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 에브리 도어 - 꿈꾸던 문 너머, 충격적인 욕망을 마주하다
라일리 세이거 지음, 오세영 옮김 / 혜지원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일리 세이거는 미국 뉴저지 프린스톤에 살고 있으며 필명입니다. 라일리의 첫 소설 "파이널 걸스"는 24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출판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이며, ITW 스릴러 어워드에서 베스트 하드커버 노벨상을 수상했고 장편 영화로 제작 중입니다. 두 번째 소설 "더 라스트 타임 아이 라이드"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럼, 저자의 세 번째 스릴러 작품, <락 에브리 도어>를 보겠습니다.



줄스 라슨은 갑자기 깨어납니다. 이곳은 병원이라며 누군가가 이름과 나이를 묻습니다. 그제야 줄스는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들것에 실려 어딘가로 가고 있습니다. 몸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팔다리는 묶여 있고, 목에는 무언가 칭칭 감겨 머리가 고정되어 있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에 뭔가를 기억해내려 했지만 기억나는 게 없는 줄스는 바솔로뮤 바로 앞에서 몇 분 전에 사고가 났다는 말에 바로 눈에 번쩍 뜨이며 거기로 돌려보내지 말라고 애원합니다.


시간은 6일 전으로 돌아갑니다. 펜실베니아의 탄광 마을 출신 줄스는 아파트 시터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왔는데, 맨해튼에서 가장 유명한 아파트 중 하나인 바솔로뮤였습니다. 이 아파트가 유명한 이유는 건물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괴물 모양 석상인 가고일 때문입니다. 그동안 바솔로뮤와 가고일은 수많은 사진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엽서나 광고, 패션 화보의 배경, 영화와 TV에도 등장했고, 80년대 출간된 베스트셀러 소설 '꿈꾸는 이의 마음'의 표지에도 있습니다. 줄스도 이 책으로 바솔로뮤를 알게 되었습니다. 언니 제인과 이 책을 보며 고향을 벗어나 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거주공간은 2층부터 시작해 총 11층이고, 층마다 네 개의 호실이 있습니다. 하지만 꼭대기 층인 12층은 집이 두 채만 있는데, 그중 12A를 돌볼 아파트 시터가 필요하답니다. 어떤 집도 한 달 이상 비어서는 안 된다는 바솔로뮤의 규칙 때문에 이곳의 주인이 죽고 난 후 이 집의 소유권을 두고 조카들이 싸우고 있는데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누군가가 거주해야 한답니다. 또 다른 바솔로뮤의 규칙으로 방문객은 금지고, 잠깐이라도 구경시켜 주는 것도 안 된다고 합니다. 또한 흡연이나 마약 금지, 적당량의 음주는 괜찮고, 아파트 주민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야 한답니다. 이 조건을 지키면서 집을 원래 상태 그대로 유지하면 일주일마다 현금으로 천 달러를 받을 수 있습니다.


2주 전 직장을 잃은 날 동거하던 남자친구의 외도를 목격하고 줄스는 대학교 절친인 클로이의 집에 더부살이하고 있습니다. 수중에 돈도 떨어지는 가운데 아파트 시터는 너무나 좋은 조건이었고 의심스럽다는 클로이의 조언을 무시하고 다음 날 들어와 삽니다. 워낙에 옛날부터 있던 아파트라 음식용 승강기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소리가 납니다. 끼익 소리가 멈추고 비어 있던 공간에 승강기가 들어섭니다. 바닥에 종이 한 장이 놓여 있는데, 종이를 뒤집어보니 대문자로 환영한다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아래 11A의 아파트 시터 인그리드였고 줄스는 바로 답장을 보냅니다. 11B에도 아파트 시터 딜런이 살고, 7층엔 예전에 활동한 연속극 배우가 살고, 심장병으로 쓰러진 노인과 그를 돕는 여자도 만납니다. 그리고 10A에는 베스트셀러 소설 '꿈꾸는 이의 마음'의 작가가 살고, 줄스의 옆집인 12B엔 외과의사 닉이 삽니다. 오후에 장을 보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인그리드와 부딪쳤고, 사과하고 싶다며 공원에서 만납니다. 그렇게 서로의 처지를 이야기하며 친해졌고, 인그리드는 줄스 전에 며칠 살았던 에리카 미첼이라는 아파트 시터를 말합니다. 갑자기 말도 안 하고 나갔다면서요. 저녁을 먹고 잠이 드려고 하는데 아래층에서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줄스는 인그리드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녀가 나오더니 괜찮냐는 줄스에 말에 잠시 멈칫한 후 애써 웃음을 지으며 괜찮다고 합니다. 그렇게 올라간 줄스는 다음 날 인그리드와 만나기로 한 공원에서 기다리지만 나오지 않고 그녀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관리인의 말을 전해 듣습니다.


