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에 갇힌 여자 스토리콜렉터 63
로버트 브린자 지음, 서지희 옮김 / 북로드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1979년 영국 잉글랜드 동부 로스토프트에서 태어난 저자는 영국의 대표적인 명문 뮤지컬 학교 길퍼드 연기학교에서 연기자 교육을 받았으나 20대 중반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이후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2007년 직접 희곡을 쓰고 연기한 연극 "브란코와 브란카"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에든버러 국제 연극제에서 화제작으로 떠올랐습니다. '에리카 경감' 시리즈 1권이나 저자의 범죄 소설 데뷔작인 <얼음에 갇힌 여자>는 2016년 2얼 출간 이후 미국에서 아마존 킨들 베스트셀러 1위, 영국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작품은 불과 27주 만에 80만 부 이상이 팔렸고 오디오북으로도 3만 3000권이 팔렸습니다. '에리카 경감' 시리즈는 <얼음에 갇힌 여자>, "밤의 스토커", "어두운 바다", "마지막 호흡", "콜드 블러드"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럼 시리즈의 첫 권인 <얼음에 갇힌 여자>를 보겠습니다.



나흘 전, 앤드리아 더글러스-브라운 실종 신고가 접수되었고, 오늘 아침 9시쯤, 앤드리아의 인상착의가 일치하는 여자의 시신이 포레스트힐의 호니먼 박물관에서 발견됐습니다. 시신은 앤드리아로 확인되었고, 그녀는 정부가 이용하는 GPS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민간 방위산업체 대표이자 내각 각료인 더글라스-브라운 경의 둘째 딸입니다. 이를 수사하기 위해 마쉬 총경은 영국 경시청 소속 에리카 포스터 경감을 불렀습니다. 에리카는 모스 형사와 피터슨 형사와 함께 법의학자를 만났고, 법의학자는 성폭행한 뒤 교살 또는 익사시킨 걸로 보인다고 합니다. 또한 초범의 소행이 아니라고도 합니다. 에리카는 실종 당시 목격자도 없고, 납치 장면을 본 사람도 없으니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고, 가족과 약혼자를 만나 수사를 시작합니다. 언니 린다는 엄마가 운영하는 고급 꽃집에서 일을 하고, 남동생 데이비드는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약혼자 자일스 오스본은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쉬 총경에게 진행사항을 보고하고 잠을 자기 위해 경찰서 접수처에 놔둔 캐리어를 찾으러 가는데, 그곳에서 노숙자 아이비 노리스와 그의 손자, 손녀가 난동을 부립니다. 경찰서에서 지급된 차를 몰고 호텔로 돌아가는데 아이비 일행을 봅니다. 그들을 태워 목적지로 가며 포레스트힐에 있는 펍들을 물어봅니다. 그런데 아이비가 글루팟에 대한 반응이 확연히 다릅니다. 겁에 질린 것처럼 보였고, 아무것도 모른다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내려 상점들 사이로 사라집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에리카는 그곳으로 갑니다. 직원 크리스티나에게 앤드리아 사진을 보여주며 본 적 있냐고 물었더니 살해 당한 저녁 어떤 젊은 여자랑 같이 왔는데 술을 마셨답니다. 바쁜 날이라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다시 봤을 땐 같이 온 여자는 안 보이고 어떤 남자랑 같이 앉아 있었답니다.


