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독서 바이블 - 아이의 미래, 독서력이 좌우한다
구근회.김성현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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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독서지도를 배운 지 10년이 훌쩍 넘어가고, 아이들을 실제 지도해보기도 했지만 독서 교육은 늘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정답인 것 같다가도 아닌 경우가 생기고, 저것이 맞는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결국은 이것이 정답이라며 내스타일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아이에 맞춰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책을 읽을 때는 명쾌하게 정리되었던 것이 막상 적용하려고 하면 우왕좌왕 어렵고 힘들기만 한 것이 바로 독서 지도요, 독서 교육인 것 같다. 그렇게 매뉴얼대로 지도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독서가 왜 중요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것인가하는 기준은 필요할 것이다. 이 책 [초등 독서 바이블]은 독서 교육을 할 때 있어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하는 명확한 목표와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독서 습관, 책을 읽는 힘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 힘을 발휘하고, 대학 입시는 물론, 사회에 나와서 평생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핵심적인 능력이다. 그렇게 중요함에도 많은 아이들이 '독서'하는데 장애를 느끼며, 즐기는 것을 어려워하고, 심지어 싫어하기까지 한다. 이유도 다양하고, 원인도 갖가지이지만 실은 '습관'이 되어 있지 않고, 거슬러 올라가면 부모가 독서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았고, 책에 대한 즐거운 경험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초등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를 진단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을 즐길 수 있고,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독서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를 해주고 있다. 알면서도 미뤄왔던 '독서'가 왜 중요한 지 구체적인 증거를 들어 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독서법을 소개하면서 자신에게 알맞는 독서법의 모델을 제시한다. 그리고 학년별 중점을 두어야 할 독서의 포인트에 대한 안내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교육현장에서 숱하게 만나왔던 엄마들의 고민들 중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사례별 독서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법도 제시한다. 또한 학부모라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것이 바로 제 4장 공부력을 높이는 과목별 독서전략이다. 부제가 더 마음을 끌 수도 있겠다. '성적을 올리는 독서전략'!! 이 장에서는 과목별로 공부에 도움이 되는 독서전략을 소개해주고 있으며, 더불어 도움이 되는 독서 목록도 제시해준다.
 
 
마지막장에는 독서하면 떠오르는 것, 아이들이 독서를 가장 싫어하는 이유 1순위! 바로 독후활동에 대한 전략이 소개된다. 책만 읽으면 안 읽은 것보다야 낫겠지만, 책을 읽고 기록을 하거나 토론을 한 것에 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때의 효과는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 심지어 읽었는 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중요하지만, 어려운 독후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는 초등맘들이 쉽게 적용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독후 활동을 안내한다. 책에 따라 독후활동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책들에 어떤 독후 활동을 해야 하는 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니 모두 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중에 부담없이 한 두 가지만 선택해서 해보면서 차츰 횟수를 늘려가는 것이 독후 활동에 대한 공포를 줄이고 마음의 벽을 만들 지 않는 방법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도 그렇지만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독서를 한 후에 토론을 해보는 것이다. 읽고, 쓰고, 말해보는 활동까지 해본다면 같은 책에 대한 다른 사람의 관점까지 접할 수 있어 책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토론을 가정에서 적용해보기에는 마음의 부담이 클 수 있다. 형식을 갖춘 토론이 좋긴 하겠지만 처음에는 그냥 책의 인물의 행동이나 사건 등에 대해 각자의 생각이나 경험을 나누는 정도로 시작해 본다. 몇 번 해보다 보면 좀더 발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고, 논제를 정해서 찬반으로 나누어 토론 해보는 것까지 발전 시켜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의 토론은 나도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해보면 별 것이 아닌데 시작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린다. 마음의 부담을 줄이고, 그냥 아이들과 공통된 책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마침, 방학도 되었고 하니 이참에 시작해봐야겠다. 워낙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주고, 같이 읽고 해서 책을 두 아이 모두 좋아라 하지만 요근래는 서로 읽은 책이 달라서 공통된 얘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 이번 휴가에는 캠핑을 가기로 했으니 책 두어 권을 들고 가서 함께 읽고, 모닥불에 둘러 앉아 가볍게 시작해봐야겠다. 이것이 진정한 독서 바캉스가 아닐까 싶다..ㅎㅎ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의 제목은 '부모가 물려줄 최고의 유산, 독서습관'이다. 독서 습관을 들여주고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맞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때 이 책을 만났고, 적어도 잘못하고 있지는 않구나 하는 안심이 되었다. 아직 못하고 있는 것이 많긴 하지만 '독서'에 대한 믿음과 확신도 얻었다. 초등 과정에는 '수학'과 '독서' 두 과목 뿐이라는 저자의 통쾌한 정리에 격하게 공감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독서에 투자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금 해본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독서는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명심하자. 독서교육은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물이 그대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콩나물은 자란다. 부모가 아이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고, 책과 관련된 여러 할동을 해도 당장 성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아이는 분명 커 나가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자년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올바른 독서습관이다."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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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정돈은 나의 힘 - 나는 나를 사랑해요 명주어린이 3
방정환 지음, 정효정 그림, 조선미 감수 / 명주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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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어지르고 늘어 놓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였다. 오히려 늘어 놓지 않으면 이상하고, 아픈가 생각할 정도였으니 집 안은 365일 늘 폭탄 맞은 직후처럼 정신이 없었다. 함께 놀이처럼 정리해보는 것도 잠시 잠깐 돌아서면 다시 집안은 쑥대밭이 된다. 두 살 터울의 자매다 보니 친구처럼 아이들은 늘 놀이를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만들어갔다. 특히 일을 하였던 엄마였기에 둘이 노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많았고,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를 창조해가면서 친구처럼 참 재미있게도 놀았었다. 
 
