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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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일본에서 태어나 2007년 "지다 피다 돌다"로 제41회 훗카이도신문 문학상을 수상했고, 2013년 자식에 대한 비뚤어진 모정을 그린 "완벽한 엄마"가 간행되어 화제에 올랐습니다. "레드클로버", "구미가네 일가의 외동딸", "어른이 될 수 없어", "가장 슬프다", "축복의 아이", "쓰레기의 결정" 등을 썼으며,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로 시작된 미쓰야 & 다도코로 형사 시리즈는 누적 발행 부수 40만 부를 돌파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럼, 형사 시리즈의 후속편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을 보겠습니다.



화려한 트리 장식과 조명이 도쿄의 거리를 수놓은 12월 24일 밤, 빈 건물 1층에 중년 여자가 죽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쇼핑카트와 담요가 있는 것으로 보아 가출인 혹은 노숙인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경시청 수사1과 형사 미쓰야 슈헤이는 종잡을 수 없고 상식을 벗어난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괴짜로 알려졌지만 워낙 실력이 출중에 누구나 인정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그와 도쓰카 경찰서 신입 형사 다도코로 가쿠토가 석 달 전 신주쿠구 나카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파트너가 되어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부검 결과 여자는 시신 발견 현장인 4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추락했으나 쓰레기 더미가 쿠션 역할을 해서 치명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머리에 둔기를 맞아 목숨을 잃고 건물 1층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한 점은 죽은 여자의 지문이 작년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히가시야마 요시하루의 살해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 중 하나와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히가시야마 요시하루의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오봉 연휴가 끝나고 출근한 공사 인부였습니다. 시신은 어린이 공원을 짓기 위해 조성 중이던 구덩이에 떨어져 있어서 발견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법해부 결과 사망 추정 시각은 시신 발견 이틀 전인 8월 18일 오후 6~12시 사이고, 서류 가방은 있으나 지갑이 없어진 것으로 보아 돈을 노린 범죄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요시하루는 가슴을 칼에 찔린 뒤 구덩이에 던져졌거나 굴러떨어진 것으로 추측되지만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범인은 잡지 못했고, 여자 노숙인의 사진을 부인 리사에게 보여주었으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집을 나온 미쓰야는 가쿠토에게 내닫이창에 있는 꽃꽂이가 이상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 가쿠토는 어리둥절했고, 보통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내닫이창에 꽃꽂이를 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 것 같은데 왜 그런지 궁금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서랍장 위 가족사진도 조금 부자연스럽다며, 뭘 의미하는지 몰라서 알고 싶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신원은 사건이 발생하고 닷새째 되는 날 밝혀졌습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것 같다는 연락을 한 사람은 미야타 무쓰미로 4~5년 전 자신이 살던 집의 대각선 방향에 있는 집으로 마쓰나미 부부가 이사 왔답니다. 우연히 병원 대기실에서 만나 친해졌는데, 죽은 마쓰나미 아쿠코 씨는 갱년기장애가 심하게 와서 아르바이트하던 슈퍼마켓에 지장이 있을 정도랍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1년 전에 죽은 후로 아쿠코는 많이 힘들어했고, 길거리에서 넋이 나간 채 있는 그녀에게 쇼핑 카트와 손수건을 준 이후로 무쓰미는 이사를 했답니다. 마쓰나미 아쿠코가 살았던 집으로 가서 집주인에게 그녀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노숙인이 되었다는 경찰 말에 집주인은 안타까워했고, 남편이 죽은 후로 일을 하는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서 생활이 어려운지 몰랐답니다. 친적 집 신세를 지게 됐다고 사정이 있어서 바로 가야 한다며 도망치는 것처럼 급하게 집을 비웠답니다. 히가시야마 요시하루가 살해된 건 1년 전 8월 18일 밤, 마쓰나미 이쿠코가 집에서 나가겠다고 말한 건 그다음 날인 8월 19일로 실제로 나간 건 20일입니다. 가쿠토는 히가시야마 요시하루를 살해하고 도망치기 위해 집을 나가 노숙인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미쓰야는 경찰에 잡히느니 노숙인이 되기를 선택한 것은 왜인지, 왜 그렇게까지 해서 도망치고 싶었는지, 그녀가 보낸 2년의 세월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해합니다.


히가시야마 요시하루는 보건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사건 당시에는 사회지원과에 있었습니다. 미쓰나미 이쿠코가 생활보호 상담을 하러 찾아왔고 히가시야마 요시하루가 그 일을 담당한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걸로 이쿠코가 요시하루를 살해할 동기는 부족하고, 미쓰야는 사건과 상관없어 보이는 꽃꽂이와 가족사진에 신경을 씁니다. 사고 회로의 개수와 정밀함의 차원이 남들과 다른 미쓰야의 수사는 어떻게 끝맺을지,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에서 확인하세요.




열심히 살았던 그녀, 하지만 연이은 불행과 자책감으로 마음은 황폐해지고, 그런 차에 눈에 들어온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비교하게 됩니다. 원망과 억울함에 몸부림치면서 그저 바라봤던 나날, 무엇 때문에 따라다니며 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죽을 길을 찾기 위해서였음을요. 누군가 자신을 막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녀 앞에 나타난 소년 때문에 머리가 맑게 되고, 혀가 부드럽게 됩니다.


연상의 남편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귀여운 딸이 있고, 근사한 집에 살고 있는 어떤 여자. 화목한 가정, 멋스럽게 꾸민 내닫이창, 가족 여행, 바비큐, 부부의 데이트, 모두가 부러워했으면 좋겠고, 동경의 대상이고 싶은 여자에게 중요한 건 타인의 눈에 자신이 행복해 보이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들 앞에서는 늘 행복에 찬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많은 걸 바란 건 아니고, 그저 정당하게 평가받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환경을 원했을 뿐인 또 다른 여자. 그런데 늘 마땅히 있어야 할 위치보다 두세 단계 아래에 있는 환경밖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여자의 가치는 남자로 정해진다고 믿습니다. 어떤 동창은 돈이 많은 남자와 결혼해 부촌의 타워맨션과 별장을 오가며 살았고, 다른 동창은 의사와 결혼해 휴일에는 홈파티를 엽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주변 사람이 모두 잘나가는 것으로 보여 나만 왜 이럴까라는 생각에 비참하고 억울합니다.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에 등장한 여러 여자들을 보며 난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나 되돌아보았습니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기보다 좀 더 나아지고 싶은 건 인간의 욕구입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자신이 아닌 타인이 되면 그때부터 불행해지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세계 최고가 아닌 이상 자신보다 더 나아보이는 사람은 언제든지 나타납니다. 그러면 또다시 좌절하고 우울해지면서 억울함에 원망할 대상을 찾게 됩니다. 자신의 인생을 남 탓으로 돌리면 한순간 마음은 편해질지 모르지만, 결국 남한테 끌려가는 인생이 될 뿐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며 죽을 것인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끝에 부족하다고 억울해하지 않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남기는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인생의 끝에 자신만 볼 수 있는 광경을 바라보고,

자신만 알 수 있는 마음을 움켜쥔 채 죽어간다. (p. 391)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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