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 아웃사이더
오드리 로드 지음, 주해연.박미선 옮김 / 후마니타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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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을 하는 과정에 극도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분과 면담을 하였다. 개별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책임이 있는 분들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말하고 싶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한참을 이야기를 나눴고 언제나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쌓였던 오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자리를 그만 파하기보다는 다른 분들은 모두 나가게 한 뒤 상처를 받았던 그분과 잠시 같이 있기로 하였다. 그분에게 따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그분이 혼자 어딘가에서 우시기보다는 곁에 누군가 있는 자리에서 마음 속 울분과 울음을 흘리시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오해가 어느 정도 풀렸다 하더라도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을 터, 마음에 울음이 가득했을 터였기에.

내가 처음 여기에 보직을 맡았을 때는 기관의 발전을 위해 굉장히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았고 그런 것들을 엄정하고 체계적으로 펼쳐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군가 마음에 울음이 가득했을 때 그의 곁에 있어주는 것, 그가 홀로 눈물 흘리지 않도록 같이 자리해 주는 것이 보직자가 해야 할 굉장히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런 깨달음은 보직을 마무리할 때서야 찾아오게 된다.

이 책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눈물을 많이 흘렸기 때문이었다. 이 책이 내가 눈물을 흘릴 때 곁에 있어 주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용기를 주었기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고 나를 부끄럽게 했기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의 벅참을 주었기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눈물을 맘껏 흘릴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침묵이 나를 지켜주지 않기에 말하여야 하며
그가 깬 침묵이 그토록 어려운 걸 알기에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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