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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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릿쿄대학교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대학 졸업 후 5년 동안 회사원 생활을 하다가 1991년 도쿄소겐샤의 신작 시리즈 '황금 13'의 한 권으로 출간된 연작단편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으로 데뷔했습니다. 이 작품은 1992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에 선정되었습니다. 2013년 "어두운 범람"으로 제6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단편 부문을 수상했고,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하자키 시리즈'로 유명합니다.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된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보겠습니다.



건설 컨설턴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와카타케 나나미는 회사에서 사내보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연 12회에 특집호 1회를 합쳐 총 13회, 분량은 48쪽, 2000 부를 찍어서 배포한답니다. 얼마 전 회의에서 업무나 훈화 같은 딱딱한 내용을 피하고 오락성을 강조해 소설을 넣으라는 의견이 나왔답니다. 프로 작가에게 의뢰할 만한 예산이 안 되고, 소설을 쓴다는 회사 사람을 찾아내 소설을 맡았더니 딱딱한 순수문학이고, 가까이에서 적당한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소설을 쓰고 있는 대학교 선배 사타케 노부히로에게 한 달에 한 편씩, 원고지 30~40매쯤 되는 단편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답장으로 자신은 힘들지만 친구 중에 미스터리풍 이야기를 쓰고 단편을 좋아하는 사람을 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며 작가의 신원, 이름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지요. 그렇게 사내보는 4월 호를 창간호로 시작합니다.


4월 호에 실린 소설은 '벚꽃이 싫어'입니다. 나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벚꽃을 싫어하고 벚꽃놀이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쩌다 보니 대학 선배의 친구인 아시바 도코가 주최한 벚꽃놀이에 끼여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들뜬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해 조금 떨어진 벚나무 밑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도코가 옵니다. 그녀가 나처럼 벚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며 이야기를 해줍니다. 작은 편집 회사의 부도로 일자리가 없어진 도코는 신문 구인난을 보며 집에 있었습니다. 도코가 사는 벚나무 연립은 이곳 일대의 명물인 거대한 벚나무가 있습니다. 평소엔 철문을 닫지만 벚꽃이 피는 계절엔 주인이 철문을 열어두면 동네 사람들이 이곳을 통과하며 벚나무를 감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이 났다는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립니다. 도코는 뛰쳐나가 주인집 1층 통로 옆에 있는 소화기를 들고 불이 난 6호로 갑니다. 맨 처음 화재를 알린 남자와 집주인 아저씨, 그 외에 두세 명이 소화기를 들고 6호로 뛰어갔습니다. 다행히 6호에 사는 사람은 집을 비운 상태여서 인명피해는 없었고, 주민들이 불을 껐습니다. 경찰들이 조사하고, 그날 저녁 불을 처음 발견한 요시모토 시게루와 1호에 사는 스즈키 게이지, 3호에 사는 도코가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요시모토 시게루는 주인과 아는 사이라 이곳에 방문한 참이었고, 자신이 벚꽃을 싫어하게 된 일을 말합니다. 도코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누가 무슨 이유로 불을 질렀는지 밝힙니다.


12월 호에 실린 소설은 '소심한 크리스마스 케이크'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나는 집 근처에 있는 자연식품 전문 카페에서 친구 사타케와 아라이와 함께 있습니다. 올해 직장을 그만두고 5개월쯤 쉬었는데, 휴양 중에 식물 사진을 찍고, 옛 친구들과 만나 회포를 풀고, 이웃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습니다. 또한 식생활 개선으로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일식과 채소를 많이 먹고 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돌아보고 있는데 아라이가 생각난 게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2년 전 오쿠타마에 아라이의 부모, 외할머니, 첫째인 유키코와 남편 마스오 씨, 둘째인 아라이, 그리고 불도그 다케시 군 등 일곱 식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라이네 집 오른쪽에 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친다는 뚱뚱한 남자의 가족이 이사 왔는데, 그 집 외아들 사카이 유스케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유스케는 식물, 광물, 천체에 흥미가 있고, 그의 방에는 현미경과 천체망원경, 광물 표본과 식물도감 등이 쌓여 있었습니다. 아라이는 유스케의 방에서 놀기를 좋아했고, 아라이가 놀러 갈 때마다 케이크 만들기라는 특이한 취미를 가진 유스케는 신기한 간식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라이는 가족 파티를 즐겼는데, 굴을 잘못 먹고 배탈이 나서 밤새 끙끙 앓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옆집 유스케 군이 과일 케이크를 구웠다며 유키코가 가지고 옵니다. 여느 때라면 아라이가 먹었지만 배가 아프니 유키코에게 양보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몸이 회복되어 저녁에 아라이는 다케시 군과 산책을 나갔다 왔더니 구급차에 유키코가 실리고 있습니다. 놀래서 멍하니 서 있자 유스케가 크리스마스 케이크 먹었는지를 물어봅니다. 아라이는 유키코가 다 먹었다고 말하자 유스케는 깜짝 놀라 아라이를 보더니 몸을 돌려 집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다행히 임신 중이었던 유키코는 유산하지 않았고 5개월 뒤에 출산했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른 채 아라이는 유스케와 소원해졌고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다시 유스케를 만났습니다. 유스케는 유키코 씨에게 죄지은 게 있다며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시클라멘 뿌리를 넣었다고 고백합니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고 다음에 만나자며 헤어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유스케가 그렇게 한 이유에 대해 밝힙니다.


임시 증간호 '조금 긴 듯한 편집 후기'에서 와카타케 나나미가 익명의 소설가를 만나러 갑니다. 4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실린 열두 편의 미스터리 소설이 각각의 이야기가 아닌 주인공 나한테 벌어진 이야기이며 그 속에 감춰진 비밀을 추리하고 소설가에게 그 사실을 밝히는 와카타케 나나미. 과연 그녀가 추리한 내용은 무엇이며, 제대로 추리했는지,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에서 확인하세요.




범죄나 추리가 작은 소도시나 마을에서 이루어지며, 전문 형사나 탐정이 아닌 아마추어 주인공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가볍고 편안한 장르소설을 '코지 미스터리'라고 합니다. 본격 미스터리나 사회파 미스터리와는 다른 '일상의 수수께끼'를 다루고 있어 추리 자체보다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1991년 발표된 작가의 데뷔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새로 창간하는 회사 사내보에 단편소설을 실으라는 지시를 받은 와카타케 나나미가 익명의 작가를 섭외해서 그가 보내오는 단편을 4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실은 이야기입니다. 익명의 작가가 보낸 열두 편의 이야기는 1인칭으로 서술되며, 벚꽃,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등의 계절감을 넣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상의 수수께끼는 몰라도 상관없고 의식하지 못한 채로 지나가는 일도 많지만 일단 의식하기 시작하면 궁금하고, 알면 기쁜,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진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봐도 악당 같아 보이는 사람이 아닌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 얼핏 드러내는 악의가 더욱 무섭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일상적인 소재로 오싹한 느낌을 주는 열두 편입니다. 그해 출간된 후속작도 기대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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