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국가 - 정의에 이르는 길 EBS 오늘 읽는 클래식
김주일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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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에서 플라톤의 철학에 미친 파르메니데스의 영향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와 군산대학교에서 그리스로마 신화와 글쓰기 등을 강의하는 저자는 그리스로마 고전을 연구하고 번역하는 정암학당의 연구원으로서 고대 그리스철학 원전들을 연구 및 번역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쓴 <플라톤의 국가>를 보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폴리스를 이뤄서 사는 것은 그저 살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 '잘' 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잘 산다'는 것은 부자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아리스토텔레스 생각에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면 폴리스에서 공동체의 일을 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나라를 위해서 나랏일을 하며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고 그것이 인간답게 사는 길이라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입니다. "국가"분 아니라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을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대화'가 플라톤의 저술에서 하는 역할입니다. 대화는 같은 주제라도 누구와 대화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집니다. 철학은 어떤 주제에 대한 답을 외우는 것, 좀 더 나은 경우라면 풀이 과정까지 외우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묻고 답하고 고민하는 과정이라는 것이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의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화를 진행하다 보면, 주제와 관련해서 가능한 대화들 중에 특정한 방향으로만 대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가보지 않은 대화의 길들이 남습니다. 그래서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을 때는 이야기되는 것 못지않게 이야기되지 않은 것에 눈길을 주어야 합니다.


플라톤은 28세 전후부터 시작해서 40세 무렵에 아카데메이아를 세우기 전까지 쓴 대화편들을 전기 대화편이라 부르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고르기아스" 등이 속합니다. 40세 무렵부터 시라쿠사 여행을 가기 전까지 쓴 대화편들을 묶어 중기 대화편이라고 하는데, "국가", "파이돈", "향연"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라쿠사에서 빠져나온 후 임종 때까지 쓴 대화편들을 후기 대화편이라고 하는데, 맨 마지막 작품이 "국가"와 많이 비견되는 "법률"입니다. 내용별로 "국가"의 권들을 분류하면, 1권을 한 묶음으로 하고, 2~4권을 한 묶음, 5~7권을 또 한 묶음, 8권과 9권을 한 묶음, 끝으로 10권을 따로 묶을 수 있습니다. 1권은 처음에 케팔로스를 상대로 시작한 정의에 대한 논의가 케팔로스의 큰아들인 폴레마르코스로 대화 상대를 옮겨 이루어지다가, 중반 이후 소피스트 트라쉬마코스가 주요 대화 상대자가 되면서 내용도 심각해지고 대화도 격렬해졌습니다. 2권부터는 대화 상대자가 플라톤의 형제들인 글라우콘과 아데이만토스로 바뀌어서 10권까지 이어집니다.


<플라톤의 국가>와 함께 읽기 좋은 책 6권을 소개합니다.




플라톤의 "국가"는 국가의 정의는 무엇이며, 국가에서 정의롭게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정의로운 국가는 어떻게 세울 수 있는지, 정의가 무너지면 국가와 국가의 시민은 어떻게 되는지를 논의한 책입니다. 국가를 정의의 자리에 단단히 위치시켜 이후 누구도 국가를 논의하면서 정의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 바로 "국가"입니다. 플라톤이 비록 아테네와 그리스를 이상 국가로 만들지는 못했어도 그가 말로 지은 "국가"는 모두의 머릿속에 우뚝 솟았습니다. 유럽 철학이 플라톤의 주석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위대한 사상가 플라톤의 원전에 <플라톤의 국가>에서 쌓은 배경 설명과 해설 덕분에 도전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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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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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프랑스 생로에서 태어난 저자는 시립학교에서 자동차기계학부 3학년 졸업을 앞두고 선생님의 격려로 그림학교 콩쿠르에 참가해 현재의 막시밀리엉 북스에 입학했습니다. 그는 만화, 영화, 방송 등 여러 분야에 종사했지만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작가로 글쓰기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1991년 출간한 "랭보를 위한 무지개"는 1996년 영화화되고, 이후 "오랜 고통", "중력의 법칙", "천둥꽃" 등 다수의 소설을 발표하면서 독자와 평단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2006년 출간한 "나, 프랑수아 비용"이 전기소설상을 수상했고, 2007년 "달링"과 2012년 "자살가게"가 작품성을 인정받아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2022년 10월 18일 69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저자가 쓴 <자살가게>를 보겠습니다.



