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 읽어보셨나요? 만화로 읽는 세계문학 1
솔다드 브라비 그림, 파스칼 프레이 글, 최내경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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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집에는 '세계문학전집'과 '한국문학전집'이 있었다.

엄마가 판매사원에게 속아 잘못 구입하시긴 했지만

거실 책장을 한가득 메웠던 그 책들은

나를 문학의 세계로 안내해주었던 안내자 같은 책이었다.

읽으면 읽은대로, 읽지 못하면 못하는대로

계속 나에게 얘기를 걸어 주었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꺼운 양장본으로 2권이나 되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읽기에 도전을 했다. 

처음 세로쓰기를 읽을 때는 집중도 되지 않고

속도도 잘 나지 않았으나

본격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다 보니

시간을 잊고, 책의 두께, 세로쓰기 모두를 잊어 버리고

오로지 책 속에 몰입하게 되었다. 

친구들과의 약속도  잊을만큼

이야기 속에 깊이 빠져 앉으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문학이라는 거대한 세계의 즐거움에 푹 빠졌었다.

지금도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이나

내 인생의 책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서슴없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꼽는다.

지금은 인종차별 등의 문제로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그 책은 나의 학창시절 책의 즐거움을

본격적으로 알게 해준 책이었다.  

2권도 너끈히 읽은 희열과 감동은

다른 책들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기도 했다.

 이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세계문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지금까지도

사실상 손에서 놓은 상태였다.

읽으려는 마음은 늘 한구석에 있지만

우선 순위에서는 밀리곤 한다.


나이가 들고 그때 읽었던 책들을 보면

전혀 다른 부분이 보이기도 하고

그때는 전혀 깨닫지 못했던 삶의 관점에서 읽게 된다.

아마도 지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 알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올 것 같다.

그때 실패했던 많은 책들도 지금 다시 읽어보면

새로운 재미, 새로운 깨달음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다시 세계문학에 도전하고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쉽지는 않겠지만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책들의 저력이 무엇인지

그 지혜를 찾아보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읽고 싶어보고 싶다.


 

[세계 문학 읽어보셨나요?]라는 책이

눈에 번쩍 띄였던 것은

이런 생각으로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할 때였기 때문이다.


세계 문학 20편을 단 16컷의 만화로

요약 정리해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줄거리만을 알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읽을 책을 정할 때 또는 친근하게 접근하려고 할때

혹은 읽고 나서 내용과 스토리가 정리가 안될 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책은 총 20편의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와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제목이 엄청 익숙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영화로도 더 유명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부터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복잡하고 어렵기로 유명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까지,

나의 인생 책, 마가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있었다.

 

구성은 작가의 소개 먼저 시작한다.

작가의 사진마저 일러스트로 그려서 소개함으로써

이 책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

작가의 소개 이후에는 작품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지는데

작품의 스토리 뿐만 아니라

작품의 탄생 배경 및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듯 작가와 작품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만화로 이루어진 스토리에 접근한다.



방대한 내용을 과연 16컷의 만화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간단한 줄거리 요약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읽지 않은 책은 비교하기 어려우니

읽었던 책을 위주로 먼저 살펴 보았는데

놀랍게도 이야기의 핵심 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전하고 있는 주제 역시

날카롭고 간결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서사를 풀어내야 하는 특성상 필요했던

여러 장치들을 다 걷어내고

딱 필요한 뼈대만 잘 발라서

정리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간결하지만 작품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물론 이 책만 읽고 끝내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흥미가 생기는 작품이 있다면

그 배경과 작가, 골자를 토대로 원작을 읽어봄으로써

더 풍부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최종 목표가 될 것이다. 



저자가 프랑스인이다 보니

프랑스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그렇지만 익숙한 작가와 작품이 많기 때문에

작가나 작품을 이해하는데는 어렵지 않다.

물론 처음 듣는 작가와 작품도 있는데

그중에서는 이 책을 계기로 읽어보고 싶은 작품도 생겼다.

아니, 이 책을 읽은 후 가장 먼저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이 프랑스 작가인 

콜레트의 <셰리>라는 작품이었다.

냉소적이면서도 예리한 결말이

16컷의 만화만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책의 날개를 보니 1편에 이어 2편도 출시된 것 같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등

역시 흥미로운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1편처럼 그야말로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있을 것이니

2편도 어서 챙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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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5-22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장왕록 번역과 열린책들 것도 있어요^^ 하나 처분하자고 하는데 장왕록번역은 최초번역이라 안된다고 하고 열린책들은 가독성때문에 포기가 안되네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