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산다 - 가장 거대하고 매혹적인 진화와 멸종의 역사 서가명강 시리즈 31
이융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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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한국 최고의 공룡 전문가인 저자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 공룡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고생물학 연구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 지질학을 전공했고, 동대학교 대학원에서 고생물학 석사학위를, 미국 댈러스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에서 척추고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반도 최초의 뿔공룡 코리아케라톱스와 반수생 신종 공룡 나토베나토르를 발굴해 세상에 알렸고,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 프로젝트의 탐사대장으로 데이노케이루스의 정체를 밝히는 등 공헌을 인정받아 한국과학기자협회 올해의 과학자상과 대한민국학술원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산다>를 보겠습니다.



그동안 지구상에 살았던 생물의 총 수는 10억 종으로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현재 살아 있는 생물종의 수가 1000만 종이므로 지구의 역사를 통해 99%의 생물이 멸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지층에서 찾은 화석의 종 수는 20만 종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99.98%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고, 그것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고생물학자의 임무입니다. 화석은 산출되는 화석 군의 동정을 통해 지층의 나이를 알려주는 것 외에도 큰 역할을 합니다. 화석을 통해 우리는 대륙의 위치가 오늘날과 매우 달랐으며, 이는 대륙이 부동의 상태가 아니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류가 화석을 통해 알아낸 중요한 정보 중 하나는 지질시대를 통해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은 진화하고, 유전학을 통해 진화의 메커니즘을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화석은 한반도에 어떤 생물이 살았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연유산입니다. 과거 없이 미래는 존재하지 ㅇ낳습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파편적이고 불완전한 화석이더라도 연구 가치는 충분합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는 1만 개 이상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었습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발견된 신종 새 발자국의 60%가 발견됩니다. 2008년 6월 화성시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은 거의 완전한 꼬리와 양쪽 아래 뒷다리와 발, 그리고 엉덩이뼈 일부입니다. 연구를 해보니 이 공룡은 뿔공룡이었고,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라는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더불어 공룡 화석을 어떻게 찾아내고 연구하는지도 생생하게 설명합니다.


최근 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가설이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교과서에는 시조새를 파충류와 새의 중간 단계 정도 되는 동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1861년 최초로 새에게만 있는 특징인 깃털 화석이 발견되었고, 같은 해 시조새 화석도 발견되었습니다. 이 시조새 화석을 통해 새인지 공룡인지를 설명합니다. 골격학적 특징 위에도 공룡과 새는 습성이 매우 유사합니다. 공룡은 변온동물인 파충류에서 항온동물인 새로 전이되는 과정에 있던 동물입니다.




날지 못하는 공룡들은 백악기 말 멸종했지만 새로 진화한 공룡들은 백악기 말 대멸종에서 살아남아 오늘날 하늘을 지배하며 우리와 함께 번성하고 있습니다. 이 의미는 아직 공룡시대가 끝나지 않았으며 우리 인류는 공룡과 함께 공존해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백악기 말에 새로 진화하지 못한 육상 공룡들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지금 인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 조상인 포유류는 신생대가 들어와서도 계속 공룡의 그늘 속에서 보잘것없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 공룡을 좋아했다면, 공룡에 대한 기초 지식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공룡 연구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되는 <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산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 공룡을 포함한 고생물학이 왜 우리의 삶에 중요한 학문인지를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불모지라고 생각했던 우리나라에서 고생물학의 발전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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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노래하는 집
송길자 지음 / 예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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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저자는 1990년 3인 사설 동인지 "간이역에서", 1994년 첫 시조집 "달팽이의 노래"에 이어 2007년 두 번째 시조집 "강 건너 봄이 오듯"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새가 노래하는 집>을 보겠습니다.



책은 '동시조 편/시조 편/사설시조 편/자유시 편'으로 나눠 다양한 제목의 시를 담았습니다. 여러 시 중에서 제 마음에 들어온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내 고향 가는 날은'은 작가의 연령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발권을 하고, 표도 따로 종이로 인쇄하지 않고 휴대폰의 이미지로 대체하지만 예전엔 기차역이나 버스정류장 창구에서 줄을 서고, 어느 정도의 기다림이 지나야 기차표나 버스 표를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그런 기다림 끝에 겨우 차를 타면 차장 밖에 보이는 고속도로와 기찻길은 얼마나 길던지요. 빨리 가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역과 정거장마다 서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다시 출발하는 버스와 무궁화, 통일호 기차. 정말 기다리고 기다려서 겨우 도착한 목적지인 고향에 내려 다시 집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 또 걸어서 가야 했습니다. 저도 아이가 어릴 때 경의선을 타고 서울역에 내려, 비용 아낀다고 한 좌석만 예매해 무궁화를 타고 대구에 왔습니다. 그렇게 10년 정도를 다른 곳에서 살다가 고향으로 이사를 가게 되니 고향으로 가는 기다림은 없어졌습니다. 이젠 시간이 흘러 이젠 타지로 나간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가 되었습니다.


