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카페 인생강의 - 대한민국 직장인의 9가지 고민을 인문학으로 풀다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1
강승완 외 지음 / 글담출판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에 인문학 열풍이 불기 시작할 무렵인가,,, 나에게 인문학은 다른 곳에서 관심이 시작되었다. 책과 글을 쓰는 것이 마냥 좋아서 주변을 늘 어슬렁 거리고 있었는데, 우연히 토론을 접하게 되었다. 승패에 대해 유난히 심약한 성격 탓에 긴장감있게 진행되는 과정은 재미있지만, 그 긴장의 강도가 너무 커서 지금은 다시 책읽기와 글쓰는 취미로 돌아오긴 했지만 토론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의 해법은 결국 '인문학'으로 풀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상과 사실의 나열 이외에 상대와 심판, 청중을 자기 편의 논리로 설득시키려면 결국은 그것을 사회에서 공인한 논리적인 근거로 들 수밖에 없는데 가장 영향력이고 강력한 근거가 바로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몇 번 참여하지 않았었지만 어떠한 논제가 주어져도, 처음에는 전혀 다른 내용 같았지만 논쟁을 거듭하다보면 결국에 부딪치는 쟁점은 결국 인간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국가에 대한 해석과 권리에 대한 입장 차이로 좁혀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근원적인 것에 대한 고민과 철학이 분명이 서 있어야 상대를 설득시킬 수도, 이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마흔이 넘어가도록 이러한 근원적인 인문학적 고민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 나의 윗 세대만해도 지적인 향유를 위해서 고전을 읽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었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철학적인 사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대학을 준비하던 시기는 달랐다. 굳이 학생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었다.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시험을 잘 보면 되었지, 굳이 '나'란 누구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 하는 고민은 하릴없는 시간 낭비에 불과했던 것이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인문학은 학점을 따기 위해 대충 듣는 교양 과목에 지나지 않았다. 회사에 입사할 때도, 인문학적 소양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삶의 중심없이 불혹을 넘겼다. 그렇게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나와 우리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자 급격한 혼란 속에 빠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것인가? 그러한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인문학 까페'를 만나게 되었다. 1년 쯤 전인가 보다. 1년 과정으로 고전 읽기를 시도한다고 해서 수강 신청을 해서 들었었다. 직접 들으면 더 좋겠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녹화된 강의를 듣는 온라인 강의를 등록한 후 강좌를 들었었다. 첫번 째 책이 '그리스 로마 신화' 였었는데 그래도 옛 이야기처럼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형식이라 진정으로 이해를 할 수는 없었겠지만 비교적 읽고, 듣기에는 부담이 없었었다. 그 때 교수님이 강좌를 시작하면서 말씀하셨었다. 이 강좌는 가르치고, 배우는 강좌가 아니고, 읽고 함께 얘기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강좌라고. 고전은 평생을 읽어도 다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고통스러워도 읽어야 한다고. '그리스 로마 신화' 다음으로 진행된 강좌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다. 이야기와 그림이 섞여 있어 읽기 편했던 것과는 달리 다음 책은 한 페이지 넘기기가 어려웠다. 강좌 시작 때까지 다 읽기가 힘들 것 같아 더 강좌 신청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고전에 대한 도전은 흐지부지 되었지만, 지금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읽어야 하는 것이기에 미뤄둔 숙제마냥 마음이 늘 무거웠다. 
 
일 년 사이 인문학 열풍은 거대한 산이 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인터넷은 물론 동네 어귀만 나가도 인문학 강좌를 손쉽게 들을 수 있으니 어서 다시 시작하라는 채근같다. 이렇게 사회 전체가 인문학에 대한 갈망을 하는 것은 아마도 한참 달리다가 문득 왜 달려야하지? 어디로 달리는 것이지?라는 질문을 던졌던 나와 같은 증상이 아닐까 싶다. 숨가쁜 경제 성장을 이룩하다가 경제적인 위기를 겪고, 점점더 피폐해져가는 정신의 혼돈 속에서 좀더 건강하게 성장하려고 하는 사회의 본능적인 욕구로 '인문학'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필요에 의해서, 정신적인 갈증에 의한 최후의 수단으로 '인문학'을 접했지만, 여전히 인문학은, 고전은 오르고 넘기에 너무 큰 산이다. 고통스러워도 끊임없이 올라야 하지만, 현실에 발을 둔 이상, 나의 근원적인 질문과 답을 찾기에 너무 먼 이상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인문학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이상향처럼 멀기만 하다.
 