하나의 놀이가 끝나고, 정리한 후에 다른 놀잇감을 가져와 놀면 참 좋으련만, 그건 엄마의 생각일 뿐이고,,, 아이들은 생각이 나는 대로 놀이 속으로 들어가 버리니 정리는 언제나 늘 뒷전이었다. 그럼에도 집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보채지 않고, 저희끼리 그렇게 재미나게 놀아주니 나는 오히려 감사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제 스스로 놀이와 정리를 구분할 나이가 될 무렵부터는 아이들에게 정리에 대한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출근직으로 바뀐 후에는 회사 다녀와서 집이 조금만 어지러져 있어도 일단 화부터 내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 늘어놓은 것은 물론이고, 가족이 늘어 놓은 것도 정리할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이 되었는데 여전히 늘어놓기에만 바쁠 때면 앞뒤 안가리고 버럭 화부터 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정리의 세계로 들어와 차근차근 몸에 익힐 수 있는 훈련을 마땅히 시켜준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어느 순간 내 생각처럼 아이들의 생각도 자랐겠지 생각하고, 기대에 못 미치면 당연한 것도 안하는 것 같은 생각에 화부터 내지 않았나 싶다.
 
 
이 책 [정리 정돈은 나의 힘]을 읽으면서 꾸준하게 습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에 미안함이 밀려 왔다. 직장일이 불규칙하다 보니 나 역시 청소와 정리가 불규칙했던 것 같고, 아빠 역시 바쁘다 보니 정리가 되어 있을 때보다 되어 있지 않았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책에서 먼저 부모님이 모범을 보이라고 할 때는 상당히 뜨끔했다. 지금은 커서 어린 아이처럼 늘어 놓지는 않지만, 직장일에 지쳐 힘들고 피곤할 때면 정리고 청소고 뒤로 미루고 일단 쉬고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는 아이들이 좀더 바빠진 엄마를 알기에, 그리고 몇 번 버럭 불같이 화낸 엄마의 전적 때문에 같이 쓰는 공간은 엄마가 퇴근 전에 정리를 해놓으려고 애를 쓰지만 정리는 아직 미숙하기만 하다.
 
언젠가 청소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청소'는 단순히 깨끗해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TV에서 다큐멘터리로도 방영되기도 했었는데 그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청소와 일맥상통하는 '정리 정돈' 역시 단순히 깔끔하고 깨끗한 것 이상의 힘이 있을 것이다.
 