튀바슈 가문은 대대로 '자살가게'를 운영합니다. 이 상점에는 목매달기용 밧줄, 동맥절단용 면도날, 할복자살용 단도, 독 묻은 사과와 사탕들, 투신자살을 위한 콘크리트 블록 등을 판매하며 주인 미시마와 부인 뤼크레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부에겐 세 명의 자식이 있는데 첫째 뱅상은 머리를 온통 붕대로 친친 감은 채 식용부진증으로 빼빼 마른 모습이고, 둘째 마릴린은 자신이 제일 못생겼다고 생각해 의기소침하며 우울한 모습입니다. 막내 알랑은 이 가문에서 태어난 아이가 맞는지 의심스럽게 아기일 때부터 항상 웃었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일이든지 긍정적인 모습을 봅니다. 부모님은 그런 알랑을 잘못 키웠다며 한탄을 하고, 자신들의 육아관에 맞게 자장가 대신 유명인의 자살 이야기, 안 좋은 일만 늘어놓은 뉴스 등을 들려주고 보여주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미시마는 40분마다 자살이 한 건씩 발생하는데, 전체 15만 건의 시도 중에 성공한 건 1만 2천 건밖에 되지 않는다며 완벽한 죽음을 성공하기 위해 새로운 자살 기구 개발에 몰두합니다. 그동안 자살가게를 방문한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자살 기구를 샀고, 부부는 '죽어도 상관 안 해' 상사에서 부족한 물품을 추가 주문도 합니다. 부모는 그녀의 18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맹독이 들어간 주사를 선물합니다. 이번에 출시한 독액으로 그것을 정맥에 주사하면 자신은 아무 탈이 없지만 차츰 침샘에서 독이 만들어지고, 키스를 하면서 독액을 사용하게 된답니다. 마릴린과 입을 맞추는 모든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대요.


마릴린의 죽음의 키스 사업은 성공적이었지만 묘지 관리인 뤼크레스와 사랑에 빠지면서 혼란에 빠집니다. 그때 알랑이 튼 노래의 볼륨이 극에 달하고 진동이 가해지면서 약병들이 흔들거립니다. 사람들을 모두 보내고 가족이 식탁에 앉아 뤼크레스가 만든 양고기를 먹습니다. 알랑은 엄마의 음식 솜씨를 칭찬했고, 마릴린은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하지 못한다고 슬퍼합니다. 그러자 알랑이 독액 대신에 포도당 용액을 넣어놨다고 고백합니다. 그 말을 들은 아빠는 크게 화를 내며 2주간의 겨울방학 동안 모나코에 있는 자살특공대로 알랑을 보냅니다.


골칫거리 알랑이 떠난 자살가게는 평화로워졌을까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자살가게>에서 확인하세요.




원치 않게 태어난 셋째 알랑은 아무리 봐도 '자살가게'에 어울리지 않는 아이입니다. 10대째 내려온 상점을 운영 중인 튀바슈 가문은 사람들의 자살을 돕는 자살 기구와 독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랑은 가게 손님들에게 항상 웃으며 용기를 주는 말을 하고 별거 아닌 일에도 행복을 느낍니다. 그런 알랑이 못마땅한 부모는 자살특공대 연수를 겨울방학 동안 보냅니다. 이제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리라 생각했지만 알랑이 없는 자리는 컸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을 때 알랑에게서 온 우편엽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처럼 알랑이 보낸 엽서 속 내용에 튀바슈 사람들은 맥없이 쓰러집니다. 알랑은 자라면서 자신의 생각과 180도 다른 가족과의 마찰이 힘들었을 것이고, 자신의 생각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마지막 알랑의 선택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의 목적을 다 이뤘다고 생각하고 끝을 맺는다니 슬펐습니다. 마지막이 아쉬워서 더욱 마음에 남는 <자살가게>입니다.


