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64년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태어나 1987년 다마예술학원 영화과를 졸업한 저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소설가로 전향했습니다. 글쓰기에 매진한 지 5년여에 걸쳐 신인상에 응모하다가 마침내 2005년 "고충증"으로 메피스토 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2008년에 출간한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이 화제가 되면서 일본에서만 5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에 올라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깊고 깊게 모래에 묻고", "갱년기 소녀", "파리 묵시록", "다섯 명의 준코", "골든애플"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기리노 나쓰오, 미나토 가나에의 뒤를 잇는 '다크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이사>를 보겠습니다.



첫 번째 '문'은 새롭게 이사 갈 집을 알아보려는 기요코 이야기입니다. 맨션 관리인 아오시마의 안내로 둘러본 곳은 준공 5년 차 건물입니다. 그녀는 지금 사는 집에 살인범이 살았다는 정황이 있어 기분이 찜찜해 서둘러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에 살던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더니 결혼 때문에 이사한 여성분이라고 아오시마 씨가 대답합니다. 저번 집처럼 급하게 결정할 수 없었던 기요코는 볼일이 있어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관리인의 말에 혼자서라도 더 둘러보고 나갈 때 관리인실에 말하겠다며 부탁합니다. 신축이 아니라는 점과 벽에 뚫린 구멍, 창밖의 소음 빼고는 나무랄 곳이 없는 이 집을 계약하기로 결정하고 부동산업체 직원에게 연락했습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사서함에 메시지를 남겼고 나가려던 중 마지막으로 대피 경로를 체크하기로 합니다. 대피 경로는 세 가지로, 베란다의 피난 해치, 바깥에 있는 비상계단, 현관문 옆 비상문입니다. 비상문을 당겨 들어가니 비상구라고 적힌 철문이 있고, 다시 당기니 어른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작은방이 있습니다. 바닥에 대피 사다리라고 적혀 있고 둘러보는데 천장에서 뭔가가 움직입니다. 몸을 틀다가 어깨에서 빠진 토트백 끈이 문 손잡이에 걸려 당기자 끼이익 소리와 함께 철문이 닫힙니다.


네 번째 '상자'는 사토 유미에가 다니는 회사에서 대규모 배치전환을 한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배치전환은 자리 교체인데 33층까지 있는 회사다 보니 부서가 옮겨지거나 소속 부서가 이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미에는 입사 2년 차라 이동되지 않았지만 소속 부서 자체 위치가 바뀌어 3층에서 7층으로 이사하게 됐습니다. 자신의 짐을 회사에서 제공한 골판지 상자 3군데에 담고 스티커와 숫자를 적었습니다. 스티커는 층별로 색깔이 달랐고, 알파벳은 부서를, 그 옆의 숫자는 책상 번호입니다. 7층 자신의 자리에 갔더니 자신의 상자가 아닌 다른 상자 43개가 있습니다. 입사 동기 교코에게 SOS를 보냈고 그녀는 파견사원들이 손으로 작성한 좌석 명부가 있다며 PDF로 보내준다고 합니다. 좌석 명부를 열람해 7층 자기 자리를 보니 대피소라고 적혀 있고 그 밑에 작게 뭉개진 글씨로 배송처가 불확실한 물건 또는 배송처가 없는 물건은 일단 이 자리에 놓아둘 것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파견사원은 유미에에게 열쇠나 불만 이력 등을 재촉했고, 자신의 짐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유미에는 난감합니다.


비상구에 갇힌 기요코와 유미에의 짐은 어디에 있을지, 그리고 네 개의 이야기는 <이사>에서 확인하세요.




현관문 옆에 벽과 똑같은 색깔로 칠해진 비상구에 갇힌 기요코의 '문', 갑작스러운 이사로 수납장을 정리하는 나오코의 '수납장', 전 직원이 사용하던 책상 서랍에서 나온 편지의 '책상', 잘못 온 사무실 물건의 '상자', 동료 직원의 옆집에서 들리는 폭행 소리 '벽', 호러 게시판과 거리 뷰 기능으로 동네를 보는 것이 취미인 사야카의 '끈'. 여섯 편의 이야기는 '이사'를 주제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을 다루고 있어 괴물이나 연쇄살인범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존재가 아닌 평범한 일이라 더욱 기괴하고 소름이 돋습니다. 저자는 '이야미스' 장르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는데, '이야미스'란 싫다라는 뜻의 일본어와 미스터리를 합친 조어로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불쾌하고 어두운 감정을 파헤쳐 읽고 나면 심리적 불편함과 함께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장르를 일컫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사>를 읽고나면 이야마스란 용어는 몰라도 뜻을 정의한 그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한동안 찜찜한 기분에 책을 외면했다가도 저자의 다른 작품은 어떤지 궁금해지는 것은 바로 '이야미스' 장르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가 내리거나, 구름이 가득한 흐린 날에 읽으면 좋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더럽고 불쾌한 이야기, <이사>입니다.