'팔순 날의 단상'을 읽고 있노라면 작년에 돌아가신 96세 할머니가 떠오릅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정정하셔서 가까운 슈퍼, 은행, 교회를 다니셨던 할머니, 본인이 앉은 곳 옆엔 촘촘한 빗과 두루마리 휴지를 한 칸씩 떼어놓은 바구니가 있었습니다. 빗으로 머리를 빗고, 휴지는 식사하시고 입가를 닦으셨는데, 정갈하게 자신을 가꾸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할머니의 병세가 진행되며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항상 제 기억 속엔 좋은 모습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저자가 처음 시와 시조를 접하게 된 것은 1970년대 후반 주부 클럽이라는 여성 단체에 들어갔을 때라고 합니다. 당시 주부 클럽에서는 유명한 문인을 한 분씩 초청해 특강을 개최하였고, 회원들은 각자 시를 한두 편씩 써서 냈답니다. 초정 김상옥 선생님과 백수 정완영 선생님과의 만남은 무거웠던 작가의 일상을 잠시 라도 잊고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충격이었답니다. 마음 깊숙이 있던 문학의 열기가 서서히 몸과 마음이 타는 줄 모르고 샘솟아 올라 이후로 많은 시와 시조를 읽게 되었고, 소설이나 장문보다 시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짧아서 쉬울 것 같아도 막상 읽으면 무엇을 내포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혹여나 쓰려고 하면 첫 단어부터 떠오르지 않아 당황하게 됩니다. 시는 소설이나 장문보다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집을 펴낸 저자는 첫 시집을 낸 지 거의 30년 만에 세 번째 시집을 내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동안 자신이 잘할 수 있을까 망설였는데, 지난 15년간 틈틈이 썼던 동시조와 자유시를 모아 <새가 노래하는 집>에 담았습니다. 책에 있는 시들을 읊조리다 보면 내가 있는 이곳이 새가 노래하는 집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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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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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일본에서 태어나 2007년 "지다 피다 돌다"로 제41회 훗카이도신문 문학상을 수상했고, 2013년 자식에 대한 비뚤어진 모정을 그린 "완벽한 엄마"가 간행되어 화제에 올랐습니다. "레드클로버", "구미가네 일가의 외동딸", "어른이 될 수 없어", "가장 슬프다", "축복의 아이", "쓰레기의 결정" 등을 썼으며,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로 시작된 미쓰야 & 다도코로 형사 시리즈는 누적 발행 부수 40만 부를 돌파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럼, 형사 시리즈의 후속편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을 보겠습니다.