 
역시나 이 책에서도 '정리정돈'의 힘, 효과에 대해서 상당히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설명을 하고 있다. 주변 정리를 잘 하게 되면 그 습관이 노트 정리나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 능력으로 연결되고, 결국 공부도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이를 증명해보여주고 있다.
 
 
 
정리 정돈이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는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일 뿐 누구나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면서 정리정돈을 할 수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정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배우고(학교에서는 오히려 집에서와는 다르게 더 잘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도 있으니 모르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몸에 익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고, 습관이 되기까지 힘들기 때문에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정리해라'라고 화를 내봐야 아이들 머리가 커갈수록 잔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계속 정리를 해주는 것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조차 빼앗는 일일 것이다.
아이들 방이, 책상이 어질러져 발 디딜 틈이 없다면, 큰 소리를 내는 대신 이 책을 함께 읽고 얘기를 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분명 왜 엄마가 이 책을 권했는 지 이해하고 있을 것이고, 읽으면서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더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모른 체 하고 있으니 아이들은 알아서 슬슬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저자가 얘기한 것처럼 작은 변화에도 기꺼이 칭찬해주고, 깜짝 놀라도 주고, 감동도 해주니 당연한 걸 왜그러나 하면서도 으쓱해한다. 이제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습관을 들이는 일만 남았다. 작심 3일을 7번 하면 제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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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사기를 당하다 탐 철학 소설 4
김종옥 지음 / 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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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랜만에 시내에 있는 대형 서점을 찾았었다. 인문학 열풍의 뜨거운 열기는 아직도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었다. 특히나 한 켠 벽을 가득 메운 새로 출간된 청소년 대상의 철학 도서들을 보면서 이러한 관심이 한 때의 유행이 아닌 당연히 거처야 할 성장의 과정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봤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책들을 둘러 보는데 반가운 책이 눈에 띄었다. 바로 [장자, 사기를 당하다]를 포함한 [탐 철학 소설] 시리즈였다. 공자, 퇴계, 루소, 장자 등 동서양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설로 읽을 수 있다고 해서 흥미를 가지고 읽고 있는 중이었는데 서점에서 시리즈 책들을 발견하니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기 그지 없었다. [공자, 지하철을 타다], [퇴계, 달중이를 만나다], [루소, 학교에 가다], [장자, 사기를 당하다], [아인슈타인, 시간 여행을 떠나다], [푸코, 감옥에 가다]와 같이 호기심을 유발하는 재미있는 제목과 표지는 딱딱하고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는 철학을 한결 친근하게 다가오게 한다.
 
그 중에서 가장 궁금증과 호기심이 드는 것이 바로 이 책 [장자, 사기를 당하다]였다. 서양 철학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동양 철학 역시 어려워 '장자'라는 인물이나 사상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그런데 중국의 최고 사상가라고 손꼽히는 사상가가 사기를 당하다니...참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궁금함을 못 참고 책을 받자 마자 읽어 내려 갔다. 이야기를 읽을 때는 술술 넘어가지만 장자가 설명하는 장자의 사상을 이야기할 때면 몇 번을 거듭 읽고, 곱씹어 봐야 겨우 이해가 될 듯 말 듯 하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있으니 어떠한 상황 속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것을 장자는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내는 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동양 사상하면 공자와 맹자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은 노자와 장자의 책이 더 해석하기 쉽지 않아서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한다. 전자가 직설적으로 쓰여서 그대로 이해가 되는 반면, 후자는 비유와 함축이 많아서 읽어도 무슨 뜻인지 알기가 어렵다고 한다. 논어와 맹자도 어려운데 하물며 학자들도 어려운 장자의 책과 사상이 내게 쉬울 리가 없다.
 
