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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사람혁명 - 상대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힘
신동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삼국지의 간웅 조조가 현세들어 잘 나가는 기업의 CEO처럼 각광을 받고 있다. 초한지에서는 유방이 장량과 한신의 도움으로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세우고, 삼국지에서는 한나라가 황건적의 난으로 기울어 갈 때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각축을 벌이다 위촉오시대를 만들어간다. 삼국지관련하여 어느 책에서는 천지인에 비유해 땅을 잘 지킨 수성의 손권, 그리고 너그러운 인성의 유비 그리고 조조를 하늘이 내린 인물로 그럴 듯하게 분류해 놓았다.
아울러 저자가 편역한 <난세를 평정하는 중국통치학>에서는 후흑학의 도(道)인 면후심흑(面厚心黑)를 말하며 삼국지의 영웅들을 색다르게 평가한다. 면후심흑이란 "천하의 두꺼운 낯가죽과 천하의 시커먼 속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유비는 낯가죽이 뻔뻔한 면후의 대가로 난관에 봉착할때 마다 사람들을 붙잡고 한바탕 대성통곡하여 패배를 성공으로 바꾸어 놓았고, 조조는 시커먼 속마음을 가진 심흑의 대가로 여백사를 죽인 뒤에 "내가 남에게 버림을 받는니 차라리 내가 먼저 버리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즉 이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얼굴은 온후한 듯 두꺼워야 하고 속마음은 그 누구도 알수 없을만큼 시커먼 면후심흑(面厚心黑)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다른 책에 비하여 비교적 얕고, 본문의 내용은 삼국지의 내용과 시중에 깔린 여타의 전략적인 성공지침서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저 조조의 인물상에 포커스를 맞추었고 현대적 관점에서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들을 열다섯장으로 나누고 사자성어을 함께 곁들여 풀어 놓았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조조의 인재등용정책이 드러난 "제5장 십보방초(十步芳草 열 걸음 안에 아름다운 꽃과 풀이 있다) 인재는 스스로 오지 않는다" 편이었다. 사실 인재가 중요하고 그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는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누구나 절실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말 간쓸개 다내놓고 인재를 얻고 그 인재을 내 수족처럼 믿고 쓰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조조는 현세의 CEO들이 마땅히 본받아야 할 난세의 영웅임에 틀림없다.
본문보다 해설편은 오히려 저자의 색깔과 집필 의도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우리가 흔히 읽는 삼국지는 원대말기 나관중이 <조만전>과 <이동잡어>등을 토대로 쓴 <삼국연의>를 번역한 역사소설이다. 그래서 실제 유비나 조조와는 분명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나관중의 원본이 아닌 청대의 모종강부자가 개정하여 쓴 개정본을 저본(底本)으로 삼은 얼치기 창작 삼국지가 횡행하고 있어 제대로 된 역사상의 인물 조조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삼국지만 읽으며 한 해를 다 보낸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삼국지와 관련된 이 책을 읽으니 다시금 마음 한구석이 아련하다. 왜 구지 현세와서 조조같은 사람이 조명받아야 하는가. 왜 하필 하후씨 조맹덕인가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조조가 득인(得人)의 천재, 용인(用人)의 연금술사이기 때문인가. 내 보기엔 오히려 성공과 출세가 제일 화두가 되어버린 현 세태때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