앤드리아의 페이스북에선 대부분 초점이 흔들린 파티 사진과 셀카뿐입니다. 파티광이라는 명성에 맞게 호화로운 삶을 누렸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상에서 언니나 남동생과 교류한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매년 더글러스-브라운 가족이 함께 떠난 휴가 포스팅에서만 나옵니다. 포스팅을 뒤지다 보니 2012년에 바르보라 카르도소바란 이름의 친구가 등장합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앤드리아의 가족 휴가에 따라갈 정도로 급속히 친해진 듯 보입니다. 2013년 말, 바르보라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앤드리아와 친구 관계를 끊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윽고 2015년 6월, 앤드리아의 페이스북 계정은 비활성화되었습니다. 에리카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살펴보았습니다. 주로 약혼자와 통화를 했고, 배달 전화, ARS 투표, 엄마가 운영하는 꽃집, 가족, 아버지의 비서에게 건 것이 전부입니다. 전화기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됐는데도 앤드리아가 사라진 날 밤에는 통화 기록이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 기록은 2014년 6월부터 시작해 불과 8개월 분량밖에 안 됐습니다.


마쉬 총경이 빌려준 아파트 창가에 서 있는 에리카를 보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앤드리아의 더러운 성격을 다 받아 주긴 했지만, 해내리라고 생각하진 못했습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잠 시 후 건물 밖으로 나온 에리카가 차로 향합니다. 그 사람은 조용히 사라집니다.


아이비의 시체가 똑같은 방법으로 발견되고, 살인범이 남긴 쪽지를 에리카 외투의 호주머니에서 발견합니다. 에리카는 정계에서의 압박으로 수사에 방해를 받고 결국 수사에서 배제가 됩니다.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왜 죽였는지, <얼음에 갇힌 여자>에서 확인하세요.




경찰 수사물을 여러 권 읽었지만 여자 경찰은 처음이었습니다. 능력을 인정받아 경감이 되었지만 사고로 남편을 포함한 5명의 경찰이 죽고 방황을 한 에리카 포스터 경감. 그녀를 다시 불러들인 지인은 마쉬 총경은 지체 높은 귀족이자 정치 거물의 딸이 피해자인 사건이라 여러 군데에서 압박을 받는다고 합니다. 기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녀는 윗선의 압박보다 살인범을 찾길 원했고, 피해자의 감추고 싶은 내용을 밝히며 언론에 협조를 구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를 수사에서 배제시켰고, 포기하지 않고 수사를 계속하다 범인에게 살해당하기 직전에 겨우 구출됩니다. 유력 인사인 피해자 말고 앞서 살해당한 다른 피해자를 찾아내고 연쇄살인범의 행방을 계속 추격하는 에리카.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영국으로 온 동유럽 10대 피해자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그녀도 그렇게 영국으로 왔기 때문이죠.


<얼음에 갇힌 여자>는 살인범을 쫓는 추리소설이지만 이민자들에 대한 영국인들의 시선과 귀족계급에 대한 경찰들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수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들이 피해자이든, 가해자이든 말이죠. 또한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피해자라면 그들의 사건은 스쳐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짧은 뉴스에 한 줄로 나오거나, 신문 귀퉁이에 실리고 바로 잊힙니다. 그들에 대한 수사도 형식적으로 이뤄져 등한시됩니다. 어떤 피해자라 할지라도 가진 것들이 아닌 한 인간으로 보고 그들을 안타까워하는 에리카 경감의 태도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녀의 인간적인 고뇌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그래서 다음 권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만일 내가 틀렸다면? (p. 207)



뽀야맘책장에서 읽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 - 올려놓고 바라보면 무럭무럭 잘 크는 트렌디한 다육 생활
톤웬 존스 지음, 한성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영국 브라이튼 대학교에서 석사과정으로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고, 파리, 미국, 아이슬란드 등 전 세계를 지도로 구현해 내는 맵메이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선인장과 다육식물로 둘러싸인 작업실에서 디자인합니다. 저자가 쓴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를 보겠습니다.