뽀야맘책장에서 읽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48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1975년 "변조, 둘이서 한 옷 입기"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작가는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동시대 작가들에게 경외에 찬 질시를 받았습니다. "회귀천 정사"로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달맞이꽃 야정"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 "연문"으로 나오키상, "숨은 국화"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습니다. 2013년 세상을 떠났으며 미스터리 단편소설 아홉 편을 모은 <열린 어둠>은 일본에서 1980년대 처음 출간된 이후 2014년에 복간 희망 1위로 꼽히면서 복간이 이루어졌습니다.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출간기념 반전에 놀라지 않거나 재미없으면 100% 환불해드리는 환불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두 개의 얼굴'은 화가 마사키에게 신주쿠 호텔에서 죽은 여성이 아내 게이코인 것 같다는 경찰의 전화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시신 확인을 위해 호텔로 와달라는 말을 듣고 정신이 없는 나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왜냐면 게이코는 자신의 손으로 이 침실에서 죽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화벨이 울렸을 때는 사체를 뒷마당에 파묻고 흙 범벅이 된 손을 욕실에서 씻는 참이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살인 현장, 방에 들어선 순간 기묘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방의 인상이 우리 집 침실, 즉 실제로 아내를 살해한 현장과 흡사했기 때문입니다. 형사가 말하길 범인은 허리 끈으로 여자의 목을 졸라 죽인 뒤에 스패너로 얼굴을 내리쳤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내가 저지른 짓과 같았습니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는 희귀한 디자인이었고, 핸드백에 들어있는 편지는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겉에는 우리 집 주소와 이름이 적혀 있고, 뒤에는 게이코라는 이름만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호텔에서 죽은 여자는 아내 게이코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누구를 죽인 것일까요.


여섯 번째 '이중생활'은 삼각관계 이야기입니다. 육 년 전 마키코는 일하던 클럽에서 만나 16살 연상인 슈헤이와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젊은 남자를 만나라고 하지만 서른이 된 지금은 사랑, 돈도 아닌 증오만 남았습니다. 일 년 전에 슈헤이가 헤어지자고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청춘을 써버린 그가 미웠고, 슈헤이와 함께 사는 시즈코가 더욱 미웠습니다. 슈헤이는 일 년 전에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을 때 반쯤은 본심이지만 나머지 반쯤은 헤어질 수 없다는 마키코의 대답에 안심했습니다. 오늘 마키코가 뿌린 향수를 닦지 않고 이 집에 돌아온 것도 그 괴로움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키코가 괴로워하는 만큼 시즈코도 괴로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균형이 언제까지고 유지될 리는 없습니다.


아홉 번째 이야기이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열린 어둠'은 사립 고등학교 음악 교사인 마사가 폭주족으로 얼마 전에 퇴학당한 노리코에게서 전화를 받으며 시작합니다. 지하철 X역 개표구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고, 마사는 그저께 체육 교사 아카자와 다케시가 살해된 일로 학교에서 수사 중인 형사들을 지나치며 지하철을 탔습니다. 폭주족 블랙호크스 5인조 다카키, 노리코, 가챠, 스즈타, 오사요는 노리코의 작은아버지 별장을 아지트로 삼아 지내고 있습니다. 오전 7시에 다카기가 혼자 2층에 올라갔고 곧바로 카세트테이프리코더를 가지러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가 노리코와 함께 2층으로 갔습니다. 아래층에 있던 가챠, 스즈타, 오사요는 시너를 흡입해 잠에 빠졌고, 오후 4시쯤에 가챠가 멍한 채로 다카기 방에 들어갔다가 그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다른 세 사람과 의논한 뒤에 우선 마사를 부르기로 했답니다. 경찰은 믿을 수 없다며 제한속도를 지켜 달려도 곤봉으로 때리고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랍니다. 노리코는 어제 다카기가 헤어지자고 해서 심하게 싸웠고, 다카기 가슴에 꽂힌 나이프도 노리코 것이고, 꽉 쥔 오른손에 노리코의 리본이 있어서 경찰을 부르면 노리코가 잡혀갈 거랍니다.