 
'나'를 둘러싼 현실에서 인문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한 마디로 어떻게 써먹을 것인가? 그러한 고민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인문학 카페 인생강의]이다. 이 책이 더욱 반가웠던 것은 내가 처음에 듣다가 주저하게 된 바로 그 강의가 책으로 엮어져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강좌에 참여했던 강사진들이 '대한 민국 직장인의 9가지 고민' 즉, 혁신, 성공, 정의, 창의, 소통, 치유, 행복, 종교, 건강의 키워드를 뽑아 이를 인문학적으로 풀어 쓴 것이다.
 
 
이 키워드에 대한 고민을 인문학적으로 풀어 쓴다는 의도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이 키워드들이 왜 고민이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혁신'을 예로 들면, 혁신을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인문학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해법을 찾아간다. 자기 계발서에서도 숱하게 접할 수 있는 키워드이지만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니 무게감과 깊이가 더해진다. 
진정한 혁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새로운 나 만나기 프로젝트'를 해법을 제안한다. 따지고 보면 이 책의 각 주제는 물론 거의 모든 자기 계발서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바로 '나'를 제대로 알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동안 살아온 '나'를 되돌아 보고, 내가 원하는 삶이었는지, 남이 원하는 삶이었는지, 혼란스럽고 고통스럽지만 정리를 해야 비로서 혁신도 성공도 창의도, 치유, 행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을까?
 
-무엇이 새로워지기를 방해하나?
-내 안의 또다른 나를 깨우기
-진정성과 절실함 
-'나'와 '나의 욕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는 나를 어떻게 표현하고 살아가는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독서와 사색으로 세계와 관계하는 나의 틀 바꾸기
-자신이 지향하는 일에 몸을 밀착시키자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해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주변의 사물을 재배치해 보자
-내 주위에는 어떤 사람이 있나?
 
소제목이 그 일련의 방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인문학적 기반의 설명이기에 자기 계발서보다는 읽는데에 조금씩 걸림돌이 생긴다. 그렇지만 곱씹어가며 읽다 보면 시대를 관통하며 전해져오는 진리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고, 그러기에 더 깊은 공감과 울림이 느껴진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주인공들이 전해주는 가치있는 삶을 살펴보며,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고, 잘못 알려진 김정호의 지도 제작법의 진실을 살펴보며 진정한 창의가 무엇인지 감탄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인문학카페 인생강의』는 결국 '지금까지 드러난 나' 이외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나'를 깨닫게 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인문학적 분석력과 판단력고 상상력은 지금까지 자신이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한다. 여기서 인문학은 단순히 삶의 윤활유나 치유책이라는 삶의 보조기능에 머물지 않고 '나의 일상'에 구체적으로 개입하여 일상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핵심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 프롤로그 中에서
 
밥을 아무리 먹어도 병이 낫거나 단숨에 건강해지지 않는 것처럼, 인문학 역시 단기간에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꾸준히 읽고, 접하다 보면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듯 우리의 생각과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교수님의 말처럼 고통스럽지만 꾸준히 읽어나간다면. 이 책은 그렇게 인문학에 새롭게 접근하려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좀더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안내서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적의 글쓰기 교실 - 엄마와 아이를 바꾸는
이인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작년에 시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관에서 '글쓰기' 강좌를 들은 적이 있었다. 독서지도를 공부하고 있던 터라 연계된 글쓰기 강좌도 시간이 날 때면 듣는 편이라 시간이 어찌 맞아서 6개월 코스로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듣게 되었다.
개강 첫 날. 여느 수업과 마찬가지로 수강자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름이나 자녀의 수, 학년, 사는 곳, 수강을 하게 된 이유 등등의 간단한 소개를 한다. 그런데 소개를 들으면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을 위해서 들으려고 했던 나같은 부류 몇 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수강자들이 자녀의 글쓰기를 도와주려 수강을 신청했던 것이다. 거의 90% 이상이.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이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특별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자녀들의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엄마와 아이를 바꾸는 기적의 글쓰기 교실]의 저자 역시 현장에서 독서논술 지도를 하고 있으니 상황이 다르지 않을 느꼈을 것 같다. 엄마들이 그렇게 글쓰기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는, 독서보다 글쓰기를 시키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독서는 같이 읽을 수도 있고, 읽어 줄 수도 있고 함께 활동도 해볼 수 있지만, 글쓰기는 순전히 아이 혼자서 해야 하는 것이다. 같이 한다고 해도 어쨌거나 아이 스스로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글쓰기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고, 혹은 귀찮아 하기 때문에 엄마들만 조바심이 나게 된다.
 
