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 - 유물의 표정을 밝히는 보존과학의 세계
신은주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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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관리학과를 진학하면서 역사 속에 담긴 우리 문화의 실재에 다가간 저자는 졸업 후 박물관에서 보존 처리 업무를 담당하며 '문화재 보존과학'이라는 분야에 빠져들었습니다. 문화재에 담긴 삶과 정신을 과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에 담았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늘 사랑받는 금은 신라에서 황금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1년 경주 '금관총' 금관을 비롯한 황금 유물이 출토되면서부터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대 금관은 14점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중 10점이 한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제품은 고대 사회의 성격과 문화를 규명할 수 있는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습니다. 금제품의 순도를 분석하고 형태와 제작 기법을 연구하면 당시의 기술 수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금으로 만들어진 물건은 사용하다가 본래 기능을 상실하더라도 버리지 않고 녹여서 다른 형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변하지 않는 가치와 희소성으로 인해 금은 꾸준히 사용되었습니다.


1966년 경주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본으로 751년 간행되었습니다. 이 경전은 도굴꾼이 탑 내의 사리함을 노리고 석탑을 들어 올렸으나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습기와 해충 피해로 원형이 많이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이에 1988년 대대적인 보존 처리 후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신라의 목판 인쇄술 기술은 고려로 이어졌습니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가 융성하면서 사찰에서 불교 서적의 간행이 활발해졌습니다. 고종 19년(1232) 몽골의 침략으로 만 권에 달하는 대장경이 모두 불타버리고 국난을 부처의 힘으로 이기고자 다시 대장경을 조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장 16년에 걸쳐 81,258판의 대장경이 조판되었는데 이것이 '팔만대장경'입니다. 팔만대장경은 송과 거란의 대장경을 대조·교정하여 만들어 동양에서 가장 아름답고 오탈자가 거의 없는 완벽한 대장경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의 '장경각' 판전 또한 선조들의 기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습한 대기 환경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건조한 대기 환경에서 수분을 방출하여 목재의 변형을 막게 했습니다. 과거로부터 축적된 목판 인쇄 기술과 금속 공예 기술은 '금속활자'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박물관은 역사적인 사실과 흔적이 담긴 문화유산을 수집하여 연구·보존하고 전시를 통해 이를 알리고 교육하는 기능을 수행해왔습니다.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느끼기보다는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앞에 박물관은 문을 잠시 잠가야 했습니다. 이전에도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과학 기술을 접목한 결과물을 선보이긴 했지만, 반강제적으로 문을 닫게 된 현실에서 박물관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또한 디지털 실감 영상관 등의 실감 콘텐츠, loT를 이용한 방재 시스템, 3D 스캔을 통한 복원과 전시에 힘을 기울이고 있고, 중요무형문화재의 원형을 보존·계승하기 위해 영상물로 제작하거나 장인들의 전시가 공연을 계획하거나 직접 배워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박물관에 있는 문화유산을 보면 역사 순으로 전시되어 있고, 역사도 시대순으로 배웁니다. 하지만 과학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재료가 보입니다.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은 '금속/토기,도자기,유리/목재/지류,직물,회화,벽화,보존환경/석조'로 재료로 구분해서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설명합니다. 문명의 탄생과 발전의 중심에는 '재료'가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이용하는' 삶에서 '만드는' 삶으로의 전환은 미래를 꿈꾸게 하였고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역사서나 문화유산 등을 통해 비어있는 부분을 퍼즐 조각 맞추듯 찾아가는 과정이 '역사'라고 한다면 '보존과학'은 그 과정에서 퍼즐 조각의 진짜 위치를 확인하는 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보존과학은 오랜 시간 먼지 아래 숨어있는 본래의 가치와 의미가 드러나게 하는 분야입니다. 그렇기에 보존과학은 현재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과학 기술과 함께 진일보하기에 미래의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될수록 사라져버린 시간과 공간을 보여주는 보존과학을 통해 문화유산에서 느껴지는 선조들의 생각이 지금의 나와 우리를 이어주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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