소개한 단편의 남은 이야기와 다른 여섯 편의 단편은 <열린 어둠>에서 확인하세요.




'관능'과 '트릭'이 버무려진 아홉 편의 단편 미스터리 <열린 어둠>은 "백광"으로 유명해진 렌조 미키히코의 단편집입니다. 일본에서 1980년대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선 처음 소개된 책으로 애증을 배경으로 한 반전을 품은 이야기들입니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서술자의 심리는 알 수 있지만 시선의 한계로 인해 놓치는 부분이 생깁니다. 작가는 그 틈을 파고들어 이야기 마지막에 반전을 선사합니다. 방금 내가 죽인 아내가 다른 곳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되어 발견된 '두 개의 얼굴', 유괴당한 소년이 커서 형사가 되어 맡게 된 유괴 사건 '과거에서 온 목소리',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딸과 죄책감에 이혼한 부모의 마음 '화석의 열쇠', 부부 사이의 믿음이 어디까지인지를 이야기하는 '기묘한 의뢰', 남들에겐 사소한 것일지라도 상처가 된 남자의 복수 '밤이여, 쥐들을 위해', 슈헤이를 사이에 둔 마키코, 시즈코의 삼각관계 '이중생활', 톱스타가 찾는 대역의 역할 '대역', 조직생활에서의 배신과 충성 '베이 시티에서 죽다', 폭주족 5명의 학생과 학교 선생 마사 이야기 '열린 어둠'까지 각각의 내용은 소재도 신선하고 서술하는 대상의 심리가 어딘가 미묘해서 읽는 내내 찝찝함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보다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과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심리묘사에 집중하고 있는 <열린 어둠>은 '렌조 미키히코'의 매력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국에서 온 탐정
이동원 지음 / 스윙테일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군 병원 내에서 벌어진 연쇄 자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살고 싶다"로 제10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수다쟁이 조가 말했다", "당신들의 신", "완벽한 인생" 등을 썼습니다. 카카오페이지와 CJ ENM이 공동 주최한 '제5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단편 웹소설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천국에서 온 탐정>을 보겠습니다.



경찰서 앞 횡단보도를 건너서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골목 안에 자리 잡은 '천국에서 온 커피'는 12평 남짓한 동네 카페입니다. 그곳의 주인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 맛을 잊지 못해 오늘도 들린 강력계 형사 성요한은 대충 감겨 있던 붕대에서 흘러내린 피를 보고 난감해합니다. 주인이 신속하게 처치를 하며 작은 상처를 무시하다가 감염이 돼서 죽은 사고를 말하며, 병원 진단서를 떼서 상사에게 고소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상처만 보고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한 성형사는 금방 생긴 상처에 경찰병원에 가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으로 미뤄 재떨이로 맞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은 것으로 짐작했다고 바리스타 겸 목사인 유진신이 대답합니다. 법의학을 전공했고 주중엔 카페로 주말엔 교회 예배당으로 사용한답니다. 교회에 발길을 끊은 지 10년이 지난 성형사는 마음이 상해 경찰서로 돌아갔고 며칠 후 커피를 가져온 유목사를 만납니다. 얼마 전 자살한 노숙자가 교회 성도여서 장례를 치르려고 하는데 자살이 아니라며 부검을 해달라고 합니다. 노숙자 구원준은 죽기 전 간증을 하겠다고 했고, 깔끔한 옷 한 벌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답니다. 그런데 간증할 때 그 옷을 입지 않고 간증을 했고, 감사 인사를 하려고 만났는데 유목사가 사드린 정장을 입고 외출을 하더랍니다.


올해 29살이 된 배창선은 경찰서 근처 수산 시장 안에 있는 횟집 사장 아들입니다. 허름한 횟집이지만 정직하게 장사한다는 소문이 나서 단골이 많았고 강력팀도 단골입니다. 지난 금요일 성요한은 경찰서 앞에서 횟집 사장 배동호와 마주치자마자 자신의 아들을 찾아달라고 엎드립니다. 실종 신고를 했는데 성인 남성이라고 수사를 시작하지도 않는답니다. 두 번 경찰시험에 떨어지고 이번에 다시 경찰시험을 준비 중인 배창선은 시험 당일 일찍 나가서 시험 장소에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다가 골목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사람의 그림자도 보기 힘든 금속 기계 관련 부품을 제조하는 공장이 있던 거리엔 유령이 사는 골목 같습니다. 카페를 발견해 직원에게 배창선 사진을 보여주었으나 낮에 돌아다닌 사람을 찾는 거라면 근처 사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마침 가게 앞으로 아이가 지나갔고 아이에게 물었더니 무서운 형아들보다 더 무서운 마법사가 있다고 합니다. 철가면 마법사가 아이를 가두는 것을 봤다며 그리로 안내합니다.