선인장과 다육식물은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선인장은 엽맥으로 알 수 있습니다. 작고 납작한 방석처럼 생긴 엽맥은 선인장에만 있는데, 이는 털, 가시, 꽃, 가지 등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다육식물 중에서 흔히 가시가 있는 것을 분류한 것이 선인장인데 선인장이라고 모두 가시가 있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다육식물에 가시가 있기도 합니다. 사막이나 가뭄이 심한 곳에서 살았던 선인장과 다육식물은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를 잘 견딥니다.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어디에 자라게 할지 순서대로 알려주고, 어떻게 배치하고 집과 잘 어울리게 할지도 조언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과 해충 등도 설명합니다.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키우기 위한 기본 지식을 알았다면 이제 예쁘고, 튼튼하게 잘 키워야겠죠. 공기 정화에 좋은 식물, 잘 자라는 식물, 햇살을 좋아하는 식물, 개성 넘치는 꽃이 피는 식물들로 구분해 소개합니다. 학명과 흔히 부르는 이름, 가꾸는 방법과 스타일링 법도 있으니 확인하고 키우세요.



책에 소개된 선인장과 다육 식물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친구들입니다. 본 것도 있고, 예쁜 것들도 많아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입니다.




집에 초록 식물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저도 화분에서 식물들을 키웠으나 실패하고 결국 화분 없이 지낸 지 7년 정도 되었습니다. 만족하고 잘 지내고 있지만 특히 생명이 싹트는 봄이면 집에 조그만 화분이라도 놔둘까, 아님 꽃이라도 살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들고 죽일까 봐 망설이고 있었는데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란 책을 보고 다시 용기를 냈습니다.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식물을 잘 죽이는 사람들에게 더욱 좋은 실내 화초랍니다. 보기 좋고 손이 많이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상을 싱그럽게 만들어줄 초록 친구들을, 그것도 번거롭지 않고 손쉽게 키울 반려 식물들을 이 책에서 참고하길 바랍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1년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태어난 재일 교포 3세인 저자는 오사카 예술대학 영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15년 "도덕의 시간"으로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제73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이며 제41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인 "스완", 2023년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1위인 "폭탄", 제2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 수상작 "하얀 충동" 등을 썼습니다. 그럼, 경찰 소설의 대가 사사키 조가 극찬한 <라이언 블루>를 보겠습니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사와노보리 요지는 고향인 시시오이 파출소로 근무지 이동을 자원해 10년 만에 귀향합니다. 그는 현에서 유명한 야구 명문 고등학교에서 투수로 예선전에서 큰 활약을 보여 고시엔에 진출했습니다. 시시오이군 전체가 지역 에이스의 승리를 응원했고 지역 유지인 지토세 집안에서 거액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마운드에 선 요지는 4자 연속 포볼, 그리고 5번 타자에게 던진 첫 번째 공은 상대의 관자놀이를 강타했습니다. 그 데드볼로 교체돼 벤치로 돌아갔고 결국 2:0으로 졌습니다. 마운드에 서서 망연자실해 있는 고교생 야구 선수의 모습은 스포츠 뉴스의 화젯거리가 되었고 요지도 그날 자신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고향을 떠나 경찰이 되어 경찰학교에서 나가하라 신스케를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고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나가하라는 홀로된 엄마와 산사태로 죽은 누나 부부의 딸 스미레를 부양하기 위해 경찰이 되었고, 시시오이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중 권총, 경찰수첩, 무전기 등을 소지한 채 실종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나가하라 실종의 진실을 밝히기 고향에 돌아온 요지는 그의 순찰 기록을 살펴보고, 같이 근무한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나가하라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모리 준이치로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통보로 모두가 달려갔습니다. 사망자는 모리 준이치로뿐이고 아내는 남편과 종종 있는 다툼으로 여동생 집에 있어서 화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고 모리 씨는 술과 담배를 많이 하며 평소에도 말썽을 잘 일으켜 동네 골칫거리였습니다. 그의 죽음이 사고인지 타살인지 수사는 시작되고 결국 사고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실종된 나가하라도 모리의 집을 자주 찾았고, 실종 직전 마지막으로 순찰한 곳 역시 모리 준이치로의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지는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지는 마을에서 인정받는 순경 아키미쓰 다이고와 함께 순찰을 하던 중 발포음으로 추정되는 소리를 듣고 무전으로 보고합니다. 근처 민가는 지역 폭력 조직 두목 가나이의 별장이고 가나이가 나가하라의 총을 손에 쥔 채 죽었습니다.


