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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시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다
권희정 지음 / 꿈결 / 2013년 5월
평점 :
'시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다'
제목부터 질문으로 시작한 이 책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부제이다.
책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있지만 과연 어떤 책을 것인가 하는 것이 늘 고민이다. 좀더 지식과 사고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책을 과감하게 들었다가도 몇 장을 넘기기가 힘들어 결국 쉽고 편한 책, 현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들로 옮겨가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서는 또다시 갈증으로 읽어야 할 책들 앞에서 서성이곤 한다.
학창 시절에도 책을 좋아는 했었지만 제대로 깊게 읽어본 적이 없었던 지라 제대로 된 독서에 대한 미련과 컴플렉스는 끊임없이 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책을 그냥 즐기면 되는 것 아닌가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고전이라서가 아니라 이 책에서 저자가 얘기한, '되새기고 곱씹을수록 의미가 증폭되는 고전의 위력'을 제대로 한 번이라도 느껴보고 싶은 갈망 때문에 오늘도 난 여전히 책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나처럼 책을 읽고는 싶으나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모르는 초보 독자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 지, 어떤 점을 주의 깊게 읽어야 하는 지, 지금 우리에게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 지 간결하지만 핵심적으로 전달해주고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서 그런 지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주고 있어, 이해하기 까다로운 사회, 철학, 과학, 역사 속의 개념들에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 청소년을 대상의 '고교평설'에서 기고했던 글을 모아서 출간했다고 하니 분명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쓴 글이지만 나처럼 초보 독서가에게도 안성맞춤의 책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책을 소개하는 책도 상당히 많이 출간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책들 중에 몇몇 책들은 직접 읽어 보기도 했다. 그런 책들이 보통 청소년에게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 책은 읽을 책을 소개하는 게 주 목적이 아닌 것이 사뭇 차이가 난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36권의 책을 모두 읽어 보면 좋겠지만 저자는 적어도 그 책들을 읽지 않더라도 그 책이 왜 쓰여졌고, 책의 저자는 어떠한 고민을 했으며, 어떤 노력들을 했는 지를 함께 고민하면서 저자와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얘기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소개된 책을 읽고 지식을 채우고, 허영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살았던 시대에 저자가 했던 고민과 질문이 무엇이었는 지, 저자가 답을 찾아 가는 과정을 함께 하고 교류하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과 부제를 비롯 각 챕터와 각 장의 제목들이 모두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환경과 미래', '인간', '철학 윤리', '역사', '정치와 사회', '과학과 문명' 각 영역을 나눠서 우리가 사유하고 고민해 봐야 할 문제들을 과거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들이 남긴 책을 통해 살펴보고, 지금의 시대를 비춰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소개된 책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어떠한 질문을 했는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사유해봐야 할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변화 속도를 어떻게 따라갈까?'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참된 가치관은 무엇인가?'
'일은 반드시 힘들고 고통스러워야 할까?'
'역사가 예술을 만드는가, 예술이 역사를 만드는가?'
'과학의 새로운 발견은 역사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국가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은 무엇인가?'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모습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인가?'
'비과학적인 것은 모두가 미개한 것인가?'
등과 같은 질문들을 던진 책을 소개한다. 이러한 질문은 과거 저자들이 살던 시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질문들이다. 그러기에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각 시대마다 구한 '답'은 다를 수 있으나 그에 대한 고민을 하게 했던 '질문'은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삶과 시대를 간파할 수 있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사유의 폭을 넓히는 것이 '독서'의 일차적인 목표이고, 이 책에서는 그런 질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것에 앞서, 저자는 무엇을 고민하고 '질문'했는가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의 표지 중 띠지에 가려져 있는 부분에 이렇게 쓰여져 있다.

"그들은 자신이 마주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들을 썼다."
저자는 정해진 분량으로 글을 쓰다 보니 한 권을 소개하는 호흡이 길지 않다. 그래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또한 글의 시작은 늘 수필처럼 가볍게 우리의 일상과 연계해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리고 말미는 책이 갖는 의미와 지금에 적용해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들에 대해 정리를 하며 마무리를 한다.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관점이 들어갔을 수도 있으나, 어렵고 방대한 책에 대한 가이드와 지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힘들지만 한 번쯤 읽어 봐야겠다는 용기를 주기도 하며 멀게만 느껴졌던 고전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쓴 <명상록>이다. 이 책은 로마의 전성기 끝자락에 왕으로 기울어가기 시작하는 나라를 보며 긴장과 고통의 삶 속에서 처절하게 기록한 자기 성찰의 증언록이라고 한다. 학창 시절 잠시 배운 기억은 있지만, 어떻게 쓰여진 책인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니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그래서 이제는 이런 옛 선현들의 말이 심장 깊숙히 박히는 것 같다.
"잠시 머물다 가버리는 것은 만물의 공통된 운명이다. 그런데도 당신은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일은 추구하고 어떤 일은 회피하려 하는구나. 잠시 후 당신은 눈을 감게 되리라. 그리하여 당신을 무덤으로 메고 갔던 사람들도 곧 무덤에 묻혀 남의 눈물을 흘리게 하리라." [명상록] 10장-34 --- p. 287
"<명상록>은 타인에게 강요하는 훈계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수양하는 훌륭한 지침서로 꼽히고 있다. 그는 국민의 행복을 통치의 제일 목표로 삼은 보기 드문 황제였고, 우주의 이법과 섭리에 따라 자신의 이성을 유지하고 인격을 고양시켰던 훌륭한 철학자였다." --- p.288
각 장마다 첫 페이지에는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고, 풍부한 그림과 사진으로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눈에 띄는 장점이다. 또한 책의 소개가 끝난 각 장의 끝에는 저자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함께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도 소개하고 있어, 확장된 독서가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모든 책을 다 읽겠다는 무리한 계획 보다는 관심 분야를 정해서 책을 읽으면서 깊이 있게 확장을 시켜보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이 될 것이다.



아직 저자가 소개한 책들을 제대로 읽어 본 책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빈약하기만 하지만, 이 책 한 권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철학 선생님을 옆에 모셔 둔 것처럼 든든하기만 하다. 급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면 될 터이다. 중국 속담에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춰있는 것을 두려워 해라."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고전읽기! 늦더라도 꾸준히 천천히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