성형사는 신학교에서 믿음을 잃고 방황했는데 송대범 전도사를 만나 자신이 믿는 길로 가라는 조언을 받습니다. 송 전도사는 자신의 구역에서 불량한 일을 저지르는 이회성을 진심으로 대했고, 그는 패거리들에게 그만하겠다는 말을 하려고 만났습니다. 어쩌다 보니 말할 타이밍을 놓쳐 같이 가는데 패거리들은 지나가는 사람을 퍽치기하고 도망갔습니다. 이회성은 그들에게 화를 내고 헤어졌습니다. 이후 뉴스에서 피해자가 사경을 헤맨다는 것을 알았고 이회성은 괴로운 마음에 송 전도사에게 털어놓았더니 그는 패거리를 만나러 간 후에 죽었습니다. 그 일로 성형사는 신학교를 자퇴하고 형사가 되었습니다. 악연이었던 성형사와 이회성은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기자 출신 유튜버 서오봉이 자신의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빌라에 주차된 차 CCTV에서 이회성이 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명한 심장전문의 양재익 교수를 협박하던 서오봉의 모습이 잊히지 않던 성형사는 양재익의 과거를 조사합니다. 양재익은 이회성과 같은 보육원 출신으로 본명은 김인성이고 성형을 해서 모습도 바꿨습니다. 유튜버 서오봉이 보육원에 들러 이회성과 김인성에 대해 묻고 갔다고 원장이 말합니다.


대형마트에서 현직 법의관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 중인 범인 임치수가 치료감호소에서 탈출했다는 소식이 뉴스에 나옵니다. 그는 탈출하던 중에 병문안을 와 있던 경찰과 마주쳐 격투 끝에 경찰을 살해하고 도주했고, 그에게 인질이 되었다가 풀려난 의사는 양재익 교수입니다. 임치수와 정신상담을 한 이새록 전문의가 동행합니다. 자주 가던 골프장에서 임치수가 나타나 공격을 받았다는 형의 신고에 현장으로 갔고, 형은 동생이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난리 쳤다고 흥분합니다. 여동생 임보라는 얼마 전 임치수에게 편지를 보냈고 BAM 스쿨에서 공부하겠다고 남겼습니다. BAM은 비즈니스 선교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유목사를 따라 임보라를 만났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스토커 때문에 왔냐고 물어봅니다.


성형사가 재수사를 해서 잡은 설강훈 목사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고 방송을 앞두고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앞선 사건들의 나머지 이야기와 모든 이야기에 등장한 양재익 의사의 의도는 무엇인지 <천국에서 온 탐정>에서 확인하세요.




합동수사라면 노련한 선배 형사와 좌충우돌 신입 형사가 짝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하지만 <천국에서 온 탐정>의 합동수사는 신학대를 자퇴한 강력계 형사와 법의관을 그만둔 목사가 주축이 됩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을까부터 경찰 관계자도 아닌데 수사를 같이 할 수 있을까까지 의아함이 가득한 가운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들의 이야기에 금방 빠져듭니다. 신학대를 자퇴한 이유와 법의관을 그만둔 이유가 알려지고,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건들도 다시 등장합니다. 내용은 5개의 장으로 각 사건은 다르지만 앞선 이야기에 등장한 인물이 뒤에 나오기도 하고, 모든 사건들의 연결고리인 인물도 있습니다. 책 제목이 만남의 장소가 된 '천국에서 온 커피'가 아니라서 의아했는데,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제목의 의미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등장한 미얀마 청년의 사연이 궁금하며 혹시나 다음 권을 염두에 두고 등장시킨 인물은 아닐까 하는 기대마저 듭니다. 욕심에서 비롯된 사람의 추악한 모습에서 환멸이 들지만 선한 마음을 지킨 사람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천국에서 온 탐정>, 그들의 합동수사는 계속되리라 믿습니다.


누구나 잘못을 해요. 중요한 건 그다음이죠.

가족이라면 지켜 주어야죠.

