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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22년 9월
평점 :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는 2008년 단편소설 "좋은 친구"로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 신인상을 수상하며 미스터리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장편소설 "라일락 붉게 피던 집", "달리는 조사관", "검은 개가 온다", "대나무가 우는 섬"을 발표했고, 단편집으로는 "아이의 뼈"가 있습니다. 태국과 프랑스에 작품이 번역, 소개되었으며 다수의 작품이 영상화 계약을 맺었습니다. "달리는 조사관"은 2019년 OCN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7년 만에 발표하는 후속작 <구하는 조사관>을 보겠습니다.

인권증진위원회 부지훈 사무관과 한윤서 조사관은 국제연합 사무소가 있는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인권회의에 참석합니다. 3일간 열리는 유엔 기업과 인권 포럼에 전 세계 정부 관계자, 기업인, 인권단체 활동가가 수천 명이 모여들고, 대한민국 국가인권기구를 대표하여 지훈과 윤서가 이곳에 왔습니다. 한윤서는 인권위에 들어온 이래 진정사건을 조사하는 조사국에만 있었고, 부지훈은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로 정책국에 특별 채용된 인권정책 담당 사무관입니다. 둘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와 관련된 사건에서 조사국과 정책국 합동팀을 이뤄 일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개회식을 보고 아시아 세션에서 세계적 기업이 된 오성전자 이국재 이사가 연설자로 나오는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이국재 이사는 말단 무역직 직원으로 시작해 임원까지 오른 인물로 이곳엔 한국 기업 최초로 참석하는 거랍니다. 그의 연설을 듣고 객석의 질문을 받고 답변도 들었습니다. 피곤한 윤서는 그대로 호텔에 들어가고 지훈 혼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이국재 이사 일행을 만나 동석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구내식당 중간에 비치된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커피를 뽑아 자리로 오는데, 이국재 이사는 조금 전 그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오성전자가 세운 현지 회사에서 보인 차별 형태를 항의하는 사람들의 말을 그는 묵묵히 들어주고 명함을 받으며 본사에서 알아보겠다고 진지하게 답변합니다. 좋은 인상을 심어준 그가 그날 저녁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손주아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로 범인에게 폭행당한 후 약간의 의식이 남아 있을 때 112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은 발신번호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했고, 마지막 통신 신호가 잡힌 장소로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서 출동 지령을 내렸습니다. 평소 손주아의 허위 신고 전화에 이골이 난 지구대 경찰은 순찰차로 주변만 둘러보고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했습니다. 피해자의 마지막 구조 요청을 묵살한 경찰에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그녀가 정신질환자임이 밝혀지면서, 정신질환자의 위치를 범죄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습니다. 피해자 손주아가 2년 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했다가 인권위의 권고로 퇴원한 뒤 혼자 살았다는 게 드러나면서 비난의 화살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무턱대로 사회로 내보낸 인권위로 돌아갔습니다. 조사를 시작한 인권위 윤서는 경찰과 함께 쌍으로 욕을 먹으며 경찰을 조사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7년 전 열한 명의 가출 소녀를 유인해 살해하고 토막 내서 자택 정원에 묻은 희대의 연쇄살인마 최철수는 체포될 때부터 간암을 앓고 있었습니다. 재판에서 사형이 확정될 때까지 피해자 중 한 명은 시신이 있으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고, 또 한 명의 피해자는 이하선이라는 이름의 열여섯 살 소녀라는 게 알려졌으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여서 시신을 찾고, 신원을 찾는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철수는 입을 다물었으나 재작년 최철수를 면담한 배홍태 조사관의 제보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신 쪽의 신원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하선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은 채 연쇄살인범은 감옥에서 죽었습니다. 최철수는 면담 당시 배홍태에게 죽기 전 편지를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배홍태 조사관에게 죽은 사람으로부터 편지가 왔습니다.
죽은 연쇄살인범이 남긴 편지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한윤서, 배홍태, 부지훈, 이달숙 인권위 조사관들의 활약을 <구하는 조사관>에서 확인하세요.
<구하는 조사관>은 경찰도 탐정도 아닌 인권증진위원회 우유부단 베테랑 한윤서, 자타공인 공감요정 이달숙, 막무가내 오지라퍼 배홍태, 자만과 자신이 과한 부지훈 조사관이 범인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전작에 등장한 연쇄살인범은 시신을 찾을 수 없는 피해자의 행방을 알리는 듯한 편지를 죽기 전 배홍태 조사관에게 보냈습니다. 그 편지를 받은 배홍태는 연쇄살인범이 남긴 단서를 찾기 위해 조사를 하면서 인권위에 들어온 사건들도 함께 조사합니다.
그전까지 인권위라는 기관은 부당하게 침해된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구나 정도로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남자들의 저열한 성의식이 만들어낸 버려진 현지처와 자식들의 문제, 가족에게도 사회에게도 버려진 정신질환자의 실태, 자식의 정신질환 증세를 인정하지 않고 병원이나 심리상담소 대신 잘못된 믿음에 기대 병을 더 키운 상황, 코로나 바이러스로 코호트 격리된 채 인권이 더욱 보호받지 못한 정신병원의 실태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 있어서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내 눈에 보이지 않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눈에 보이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권 유린이 있었는지를 저자의 필력으로 느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권은 민족, 국가, 인종 등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그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사람이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거죠. (p. 113)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