 약력입니다. 중력을 제외한 세 힘을 통합하는 통일장 이론을 구축하는 것이 입자물리학의 목표입니다. 입자물리학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적 사변이 창출된 지 2600여 년 만에 만물을 설명하는 실제 이론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것일 수도 있지만, 깊이 있는 이성이나 관찰로 이루어낸 성과를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치>는 철학과 물리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한 방식을 말하는 책입니다. 철학과 물리학은 얼핏 보기에 다른 분야를 탐구하는 학문 같습니다. 누군가는 세상을 근원 물질로써, 누군가는 숫자로 이해하려 했고, 누군가는 관찰로, 누군가는 치열한 사고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다르게 보일지라도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방법의 차이였을 뿐입니다. 결국 세상의 진리를 추구하려 한 것입니다. 방식에서 차이를 보일 뿐, 관점 면에서 철학과 과학은 같습니다. 앞선 사람의 생각이 있고 그것을 발전시킨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사상부터 순차적으로 살펴봅니다. 엄청나게 발전된 지금의 기술을 생각하면 고대 그리스의 사상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대 입자물리학에서 소립자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보면 플라톤의 기본 생각과 많이 닮아 있음을 배우게 됩니다. <세상이치>를 읽고 나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바뀔 것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