화려한 트리 장식과 조명이 도쿄의 거리를 수놓은 12월 24일 밤, 빈 건물 1층에 중년 여자가 죽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쇼핑카트와 담요가 있는 것으로 보아 가출인 혹은 노숙인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경시청 수사1과 형사 미쓰야 슈헤이는 종잡을 수 없고 상식을 벗어난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괴짜로 알려졌지만 워낙 실력이 출중에 누구나 인정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그와 도쓰카 경찰서 신입 형사 다도코로 가쿠토가 석 달 전 신주쿠구 나카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파트너가 되어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부검 결과 여자는 시신 발견 현장인 4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추락했으나 쓰레기 더미가 쿠션 역할을 해서 치명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머리에 둔기를 맞아 목숨을 잃고 건물 1층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한 점은 죽은 여자의 지문이 작년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히가시야마 요시하루의 살해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 중 하나와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히가시야마 요시하루의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오봉 연휴가 끝나고 출근한 공사 인부였습니다. 시신은 어린이 공원을 짓기 위해 조성 중이던 구덩이에 떨어져 있어서 발견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법해부 결과 사망 추정 시각은 시신 발견 이틀 전인 8월 18일 오후 6~12시 사이고, 서류 가방은 있으나 지갑이 없어진 것으로 보아 돈을 노린 범죄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요시하루는 가슴을 칼에 찔린 뒤 구덩이에 던져졌거나 굴러떨어진 것으로 추측되지만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범인은 잡지 못했고, 여자 노숙인의 사진을 부인 리사에게 보여주었으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집을 나온 미쓰야는 가쿠토에게 내닫이창에 있는 꽃꽂이가 이상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 가쿠토는 어리둥절했고, 보통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내닫이창에 꽃꽂이를 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 것 같은데 왜 그런지 궁금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서랍장 위 가족사진도 조금 부자연스럽다며, 뭘 의미하는지 몰라서 알고 싶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신원은 사건이 발생하고 닷새째 되는 날 밝혀졌습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것 같다는 연락을 한 사람은 미야타 무쓰미로 4~5년 전 자신이 살던 집의 대각선 방향에 있는 집으로 마쓰나미 부부가 이사 왔답니다. 우연히 병원 대기실에서 만나 친해졌는데, 죽은 마쓰나미 아쿠코 씨는 갱년기장애가 심하게 와서 아르바이트하던 슈퍼마켓에 지장이 있을 정도랍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1년 전에 죽은 후로 아쿠코는 많이 힘들어했고, 길거리에서 넋이 나간 채 있는 그녀에게 쇼핑 카트와 손수건을 준 이후로 무쓰미는 이사를 했답니다. 마쓰나미 아쿠코가 살았던 집으로 가서 집주인에게 그녀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노숙인이 되었다는 경찰 말에 집주인은 안타까워했고, 남편이 죽은 후로 일을 하는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서 생활이 어려운지 몰랐답니다. 친적 집 신세를 지게 됐다고 사정이 있어서 바로 가야 한다며 도망치는 것처럼 급하게 집을 비웠답니다. 히가시야마 요시하루가 살해된 건 1년 전 8월 18일 밤, 마쓰나미 이쿠코가 집에서 나가겠다고 말한 건 그다음 날인 8월 19일로 실제로 나간 건 20일입니다. 가쿠토는 히가시야마 요시하루를 살해하고 도망치기 위해 집을 나가 노숙인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미쓰야는 경찰에 잡히느니 노숙인이 되기를 선택한 것은 왜인지, 왜 그렇게까지 해서 도망치고 싶었는지, 그녀가 보낸 2년의 세월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해합니다.


히가시야마 요시하루는 보건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사건 당시에는 사회지원과에 있었습니다. 미쓰나미 이쿠코가 생활보호 상담을 하러 찾아왔고 히가시야마 요시하루가 그 일을 담당한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걸로 이쿠코가 요시하루를 살해할 동기는 부족하고, 미쓰야는 사건과 상관없어 보이는 꽃꽂이와 가족사진에 신경을 씁니다. 사고 회로의 개수와 정밀함의 차원이 남들과 다른 미쓰야의 수사는 어떻게 끝맺을지,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에서 확인하세요.




열심히 살았던 그녀, 하지만 연이은 불행과 자책감으로 마음은 황폐해지고, 그런 차에 눈에 들어온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비교하게 됩니다. 원망과 억울함에 몸부림치면서 그저 바라봤던 나날, 무엇 때문에 따라다니며 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죽을 길을 찾기 위해서였음을요. 누군가 자신을 막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녀 앞에 나타난 소년 때문에 머리가 맑게 되고, 혀가 부드럽게 됩니다.


연상의 남편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귀여운 딸이 있고, 근사한 집에 살고 있는 어떤 여자. 화목한 가정, 멋스럽게 꾸민 내닫이창, 가족 여행, 바비큐, 부부의 데이트, 모두가 부러워했으면 좋겠고, 동경의 대상이고 싶은 여자에게 중요한 건 타인의 눈에 자신이 행복해 보이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들 앞에서는 늘 행복에 찬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많은 걸 바란 건 아니고, 그저 정당하게 평가받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환경을 원했을 뿐인 또 다른 여자. 그런데 늘 마땅히 있어야 할 위치보다 두세 단계 아래에 있는 환경밖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여자의 가치는 남자로 정해진다고 믿습니다. 어떤 동창은 돈이 많은 남자와 결혼해 부촌의 타워맨션과 별장을 오가며 살았고, 다른 동창은 의사와 결혼해 휴일에는 홈파티를 엽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주변 사람이 모두 잘나가는 것으로 보여 나만 왜 이럴까라는 생각에 비참하고 억울합니다.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에 등장한 여러 여자들을 보며 난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나 되돌아보았습니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기보다 좀 더 나아지고 싶은 건 인간의 욕구입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자신이 아닌 타인이 되면 그때부터 불행해지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세계 최고가 아닌 이상 자신보다 더 나아보이는 사람은 언제든지 나타납니다. 그러면 또다시 좌절하고 우울해지면서 억울함에 원망할 대상을 찾게 됩니다. 자신의 인생을 남 탓으로 돌리면 한순간 마음은 편해질지 모르지만, 결국 남한테 끌려가는 인생이 될 뿐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며 죽을 것인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끝에 부족하다고 억울해하지 않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남기는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인생의 끝에 자신만 볼 수 있는 광경을 바라보고,