더구나 학교에서는 방학 숙제를 비롯해서 심심치 않게 글쓰기 숙제를 내준다. 한바탕 난리를 피워도 만족할 만한 글을 써가기란 쉽지 않으니, 엄마들은 포기하거나 이처럼 좀더 잘 쓸 수 있는 비법을 배워 아이들에게 적용해보려고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강좌를 들으면서 엄마들은 비법 보다 글쓰기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강요했던 것에 대해 미안해 하며 반성을 한다는 것이다. 글쓰기 수업이라는 것이 글을 쓰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니 생활문, 일기문, 독서감상문, 심지어 시까지 각 장르별로 다 일일이 다 써봐야 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어려움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글을 쓰면서 어색하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해서 얼굴이 붉어지긴 하지만 내 생각과 얘기를 써내려가다 보니 나를 내가 한 발 떨어져 보는 것과 같는 느낌이 들게 된다. 그리고 목에 뭔가 걸린 것 같던 감정이 해소되는 시원함이 느껴지는 가 하면 주위를 유심히 관찰하게 되면서 익숙하던 것들이 갑자기 낯설게 보이는 신선함을 느끼기도 한다. 글쓰기가 치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 경험을 해보면서 그 위력을 실감했다.
 
이 책 [엄마와 아이를 바꾸는 기적의 글쓰기] 역시 엄마들의 그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아이들이 왜 글쓰기를 하기 싫어하며, 엄마는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저자는 그에 대한 답을 간단하게 말한다. 바로 '엄마 먼저 써라'라고. 엄마가 먼저 글을 쓰고, 아이들과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고, 그러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15년 간 글쓰기 강의를 한 저자는 자신있게 얘기한다. 글쓰기를 강의하면서 글쓰기의 힘을 체감하지 못한 엄마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노라고. 너무 자신있게 얘기하기 때문에 정말 써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렇지만 어떻게 써야 하나? 
저자는 글을 잘 쓰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고 얘기한다. 글을 쓰는 목적이 아이와의 '소통'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대화하면서 소통을 위한 도구로서 필요한 것이기에 유려하고 잘 쓴 글보다는 솔직하고 진심이 담긴 글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엄마의 진심을 담아서 꾸준히 써내려가고, 아이와 소통한다면, 아이는 '반드시' 변한다고 한다. 쉽지 않겠지만, 가장 가까우면서도 거의 명백한 길이 바로 '글쓰기'인 듯 싶다.
 
이제 선택은 '엄마'들이 해야 한다.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는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먼저 설명한다. 현장에서 만난 사례를 들어 얘기하면서 왜 글을 써야 하는지,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뒷부분에는 오랜 기간 글을 써오고 가르쳐 온 저자만의 글을 잘 쓸 수 있는 비법을 간결하면서도 체계적으로 다룬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던 습관이 그대로 책에서도 묻어난다. '누구나 글쓰기는 어렵다'로 시작하는 비법은 그럼에도 조금씩 따라하다 보면 어느 새 글쓰기에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다.
 
 
어렵지만,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아이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못한 우리 역사 - 우리가 몰랐던 숨어있는 한국사 이야기 청소년 인문교양 시리즈 2
원유상 지음 / 좋은날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학창 시절 역사를 참 좋아했었다. 외울 것 많고, 반 만 년의 긴 역사의 복잡함에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픽션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 살았던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였다. 옛날 이야기를 듣듯 빠져 들어 마치 그 당시로 간 것 같은 착각을 하면서 재미있게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학교 졸업을 하고 시간이 흘러 다시 역사를 만나게 된 후에는 적잖이 당황했었다. 내가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나 평가가 달라진 것도 있고, 같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면서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역사는 과거에 일어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대가 바뀌면서 함께 변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흔히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누구의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어제 일어난 일도 서로의 입장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데, 하물며 구비구비 긴 시간의 터널을 통과한 사건의 단편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역사를 보고, 믿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역사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서부터는 역사란 한 번 알고 끝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시각으로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들어서는 그러한 노력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 하다. 승자의 역사 뿐만 아니라 패자의 역사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등 균형 잡힌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어 역사를 새롭게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재미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오래된 친구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처럼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못한 우리 역사]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의 재평가라기 보다는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나 사건의 후일담 혹은 비중에서 빌려 관심받지 못했던 사실들을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풀어 쓴 책이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진도 때문에 혹은, 교과서를 토대로 가르치게 되면서 알려주지 못했던 사실들을 모아서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거란의 1, 3차 침입이 있었을 때 서희와 강감찬의 활약으로 지켜낸 것은 교과서에서 숱하게 배워왔다. 그렇다면 2차 침입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왜 2차 침입은 잘 배우지 않은 것일까? 의심할 여지 없지 배우고, 익히는데 전념했었지만 그러고 보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 이렇듯 저자는 학교 현장에서 나온 질문들이나 두드러진 내용들을 다루느라 미처 다루지 못했던 틈새의 사실들에 대해서 논리적이면서도 맛깔나는 문장으로 전달하고 있다.
 