이야기 속에는 나처럼 분명 한국말임에도 외국말처럼 들리는 이해의 어려움을 느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들인데, 한국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느끼는 답답한 심정과  사상의 거대한 벽 앞에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 느껴지는 갑갑한 심정이 아마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반복해서 보고, 읽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가 올 것이다. 한국말도 서툰 외국인 노동자들은 장자의 이야기를 어느덧 제 입으로 옮길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이해하고 내뱉는 것이 아니라 내뱉고 곱씹다 보면 어느 순간인가 자기 것이 될 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강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고전의 힘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청소년을 위한 철학, 고전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직업상 필요하기도 하지만 요즘 최대의 관심 분야이기에 기회가 닿는 대로 읽고 있는 중이다. 청소년 대상의 책이라고는 해도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조금 힘들고 어려운 책들도 꽤 있다. 아무리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 쓴다고 해도 기본적인 지식이나 개념은 어쩔 수 없이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어려운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그럼에도 최근에 읽은 철학책 중에는 가장 쉽고, 또 재미있었다. 시대적 배경이 현대이고, 주인공인 장자를 비롯해 장자의 책 속에서도 등장하는 혜시는 물론이고, 공자와 맹자, 양주, 묵적까지 동양 철학의 사상가들이 총동원되어 이야기를 펼치니 신기하고 재미있으며, 작가의 상상력에 웃음이 절로 나오게 된다. 가공한 사건 속에서 끄집어 낸 장자의 사상은 <장자>에서 주장한 원문의 내용을 훨씬 더 이해하기 쉽게 해준다. 이것이 스토리가 갖는 힘일 듯 싶다.
 
<장자> 역시 에피소드 위주로 되어 있다고는 하나 읽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퓨전형식으로 현대의 상황 속에서 장자의 사상을 접함으로써 그의 사상이 비로서 내 상황으로 적용이 되고, 내 것이 되는 것 같다. 실제로 '죽음'에 관한 대목을 읽은 후에는 현실적인 슬픔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으며, '사랑'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에는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깨닫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의 삶은 소중해. 다만 백 년 미만 동안 인연을 맺는 자기 삶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더 큰 것, 더 넓은 것, 더 오랜 것, 더 영원한 것을 잊는다 이 말일세. 어느 순간도 특별하지 않은 순간이 없지만, 어느 순간만 특별한 것은 아니야. 우연한 한 순간에 맺혀 있는 것에 너무 집착하면 눈멀고, 귀먹고, 감각도 삐뚤어지고, 생각도 삐뚤어지는 법이라네. 자꾸 좁아지는 것이지." ---p. 159
 
"그러나 죽는 이의 입장에서 보자고. 죽은 다음에도 죽은 이에게 슬픔이 계속 이어지는가? 그럴리가 없지. 죽는 순간에 이미 모든 슬픔과 분노에서 해방되어 버리는 거야. 그렇다면 슬프고 분한 것은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 그의 육체에 잠시 머무는 감정이라는 말이 되지. 태어나기 이전과 죽음 이후에는 슬픔도 즐거움도 없어. 그러니 우리가 슬피 우는 것은 죽은 이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말일세. 단지 그와 헤어진 우리 마음이 아쉬워 우는 거지. 그러니 우리 마음은 우리가 추스르면 되는 거고, 죽은 이는 원래의 큰 흐름 속으로 다시 돌아가 쉬면 되는 거야. 이미 슬픔이 없는 사람을 위해 슬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네." ---p.160
 
"진짜로 아랫동네 순이가 좋은 돌이는 순이가 좋은 건가, 순이를 차지하고 싶은 건가? 순이가 좋다면 절대 순이를 차지하려고 하면 안 돼. 순이를 가지고, 순이를 자기 맘대로 만들고, 순이가 자기만 바라보게 하고 싶겠지. 그건 순이를 좋아하는 게 아냐. 순이를 가진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거지. 순이가 정말 좋으면, 자기가 순이가 되어야 하는 거야. 돌이가 순이가 되어야 하는 거라고. 그게 진짜로 좋아하는 거야." ---p.176
 
가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할 때면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 헷갈리 때가 있다. 공부해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하는 코치나 명령은 실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로 자라게 하기 위한 소유욕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을 때 '장자'의 사상이 나의 욕심을 확연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장자'는 말한다. '나'라는 경계를 허물고, '나'를 위주로 판단하는 고집을 버리면 곧 자연과 하나가 되어 편안하고 여유로워 진다고. 그게 바로 그가 주장하는 '도(道)'의 세계라고.
 