8년 전에 언니가 실종된 이후로 불안감이 생긴 줄스는 인그리드의 행방을 찾으려고 바솔로뮤 아파트 주민들을 찾아가서 물어봅니다. 이런 그녀의 행동이 어떤 일을 불러올지, <락 에브리 도어>에서 확인하세요.




방문객 금지, 아파트 밖에서 밤을 보내는 것도 금지, 이곳의 주민들을 귀찮게 하는 것도 금지, 이 규칙만 잘 지키고 원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거실 경치가 끝내주는 이곳에 살기만 하면 일주일마다 현금으로 천 달러를 받습니다. 이런 일자리가 있다면 누구인들 혹하지 않을까요. 경치가 좋은 곳을 보기 위해 일부로 돈을 내고 자기도 하는데, 그곳에 있기만 해도 돈을 받을 수 있다니 주인공 줄스가 이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게다가 그녀는 얼마 전 직장에서 해고되었고 바람난 남자친구와도 헤어져 친구 집에 얹혀살고 있기 때문이죠. 돈이 급한 줄스는 바솔로뮤 아파트에 들어가고, 다음날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아래층 아파트 시터 인그리드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전날 밤에 들었던 비명소리와 그녀가 걱정되어 찾은 줄스에게 어색한 모습을 보이는 인그리드의 행동, 줄스는 사라지기 전까지 인그리드의 행방을 추적하고 아파트 거주민을 만납니다. <락 에브리 도어>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현재 교통사고를 당한 줄스가 바솔로뮤 아파트로 돌려보내지 말아 달라는 말에 며칠 동안 그곳에서 어떤 일을 보고 겪었는지 궁금한 마음에 계속 읽게 됩니다. 잠깐 보고 이야기를 나눌 뿐인 이웃사람 인그리드를 줄스는 8년 전 실종된 언니와 겹쳐봅니다. 그때 별일 아닐 거라 생각하지 않고 행동에 나섰다면 언니를 지금까지 못 찾지 않았을 텐데 하고 자책합니다. 누구나 후회는 할 수 있지만 행동으로 나서긴 힘듭니다. 하지만 후회에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 줄스의 용기와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 사람들은 모른다.

살아남으려 애쓰는 게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일인지.

