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을 하는 과정에 극도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분과 면담을 하였다. 개별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책임이 있는 분들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말하고 싶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한참을 이야기를 나눴고 언제나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쌓였던 오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자리를 그만 파하기보다는 다른 분들은 모두 나가게 한 뒤 상처를 받았던 그분과 잠시 같이 있기로 하였다. 그분에게 따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그분이 혼자 어딘가에서 우시기보다는 곁에 누군가 있는 자리에서 마음 속 울분과 울음을 흘리시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오해가 어느 정도 풀렸다 하더라도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을 터, 마음에 울음이 가득했을 터였기에.내가 처음 여기에 보직을 맡았을 때는 기관의 발전을 위해 굉장히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았고 그런 것들을 엄정하고 체계적으로 펼쳐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군가 마음에 울음이 가득했을 때 그의 곁에 있어주는 것, 그가 홀로 눈물 흘리지 않도록 같이 자리해 주는 것이 보직자가 해야 할 굉장히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런 깨달음은 보직을 마무리할 때서야 찾아오게 된다.이 책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눈물을 많이 흘렸기 때문이었다. 이 책이 내가 눈물을 흘릴 때 곁에 있어 주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용기를 주었기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고 나를 부끄럽게 했기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의 벅참을 주었기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눈물을 맘껏 흘릴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이다.그렇다. 침묵이 나를 지켜주지 않기에 말하여야 하며그가 깬 침묵이 그토록 어려운 걸 알기에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것이다.
1. 오랜 걸음에서 만난 벤치에서처럼 이 문장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읽기를 멈추고 말이지요. ˝인쇄된 말은 식량이지.˝ 마리뉘스의 말이다. (중략) 야코프는 에노모토 승정과 만났을 때 승정이 던졌던 질문에 대해 생각한다. ˝선생님은 영혼의 존재를 믿으십니까?˝ 마리뉘스가 심원하고 불가해한 답을 준비하고, 사무원도 그런 답을 기대한다. ˝믿네.˝ ˝그럼 어디에......˝ 야코프는 경건하면서 불경스러운 해골을 가리킨다. ˝....... 그것이 있습니까?˝ ˝영혼은 동사라네.˝ 그가 불 켜진 양초를 촛대에 꽂는다. ˝명사가 아니고.˝ <258-260쪽>2. 김은숙 작가가 <미스터 션샤인>을 만들기 전 이 소설을 읽었으리라는 상상을 합니다. 물론 상상일 뿐 가능성은 희박하지요. 이 책은 이제 번역되었을 뿐입니다. 원작은 2011년에 나왔고요. 3. 1권과 2권 두께의 불균형은 불편하네요. 두꺼운 책을 오래 들고 있는 것도 (이제는) 힘이 들고요. 하지만 마음의 깊이는 책이 가벼워질수록 깊어가는 듯합니다.4. 신형철 평론가의 꿈처럼 정확하고 그래서 마음을 울리는 칭찬은 힘이 듭니다. 제 마음은 진정한데 저의 말은 지지하여 저 멀리 있네요.
아직 책을 읽지 못했으나 제목만으로도 만점을 주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상상하는 그 이야기가 담겨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간결한 단문으로 담아내는 우리 삶과 문장에 깊이가 있다고 이미 마음에 자리를 잡은 작가 분이다.그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마른 내 마음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