 
고려시대 왕권 강화를 위해 광종이 실시한 '노비안검법'은 지금도 학교 시험의 단골 문제로 나올 만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교과서에는 다루지 않고 있지만, 저자는 광종이 죽은 후에 풀려났던 노비들이 다시 노비가 되게 만든 '노비환천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유명세와는 달리 '노비 안검법'이 성공적으로 정착하지는 못했던 정책이었음을 알려준다.
 
이외에도 주권 항쟁의 상징 '삼별초' 이면의 실제 속사정을 다루며, 이처럼 현실보다 부풀려 평가되는 사실들을 전하는가 하면,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함께 만든 것으로 알려진 '한글'이 사실은 세종대왕의 주도로 왕자, 공주들이 참여해서 만든 것이라며, 잘못 전해지는 내용들을 꼼꼼하게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도 한다. 또 한국인보다 한국을 위해서 더 애썼던 외국인들에 대한 조명이나 잘못 알려진 역사 용어에 대한 정리는 여느 역사책에서는 보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이처럼 어렵고 헷갈리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일목요연하면서도 흥미롭고, 알기 쉽게 정리해놓은 것을 보면 역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답다는 생각이 든다.
 
 
 
반만 년의 긴 역사, 고조선에서 조선 후기까지는 그래도 여유있게 객관적인 느낌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있지만 조선 말부터 대한제국까지는 저자의 격한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 시기는 역사를 배울 때도 늘 고통스럽다. 역사를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고통이 더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 장에서는 저자가 느끼는 그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하다. 지나간 과거야 바꿀 수 없지만, 몰라서 혹은 절차상의 문제로 아직 제대로 바로 잡지 못하고 있는 일본 잔재에 대한 내용을 다룰 때는 언젠가는 바꿔야만 한다는 결연함이 느껴진다.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책임감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는 계속 변한다. 힘이 있는 누군가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균형잡힌 모습으로 사실에 가깝게 만들어가려면 후손인 우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묻고 답하는 청소년 진로 카페 -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와 직업 탐색 문답 여행 묻고 답하는 카페 시리즈
허은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등학교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대학을 입학할 수 있는 방법이 3천 가지 넘는 요즘, 한 번 잘못한 진로 선택은 크나큰 낭패가 될 수 있고, 좀 과장해서 말하면 돌아오지 못할 강이 될 수도 있다. 고등학교까지 아무 생각없이 공부만하면서 달리다가, 대학 입학을 목전에 두고 과를 고민하고, 급기야는 대학에 맞춰 과를 결정했던 예전에 비한다면 요즘은 그래도 조금 일찍 고민을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는 한편, 관심이 분산되어 오히려 공부에 집중을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기도 한다. 인생의 방향을 앞에 두고 고민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니 고민이 많다고 해서 꼭 나쁠 것은 없겠지만, 아직 판단이 미숙하고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는 더 없는 큰 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진로, 진학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 같다.
 