내가 '나'인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처럼 타인 역시 '타인'의 본성으로 살아가야 한다. 내가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 기준으로 만들 수도 없는 것이다. 문득, 그 어리석은 기준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이 아닐까, 그로 인해 또 나 역시 무수한 상처를 받고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쉽진 않겠지만 좀더 자유롭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속 '장주'처럼 버리고 비워내기 위해서 훌쩍 떠날 수는 없지만, 집착을 버리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비슷한 '마음의 자유'가 느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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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능 100점 올리기 - 꿈을 이루는 180일의 기적
윤태황 지음 / 한언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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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는 고사하고 초등 4학년 성적이 대학을 결정한다는 초등 4학년 결정론이 신드롬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다. 아니 지금도 현재 진행형일 수도 있겠다. 초등 고학년이면 학습 태도와 그동안의 학습 결과, 독서의 양에 따라 성적이 정착되어 가는 시기이다 보니 아이들의 시험 성적에 민감할 수 밖에 없기에 이러한 주장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고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한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이 아이들의 공부 성향이나, 가능성, 의지, 동기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아이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가능성, 달란트도 언제, 어디서 발휘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경우를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잠재성과 가능성을 애초에 닫아 버리는 위험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맨날 뛰어 놀기만 하고, 게임에만 몰두하며, 책 한 줄 읽지 않던 아이가 어느 순간 공부의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일은 없다. 설사 강한 동기로 결심을 했다고 하더라도 숱한 고비고비를 넘기며 참아내는 의지와 끈기가 있어야 그러한 반전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그 사막과 같은 길을 끝없이 걸어서 결국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증언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에 늦은 때는 없다!"
단지, 늦게 시작할 수록 더 많이 힘들고, 더 많은 끈기와 인내가 필요할 뿐....
 
아무리 그렇더라도 초등 고학년도 아니고, 중학생도 아닌 고3이라면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이 책 [고3 수능 100점 올리기]의 저자는 고3 마저도 결코 늦지 않았음을 경험으로 증언하고 있다. 물론, 책을 읽어 보면 저자의 고3 때 성적이 뒤에서 세는 것이 빠를 정도거나, 바닥을 기거나 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원점수 260점에서 출발했으니 그래도 4년제 대학을 갈 정도의 성적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학은 포기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점프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소위 수포자들보다는 훨씬 컸다라고 생각된다. 반면, 저자는 언어영역이 외국어처럼 느껴지는 수준이었으니 그역시 쉽지 않은 길이었던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만 하위권에서 중위권을 오르는 것보다 중위권에서 상위권을 오르기가 더 힘들다. 빨래의 물을 짤 때 처음에는 많은 물이 나오지만 가면 갈수록 물이 줄어드는 것처럼,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오르는 것은 나오지 않은 물을 계속 짜주어야 하는 것과 같이 지리한 싸움일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는 계속 제자리를 맴돌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 대부분은 낙담하고 포기하고 만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중위권 학생이 중상, 중하를 포함하면 거의 고3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대부분의 학생이 현재 고민하고 있는 고민 거리를 저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확실하게 풀어주는 해법서이다.
 
이 책의 특징은 우선 분명한 목표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180일 동안 딱 100점을 올리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다. 더 열심히 해서 더 오르면 더 없이 좋을 터이지만 100점의 구체적인 목표는 힘들어보이지만 불가능해보이지 않고, 도전해볼 만하게 한다. 100점이라는 점수는 저자 자신이 학창 시절에 세웠던 목표였다. 저자도 달성했으니 불가능한 기적의 점수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물론 책 속 가상의 주인공처럼 조금 모자라게 마무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96점인들 작은 점수이겠는가. 충분히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점수이다. 물론 매니저가 최단 기간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해주고, 힘들 때는 다독여주며 함께 동행해주긴 했으나 스스로 그 힘든 과정을 돌파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과 함께, 그렇게 공부에 몰입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에 저자의 말대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슨 일을 하든 그 경험은 큰 자산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것이 중요하다. 자신 안에 있는 에너지를 모두 모아서 다 쏟아 부었다는 것. 그러한 경험은 다른 어떤 일을 할 때도 다시 그 몰입의 상태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실패를 했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실패'와 그렇지 못한 '실패'는 질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그 다음의 결과는 분명 180도 차이를 보일 것이다. 
 