그럴 일도 없겠지만 수렁에 빠졌을 때

다시 헤어 나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모를 거다. (p.32)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속삭임이 비로소 너에게 닿았다 - 2022년 나비와북 장르소설 공모전 당선작 작품집
김주욱 외 지음 / 나비와북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2년 나비와북 장르소설 공모전에 당선된 7분의 작가님의 작품이 실린 <나의 속삭임이 비로소 너에게 닿았다>입니다. 2014년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한 장편소설 "표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주욱, 툭 치면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야기꾼이 되는 것이 목표라는 김은애, 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다니는 박권, 아름다운 세상에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배수연, 2022년 메타버스 소재 장르문학 공모전에서 "너나들이"로 입상한 이준형, 아직 쓰이지 못한 쓸데없는 상상을 잘 다듬어 펼치고 싶다는 이현지, 독자들의 오감을 자극해 일상을 탈출하고 삶의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자B작_ㅋNU, 2021년 문학수 소설 "인어가 된 남자"로 등단한 초대작을 쓴 호련까지 8분의 작가의 글이 있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리셋'는 인기 있던 웹 소설 작가가 죽은 후 그녀의 두개골에서 뇌를 꺼내 다시 태어나게 하는 프로젝트를 앤드루센터 포스트휴먼 제3팀에서 시행했고 다시 태어난 이야기입니다. 센터는 죽은 사람의 몸에서 분리된 뇌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예전처럼 활발한 창작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고, 이 센터는 인공지능 창작 기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주인공 나는 이전부터 연구가 시작된 참여형 포르노 게임을 비밀 프로젝트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뇌만 남은 그녀는 시각 신경과 청각 신경 하나씩만 빼고 모든 것을 사라지게 했고, 그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를 사용했습니다. 인공 피가 뇌를 돌고 있어 먹고 싸는 걱정은 안 해도 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구와 배설하고 싶은 욕구가 점점 강해진답니다. 다시 태어난 그녀는 1년간의 적응 기간을 보내고 창작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죽기 전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길 바랐고, 매일 새로운 인공 피를 공급받으려면 연구진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스트레스에 힘겨워했고 나는 참여형 포르노 게임을 해보겠냐고 제안을 합니다. 그녀는 자유로워지냐고 물었고, 나는 섹스하는 동안만큼은 자유롭지 않겠냐고 답합니다.


여섯 번째 '수면나비병'은 사람들에게 좋은 꿈을 꾸게 하는 나비 그림자 때문에 생기는 이야기입니다. 보통은 큰 증상 없이 아침에 깨어나지만, 현실이 너무 괴롭고, 평소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사람들은 좋은 꿈에서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꿈속 그림자가 다 드리우면 영영 깨어나지 못했고 그들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혜승도 이 좋은 꿈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었습니다. 나비병에 걸리기 일주일 전, 미술 학원은 문을 닫았습니다. 실패한 그림, 실패한 인생, 혜승은 사는 게 재미가 없었습니다. 혜승이 이곳에 온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고, 나비병 환자들은 삶에 필요한 영양분을 투여받아도 3~4개월이 지나면 조용히 죽었으니 그녀도 얼마 안 가 죽을 것입니다. 그전까지 명이는 배경이었습니다. 가끔 혜승의 애인이기도, 친구이기도 했지만 주인공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혜승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렇게 명이는 주인공이 되었고 둘은 함께 거닐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덟 번째 초대작 '나비장'은 주인공 어머니가 시집올 때 해온 장롱에서 그가 아내와 함께 어머니 혼자 살던 집을 방문한 3개월 전부터 소리가 들리는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는 채석장 일꾼이었으나 돌 깨는 기계에 머리를 다쳤고, 몸을 움직이지 못해 나비장 옆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가 5살이던 어느 날 안방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들었습니다. 그것은 평범한 나비가 아니었는데, 날갯짓할 때마다 황금빛 가루를 뿌렸습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창가에서 방문 근처로, 거실에서 현관으로 나비를 따랐습니다. 아버지는 죽었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으로 설렁탕집을 열었는데 장사가 잘 되었습니다. 저녁마다 어머니는 그날 벌어 온 돈을 세면서 소주를 마셨습니다. 술에 취하면 노래를 부르고, 더 취하면 눈물을 흘리며 울었고, 더 마시면 몽둥이를 가져와 그와 여동생을 아무 이유도 없이 때렸습니다. 몇 달이 지나자 그에게도 요령이 생겨 어머니가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동생을 데리고 나비장에 숨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다시 태어난 그녀는 어떻게 될지, 혜승은 꿈속에서 계속 꿈을 꾸게 될지, 그는 어머니의 폭력을 피해 동생과 살아남을 수 있을지, 나머지 다섯 개의 이야기도 <나의 속삭임이 비로소 너에게 닿았다>에서 확인하세요.




