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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정돈은 나의 힘 - 나는 나를 사랑해요 ㅣ 명주어린이 3
방정환 지음, 정효정 그림, 조선미 감수 / 명주 / 2013년 7월
평점 :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어지르고 늘어 놓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였다. 오히려 늘어 놓지 않으면 이상하고, 아픈가 생각할 정도였으니 집 안은 365일 늘 폭탄 맞은 직후처럼 정신이 없었다. 함께 놀이처럼 정리해보는 것도 잠시 잠깐 돌아서면 다시 집안은 쑥대밭이 된다. 두 살 터울의 자매다 보니 친구처럼 아이들은 늘 놀이를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만들어갔다. 특히 일을 하였던 엄마였기에 둘이 노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많았고,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를 창조해가면서 친구처럼 참 재미있게도 놀았었다.
하나의 놀이가 끝나고, 정리한 후에 다른 놀잇감을 가져와 놀면 참 좋으련만, 그건 엄마의 생각일 뿐이고,,, 아이들은 생각이 나는 대로 놀이 속으로 들어가 버리니 정리는 언제나 늘 뒷전이었다. 그럼에도 집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보채지 않고, 저희끼리 그렇게 재미나게 놀아주니 나는 오히려 감사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제 스스로 놀이와 정리를 구분할 나이가 될 무렵부터는 아이들에게 정리에 대한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출근직으로 바뀐 후에는 회사 다녀와서 집이 조금만 어지러져 있어도 일단 화부터 내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 늘어놓은 것은 물론이고, 가족이 늘어 놓은 것도 정리할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이 되었는데 여전히 늘어놓기에만 바쁠 때면 앞뒤 안가리고 버럭 화부터 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정리의 세계로 들어와 차근차근 몸에 익힐 수 있는 훈련을 마땅히 시켜준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어느 순간 내 생각처럼 아이들의 생각도 자랐겠지 생각하고, 기대에 못 미치면 당연한 것도 안하는 것 같은 생각에 화부터 내지 않았나 싶다.
이 책 [정리 정돈은 나의 힘]을 읽으면서 꾸준하게 습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에 미안함이 밀려 왔다. 직장일이 불규칙하다 보니 나 역시 청소와 정리가 불규칙했던 것 같고, 아빠 역시 바쁘다 보니 정리가 되어 있을 때보다 되어 있지 않았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책에서 먼저 부모님이 모범을 보이라고 할 때는 상당히 뜨끔했다. 지금은 커서 어린 아이처럼 늘어 놓지는 않지만, 직장일에 지쳐 힘들고 피곤할 때면 정리고 청소고 뒤로 미루고 일단 쉬고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는 아이들이 좀더 바빠진 엄마를 알기에, 그리고 몇 번 버럭 불같이 화낸 엄마의 전적 때문에 같이 쓰는 공간은 엄마가 퇴근 전에 정리를 해놓으려고 애를 쓰지만 정리는 아직 미숙하기만 하다.
언젠가 청소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청소'는 단순히 깨끗해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TV에서 다큐멘터리로도 방영되기도 했었는데 그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청소와 일맥상통하는 '정리 정돈' 역시 단순히 깔끔하고 깨끗한 것 이상의 힘이 있을 것이다.
역시나 이 책에서도 '정리정돈'의 힘, 효과에 대해서 상당히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설명을 하고 있다. 주변 정리를 잘 하게 되면 그 습관이 노트 정리나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 능력으로 연결되고, 결국 공부도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이를 증명해보여주고 있다.
정리 정돈이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는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일 뿐 누구나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면서 정리정돈을 할 수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정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배우고(학교에서는 오히려 집에서와는 다르게 더 잘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도 있으니 모르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몸에 익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고, 습관이 되기까지 힘들기 때문에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정리해라'라고 화를 내봐야 아이들 머리가 커갈수록 잔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계속 정리를 해주는 것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조차 빼앗는 일일 것이다.
아이들 방이, 책상이 어질러져 발 디딜 틈이 없다면, 큰 소리를 내는 대신 이 책을 함께 읽고 얘기를 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분명 왜 엄마가 이 책을 권했는 지 이해하고 있을 것이고, 읽으면서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더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모른 체 하고 있으니 아이들은 알아서 슬슬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저자가 얘기한 것처럼 작은 변화에도 기꺼이 칭찬해주고, 깜짝 놀라도 주고, 감동도 해주니 당연한 걸 왜그러나 하면서도 으쓱해한다. 이제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습관을 들이는 일만 남았다. 작심 3일을 7번 하면 제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