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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평점 :

*
일단 너무 강렬한 제목이 읽고 싶을 수 밖에 없던 도서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읽어봐야 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부터 쉽지가 않았다. 화장실에 가면 안된다고 그냥 간이식 변기에다가
패드를 깔고 거기서 대변을 보라고 하는데 차마 저자의 어머니는
그러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화를 내기 시작한다.
( 근데 이건 나라도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
가림막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누구든 볼 수 있는 장소에서
대변을 봐야 한다니 너무 수치스러울 듯 ㅠㅠ )
아무리 말해도 병원측에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정 안되겠으면 병원 편의점에
성인용 기저귀를 판매하고 있으니 그걸 사용하시라고 했다고 한다.
별 수 없이 그게 더 낫겠다 싶어서 저자는 달려가서 기저귀를 사오고 채워드리고는
여기다 일을 보라 하자 어머니도 그게 더 낫다 싶었는지 결국 거기다 일을 보셨다고..
냄새가 확 풍기면서 ( 변기는 물이 있어서 그나마 냄새가 덜 나지만 ㅠ 기저귀는 그렇지 않으니 ㅠ )
어머니가 등을 돌렸다고 했는데 자신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설사같은 살짝 묽은 변이라서 진짜 참기 힘들었을텐데 어머니가 정말 필사적으로 참았구나 싶으면서도
성인의 대변을 받아내는건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ㅠㅠ

그리고 요양원에서는 주사를 권하기 시작하는데
무려 4가지 주사를 다 맞으면 1200만원이 나온다고 한다 ㄷㄷㄷ이게 무슨...
단순히 주사만이고 그걸로 무조건 효과를 본다는 보장도 없는데 ;
그리고 의사는 꼭 하나만 맞으라고 하면서 그건 180만원이다 라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상술같아서 나중에 결정하겠다고 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그런데 의사도 살짝 양심에 찔렸는지 강하게 권유는 못하고 그거 하나는 꼭 맞아라.. 하는 식으로
말끝을 흐리는 느낌이였는데 요양원에서 이렇게 주사로 돈을 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거 그냥 '네 해주세요' 했다가
나중에 청구된 비용 보고 왜이렇게 많이 나오냐고 한다는데
뭔가 주사를 맞거나 다른 치료를 할 때는 신중히 알아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심지어 항암치료를 하는 도중에 다른 주사를 맞으면 몸이 더 약해져서 쉽지 않을거 같은데 ㅠㅠ
이건 담당의랑 상의를 해본 다음에 결정해야 할 문제일 듯..
주사가 무조건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고..
그리고 나중에 보면 반말하는 의사 등장하는데 너무 불편했다ㅠ
그니까 뭐 친근함을 표시해서 어르신 환자분들한테 반존대와 섞어 쓰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그냥 무작정 처음부터 끝까지 반말하는 의사는 정말 별로였음..
환자한테도 조용히 하라고 자기 말한다고 하고 ㅠ
계속 장담하지 못한다,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한게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의술로 당신을 일단 급히 살려놨다, 하는 뉘앙스였는데 정말 별로였음.
가족들 다 모아놓고 이랬다 저랬다 사람 마음 졸이게 하는 것도 그렇구..
그리고 또 뒷부분 읽다보니 정말 마음 아팠던 내용은
암환자 보호자와 치매환자 보호자들의 차이점에 대해서였는데
치매환자 보호자들이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 하면서 차라리 암환자 보호자가 낫겠다
라고 표현한 것이 너무 ㅠㅠㅠㅠㅠㅠㅠㅠ 에효...
어째서 치매환자들은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하는 걸까. 기억을 하지 못하더라도
때리거나 막 욕설을 하거나 이런 거 때문에 보호자들이 진짜 힘들어 한다고 한다.. ㅠㅠ
여기서도 어머니가 막 따님한테 욕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너무 무서웠음 ㅠ
자꾸 ' 너 나 여기서 안 꺼내주면 여기서 나 죽는다 ' 협박하는 부분도 그렇고
치매 환자들이 자주 하는 협박 중 하나라는데 그래도 저걸 직접적으로 들으면
아무리 자식이래도 마음이 편할 수가 있나 ㅠㅠ
또 오빠가 어머니 간병하다가 나 못하겠다 하는 부분도 너무 화나고..
저자도 자기 애가 아프고 남편도 휴가를 못 내는 상황에서 애기를 돌봐야 하는데
간병인도 안 구하고 일단 못하겠다 하심 어케요!!!
일단 간병인부터 구한 다음에 못한다 하셔야지
그 부분 너무 당황스러웠음 ㅡㅡ 어릴땐 아들이라고 오냐오냐 키워놨더니만!!!
간병인들도 막 갑자기 못하겠다 하고 그냥 돈 더 얹어달라고 하고 좀 그러긴 했음..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알긴 하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
뭔가 자식들의 죄책감을 이용해서 돈을 그냥 더 받으려는 느낌이 좀 들긴 했다..

그리고 책 맨 뒤에 보면 어머니가 쓰신 글이 실려져 있는데 이 부분도 좀 슬펐음 ㅠㅠ...
특히 저자의 어머니가 수술 후 집에서 화장실에서 넘어져서
머리가 찢어져서 피가 철철 흘러가지고.. 한밤중에 택시를 잡았는데 기사님이
응급실까지 인계해주고 돈 안받고 그냥 가셨다고 하는데
그 때 이 기사님이 이 책을 꼭 보셨으면 좋겠다 싶었다. ㅠㅠ 정말 고마우신 분이다..
복 받으셨으면 ㅠㅠ
암튼 읽고 나면 여러모로 기분이 착잡해지는 도서다.
저자의 마음도 이해가 너무나 가고.. 에효 여튼 돈도 최고지만 건강이 더 최고다 싶었던..
자식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도서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암이나 치매환자가 된다면 나에게 닥칠 일이라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시는 것두..
* 리앤프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