자신만 알 수 있는 마음을 움켜쥔 채 죽어간다. (p.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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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돋는다 - 사랑스러운 겁쟁이들을 위한 호러 예찬
배예람 지음 / 참새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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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대스타" 앤솔로지에 수록된 '스타 이즈 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느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를 쓰는 삶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소설집 "좀비즈 어웨이"를 썼습니다. 그럼, 공포 에세이 <소름이 돋는다>를 보겠습니다.



호러 장르의 작품들을 선보이다 보니 사람들이 공포 영화 좋아할 거라는 질문을 받는데, 저자는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데 겁이 많아서 잘 못 본다고 대답한답니다. 그러면 재치 있는 농담을 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인데, '공포를 좋아하는 겁쟁이'라고 항변한답니다. 어릴 적부터 공포 영화에 도전했으나 아직까지 잘 못 보는 저자는 이제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겁쟁이야말로 진정한 호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 호러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르이므로, 창작자가 의도적으로 설치한 함정에 충실히 빠지고 숨통을 조여오는 긴장감에 실눈만 뜬 채로 비명을 지르는 겁쟁이들이야말로, 호러라는 장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요. 겁이 없는 사람들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공포를 충실하게 느낄 뿐만 아니라, 동시에 공포를 느끼는 즐길 줄 아는 자신에게 만족하기로요.


귀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곧 현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뜻입니다. 귀신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들이 결국 현실의 부조리함에 대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억압과 차별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귀신의 이야기는 곧 사회적 약자, 소수자 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단순한 재미를 뛰어넘어 설명할 수 없는 씁쓸함과 슬픔을 안겨주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귀신은 거울 속에서만 존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차마 주목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의 일부분을 우리 눈앞에 들이밀어 불편함을 느끼게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공포의 대상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구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에 대한 괴담이 지닌 무게감은 귀신과 괴물이 주는 무게감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사람에 대한 괴담은 현실보다 더 그럴듯했고,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을 것처럼 들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귀신도 괴물도 아닌 사람입니다. 모든 흥미롭고 자극적이고 복잡한 사건 뒤에는 피해자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어떤 포지션을 취하든 피해자의 존재만큼은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 괴담을 읽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두려워하고 겁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괴담 속 일들이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진 채로 떨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길 바라고, 우리의 현실에 진짜 공포가 찾아오는 일 같은 건 영원히 없기를 바랍니다.




공포를 좋아하지만 겁이 많아서 잘 보지 못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공포 에세이 <소름이 돋는다>를 읽으며 저와 같은 사람이 있음에 반가웠습니다. 제 책장에 꽂힌 책의 70% 이상은 이른바 장르소설로, 공포, 추리, 미스터리의 책입니다. 많이 알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이라 두서없지만 그래도 장르소설 읽기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하지만 보는 건 무서워해서 공포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저와 같은 성향을 가진 저자는 글을 쓰면서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깊이를 발견했답니다. 어떤 마음으로 좋아했는지, 어느 정도로 좋아했는지, 왜 공포물을 사랑하는지, 어떤 부분을 싫어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지를 배웠고 깨닫게 되었답니다. 또한 여러 괴물들과 좀비, 규칙 괴담, 고어물, 공포 게임, 우주물, 심해물 등을 소개합니다. 겁쟁이지만 공포를 좋아해도 괜찮다는 인정을 받으니 앞으로도 장르소설을 쭉 봐도 괜찮겠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 자신감으로 소개한 것들 중에 관심 있는 책(영화와 게임은 도전이 힘드니까)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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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속 과학 - 과학의 시선으로 주거공간을 해부하다
김홍재 지음 / 어바웃어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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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자연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 계획학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과학동아' 기자를 거쳐,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발행하는 '사이언스타임즈'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습니다. 저자는 집값 말고 아파트에 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고, 아파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논문을 읽었습니다. 아파트를 탐구하며 깨달은 것들을, <아파트 속 과학>에 담았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아파트 분양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59㎡나 84㎡ 등은 전용면적을 의미합니다. 전용면적은 개별 세대가 독립적인 주거 용도로 독점해 사용하는 공간의 면적입니다. 아파트에서 현관문을 열면 나타나는 공간의 전체 면적을 전용면적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방,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이 전용면적에 포함되지만, 발코니는 제외해서 서비스 면적이라 합니다. 전용면적과 서비스 면적을 합하면 아파트 내부 전체의 실제 넓이가 되는데, 이를 실면적이라 표현합니다. 아파트 크기를 가늠하거나 가격이 평당 얼마라고 얘기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공급면적입니다. 공급면적은 주택 건설 사업자가 개별 세대에 공급하는 공동주택의 면적으로, 전용면적에 주거공용면적을 합한 개념입니다. 주거공용면적은 지상층에 위치한 복도, 계단, 공용현관, 엘리베이터 등 다른 가구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의 면적을 가리킵니다. 계약면적은 아파트를 공급할 때 건설사가 입주민에게 제공하기로 약속한 모든 면적의 합계로, 공급면적에 기타 공용면적을 더해 구합니다. 기타 공용면적은 주차장 등 지하층 면적과 경비실, 관리사무소,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등 건물 밖에 있는 부대시설을 모두 더한 면적입니다.