책에서 '나비'란 소재로 글과 시를 쓴 작품은 예전에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서사문학에서 나비는 영혼, 한이 아름답게 승화되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죽은 사람의 영혼과 통하여 대화를 나누거나 한을 이야기하는 영매자인 굿의 무녀로 이야기됩니다. 또한 나비는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이 되는 과정을 거쳐 완전히 새롭게 변신합니다. 이를 통해 부활하거나 환생, 혹은 변신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비는 자아를 상징합니다. 나방은 태양으로 날아간다는 현상에서 욕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태양을 향한 인간의 갈망, 즉 신에 대한 욕구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문학에서 여러 의미를 가진 나비가 이번엔 장르문학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나의 속삭임이 비로소 너에게 닿았다>의 당선작 7편과 초대작 1편에 등장하는 나비는 상징하는 의미도 다르고, 글에서 표현하는 방법도 달라 작품마다 어떻게 나비가 등장할까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야기 흐름에 석연치 않는 부분을 찾아내면서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까 궁금한 가운데, 작가가 던지는 마지막 반전을 읽으면 이래서 장르문학이구나 느끼게 됩니다. 읽는 중간에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조금 아쉬운 점만 빼면 '나비'란 소재로 다양한 장르소설을 쓴 당선작 작가들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 산책길에 만난 냥도리 인문학
박순찬 그림, 박홍순 글 / 비아북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린이 박순찬 씨는 대학에서 천문학과 건축학을 전공했습니다. 1995년부터 2021년까지 '경향신문'에 시사만화를 26년간 연재했으며, 2013년 "나는 99%다"로 부천만화대상 우수만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집트 여행 중에 만난 길고양이에게서 영감을 얻은 '냥도리'라는 캐릭터를 SNS에 올리다가 냥도리를 주인공으로 한 책을 내는 데 이어졌습니다. 글쓴이 박홍순 씨는 청년 시절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면서 겪은 6년여 수형 생활 중에 만난 '장자'를 계기로 동서양의 고전을 섭렵했습니다.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면서 어떻게 인문학이 독자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두 분이 함께 펴낸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를 보겠습니다.



처음 등장한 인물은 다 아는 분입니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로 유명한 소크라테스입니다. 이 분을 두 얼굴을 가진 철학자로 한 줄 정리했습니다. 철학의 새 지평을 연 위대한 철학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여론과 다수 중심의 민주주의에 분개해 다수결에 반대한 인물입니다. 그는 분별력 있는 한 사람을 따르라고 하며, 정신적으로 뛰어난 소수에게서 진리의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민주정에 반대하는 쿠데타가 몇 차례 일어났고 소크라테스는 신성모독죄와 젊은 세대들을 타락시킨 죄로 기소당했습니다.


동양 사상에 큰 영향을 끼친 공자는 백성을 보살피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배움과 성찰에 대한 많은 말을 남겼습니다. 이익보다 가치 중심의 삶을 살아야 하고, 중용을 통해 조화를 이루라고 했으나 백성을 통치 대상으로 보았고, 형식과 절차에 집착해 실질적인 내용이 뒤로 밀린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상대성과 다양성을 부정하고, 인간적 욕구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했고, 각자가 신분에 맞는 규칙에 따라야 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근·현대의 가장 중요한 사회 이론인 사회계약을 말한 장 자크 루소는 국가는 억압의 산물이며 사회계약에 의해 사회질서가 확립된다고 보았습니다. 정의로운 사회계약을 위해 모든 개인은 의무만큼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즉 의무와 권리가 일치할 때 공평하고 자유로운 계약이 성립합니다. 만약 개인에게 정의롭지 못한 사회계약은 다시 맺을 권리가 있으므로 근대와 현대사회의 주권 개념을 확립했습니다.


노동자를 역사의 주인으로 세운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역사의 최종 단계로 보지 않았습니다. 인류가 겪는 변화의 한 과정일 뿐이라며 생산 수단 사적 소유의 본질을 밝혔습니다. 또한 자본주의는 노동 착취로 유지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대 양자역학을 대표하는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오늘날 양자역학의 근원이 되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제창했고 이에 대한 공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우리는 전자가 존재할 시간과 장소를 확률로 표시할 수 있을 뿐이라며 자연이 필연성의 세계라는 전통적인 결정론이 무너졌습니다. 이렇게 뉴턴 물리학의 예측 가능성은 설자리를 잃었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했습니다.