삶이란 있는 그대로의 삶 자체를 말하는 거예요.

있는 그대로의 가치가 있는 것이죠!

서툴거나 부족하면 서툴고 부족한 그대로

삶은 스스로 담당하는 몫이 있는 법입니다. (p.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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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도감 -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한 세계 위인들
오노 마사토 지음, 고향옥 옮김 / 길벗스쿨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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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7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는 논리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시점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재능이 탁월합니다. "마음의 신비 왜? 어째서?", "생명은 왜 소중한가요?", "꿈은 왜 이루어지지 않나요?" 등의 책을 썼으며, 그가 쓴 책의 누적 판매량은 300만 부가 넘습니다. 그럼, <실패 도감>을 보겠습니다.



실패했기에 성공한 위인을 소개합니다. '코코 샤넬'은 촌스럽다는 말을 들었답니다. 출신지와 무슨 일을 한 사람인지를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일생을 숫자로 간단히 요약합니다. 그녀가 어떻게 성공을 했고, 세계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전쟁이 터져 패션에 관심이 없어지자 55살의 나이로 디자이너를 그만둔 그녀는 다시 무대로 복귀했습니다. 그녀의 나이 일흔 살, 샤넬은 전쟁이 끝나고 여성의 몸을 조이고 화려하게 보이도록 한 옷들만 등장하자 활동적인 여성을 빛내 줄 옷을 만들기로 합니다. 1년 동안 준비해 패션쇼를 열었으나 평론가들은 실패했다며, 구닥다리 패션쇼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샤넬은 이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여성이 자유롭게 일하는 움직임이 큰 미국으로 건너가 인기가 높아졌고, 결국 프랑스 패션계도 샤넬의 옷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샤넬조차 주위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촌스럽다고 평가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들 또한 앞으로 살아가면서 샤넬과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런 일을 당한다고 해도, 어쩌면 샤넬처럼 단지 '여기서 인정받지 못했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그 어딘가에 자신을 인정해 주는 곳을 발견할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자신의 세계'를 넓혀 가길 바랍니다.


위인 중간에 '미니 실패 도감', '실패 상담실', '너무나 엄청난 실패'로 실패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도박에 빠진 도스토옙스키와 남을 비난한 아톰의 데즈카 오사무 등이 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지나치게 우리를 사랑하는 '엄마, 아빠'. 너무나 사랑해서 자식의 미래가 걱정되는 나머지 화를 냅니다. 어른은 어린이보다 많은 것을 경험한 만큼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잔소리를 합니다. 하지만 자식들은 말을 잘 듣지 않으니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나서 더 심한 말을 하게 됩니다. 아빠와 엄마는 화를 낸 다음에 엄청 후회하고 반성합니다. 안되는 걸 알면서도 그만 저질러 버리는 것이 사람입니다. 앞에 봤던 위인의 실패를 봤다면 다 알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합니다. 몇 번이고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위인도 있습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니깐요. 자신도 실패하고, 친구도 실패하고, 아빠와 엄마도 실패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함께 웃는 시간입니다. 그런 즐거운 시간도 있으니까 야단맞을 때의 슬픔은 잠시 마음속에 넣기로 합시다. '서로의 실패를 용서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성장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입니다.