아파트를 공사할 때 높은 펜스를 쳐놓아서 안에서 어떻게 아파트를 짓는지 일반 사람들은 알 수 없습니다. 한국인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아파트 공사를 착수한 후 가장 먼저 가설공사를 하고 토공사와 기초공사를 진행합니다. 공사에 필요한 제반시설과 울타리를 설치하는 가설공사, 지하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는 작업과 굴착면이 붕괴되지 않도록 지지대를 설치하는 토공사, 기둥처럼 생긴 말뚝으로 지반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파일 공사와 바닥면을 평평하게 하고 그 위에 타설하는 콘크리트 유출을 막기 위한 버림콘크리트 타설인 기초공사에 전체 공사 기간의 1/5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다음은 골조공사로 기둥, 벽, 바닥 등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거푸집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양생한 후 거푸집 제거를 반복해서 층을 계속 올리는데, 전체 공사 기간의 1/2의 기간이 걸립니다. 나머지 공사 기간에는 아파트 내부와 외부 치장인 마감공사를 하는데, 방수, 외벽 창호, 온돌, 외벽 도장, 도배, 가구, 마루, 조경 등의 공사를 하게 됩니다. 아파트는 입주일이 정해져 있어서, 기간 안에 품질을 확보하면서 공사를 완료해야 합니다. 아파트 공사 기술이 발전하는 동시에 개별 공정관리가 체계화되고 효율화되면서 아파트는 더 안전하고 경제적이면서 빠르게 건설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범죄 발생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고 입주민들에게 안전하다고 느끼게 할 책무가 있습니다. 셉테드는 주변의 환경을 범죄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함으로써 범죄 기회를 차단하고 주민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범죄 예방 전략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에 적용되는 셉테드는 다섯 가지 기본 원리를 사용합니다. 첫 번째, 자연적 감시로 사각지대나 은신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공간과 시설을 계획하고, 두 번째 자연적 접근통제는 아파트 입주민의 동선을 도로와 보행로 등 일정 공간으로 유도하고, 그 외 비정상적인 진·출입을 차단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세 번째 영역성은 단지의 출입구와 외곽에 영역감을 증진시키도록 하며, 네 번째 활동의 활성화는 입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활발한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범죄 기회를 차단하도록 합니다. 다섯 번째 유지와 관리는 시설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처음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사용자들의 일탈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큽니다.


소개한 내용 이외에도 27가지의 다양한 아파트 속 과학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집값에 관해서라면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도 우리나라 아파트 수명이 왜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짧은지, 60억 원 넘는 초고가 아파트에도 층간 소음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2000년대 초반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새집증후군이 대두한 이유는 무엇인지, 9·11 테러가 초고층 건물의 설계를 어떻게 바꿔놨는지, 작업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등 아파트가 딛고 선 과학적 토대에 관해 질문하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가격표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우리는 집값 너머에 있는 많은 것, 특히 '과학'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파트 속 과학>에서 아파트 세대 안과 아파트 건물, 아파트 단지를 두루 살펴보며 30개의 주제에서 펼쳐지는 아파트에 담긴 과학을 배울 수 있고, 아파트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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