역사는 떼어놓고 보면 개별 사건의 집합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뚜렷한 흐름이 있습니다. 이 흐름의 방향을 책에서는 '시대정신'이라 부르는데, 겉으로 드러난 개별 사건의 뿌리를 들여다보고, 사건과 사건의 연결고리를 잡고, 나아가 우연을 넘어선 동인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 시대에 스며들어 있는 정신을 읽어야 합니다. 이렇게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만든 인간들을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는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시대를 나눴고, 총 15분을 소개합니다. 각 시대의 주요 정신을 개척하고 완성한 인물들입니다. 이 책을 통해 이들이 가진 어떤 배경으로 이렇게 생각했으며, 이들이 가진 문제의식은 무엇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삶의 개요를 보면서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핵심만 짚어 설명하고 요약한 이 책으로 흥미가 생긴다면, 이 인물들의 저작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읽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 SF 앤솔러지
고호관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5년 제2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한 고호관, 2017년 제4회 SF 어워드 중단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곽유진, 2018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백상,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가작을 수상한 김정혜진, 2018년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한 남유하, 2017년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한 문이소, 2010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지혁, 제2회 SF 어워드 중단편부문 대상을 수상한 박문영, 2019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을 박해울, 2021년 제8회 SF 어워드 중단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연여름, 제2회 문윤성문학상 장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유진상, 2019년 제4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경희, 2018년 및 2020년 SF 어워드 중단편소설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이산화, 2012년 제1회 문학동네대학소설상으로 등단한 이종산, 2021년 제1회 포스텍 SF 어워드로 등단한 이하진, 2007년에 데뷔한 전혜진,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소설집을 펴낸 정소연, 2005년 과학기술 창작문예 아동문학부문에 당선한 정재은, 2021년 제8회 SF 어워드 중단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황모과, 이렇게 20인의 소설가의 작품이 모인 SF 앤솔러지,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를 보겠습니다.