성공에 집착한 '라이트 형제', 이상이 너무 높았던 '공자', 촌스럽다는 말을 들은 '코코 샤넬', 천재였던 탓에 죽을 뻔한 '달리', 회사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 남의 의견을 듣지 않았던 '프로이트', 도와 달라고 말하지 못한 '베토벤', 집 안에 틀어박혔던 '나쓰메 소세키, 잘하는 것 말고 다른 것은 전혀 못한 '아인슈타인', 콤플렉스가 있었던 '오드리 헵번', 마음이 너무 약한 '노벨', 도박에 빠졌던 '도스토옙스키', 불량소년이었던 '베이브 루스', 너무 새로웠던 '피카소',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찰스 다윈', 남을 비난했던 '데즈카 오사무', 계약을 잘못한 '윌트 디즈니', 너무 솔직한 '요사노 아키코', 너무 많이 실패한 '커널 샌더스', 지나치게 사랑한 '아빠·엄마'까지 <실패 도감>에는 19명의 위인과 부모님이 등장합니다. 알고 있던 실패 이야기도 있지만 전혀 몰랐던 실패담도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더욱 몰랐는데 이 책에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알려줍니다.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는 캐릭터와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설명 덕분에 더욱 읽기 편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실패가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린이 여러분들,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해 보세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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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섹타겟돈 - 곤충이 사라진 세계, 지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올리버 밀먼 지음, 황선영 옮김 / 블랙피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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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디언'의 환경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알래스카의 사라지는 빙하, 산불로 인한 캘리포니아의 다 타버린 도시의 잔해, 허리케인으로 인해 페레가 된 푸에르토리코의 마을 등을 직접 취재하면서 지구 환경의 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환경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저자의 <인섹타겟돈>을 보겠습니다.