직업 관계상 중학교 아이들을 많이 만났는데 의외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지, 무엇을 잘 하는 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꿈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그 직업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는 직업의 종류도 상당히 협소한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기에 어설프게 알고 있는 꿈을 가지고 공부를 하다가 막상 선택의 순간이 되면 혼란스러워 지기도 하고, 결정대로 진학을 했을 경우라도 적성이 안맞아 또다른 진로에 대한 고민에 휩싸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게 자신의 미래와 진로를 설계할 수는 없다.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고, 계획이 수정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장고의 노력으로 선택한 진로와 그렇지 않은 경우와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흥미와 적성, 능력에 맞는 진로를 찾고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나 상담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 [묻고 답하는 청소년 진로 카페] 역시 꿈을 찾아,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좀더 잘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책이다. 직업에 대해서는 물론, 아직 자신에 대해서조차 잘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찾아야 하는지 친절한 설명과 함께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아직 이러한 과정이 서툰 청소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커리어넷 사이버 상담 교사로 온라인 진로 상담을 해왔던 저자의 숙련된 경험과 노하우가 책 속에 그대로 묻어 난다는 것이다. 10년 동안 3000여 건이 넘는 상담을 해오면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줌으로써 독자 누구나가 다 자신, 혹은 자녀, 가족의 고민으로 느껴지면서 공감을 하게 된다.  
 
고민의 해결은 아주 체계적이고 친절한데, 그동안 많은 노하우를 쌓은 저자의 노련미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객관적으로 볼 때는 한심해 보일 수 있는 학생의 생활 태도나 고민에 대해서도 저자는 충분히 인정해주고,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답변을 해준다. 또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고민을 한 학생의 장점을 찾아 반드시 칭찬을 해주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입장에 있는 독자에게도 큰 위안과 자신감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커리어넷을 이용해서 그 학생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자료나 검사를 소개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꿈과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쉽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운동을 좋아하지만 실력이 없어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고민을 하는 학생에게 관련 직업의 선택의 폭을 넓혀 보라는 조언을 해준다. 관련 직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될 수 있는 지 등의 정보를 소개하고, 실제 성공 사례도 소개해준다. 
 
 
 
마지막 저자가 건넨 조언은 긴 여운을 남긴다.
 
"직업인으로서 행복하냐 아니냐는 그 분야의 일등 여부가 아니고 그 직업을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에 달렸다는 점을 강조하며 답변을 마치고자 합니다.
즉, 일등에 자신의 행복을 거는 사람은 일등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고통스러워야 하고 일등이 된 뒤에도 그 자리를 잃을까 봐 노심초사해야 합니다. 하지만 비록 일등이 아니어도 그 직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있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지요." ---p.244
 
이처럼 상담 방법에 있어서 저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례나 일화, 알기 쉬운 비유 등을 들어 설명함으로써 쉽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딱딱한 내용들을 좀더 부드럽고 재미있게 느끼게 해준다.
진로가 먼저냐 공부가 먼저냐라는 고민을 하는 학생에게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의 예를 들면서 무엇이 더 필요한 지를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가 하면, 목표를 정하지 못해서 고민하는 학생에게는 '계획된 우연'의 이론을 얘기해주며 '가리야 세이치'라는 사람의 성공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확고한 목표만이 전부가 아님을 강조한다. 이외에도 연봉이냐, 적성이냐라는 현실적인 고민 앞에 있는 학생에게는 직업의 전문화 현상과 <생활의 달인> 출연자의 예를 들어 설명하여 현실적인 안목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마지막 특징으로는 꼽을 수 있는 것은 직업 뿐 아니라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의 진학과 관련된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과 학생 최대의 고민인 성적, 공부 방법에 대한 명쾌한 답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을 아예 '나만의 공부법 찾기'로 꾸몄을 정도로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끝으로 걱정이 되는 것은 진로 선택 문제 때문에 정작 중요한 학업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에 관한 것입니다. 학업 성적이 높을수록 직업 선택의 폭도 넓어지니 진로 고민 때문에 성적이 떨어진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친구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 목표를 찾은 후 공부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진로 목표 설정이 짧은 시간에 말끔히 해결되는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최악의 경우 오랜 시간을 들여 정말 어렵게 진로 목표를 설정했지만 그동안 공부를 소홀히 하여 성적이 떨어졌다면 성적 때문에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만약 진로 고민이 다 끝나지 않았다고 해도 하루 중 일정 시간은 진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할애하되 나머지 시간은 학업에 매진하여 직업을 마음껏 고를 수 있는 토대를 갖추기 바랍니다."---p92
 
그러기에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대다수 학생들의 고민인 학습에 관한 내용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하다. 진로 문제가 고민스럽겠지만, 고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앞서 나가는 것이며,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고. 이 책은 자신의 꿈을 향해 용기있게 한 발을 내딛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든든한 지팡이가 되어줄 것이다.