무조건 감싸는 게 아니라 다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요. (p. 53)


임치수 형제는 사람을 죽인 죄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와 같은 죄인이 천국에 갈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천국은 스스로 의롭다고 믿는 자들이 아니라

용서받은 죄인들이 가는 곳입니다. (p. 348)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를 바꾼 월드컵 - 지적이고 흥미로운 20가지 월드컵 축구 이야기
이종성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양대학교 예술체육대학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인 저자는 1982년 학교까지 빼먹으며 월드컵에 입문한 뒤 스포츠 팬이 되었답니다. 이후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서 스포츠 담당 기자로 일했고 기자로 2006년 월드컵을 취재하면서 한 국가의 문화가 스포츠에 미친 영향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영국 레스터로 건너갔습니다. 드 몽포트 대학교에서 스포츠 문화사 석사 과정을 밟았고, 남북한 축구 역사를 다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세계사를 바꾼 월드컵>을 보겠습니다.



국제축구연맹 FIFA가 주최한 월드컵의 '월드'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월드컵에는 세계 모든 대륙의 국가가 참여할 수 있지만 사실 유럽과 남미 대륙을 뺀 나머지 대륙의 국가들은 오랫동안 들러리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과거에는 아시아나 아프리카 대륙에 할당된 월드컵 본선 티켓 숫자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이 지역 국가들에게 월드컵 본선 진출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그래서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것은 세계적인 나라가 됐다는 만족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축구 전문가들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을 최초의 진정한 월드컵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1982년 대회는 월드컵 대회 역사상 최초로 24개 팀이 본선 진출한 대회였습니다. 월드컵 첫 출전 국가가 무려 6개국이나 됐고, 사상 최초로 100억 명이 넘는 TV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전 세계 중계권료의 총합은 대략 2조 원이 넘습니다. 이는 컬러 TV 중계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중계권료가 가파르게 상승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이전까지 유럽의 월드컵 중계방송사는 무료 지상파 TV였으나 ISL이 월드컵 중계권 판매 대행을 하게 되면서 유럽의 유료 TV도 월드컵 중계사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는 1990년대 국가적으로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를 지상파 무료 방송사가 중계방송할 수 있는 '보편적 시청권'이 있었으나 자국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경기와 월드컵 준결승, 결승전만 해당됐습니다. FIFA는 이 틈을 파고들어 보편적 시청권이 확보되어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도 유료 TV가 일부 월드컵 중계방송을 할 수 있으나, 영국의 월드컵 보편적 시청권은 월드컵 대회의 모든 경기를 무료 지상파 TV가 중계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예외입니다. FIFA는 영국을 유럽 재판소에 기소했으나 2011년 유럽 재판소는 영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한국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처음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월드컵보다는 먹고사는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한 시대라 제대로 된 지원이 없었습니다. 한국과 첫 경기의 상대는 헝가리고 그 중심에는 당대 최고의 축구 선수 페렌츠 푸슈카시가 있었습니다. 그는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헝가리의 금메달을 이끌었으며 잉글랜드 축구를 침몰시킨 주인공이었습니다. 1956년 스탈린주의자들의 공포 정치에 반대하는 민중봉기가 헝가리에서 일어나 축구 선수들은 서유럽으로 떠났습니다. 최고 스타 푸슈카시는 스페인으로 건너가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적인 선수가 됐습니다. 왼발 슈팅이 너무 강력해 캐논시토로 불렸던 푸슈카시는 1966년 은퇴한 뒤 사람들의 이름에서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FIFA가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푸슈카시 상'을 저장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은 다시 높아졌습니다. 푸슈카시 상의 주인공은 호날두, 이어서 네이마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입니다. 한국 선수가 이와 같은 상을 받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2020년 토트넘의 손흥민이 푸슈카시 상을 수상했습니다.