 
저자는 '100점'이라는 목표에 이러한 성장의 과정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학습매니저로서의 경험을 살려 '희진'이라는 가상의 학생(물론 아주 현실적인)을 설정하여, 이 학생이 어떻게 100점을 올리는가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함께 따라 해볼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는 저자의 상황과 비슷하다. 아마도 저자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면 개인적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워 여러 상황을 함께 보여 주며,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가상의 인물을 만든 것 같다. 암튼, 이 희진이의 180일의 도전 과정을 보면서 '100점'이 결코 쉬운 점수가 아님을, '180일'이 짧은 시간이 아님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음에 공감할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이 책을 읽고 100점 올리기에 도전할 독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영역별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현직 학습매니저로서 근무하고 있기에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 취약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한 처방이 명확하고 확실하다. 아무리 공부해도 수학이 5등급이 나오는 이유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 때 보면 좋을 문제집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는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문제집과 참고서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왜 이것을 봐야 하는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설명을 해줌으로써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를 쉽게 알 수 있게 해준다. 현장 경험이 많은 저자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이들의 치명적인 약점들'이나 '공부하다 힘들 때 열어보는 5종 상담 세트'와 같이 상위권 도약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핵심 요소들을 짚어주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간결하면서도 유용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과연 나는 이렇게 열정적으로 공부를 해 본 적이 있던가. 많은 아쉬움들이 묻어난다. 그래서 한 번쯤 이렇게 자신을 던져서 공부를 해볼 수 있는 기회 앞에 서 있는 고3이 살짝 부러워지기도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학생이기에, 젊기에, 한 번쯤은 온 몸의 에너지를 집중해 도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에게야 이 책이 너무 늦어 아쉽지만, 아직 시간이 있는 딸들을 생각하면 빨리 읽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직 수능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딸들의 책상 위에 슬며시 올려 놓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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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시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다
권희정 지음 / 꿈결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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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다'

제목부터 질문으로 시작한 이 책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부제이다.
 
책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있지만 과연 어떤 책을 것인가 하는 것이 늘 고민이다. 좀더 지식과 사고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책을 과감하게 들었다가도 몇 장을 넘기기가 힘들어 결국 쉽고 편한 책, 현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들로 옮겨가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서는 또다시 갈증으로 읽어야 할 책들 앞에서 서성이곤 한다.
학창 시절에도 책을 좋아는 했었지만 제대로 깊게 읽어본 적이 없었던 지라 제대로 된 독서에 대한 미련과 컴플렉스는 끊임없이 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책을 그냥 즐기면 되는 것 아닌가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고전이라서가 아니라 이 책에서 저자가 얘기한, '되새기고 곱씹을수록 의미가 증폭되는 고전의 위력'을 제대로 한 번이라도 느껴보고 싶은 갈망 때문에 오늘도 난 여전히 책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나처럼 책을 읽고는 싶으나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모르는 초보 독자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 지, 어떤 점을 주의 깊게 읽어야 하는 지, 지금 우리에게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 지 간결하지만 핵심적으로 전달해주고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서 그런 지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주고 있어, 이해하기 까다로운 사회, 철학, 과학, 역사 속의 개념들에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 청소년을 대상의 '고교평설'에서 기고했던 글을 모아서 출간했다고 하니 분명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쓴 글이지만 나처럼 초보 독서가에게도 안성맞춤의 책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책을 소개하는 책도 상당히 많이 출간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책들 중에 몇몇 책들은 직접 읽어 보기도 했다. 그런 책들이 보통 청소년에게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 책은 읽을 책을 소개하는 게 주 목적이 아닌 것이 사뭇 차이가 난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36권의 책을 모두 읽어 보면 좋겠지만 저자는 적어도 그 책들을 읽지 않더라도 그 책이 왜 쓰여졌고, 책의 저자는 어떠한 고민을 했으며, 어떤 노력들을 했는 지를 함께 고민하면서 저자와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얘기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소개된 책을 읽고 지식을 채우고, 허영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살았던 시대에 저자가 했던 고민과 질문이 무엇이었는 지, 저자가 답을 찾아 가는 과정을 함께 하고 교류하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과 부제를 비롯 각 챕터와 각 장의 제목들이 모두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환경과 미래', '인간', '철학 윤리', '역사', '정치와 사회', '과학과 문명' 각 영역을 나눠서 우리가 사유하고 고민해 봐야 할 문제들을 과거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들이 남긴 책을 통해 살펴보고, 지금의 시대를 비춰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소개된 책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어떠한 질문을 했는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사유해봐야 할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변화 속도를 어떻게 따라갈까?'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참된 가치관은 무엇인가?'
'일은 반드시 힘들고 고통스러워야 할까?'
'역사가 예술을 만드는가, 예술이 역사를 만드는가?'
'과학의 새로운 발견은 역사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국가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은 무엇인가?'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모습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인가?'
'비과학적인 것은 모두가 미개한 것인가?'
 
