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노래하는 집
송길자 지음 / 예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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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저자는 1990년 3인 사설 동인지 "간이역에서", 1994년 첫 시조집 "달팽이의 노래"에 이어 2007년 두 번째 시조집 "강 건너 봄이 오듯"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새가 노래하는 집>을 보겠습니다.



책은 '동시조 편/시조 편/사설시조 편/자유시 편'으로 나눠 다양한 제목의 시를 담았습니다. 여러 시 중에서 제 마음에 들어온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내 고향 가는 날은'은 작가의 연령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발권을 하고, 표도 따로 종이로 인쇄하지 않고 휴대폰의 이미지로 대체하지만 예전엔 기차역이나 버스정류장 창구에서 줄을 서고, 어느 정도의 기다림이 지나야 기차표나 버스 표를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그런 기다림 끝에 겨우 차를 타면 차장 밖에 보이는 고속도로와 기찻길은 얼마나 길던지요. 빨리 가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역과 정거장마다 서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다시 출발하는 버스와 무궁화, 통일호 기차. 정말 기다리고 기다려서 겨우 도착한 목적지인 고향에 내려 다시 집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 또 걸어서 가야 했습니다. 저도 아이가 어릴 때 경의선을 타고 서울역에 내려, 비용 아낀다고 한 좌석만 예매해 무궁화를 타고 대구에 왔습니다. 그렇게 10년 정도를 다른 곳에서 살다가 고향으로 이사를 가게 되니 고향으로 가는 기다림은 없어졌습니다. 이젠 시간이 흘러 이젠 타지로 나간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가 되었습니다.


'팔순 날의 단상'을 읽고 있노라면 작년에 돌아가신 96세 할머니가 떠오릅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정정하셔서 가까운 슈퍼, 은행, 교회를 다니셨던 할머니, 본인이 앉은 곳 옆엔 촘촘한 빗과 두루마리 휴지를 한 칸씩 떼어놓은 바구니가 있었습니다. 빗으로 머리를 빗고, 휴지는 식사하시고 입가를 닦으셨는데, 정갈하게 자신을 가꾸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할머니의 병세가 진행되며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항상 제 기억 속엔 좋은 모습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저자가 처음 시와 시조를 접하게 된 것은 1970년대 후반 주부 클럽이라는 여성 단체에 들어갔을 때라고 합니다. 당시 주부 클럽에서는 유명한 문인을 한 분씩 초청해 특강을 개최하였고, 회원들은 각자 시를 한두 편씩 써서 냈답니다. 초정 김상옥 선생님과 백수 정완영 선생님과의 만남은 무거웠던 작가의 일상을 잠시 라도 잊고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충격이었답니다. 마음 깊숙이 있던 문학의 열기가 서서히 몸과 마음이 타는 줄 모르고 샘솟아 올라 이후로 많은 시와 시조를 읽게 되었고, 소설이나 장문보다 시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짧아서 쉬울 것 같아도 막상 읽으면 무엇을 내포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혹여나 쓰려고 하면 첫 단어부터 떠오르지 않아 당황하게 됩니다. 시는 소설이나 장문보다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집을 펴낸 저자는 첫 시집을 낸 지 거의 30년 만에 세 번째 시집을 내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동안 자신이 잘할 수 있을까 망설였는데, 지난 15년간 틈틈이 썼던 동시조와 자유시를 모아 <새가 노래하는 집>에 담았습니다. 책에 있는 시들을 읊조리다 보면 내가 있는 이곳이 새가 노래하는 집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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