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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적 인간 - 잘 알지 못해도 괜찮은 국내 미술관 여행
문하연 지음 / 동아엠앤비 / 2026년 9월
평점 :
얼마 전에 뉴스에서
전시회에 가면 스트레스 수치가 줄어든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물론 샘플이 적고, 사람과 작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얼마나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학문적인 실험이 아니어도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보면
감정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게 아닐까 싶다.
이런 심오한 의미에서는 아니고
평소에 미술관 자체에 대한 관심도 많고,
전시회를 가는 것을 즐겨한다.
예술작품을 담아내는 공간과
그 안에 담겨있는 작품들을
즐기다 보면 현실에서의 복잡한 생각들이
잠시 잦아들고 그 작품의 진동을 느끼면서
잠시나마 휴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그런 공간과 작품이 주는
신선한 느낌이 좋기 때문인 것이다.
언젠가 여유가 생긴다면
전국의 미술관, 박물관, 문학관까지
천천히 다녀보면서 그들만의 맛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 [미술적 인간]이 딱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그래서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너무 반가웠고,
아껴가면서 읽었다.

저자도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비전문가이다.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 아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미술을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어떤 때, 어떤 상황일 때 이 미술관, 전시를
보면 좋을 지 추천을 해준다.
부여의 부소갤러리에서 시작해
춘천 이상원미술관, 뮤지엄산, 석파정 서울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
여러 미술관을 찾아서 소개해주는데
미술관 자체를 소개하는 경우도 있고,
미술관에서 현재 전시하고 있는
전시회를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미술관과 전시를 소재로 한
여행에세이 같다.
거기에 흥미로운 작가의 이야기와
수록된 작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전시회를 자주 가긴 했지만
다양한 미술관이 아닌 다양한 전시회를 가서 그런지
책에 나온 미술관들 중 가본 곳은
다섯, 여섯 군데 밖에 없다.
'뮤지엄 산'같은 이미 유명한 곳이나
수도권에 있는 곳은 가 봤지만
'부소갤러리'나 '구하우스', '본태박물관'같은 곳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미술에 대한 이야기,
자연에 대한 이야기,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그곳을 향해 떠나고 싶어진다.
춘천의 '이상원 미술관'를 읽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화악산 자락에 있는 미술관.
구불구불한 산길을 가면서
길을 잘못 들었나 싶었을 때 나타나는
계속 옆 숲속의 독특한 모양의 미술관.
물소리, 새소리, 계곡에 발을 담그며
자연 속에서 만나는 미술관.
어떤 전시를 봐도 힐링이 저절로 될 것 같다.

또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던 곳이
경기도 양평에 있는 '구하우스 미술관'이다.
이름이 독특한데
구정순 관장의 '구씨 '집'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곳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술관과는 조금 다르다.
작품이 벽에 나란히 걸려 있고
조용히 작품만 보고 나오는 공간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그 집에 놓인 예술품을 구경하는 것처럼 만들어진 미술관이다.
구정순 관장은
예술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미술관을 집처럼 꾸몄다고 한다.
그렇지만 소장 작품을 보면
‘집 같은 미술관’이라는 말과 달리 규모가 상당하다.
박수근을 비롯해
데이비드 호크니, 제프 쿤스,
피카소, 르네 마그리트,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포함해
약 600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작품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구 작품에는
실제로 앉아볼 수도 있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한 발짝 떨어져 보게 되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작품 가까이 들어가
예술을 생활처럼 경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구관장이
스물세 살 직장에서 받은 보너스로
박수근의 드로잉 작품을 구입한 것이
시작있었다는 미술관 탄생 비화도 흥미롭다.

이 밖에도 여러 미술관이 등장한다.
봄이면 벚꽃이 아름다운 호암미술관,
가을의 뮤지엄산과 석파정 서울미술관,
겨울의 제주현대미술관.
저자는 계절마다 떠오르는 미술관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여행을 앞두고
가보고 싶은 미술관부터 골라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읽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나오면
지도에 하나씩 저장해 두어도 좋겠다.
혹은 이런 상황인데, 이런 기분일 때
저자가 추천 전시을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