등과 같은 질문들을 던진 책을 소개한다. 이러한 질문은 과거 저자들이 살던 시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질문들이다. 그러기에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각 시대마다 구한 '답'은 다를 수 있으나 그에 대한 고민을 하게 했던 '질문'은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삶과 시대를 간파할 수 있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사유의 폭을 넓히는 것이 '독서'의 일차적인 목표이고, 이 책에서는 그런 질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것에 앞서, 저자는 무엇을 고민하고 '질문'했는가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의 표지 중 띠지에 가려져 있는 부분에 이렇게 쓰여져 있다.
 
 
"그들은 자신이 마주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들을 썼다."
 
저자는 정해진 분량으로 글을 쓰다 보니 한 권을 소개하는 호흡이 길지 않다. 그래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또한 글의 시작은 늘 수필처럼 가볍게 우리의 일상과 연계해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리고 말미는 책이 갖는 의미와 지금에 적용해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들에 대해 정리를 하며 마무리를 한다.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관점이 들어갔을 수도 있으나, 어렵고 방대한 책에 대한 가이드와 지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힘들지만 한 번쯤 읽어 봐야겠다는 용기를 주기도 하며 멀게만 느껴졌던 고전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쓴 <명상록>이다. 이 책은 로마의 전성기 끝자락에 왕으로 기울어가기 시작하는 나라를 보며 긴장과 고통의 삶 속에서 처절하게 기록한 자기 성찰의 증언록이라고 한다. 학창 시절 잠시 배운 기억은 있지만, 어떻게 쓰여진 책인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니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그래서 이제는 이런 옛 선현들의 말이 심장 깊숙히 박히는 것 같다.
 
"잠시 머물다 가버리는 것은 만물의 공통된 운명이다. 그런데도 당신은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일은 추구하고 어떤 일은 회피하려 하는구나. 잠시 후 당신은 눈을 감게 되리라. 그리하여 당신을 무덤으로 메고 갔던 사람들도 곧 무덤에 묻혀 남의 눈물을 흘리게 하리라." [명상록] 10장-34 --- p. 287 
 
"<명상록>은 타인에게 강요하는 훈계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수양하는 훌륭한 지침서로 꼽히고 있다. 그는 국민의 행복을 통치의 제일 목표로 삼은 보기 드문 황제였고, 우주의 이법과 섭리에 따라 자신의 이성을 유지하고 인격을 고양시켰던 훌륭한 철학자였다." --- p.288
 
각 장마다 첫 페이지에는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고, 풍부한 그림과 사진으로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눈에 띄는 장점이다. 또한 책의 소개가 끝난 각 장의 끝에는 저자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함께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도 소개하고 있어, 확장된 독서가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모든 책을 다 읽겠다는 무리한 계획 보다는 관심 분야를 정해서 책을 읽으면서 깊이 있게 확장을 시켜보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이 될 것이다.
 



아직 저자가 소개한 책들을 제대로 읽어 본 책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빈약하기만 하지만, 이 책 한 권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철학 선생님을 옆에 모셔 둔 것처럼 든든하기만 하다. 급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면 될 터이다. 중국 속담에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춰있는 것을 두려워 해라."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고전읽기! 늦더라도 꾸준히 천천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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