고호관 작가의 '그 어떤 존재'는 첫 번째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태양계 외부에서 온 I8/바가반디, 라마는 외계의 인공 물체일 가능성이 매우 컸습니다. 금성을 지날 무렵 빛을 발한 것으로 보아 태양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시도라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여러 가지 파장의 신호를 보내자 라마가 궤도를 틀더니 지구로 향했고 셋으로 나뉘어 정지궤도 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람들은 마이크로파 주파수에 1, 2, 3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보냈습니다. 그러자 같은 주파수로 첫 번째 외계 신호가 들어왔습니다. 1, 2, 3이라는 간단한 송신과 비교해 답신은 상당히 길었고, 이를 분석하기 위해 수많은 컴퓨터가 동원되었습니다. 분석에 진전이 없자 똑같이 1, 2, 3을 보냈고 또다시 답신이 왔는데, 그 신호는 앞서 온 것과 달랐습니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방대한 외계 신호는 점점 쌓이고 있었습니다. 여러 인공지능 컴퓨터도 이 공개 데이터를 해독하는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최신 인공신경망과 기계학습 기반의 에아는 라마의 신호를 학습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에아는 모두 학습했고, 라마가 보낸 신호에 에아가 유일하게 라마와 마찬가지로 6차원 배열로 이루어진 답을 내놓았습니다. 에아의 신호는 전송되었고, 곧 둘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신호는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인간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에아의 말은 더 알아듣기 어렵게 변했습니다. 라마는 떠나기 직전까지 에아와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았지만 인간은 끝내 직접 라마와 유의미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에아를 통해서도 어떤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 읽은 "모래도시 속 인형들"의 작가인 이경희의 단편도 있어서 반갑게 읽었습니다. 사람을 원자 단위로 분해해서 먼 곳까지 초고속으로 이동시키는 제품을 만든 회사의 CEO 나도영은 대중들 앞에서 직접 시연을 했습니다. 제품은 성공적이었지만 염라국 차사 업무 시행규칙에서 신체의 일부 또는 전부가 분리되어 생명활동이 중단되었기에 사망으로 보고 나도영은 저승세계로 왔답니다. 1초 만에 원래대로 다시 붙였지만 1초 동안 분리되었기에 그 순간에 사망한 것이라는 담당자 말에 납득이 가지 않았고 이의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텔레포트 장치를 사용할 때마다 죽은 것으로 보고 저승 세계로 데리고 와서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사망자들이 수십 명이 됩니다. 재판은 완전히 사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기다리다 보니 어떤 도영이 피 묻은 칼을 들고 오열하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하진의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는 갑자기 점점 줄어드는 지구의 중력으로 인해 지구가 멸망되어 가는 모습을 그린 단편입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고, 원인도 규명하지 못했던 중력이 갑자기 약해집니다. 몸무게가 줄어들고, 바닷물이 하늘로 올라가고, 마찰력도 줄어들어 사고가 빈번해집니다. 그러다 요요처럼 태양 주위를 돌던 지구가 중력이 약해지면서 본래의 공전궤도를 이탈해 우주로 갑니다. 생명가능지대를 벗어나면서 지구 온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대기 속 가벼운 원자는 우주로 날아갑니다. 모든 것을 품었던 중력은 이제 모든 것을 놓아주려 합니다. 더 이상 태양빛은 따스하지 않았으며 공기는 포근하지 않았고 지구는 안락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의 '통역'도 실려있습니다. "저주토끼"를 아직 읽지 못해 궁금하던 차에 이 분의 글을 읽게 되어 더욱 기뻤습니다. 그들은 시간과 차원을 넘어 다니며 계속 이동하는 방식으로 존재했습니다. 이동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했고, 먼 차원일수록, 여러 번 이동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종류의 물질적인 유휴 자원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을 오래전부터 발전시켰습니다. 지구는 유휴자원으로 넘쳐나고 있어서 그들은 지구로 왔습니다. 지구인에게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그들에게는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유휴 자원이라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그들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들의 설계에 따라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계를 만들어내고 그들의 요청에 맞춰 그들이 작업할 수 있도록 쓰레기장 한가운데 공장을 지었습니다. 그들은 기계를 돌렸고 쓰레기를 사라지게 해주었고 그 대가로 쓰레기에서 전환해낸 에너지를 가져갔습니다. 그들 덕분에 지구는, 땅은, 인간은 그만큼 조금씩 더 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한 세대씩 찾아왔고, 이동하기 충분한 에너지를 비축하고 나면 떠났고, 다음 세대가 찾아와서 작업을 이어받았습니다. 주인공 나는 그들의 언어를 배웠고 인간인 공장 사장의 아버지 유령을 없앤 일로 고소가 들어와 통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민족·시대·장르별로 수집한 짧은 명시 또는 명문의 선집을 앤솔러지라 칭하고 보통은 여러 작가의 글 혹은 한 작가의 다양한 글을 모아 펴낸 책을 일컫습니다. 한 권의 책에 여러 작가들의 글을 실었기에 다양한 글을 읽는 재미가 좋고, 한 작가의 단편집은 단편마다 작가의 다양한 세계관에 놀라며 읽게 됩니다. 그런데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는 20인의 작가의 단편을 실었습니다. 10명 이하의 장르 단편집을 읽어보긴 했지만, 이렇게 방대하고 다양한 작가들의 장르 단편집은 처음 접했고, 처음 읽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월간 '현대문학' 2022년 7월 호에 10편, 8월 호에 10편씩 실렸던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2022년 여름 장르 특집 작품들입니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에서도 기획하기 힘든 장르 작가 20명의 글을 한곳에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장르문학상과 여러 작품을 낸 작가들의 최신 작품이라는 사실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한 달에 매일 한 가지씩 먹을 수 있다는 아이스크림 브랜드처럼 매일 다른 느낌의 장르 단편을 읽을 수 있다는 색다른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 단편마다 재미있기에, 이 책을 읽는 즐거운 경험을 누려보길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 - 유물의 표정을 밝히는 보존과학의 세계
신은주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화재 관리학과를 진학하면서 역사 속에 담긴 우리 문화의 실재에 다가간 저자는 졸업 후 박물관에서 보존 처리 업무를 담당하며 '문화재 보존과학'이라는 분야에 빠져들었습니다. 문화재에 담긴 삶과 정신을 과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에 담았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늘 사랑받는 금은 신라에서 황금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1년 경주 '금관총' 금관을 비롯한 황금 유물이 출토되면서부터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대 금관은 14점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중 10점이 한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제품은 고대 사회의 성격과 문화를 규명할 수 있는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습니다. 금제품의 순도를 분석하고 형태와 제작 기법을 연구하면 당시의 기술 수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금으로 만들어진 물건은 사용하다가 본래 기능을 상실하더라도 버리지 않고 녹여서 다른 형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변하지 않는 가치와 희소성으로 인해 금은 꾸준히 사용되었습니다.