시시오이군 주민들은 개발을 미끼로 한 오토리시와의 합병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나뉘었고, 개발 예정지에 요지의 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지가 이곳에 부임한 지 한 달간 수상한 사망 사건이 두 번이나 벌어졌는데 이권다툼의 희생양인지, 나가하라 실종의 원인은 무엇인지, <라이언 블루>에서 확인하세요.




겉으로 보기에 조용한 시골 마을, 하지만 살펴보면 도시보다 더 시끄럽습니다. 모두들 입을 다물어서 조용해 보일 뿐입니다. 자신을 다시 살려준 동기 나가하라 순경이 실종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 요지는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변한 것도 있지만 안 변한 것이 더 많은 이곳은 아직도 지역 유지 가문을 거스르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모두가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고, 파출소 순경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개발에 따른 이권을 위해 사람들이 움직입니다. 요지가 나가하라 실종 사건을 수사하면서 수상한 사망 사건들이 벌어지고, 자살과 사고로 마무리되었던 옛날 사건들도 재조명됩니다.


나이가 들면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 지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에 옮긴 사람들은 대부분 몇 년 있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옵니다. 불편해서이기 보다 그곳 사람들의 텃세 때문에 적응을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랫동안 본 동네 사람들이라 결속력이 강해 가족처럼 챙기지만 그만큼 타지인에 대한 배척이 심합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눠먹고 같이 모여서 즐겁게 지내는 장면들은 자신들이 인정한 동네 사람들끼리의 모습입니다. '좁은 동네야. 사이좋게 지내야지.'란 문장이 마음 깊이 남는 경찰 미스터리 <라이언 블루>. 좋게 좋게 넘어가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이유도 모른 채 그저 행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한 명보다는 둘이 강하다.

둘보다는 셋이 강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팔다리를 제압당하면 그저 샌드백일 뿐이다.

하지만 세 명을 움직이는 건, 한 명이다.

그리고 그 한 명이 옳고 그름을 정한다. (p. 331)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9년에 태어난 대만의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인 저자는 국립대만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바라지 않은 진로와 전공으로 방황하다 끝내 변호사 자격시험을 포기합니다. 대학 재학 시절부터 오랜 기간 이어온 가정교사 경험을 통해 대만 특유의 교육 문제와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였고, 사회적 반향이 큰 소설을 창작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장편소설로 "상류 아이"가 있으며 작품집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에 실린 단편소설 5편은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제작돼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럼, 사회의 또 다른 어두운 면을 직시한 미스터리 소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를 보겠습니다.



변호사 판옌중은 할머니 집에서 방과 후 숙제를 하는 딸 쑹뤼를 데리고 아내 우신핑이 일하는 학원에 들렀습니다. 안내 데스크에 아내에 대해 묻자 오늘 휴가를 냈다고 합니다. 학원 인턴사원이라는 시시는 반년에서 일 년쯤 전부터 그녀가 한 달에 한 번 고정적으로 병원 진료라는 사유로 휴가를 냈답니다. 판옌중이 청혼을 했을 때 아내는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오빠와 연락이 끊긴지 오래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합의하에 결혼식은 생략하고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그녀의 생각을 존중하며 전처 옌아이써 사이에서 낳은 딸 쑹뤼와 살았습니다. 별일 없이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 판옌중에게 아내가 갑자기 사라집니다. 우신핑에겐 친구가 거의 없었고 인터넷에 삶을 털어놓는 것도 꺼려 했습니다. 아내가 언급한 학원 동료 강사 젠만팅이 생각나 그녀를 만나러 다시 학원으로 가서 몇 달 전부터 달마다 휴가를 낸 이유를 아는지 물어봤습니다. 젠만팅은 잘 모르겠지만 혹시 친정에 가지 않았냐고 말하면서 얼마 전 우 선생 어머니라는 사람이 학원에 찾아왔다고 합니다. 자신은 바로 수업에 들어가서 그 이후의 상황은 잘 모르고 시시란 직원이 그 사람과 대화를 했다고 합니다.