곤충은 우리의 식량을 늘려주고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다른 생물들의 먹이가 됩니다. 그리고 악취 나는 쓰레기를 처리해 주고, 해충을 제거하고, 토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중요한 일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토양은 깊이가 15cm 밖에 안 되지만 지구를 감싸서 인류가 살아가게 해줍니다. 수분 매개자가 없으면 식물은 죽고 대체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 식물의 열매를 먹는 새나 싹을 뜯어 먹는 사슴이 점점 줄어듭니다. 새나 사슴을 잡아먹는 동물들도 곧 그 뒤를 따릅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 교수 레이철 워런은 생태계에서 모든 것이 이런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망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종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네트워크 링크 몇 개를 끊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링크를 많이 끊을수록 인터넷이 적게 남을 것이고, 결국 인터넷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며, 먹이그물 전체가 무너진 세상에서는 인류가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곤충의 위기는 앞으로 더 분명하게 드러나겠지만, 종 간에 미묘한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곤충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고 승자와 패자가 생길 것이며, 곤충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물 다양성 위기에서는 거의 모든 야생동물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자연적인 서식지가 농업, 도시나 도로 건설 등으로 사라졌을 때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동물은 무당벌레와 거미 같은 작은 무척추 포식자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침식과 오염 물질로 토양이 훼손되고 수로가 더러워지는 바람에 곤충의 세계가 더 좁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코네티컷 대학교 곤충학자 데이비드 와그너는 미래에는 생물군이 대단히 단순화될 것이라며 곤충이 존재하긴 하겠지만 크고 독특한 것들은 죽어버렸을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작아진 세상에서 살게 될 거라며 그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유산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곤충을 죽이던 습관을 버리기란 쉽지 않은 도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나서 생각하면 곤충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놀라울 만큼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저 몇 가지 행동을 그만두면 됩니다.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 즉 자연을 덜 다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특정한 화학물질의 사용을 제한하고 곤충이 살아갈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변두리에라도 야생 식물을 골고루 심겠다는 것입니다. 계획 중 대부분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활동입니다. 잔디를 깎는 횟수를 줄이거나 밤에 불을 너무 밝게 켜놓지 않으면 됩니다. 한발 더 나아간 계획이라고 한다면 잘 정돈되고 깔끔하게 손질된 잔디밭이 꼭 필요한지 고민해 보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곤충이 사라졌습니다. 하늘과 숲에서 생활하는 파랑새, 쏙독새, 딱따구리, 참새는 불안한 몸짓을 보였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진딧물이나 나방처럼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구상에 있는 새 약 1만 종 중 절반이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멸종하고 말았습니다. 새, 다람쥐, 고슴도치, 인간 등 이 땅에 발을 딛고 살고 목숨이 있던 생명의 사체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검정파리의 구더기는 일주일 안에 인간 시체의 60% 분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검정파리뿐만 아니라 시체를 분해하는 일을 했던 송장벌레를 포함한 딱정벌레 등 온갖 종류의 벌레가 사라졌습니다. 박테리아와 곰팡이는 살아남아서 여전히 시체를 분해했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이 없습니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썩지 못했고, 남은 사체의 뼈와 살도 모자라서 배설물까지 말썽입니다. 쇠똥구리는 적어도 6500만 년 동안 지구를 청소해왔지만 쇠똥구리 8000종이 전멸하면서 동물의 배설물이 분해되지 않았습니다. 야생동물과 가축의 배설물이 전염병처럼 지구에 자국을 남겼습니다. 땅 수백만 에이커가 황폐해졌고, 쓰러진 나무와 떨어진 잎도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식량 공급 시스템도 무너졌습니다. 전 세계 식량 작물 생산량의 1/3 이상이 벌 수천 종과 나비, 파리, 나방, 말벌, 딱정벌레 같은 곤충의 수분 작용에 의지했습니다. 그런데 수분 매개자들이 사라지는 바람에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그나마 바람이 수분 매개자 역할을 하는 밀, 쌀, 옥수수와 같은 기본 식료품 덕택에 인류가 굶어 죽지는 않지만 빈곤층과 취약 계층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상에 있는 생명의 대부분을 지탱해 주는 식물들이 죽고 말았습니다. 생태계가 통째로 무너졌고 기후변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황폐해진 지구에서 생명체가 연이어 멸종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곤충이 멸종된 후 지구의 미래입니다. 환경 전문 기자인 저자가 기사와 연구 자료, 관련 교수의 인용을 통해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다양한 근거와 위험한 지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눈앞에 벌어지는 곳곳의 현상으로 지구의 미래 모습이 점점 다가온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 경고를 무시하지 말고 우리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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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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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서 태어난 저자는 오사카외국어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무역상사 직원, 교사 등의 직업을 거쳐 1943년 마이니치신문사에 입사했습니다. 1973년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로 제19회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했으며, "피타고라스 콩밭에 죽다", "소크라테스 마지막 변명", "파스칼의 코는 길었다"등을 썼습니다. 청춘 미스터리 소설 분야를 확립했다는 평을 받은 그의 작품을 보겠습니다.



1972년 10월 3일, 오사카부 도요나카시의 고급 주택가에서 독경 소리가 들립니다. 고인은 도요노고등학교 2학년 17세 시바모토 미유키로 상주인 시바모토 겐지로는 건설 시공사인 주식회사 시바모토공무점 대표이사 겸 사장입니다. 그는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딸 미유키의 장례식에 온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서 중절 수술에 실패해서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사실과 어느 정도 맞습니다. 미유키는 중절 수술은 괜찮았으나 이후에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어 죽었습니다. 아버지는 미유키에게 임신시킨 남자를 알려달라고 여러 차례 설득했으나 죽기 전까지 밝히지 않았고 누구인지 찾아 복수할 거라고 아내에게 말합니다. 장례식이 끝난 후 시바모토 겐지로는 학교로 가서 담임 후지타 마사유키를 만났습니다. 후지타에게 사망 원인을 밝히자, 그는 학교에서 소문이 돌았다고 말합니다. 겐지로는 부모도 9월 초까지 알지 못했고, 알자마자 바로 등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소문이 났는지 생각합니다. 소문을 흘린 놈은 미유키보다 먼저 미유키의 임신을 알았고, 그놈이 미유키의 상대라고 확신합니다. 임신시기를 고려해 8월 초에 일이 있었으며 그때 미유키는 비와코 호수로 같은 학년 여학생과 3박 4일 물놀이를 갔습니다. 삼우제를 치르는 날 겐지로는 미유키와 친한 학생들을 초대해 이야기하며 미유키를 죽인 상대를 알아낼 거라고 합니다. 후지타에게 미유키와 친한 학생들을 알려달라고 하자, 피의자로 취급하지 말고 딸의 학교 친구로 대화하겠다고 약속을 받습니다.