 

<한우리 북카페에서 서평단에게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루에서 보물찾기 세계 탐험 만화 역사상식 32
달콤팩토리 글, 강경효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탐험 보물찾기] 시리즈 책을 보기 시작한 것은 스웨덴, 핀란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한 번 재미들리면 만화만 읽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만화 자체를 별로 사주지 않아서 이 쪽으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과학, 역사는 만화로 먼저 접하는 것이 어려운 내용이나 이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에 수긍하면서 알음알음 만화들이 우리집 책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워낙 만화에 대한 재미를 못 느끼는 지라 주문을 해놓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라 볼 때도 나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이 [세계탐험 보물찾기] 시리즈를 보게 되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사실적이고, 깊이 있는 정보들, 그리고 꼭 들어가야하는 핵심적인 내용들이 재미있게 잘 구성되어 웬만한 정보책보다 훨씬 더 전달이 된다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었다. 마냥 재미있게만 전달하기 위해서 몇 가지만 가볍게 전달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일반 정보책보다 깊이 있는 내용들을 다루기도 하는 것이다. 더구나 만화로 그려진 모습이나 풍경들은 실사와는 달리 생략과 집중으로 강조할 부분이 확연이 드러나면서 훨씬 더 느낌이 잘 전달되고, 기억에도 잘 남았다. 만화에 대한 편견으로 무조건 거부했었는데, 이 시리즈의 책을 본 후에 만화에 대한 호감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이 시리즈가 좋은 것은 이 책을 읽은 후에 (직접 가보면 더 없이 좋겠지만) 가족들이 즐겨보는 KBS의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함께 보면서 책에서 봤던 곳이나 내용들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이미 한 번 접했기 때문에 방송을 보면 더 눈에 잘 들어오고, 이해도 잘 된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책을 읽을 때면 먼저 가족이 돌아가면서 읽고, TV 방송을 찾아서 보는 것이 코스가 되어 버렸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책을 먼저 읽고, 보는 방송과 그렇지 않고 보는 방송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스키마의 중요성이 여기서도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책을 읽고 보면 마치 그 나라에 다녀와 본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고, 관심도 더 많이 가게 되는 것이다.
 

이 책 [페루에서 보물찾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페루는 과거 고도로 번성했던 고대 문명의 모습이 곳곳에 살아있는 신비로운 느낌이 강한 나라이다. 그러한 낯설면서도 신비스러운 그들의 모습과 유적들을 상징적인 만화로 먼저 접하고, 영상으로 보니 그 무늬 하나하나가 다 눈에 들어온다. 서로 알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즐거운 기쁨, 그림을 보면서 상상했던 것을 화면을 통해 보면서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어 더욱 재미있다.  
 
 
페루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읽으면서 새록새록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세계 최고의 축조 기술과 미스터리한 나스카 문양 등 그들이 아주 오래 전에 이루어낸 것들을 현대 기술은 아직도 재현해 낼 수 없다고 하니 그들의 지혜에 새삼 놀랍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그렇게 화려한 문명을 가졌던 그들이 200명도 채 되지 않았던 스페인 군대에 무너진 것에 대해서 이기지 못한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질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여러 가지 원인도 있었지만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숭고한 신념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스페인에 이용되었다고 해서 그들을 어리석다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 인해 나라가 멸망하고, 그들이 세웠던 찬란한 유산이 세계 각국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을지라도. 우리도 같은 피해를 당했기에 그들이 느끼는 억울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누구보다도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강한 이들이기에 이러한 유물의 약탈은 살점이 떨어져나간 것 같은 고통으로 느껴질 것이다. 유물들은 제자리에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할 것이고 그 의미가 더욱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진정한 가치가 느껴질 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길 함께 기원해본다.
 
 
낯선 나라였던 만큼 페루의 음식 문화도 낯설기만 하다. 백두산보다도 더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이기에 외부인은 고산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를 다스리는 특효약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 외에도 수 백 년을 보관할 수 있다는 냉동 건조 감자 '추뇨'나 쿠스코 대성당에 그려진 <최후의 만찬>에도 등장한다는 페루의 대표 전통 음식 '꾸이'도 어떤 맛일까 그 맛이 궁금하기만 하다.
 

 

 
지구 반대편에 있어 접하기도, 만나기도 쉽지 않은 나라였지만 책을 읽고 나니 처음보다는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알면 알수록 신비롭게 느껴지는 '페루'. 지금은 그 화려했던 문명의 모습이 조금 주춤한 것 같지만, 자신들의 문화를 고집스레 지키고, 이어가려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언젠가는 다시 한번 찬란하게 비약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