젠만팅은 대학교에서 만난 남자친구 사이에서 임신을 하자 결혼을 했고, 지난 10년 동안 몇 번이나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 스더구의 부모님을 찾아가 경제적인 도움을 청했습니다. 처음엔 도와주다가 부모님은 다른 자식들에게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그들이 내민 손을 거절했고, 젠만팅은 학원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우신핑을 만났는데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신핑에 대해 캐물어도 요령 있게 피해 갔고 젠만팅은 이혼녀라서 그렇다고 혼자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라는 남편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그녀의 행방에 대해 물어보니, 그동안 우신핑을 딱하게 생각했던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고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사라졌는데도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는 판옌중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끼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유명한 기업가의 딸과 결혼한 후 구타하고 이혼했다는 기사를 봅니다.


어딘가에서 눈을 뜬 여자,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눈앞의 여자는 잠들어 있습니다. 차라리 잠들어 있는 게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방금 꾼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립니다. 천식을 앓던 그녀는 사업을 하는 아빠와 엄마, 자신을 잘 챙기는 오빠와 함께 삽니다. 엄마는 오빠를 편애했고, 한 번씩 보는 이모는 자신에게 비싼 것들을 사줍니다. 초등학생 때 야오전이란 친구랑 친해졌고, 마음을 나눴는데 반장이 야오전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납니다. 하나뿐인 친구를 빼앗긴다는 생각에 고민을 털어놓는 야오전을 위해주는 척하며 둘 사이를 방해합니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그녀가 야오전에게 달려갔는데 자신의 아빠가 출소했다며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야 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 친구이자 유일한 친구인 야오전이 자신에게 숨겨왔던 비밀이 있다는 것에 배신을 느꼈고, 갑자기 이사를 간다는 것에도 화가 난 그녀는 야오전이 그리웠던 만큼 증오했습니다.


판옌중은 시시란 직원을 통해 학원에 왔다는 여자의 연락처를 알아 그녀가 사는 집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우신핑을 은혜도 모른다고 욕하는 엄마 황칭롄를 만납니다. 또한 우신핑이 예전에 저지른 일 때문에 동네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오빠 우치위안의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우신핑을 찾는 친구 오드리를 만납니다. 도대체 우신핑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우신핑이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지, 남편을 의심하는 오드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누구인지 모르는 그녀의 정체까지, 자세한 이야기는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에서 확인하세요.




어느 날 사라진 아내 우신핑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 변호사 판옌중은 그녀가 감춘 비밀에 놀랍니다. 부모가 돌아가셨다는 아내에게 엄마가 살아계셨고, 직장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휴가를 냈으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친구의 존재까지, 아내는 판옌중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아내가 사라지면 경찰에 신고하기 마련이지만 그에겐 재력가의 딸인 전처와의 사건 때문에 신고하지 않습니다. 또한 아내의 고향 동창에게서 고등학생 때 강간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피해자인 아내를 딱하게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가해자인 선배가 불쌍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지금 아내에게 문제가 생긴 건 인과응보라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아내의 모습과 다른 모습들이 드러나면서, 그는 아내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대방은 어디까지가 진짜 모습일까요. 우리도 자리에 따라 이런 모습을 보이고, 저런 모습을 보이면서 행동합니다. 그렇기에 어떤 상황에서의 모습은 그 사람의 한 가지 모습일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린 상대방을 우리가 본 모습의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가족이라면 오랫동안 오랜 시간 봤기에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에서도 실종한 아내를 찾으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을 통해 그동안 한 사람을 단편적으로, 자신이 생각대로만 알고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피해자라는 프레임처럼 행동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회가 얼마나 가혹한지도 느끼게 됩니다. 프레임이란 기준에 따르지 않는다고 그 사람을 매도하고, 틀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비밀이란 그런 것이다.