월드컵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는 스포츠 경기가 되었습니다. 저도 그전까지 축구 경기는 보지 않았지만 2002년 이후로 축구 경기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2002년은 임신 중이라서 솔직히 경기를 잘 보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응원했습니다. 이런 빅 이벤트가 끝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스포츠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와 멀어져 지내다가 아이가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저도 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도 있고, 축구게임도 하며 축구에 진심인 아이와 이야기하다 보니 저도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함께 유럽 경기를 시청하며 축구로 관심사를 공유하며 아이와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입대할 무렵 시작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내용을 인터넷편지로 적어 아이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세계사를 바꾼 월드컵>은 월드컵과 세계사를 연결합니다. 유럽 축구가 강한 이유와 국경을 넘은 독일의 월드컵 중계, 중국의 축구 굴기의 실패, 미국 축구의 빛과 그림자, 전쟁으로 탈락한 러시아, 월드컵으로 축구 전쟁이 일어난 나라까지 20가지 월드컵 축구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세계의 사회, 경제, 정치, 외교, 문화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 월드컵 이야기를 읽어보길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학·중용 - 철학의 시대에서 정치를 배우다 EBS 오늘 읽는 클래식
김예호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비자 법치론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성균관대 대동문하연구원 연구원보, 두산그룹 연강재단 중국학연구원으로 베이징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연수, 한국학술진흥재단 서강대 Post-Doc, 동아시아학술원 수석연구원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의 R&D 사업 연구책임자와 연구 전임 인력, 박사급 연구원 등으로 19년간 연구 과제를 수행한 저자의 <대학·중용>을 보겠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학·중용>은 태평한 천하의 건설을 위해 위정자들이 갖추어야 할 도덕 실천, 앎, 통치 방법 등을 논의합니다. "대학"이 주로 평천하로 가는 정치 목적과 실천 원리에 대해서 논의했다면, "중용"은 주로 삶의 실천 윤리에 대해 말합니다. 두 경전이 공통으로 지향한 정치인 상(像)은 성인과 군자입니다. 성인과 군자란 모든 방면에서 도덕적 실천 윤리로 무장하여 평천하의 통치 방법을 과거에 구현했거나, 현재 혼란을 잠재우고 평천하의 이상을 구현할 인물을 말합니다. "대학"의 '지극히 선함에 머무른다'는 이상향은, 유가의 옛것을 숭상하는 상고주의, 그리고 이러한 의식에 기인한 옛 성왕들을 기리는 선왕 관념, 배움을 중시하는 인문주의, 각자의 위상에 맞는 직분 수행을 강조한 정명의 정치·윤리의식 등이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발휘될 때 도달하는 경지라 할 수 있습니다. "중용"의 모든 내용은 일관되게 인간이 도덕 실천을 통해 도덕의 근원인 '하늘'과 하나가 될 것을 강조합니다. 즉 덕의 근원인 하늘은 인간에게 본성인 '성(性)'을 부여하고 인간은 마땅히 그 도덕적 본성을 밝히는 소명을 지닌 존재이므로 이러한 길을 성실하게 가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로 가르침이란 것입니다. "중용"의 '가르침'이란 이 도를 인간 생활의 크고 작은 일들 속에서 하나하나 구체화하며 인간들이 저마다 실천하도록 계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학"에서 말하는 진정한 군자가 되기 위한 첫 단계는 태어날 때 부여받은 그 본성을 완전하게 체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밝은 덕을 밝힘으로 백성들을 새롭게 감화하는 정치를 펴고, 이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삶에 적합한 최선의 환경이 조성된 세계입니다. 최고의 삶을 창조하기 위한 8조목을 하나씩 설명하고 정치, 경제의 근본은 도덕이라고 말합니다.


유학에서는 '중용'을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치우치지 않고 기울지도 않으며', '지나침이 없고 모자람도 없는' 최고의 도덕 표준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같은 도덕적 능력은 덕을 쌓는 수행을 통해 배양된다고 합니다. '도'란 동양의 철학자들이 어떤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고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해답이자 진리를 말합니다. "중용"의 도 또한 세계 만물을 꿰뚫고 있는 이치입니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이 성인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극한 경지를 깨닫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중용"에서는 '군자의 도란 부부간의 평범한 삶에서 발단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니, 평범한 세계라 할지라도 지극한 데에 이르면 하늘과 땅에 꽉 들어차 빛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멀고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정성껏 탐구하고 실천하는 것에서 도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중용>과 함께 읽으면 좋을 6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최첨단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에 유학이란 학문은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조선시대에 우리가 보기에 별거 아닌 논쟁 하나로 신하들이 많이 죽고, 왕도 바뀌는 등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의 바탕은 유학이었고, 유교사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대에 유학의 경전인 <대학·중용>을 본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살려면 생각을 잘 해야 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의 삶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생각을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잘 사는 일은 평생을 두고 해야 하는 일이듯이 생각을 잘 하는 일도 평생 해야 하는 일입니다. 고로 책을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며 책을 읽는 일이 잘 사는 일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어떻게 수양(修身) 할지를 알려주는 <대학·중용>을 읽는 것은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오늘은 위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