삼우제 날, 후지타의 인솔하에 미유키와 탁구부 활동을 함께 한 하야마 히로유키, 중학교부터 동창인 미네 다카시, 짝꿍인 나이토 기쿠오, 마음이 맞아 친하게 지낸 아라키 유키오, 비와코와 함께 놀러 간 엔메이 미유키, 마에카와 가요코, 미야자키 레이코가 함께합니다. 엔메이는 미유키가 아빠를 증오했다며 올봄에 지은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맨션을 지은 사실을 겐지로에게 확인합니다. 겐지로는 그 이야기가 학생들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물었고, 엔메이는 맨션 바로 아래에 나이토의 할머니가 살고 있었는데 건축 소음과 일조권을 빼앗겨 죽을 때까지 어두워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돌아가셨답니다. 겐지로는 법을 지키며 사업을 했다고 말하면서 소란을 피웠고, 학교에서 후지타에게 전화가 옵니다. 나이토 도시락에 독이 들어 있었는데 그것을 야규 다카야스가 먹고 쓰러졌다고 합니다.


도요나카히가시경찰서 수사과 노무라 쓰네오와 오쓰카 노리미쓰가 중독 사건을 수사하러 입원한 야규를 만납니다. 야규에게 원한을 산 일은 없었냐고 묻자 시바모토 미유키 일을 듣고 싶은 거냐고 도리어 묻습니다. 노무라는 미유키와 중독 사건이 무슨 관계인지 알아봅니다. 야규는 미유키의 장례식 날 형사가 자신을 조사했다고 말했고, 이름은 모르지만 안주머니에서 검은 수첩을 꺼내 필기해서 형사라고 알았다고 대답합니다. 미유키가 죽기 전에 말한 '아르키메데스'에 대해 생각나는 게 있냐고 야규에게 물었고, 문병 온 나이토가 학교 축제 영어 연극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들려줍니다.


미유키의 죽음과 다카야스의 중독, 야규의 누나와 교제 중인 유부남 가메이 마사카즈의 실종. 이 세 가지 사건은 서로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형사 노무라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조사를 합니다. 과연 이들 사건의 연결고리는 무엇이며, 미유키가 죽기 전 말한 아르키메데스는 무엇을 뜻하는지,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에서 확인하세요.




소녀가 죽었고, 소년이 쓰러졌으며, 청년이 사라졌습니다. 시바모토 미유키의 죽음, 야규 다카야스의 중독, 가메이 마사카즈의 실종은 전혀 연관 없는 사건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들의 교모한 연결고리를 도요나카히가시경찰서 수사과 노무라 쓰네오가 밝혀냅니다. 그렇게 사건의 진범은 알려지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가 드러납니다.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1973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읽다 보면 70년대 일본 사회의 모습과 당시 학생들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뭔가가 어긋난 순수함을 찬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묘사됩니다. 학생 시기엔 정의감이 불타오를 때이고, 어른들의 모습이 부조리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적극적인 일부 학생들은 부조리함에 맞서 자신들의 방법으로 싸우기도 합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처럼 느껴지듯 그런 열정이 극단적으로 치달아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죄에서 비롯되어서 이런 일을 벌였다고 말하는 그들의 논리를 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순수하기에 더없이 맹목적으로 행동한 그들에게 우린 뭐라고 말해야 할지 생각하게 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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