1966년 경주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본으로 751년 간행되었습니다. 이 경전은 도굴꾼이 탑 내의 사리함을 노리고 석탑을 들어 올렸으나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습기와 해충 피해로 원형이 많이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이에 1988년 대대적인 보존 처리 후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신라의 목판 인쇄술 기술은 고려로 이어졌습니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가 융성하면서 사찰에서 불교 서적의 간행이 활발해졌습니다. 고종 19년(1232) 몽골의 침략으로 만 권에 달하는 대장경이 모두 불타버리고 국난을 부처의 힘으로 이기고자 다시 대장경을 조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장 16년에 걸쳐 81,258판의 대장경이 조판되었는데 이것이 '팔만대장경'입니다. 팔만대장경은 송과 거란의 대장경을 대조·교정하여 만들어 동양에서 가장 아름답고 오탈자가 거의 없는 완벽한 대장경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의 '장경각' 판전 또한 선조들의 기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습한 대기 환경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건조한 대기 환경에서 수분을 방출하여 목재의 변형을 막게 했습니다. 과거로부터 축적된 목판 인쇄 기술과 금속 공예 기술은 '금속활자'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박물관은 역사적인 사실과 흔적이 담긴 문화유산을 수집하여 연구·보존하고 전시를 통해 이를 알리고 교육하는 기능을 수행해왔습니다.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느끼기보다는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앞에 박물관은 문을 잠시 잠가야 했습니다. 이전에도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과학 기술을 접목한 결과물을 선보이긴 했지만, 반강제적으로 문을 닫게 된 현실에서 박물관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또한 디지털 실감 영상관 등의 실감 콘텐츠, loT를 이용한 방재 시스템, 3D 스캔을 통한 복원과 전시에 힘을 기울이고 있고, 중요무형문화재의 원형을 보존·계승하기 위해 영상물로 제작하거나 장인들의 전시가 공연을 계획하거나 직접 배워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박물관에 있는 문화유산을 보면 역사 순으로 전시되어 있고, 역사도 시대순으로 배웁니다. 하지만 과학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재료가 보입니다.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은 '금속/토기,도자기,유리/목재/지류,직물,회화,벽화,보존환경/석조'로 재료로 구분해서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설명합니다. 문명의 탄생과 발전의 중심에는 '재료'가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이용하는' 삶에서 '만드는' 삶으로의 전환은 미래를 꿈꾸게 하였고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역사서나 문화유산 등을 통해 비어있는 부분을 퍼즐 조각 맞추듯 찾아가는 과정이 '역사'라고 한다면 '보존과학'은 그 과정에서 퍼즐 조각의 진짜 위치를 확인하는 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보존과학은 오랜 시간 먼지 아래 숨어있는 본래의 가치와 의미가 드러나게 하는 분야입니다. 그렇기에 보존과학은 현재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과학 기술과 함께 진일보하기에 미래의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될수록 사라져버린 시간과 공간을 보여주는 보존과학을 통해 문화유산에서 느껴지는 선조들의 생각이 지금의 나와 우리를 이어주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