비밀의 존재를 숨기고 없는 척할수록

그 비밀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p. 111)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하는 자기 돌봄의 인류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8
이현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워싱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연구하는 의료인류학자로서 사회적 고통과 지역적 맥락과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를 보겠습니다.



몸은 우리가 세계 속에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매개체입니다. 몸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와 내 주변 세계를 연결하는데 먼저 '통로'로의 역할과 우리가 세계를 향해 반응할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몸에 대한 인식은 동서양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서양은 심신이원론에 바탕을 두어 기계처럼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작동하는 물질의 복합체로 간주되었고, 자연과학적 탐구와 분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몸은 마음과 완전히 분리된 영역으로 보지 않았고, 몸은 마음을 넘어 사회적 관계를 뜻하기도 했습니다. 후기 근대에는 몸에 대한 태도도 급진화되어 각자의 욕망에 따라 몸의 변화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환상과 가능성의 영역에서 몸이 언급됩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욕망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욕망이 나의 욕망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이라고 자크 라캉은 말합니다. 자신이 욕망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욕망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바라는 욕망이라는 것입니다.


가족은 결혼을 통해 형성되는데, 요즘은 결혼한 수의 약 30% 이상이 이혼을 한다고 합니다. 이는 과거에는 경시되었던 한 부모 가족의 급격한 증가로 나타납니다. 외국인과의 결혼과 동거로 인한 다문화 가족의 증가,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1인 가구 등 오늘날 가족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또한 동성 친구와 함께 사는 가족의 형태도 서서히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 속에서 한국 사회는 기존의 정상가족의 범위에서 벗어나 가족에 대한 더 많은 생각과 상상이 필요합니다. 삶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친밀감과 협력에 기초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우리 사회는 제도적으로나 인식적으로나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누가 평등을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차라리 입 다물고 있으면 중간은 가니 저마다 나서지 않고 터부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 평등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것, 그것이 성 평등의 전부가 아닐까요.


한국 사회에서는 생애 단계마다 정해진 미션이 있습니다. 10대에는 입시를 위한 공부, 20~30대에는 취직과 결혼, 30~50대는 자녀 교육과 내 집 마련이 그러합니다. 생애 주기에 따른 과업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서서히 준비하는 사람은 어딘지 이상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이 지배적으로 통용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야 한다는 생각은 개별적 선택을 의아하게 여기거나 차별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렇게 한국 사회는 한국인의 삶을 보편적이게 만듭니다. 이제 한국 사회에는 좀 더 다양한 삶의 가치가 등장해야 하고, 그에 대한 관용의 문화가 필요합니다. 실패의 경험, 다른 방식의 삶을 인정하고 그것이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다른 기회, 실패를 통한 성장 등 우리 사회에 삶에 대한 믿음이 전반적으로 생긴다면 자신의 분노감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폭력적인 태도는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우리 삶은 다양한 영역에 둘러싸여 구성됩니다. 몸, 가족, 젠더는 내 삶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 각자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또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삶의 요소입니다. 나를 가꾸고 드러내는 일, 가족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더 풍성한 일상을 만드는 일, 또 여성 혹은 남성으로서 타인과 관계 맺고 사랑하는 일 등은 삶의 거대한 축복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단지 제약이나 어려움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하려는 일이 진정 '내'가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하기를 원해서 끌려가며 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상황일 때가 많습니다. 만약 이렇다면 더 늦지 않도록 멈추고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삶은 내 삶을 종속적이고 불행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불필요한 경쟁과 질투, 혐오를 낳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를 통해 보다 더 자유롭고 자기다운 삶을 꾸려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